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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결혼식 날, 그녀의 완벽한 복수

그의 결혼식 날, 그녀의 완벽한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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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뒷골목에서 피 흘리던 서이현을 주워다 여의도의 제왕으로 만들었다. 모든 것을 가르쳤고, 제국을 안겨주었으며, 그를 나의 비밀 남편으로 삼았다. 그는 나의 걸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새 인플루언서 여자친구가 내게 녹음 파일 하나를 들려주었다. 내가 공들여 빚어낸 그 목소리가 나를 ‘교도관’, ‘목발’, ‘자기가 나를 소유한 줄 아는 늙은 여자’라고 부르는 것을 들었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그는 내가 준 힘으로, 사산된 우리 딸 ‘희망’을 기리기 위해 지었던 소아암 병동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그 잿더미 위에 자신의 새 애인을 위한 선물이라며, 호화로운 스파를 짓고 있었다. 심지어 그는 내 앞에 서서 얼굴에 대고 말했다. “당신이 일에만 그렇게 미쳐 있지 않았더라면, 희망이는 지금 우리 곁에 있었을지도 몰라.” 내가 맨주먹으로 일으켜 세운 남자가 우리의 모든 역사, 심지어 죽은 아이까지 지워버리려 하고 있었다. 그는 나를 무너뜨리고 그 잿더미 위에 자신의 새 삶을 지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들이 보낸 청첩장을 받았을 때, 나는 수락했다. 한 남자를 완벽하게 파멸시키기 전에, 그에게 더없이 행복한 하루를 선물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니까.

목차

제1화

나는 뒷골목에서 피 흘리던 서이현을 주워다 여의도의 제왕으로 만들었다.

모든 것을 가르쳤고, 제국을 안겨주었으며, 그를 나의 비밀 남편으로 삼았다.

그는 나의 걸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새 인플루언서 여자친구가 내게 녹음 파일 하나를 들려주었다.

내가 공들여 빚어낸 그 목소리가 나를 ‘교도관’, ‘목발’, ‘자기가 나를 소유한 줄 아는 늙은 여자’라고 부르는 것을 들었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그는 내가 준 힘으로, 사산된 우리 딸 ‘희망’을 기리기 위해 지었던 소아암 병동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그 잿더미 위에 자신의 새 애인을 위한 선물이라며, 호화로운 스파를 짓고 있었다.

심지어 그는 내 앞에 서서 얼굴에 대고 말했다.

“당신이 일에만 그렇게 미쳐 있지 않았더라면, 희망이는 지금 우리 곁에 있었을지도 몰라.”

내가 맨주먹으로 일으켜 세운 남자가 우리의 모든 역사, 심지어 죽은 아이까지 지워버리려 하고 있었다.

그는 나를 무너뜨리고 그 잿더미 위에 자신의 새 삶을 지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들이 보낸 청첩장을 받았을 때, 나는 수락했다.

한 남자를 완벽하게 파멸시키기 전에, 그에게 더없이 행복한 하루를 선물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니까.

제1화

강주아는 서이현보다 열두 살이 많았다.

그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숫자였다.

그녀는 신림동의 허름한 술집 뒷골목에서 눈가가 찢어져 피를 흘리고 있는 그를 발견했다.

그는 서울대학교 장학생이었고, 똑똑했지만 지독하게 가난했다.

어머니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불법 격투기 시합을 전전하고 있었다.

그날 밤, 그는 궁지에 몰린 짐승 같았다.

그의 눈에는 허기가 가득했다.

단순한 배고픔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지 못한 모든 것에 대한 갈망이었다.

야생 그 자체였다.

끈질긴 생명력이 느껴졌다.

그녀는 그에게서 살인자의 원석을 보았다.

제대로 된 무기만 쥐여주면 여의도를 지배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남자.

그래서 그녀는 그를 거두었다.

그를 씻기고, 빚을 갚아주고, 자신의 식탁에 자리를 내주었다.

옷 입는 법, 말하는 법, 기업을 해체해서 부품처럼 팔아치우는 법까지 가르쳤다.

그는 습득이 빨랐다.

10년 만에 그는 뒷골목 싸움꾼에서 헤지펀드의 귀재로, 대한민국 금융계의 신동으로 거듭났다.

그는 그녀의 가장 위대한 창조물이었다.

그녀의 걸작.

그리고 그녀의 비밀 남편.

그러다 김아린이 나타났다.

그녀는 이제 막 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게 된 어린 인플루언서였다.

의학의 힘으로 완벽하게 빚어진 얼굴과, 단도처럼 날카롭고 추악한 야망을 품고 있었다.

강주아는 한 자선 갈라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서이현의 팔짱을 낀 김아린은 비웃음을 머금은 채 강주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아, 이분이 그 전설의?”

김아린의 목소리에는 가짜 존경심이 뚝뚝 묻어났다.

“이현 씨가 입에 달고 사는 분. 그의… 멘토님.”

‘멘토’라는 단어는 정교하게 고른 모욕이었다.

오늘 밤, 김아린은 다시 그녀를 찾아왔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펜트하우스 오피스의 고요한 정적 속으로.

김아린은 핸드폰을 들고 서 있었다.

“이건 들으셔야 할 것 같아서요.”

그녀는 잔인하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재생 버튼을 눌렀다.

녹음이 시작되었다. 킥킥거리는 김아린의 목소리.

“다시 말해봐, 그 여자 뭐라고 부른다고?”

그리고 서이현의 부드럽고 익숙한 목소리. 그녀가 빚어낸 바로 그 목소리.

“교도관.”

낮은 웃음소리가 이어졌다.

“나의 아름답고, 똑똑하고, 숨 막히는 교도관.”

“또?”

김아린이 재촉했다.

“내 족쇄. 내 목발. 시궁창에서 꺼내줬다는 이유로 자기가 나를 소유했다고 착각하는 늙은 여자.”

녹음은 계속되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정교하고 의도적인 칼날이었다.

그는 그녀의 나이, 통제욕, 그리고 사산된 딸에 대한 그녀의 병적인 감상에 대해 지껄였다.

그는 그녀를 ‘걸어 다니는 납골당’이라고 불렀다.

강주아는 돌처럼 굳은 얼굴로, 미동도 없이 들었다.

그녀가 무에서 그를 창조했다.

그가 꿈에서나 그릴 수 있던 세상을 안겨주었다.

그 대가로, 그는 그녀를 감옥으로 여겼다.

날카로운 아이러니였다.

그는 새장에 갇혔다고 불평했지만, 그 안에 들여보내 달라고 애원했던 게 자신이라는 사실은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녹음이 끝나자 김아린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그는 내 거예요.”

강주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김아린 너머, 복도 쪽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의 비서인 박 실장이 두 명의 경호원과 함께 나타났다.

그들은 캔버스로 덮인 커다란 물체를 들고 있었다.

“결혼 선물이야.”

강주아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너와 이현이를 위한.”

그들이 물체를 바닥에 내려놓고 캔버스를 벗겨냈다.

서이현이 10억을 주고 산 애마, 흑마의 박제된 머리였다.

유리 눈은 공포에 질린 채 크게 뜨여 있었다.

김아린이 비명을 질렀다.

날카롭고 추악한 소리가 거대한 공간에 울려 퍼졌다.

오피스 문이 벌컥 열렸다.

서이현이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분노로 창백했다.

손에는 매끈한 검은색 시그 사우어 권총이 들려 있었다.

그는 총구를 정확히 강주아의 심장에 겨눴다.

“이 미친년.”

그가 으르렁거렸다.

강주아는 총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의 눈을 마주했다. 그녀 자신의 시선은 평평하고 차가웠다.

“지금 길 건너편에 저격수가 네 머리를 겨누고 있다는 거 알 텐데, 이현아.”

거짓말이었지만, 그는 알 턱이 없었다.

“내가 너한테 리스크를 평가하는 법을 가르쳤지.”

그녀의 목소리는 낮은 속삭임처럼 이어졌다.

“이게 네가 감수할 만한 리스크인가?”

그는 한 걸음 다가섰다. 총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더 이상 뒷골목에서 발견했던 소년이 아니었지만, 여전히 그 야생의 빛을 눈에 담고 있었다.

이제 그는 더 커졌다. 더 위험해졌다.

그녀의 돈과 자신의 성공으로 세련되게 다듬어졌다.

“선을 넘었어, 강주아.”

“드라마는 집어치워, 서이현. 지루하니까.”

그녀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낮은 기계음이 울리자 서이현의 시선이 위로 향했다.

그는 소리를 따라 거실의 높고 둥근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화려한 석고 장식의 일부가 안으로 들어가 있었다.

김아린이 거기에 있었다.

그녀는 윈치 시스템에 하네스로 묶인 채 15미터 상공에 매달려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이현 씨!”

그녀가 공포에 질려 가늘게 비명을 질렀다.

서이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윈치가 그녀를 몇 미터 아래로 천천히 내리다가 쿵, 하고 멈추는 것을 얼어붙은 채 바라보았다.

“네가 지루한 소리를 할 때마다,”

강주아는 대화하듯 말했다.

“쟤는 3미터씩 떨어져. 바닥은 대리석이야. 충격은, 듣자 하니, 꽤나 치명적일 거라고 하더군.”

“이현 씨, 살려줘!”

김아린이 흐느꼈다. 마스카라가 검은 눈물 자국을 만들며 흘러내렸다.

서이현의 고개가 강주아에게로 휙 돌아왔다.

그의 눈은 절박하고 살의에 찬 분노로 불타고 있었다.

“죽여버리겠어!”

그가 다시 총을 들었다.

그 순간, 강주아의 개인 경호원 십여 명이 펜트하우스의 그림자 속에서 나타났다.

그들의 무기 역시 뽑혀 그를 향해 있었다.

공기가 긴장으로 터질 듯했다.

서이현은 포위되었지만, 그의 시선은 결코 강주아를 떠나지 않았다.

강주아가 나른하게 한 손을 들었다.

“총 내려.”

그녀가 명령했다.

경호원들은 총을 내렸지만 집어넣지는 않았다.

서이현이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그녀가 움직였다.

불가능할 정도로 빠르고 유연한 움직임으로, 세 걸음 만에 둘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

그녀는 그의 손목을 잡아채 날카롭게 비틀었다.

역겨운 파열음이 조용한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총이 바닥으로 쨍그랑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서이현은 순수한 고통의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꿇었다.

부러진 손목을 부여잡았다.

강주아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아파?”

그녀의 목소리에는 동정심이 한 점도 없었다.

“다행이네.”

그는 바닥에 무릎 꿇은 채,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고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그녀를 놔줘.”

그가 헐떡였다.

“제발. 그녀는 이 일과 아무 상관없어.”

“그녀는 이 일의 모든 것과 상관있어.”

강주아가 차분하게 정정했다.

“그녀는 네 배신의 도구였으니까.”

윈치가 다시 윙 소리를 내며 움직였고, 김아린은 안전하게 바닥으로 내려왔다.

그녀는 허둥지둥 하네스에서 빠져나와 히스테릭하게 울며 서이현에게 달려갔다.

그는 멀쩡한 팔로 그녀를 감싸 안고, 그녀의 머리카락에 위로의 말을 속삭였다.

그들을 보며, 강주아는 기묘한 박탈감을 느꼈다.

고통스러운 과거의 메아리였다.

그는 예전에 그녀를 바로 저렇게 안아주었었다.

의사들이 그들의 딸, 희망이가 사산되었다고 말했을 때.

그는 차갑고 조용한 병실에서 몇 시간이고 그녀를 안아주었다.

그의 팔은 그녀의 억눌린 슬픔을 막아주는 방패였다.

“절대 당신을 떠나지 않을 거야.”

그가 눈물 젖은 목소리로 속삭였었다.

“우린 이겨낼 수 있어. 함께. 맹세할게.”

희망이라는 이름을 지은 것도 그였다.

아기 방을 디자인한 것도 그였다.

심지어 손으로 만든 작은 목마를 사 와서는, 언젠가 딸에게 말 타는 법을 가르쳐주겠다고 약속했었다.

그 약속은, 다른 모든 약속들처럼, 이제 재가 되어버렸다.

“저 여자가 자기 애를 죽였어요!”

김아린이 갑자기 강주아를 향해 떨리는 손가락을 겨누며 비명을 질렀다.

“이현 씨가 말해줬어요! 일에 너무 미쳐서 자기 뱃속의 아기를 죽였다고요!”

날카롭고 독기 어린 말들이 공중에 떠돌았다.

“닥쳐, 김아린.”

서이현이 거칠게 쏘아붙였다.

그는 그것이 결코 넘어서는 안 될 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자신을 위해 만들어낸 거짓말이었다.

강주아가 과로로 쓰러졌을 때 곁에 없었던 자신의 죄책감을 덜기 위한 방편.

그는 도쿄에서 거래를 성사시키고 있었다.

그녀가 그를 위해 기획해준 거래였다.

김아린은 연극처럼 꺽꺽거리며 다시 울기 시작했다.

서이현은 어린 여자를 부축하며 힘겹게 일어섰다.

그는 마치 그녀가 유리로 만들어진 것처럼 가슴에 안았다.

떠나기 전, 그는 마지막으로 강주아를 보았다.

그의 눈은 차갑고 순수한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넌 평생 오늘을 후회하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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