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눈에는 그녀가 거짓말만 늘어놓고 다소 가벼워 보였다면 그녀의 눈에는 그가 냉혹하고 무자비했다. 최예림은 심준혁의 곁을 2년동안이나 지키며 자신이 그에게 아주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는데,결국에 그녀도 잠시 놀다버리는 장난감에 불과하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최예림은 심준혁이 자신의 첫사랑을 데리고 출산검사를 하는것을 보고 드디어 단념하고 마음을 접었다. 그녀가 이젠 더이상 그에게 매달리지 않자 그가 되려 그녀를 가만두지 않았다. "나를 믿지 않으면서 왜 나를 놔주지 않아?" 한때 세상 두려울것 없는 남자가 지금은 머리를 숙이고 애걸복걸하며 사랑을 구걸하고 있다."예림아,내가 잘못했어.나를 떠나지마."
올 겨울, 유난히 추운 유성의 어느 한 고급 별장 운경 공관에서는 남녀의 몸이 뜨겁게 뒤엉켜 있었다.
"준혁 씨, 조금만 천천히..."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침대 시트를 움켜쥔 최예림의 입술이 벌어지며 뜨거운 열기를 품은 숨을 토해냈다. 은은한 조명 아래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두 볼은 남자의 욕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날 어떻게 불러야 한다고 했지?" 일부러 그녀의 몸을 누르며 귓불을 아프지 않게 깨문 남자가 뜨거운 숨을 불어 넣었다.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참지 못한 그녀가 작은 고양이처럼 등을 말아 남자의 품을 더욱 파고들며 흐느끼다시피 말했다.
"사, 삼촌. 제발..."
그녀의 순순한 태도에 심준혁은 만족스러운 듯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렇게 그녀의 간드러진 신음 속에서 두 사람은 끝내 절정에 도달했다.
심준혁은 장소를 불문하고 삼촌이라고 불러주는 그녀의 목소리가 좋았다. 그 호칭은 두 사람의 육체적 욕망을 끌어낼 뿐만 아니라, 서로의 위치를 상기시키는 역할이기도 했다.
최예림은 그를 삼촌이라고 부를 때마다 배덕감과 민망감에 얼굴을 붉혔다.
이번 출장은 고작 보름밖에 되지 않았지만, 심준혁은 그녀의 몸이 그리워 미칠 지경이었다. 하여 출장에서 돌아오자마자 그녀를 안고 몇 번이나 품었지만, 여전히 그의 허리를 휘감고 놓아주지 않는 그녀 덕분에 이성이 녹아버릴 것만 같았다.
위험할 정도로 매혹적인 그녀의 몸을 거부할 수 있는 남자는 없을 것이다.
그의 욕망을 알아차린 최예림은 그의 목덜미에 머리를 얹고 몸을 더욱 지분거렸다.
"오늘따라 착하네." 심준혁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착해서 싫어요?" 낮은 목소리로 속삭인 그녀가 신음을 흘리며 더욱 대범하게 허리를 흔들었다. "삼촌, 새로운 시도를 해본 지도 꽤 오래된 것 같지 않아요?"
눈썹을 살짝 일그러뜨린 그의 미간이 서서히 풀어지더니 순수한 갈망으로 가득 찬 눈동자로 그녀를 마주했다.
"그럼 날 실망시킬 일은 없겠지." 심준혁은 칭찬하듯 그녀의 뺨에 입을 맞췄다.
반사적으로 두 다리를 그의 허리에 감은 최예림은 그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심준혁은 쉽게 부탁을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뜨거운 열기가 식어갈 때쯤, 날이 어슴푸레 밝아왔다. 이불 밖으로 튀어나온 최예림의 매끈한 살결에 지난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잠시 후, 심준혁이 욕실 밖으로 나오는 소리에 그녀가 천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미처 닦지 못한 물방울이 그의 가슴 근육과 복근을 타고 흘러내려 야릇한 상상을 떠오르게 했다.
소파에 편하게 기대앉아 담배에 불을 붙이는 그의 기분이 평소보다 더 좋아 보이는 듯했다. "원하는 게 뭐야?" 그가 담배 연기를 뿜어내며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 들어줄 수 있어요?" 그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살짝 쉰 듯한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의 얼굴에 기대감이 스치듯 피어 올랐다.
"들어나 보지 뭐." 심준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나, 당신 아내가 되고 싶어요. 심씨 가문의 사모님이 되고 싶다는 말이에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담담했던 심준혁의 두 눈이 차갑게 식어 내렸다.
아니나 다를까, 조롱하듯이 내뱉는 그의 실소에 최예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의 물음에 답하려는 듯, 끝까지 태우지 못한 담배에 일부러 힘을 주어 재떨이에 비벼 껐다. 그 동작은 마치 개미 한 마리를 짓밟아 죽이는 듯했다.
"주제도 모르고 감히 내 앞에서 이런 요구를 입에 올려? 내가 그동안 너무 잘해줬나 봐?"
빨간 입술을 꼭 깨물고 침대 시트를 움켜쥔 최예림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오나은 씨가 돌아왔다는 소식 들었어요. 그 여자와 결혼할 건가요?"
오나은, 최예림은 그 이름만으로도 속이 뒤집힐 지경이었다.
그녀는 심준혁이 영원히 잊지 못하는 첫사랑이자, 그가 열여덟 살이 되던 해 납치범으로부터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기도 했다. 그 사건이 있은 후, 심씨 가문은 오씨 가문과 두 사람의 혼약을 맺었다.
그의 곁에서 2년을 함께한 최예림은 그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난 그저 살고 싶을 뿐이에요. 삼촌도 내가 심씨 가문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있잖아요. 그래서 난, 내 편을 만들고..."
"편을 만들고 싶다고?" 심준혁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단번에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
어느새 최예림의 앞에 다가선 심준혁은 그녀의 턱을 으스러지도록 움켜쥐고 매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최예림, 네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내가 모를 것 같아? 네가 심씨 가문 사모님 자리에 앉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결혼 한 3년 동안, 심예은은 서운길의 마음을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남자의 마음속에는 온통 첫사랑이었고 심예은에 대해서는 오직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정밖에 없었다. "아이만 낳으면 놔 줄게." 심예은이 출산의 고통을 겪고 있을 때, 서운길은 다른 여자를 품에 안고 전용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여행을 가고 있었다. "누구를 좋아하든, 나를 사랑하든 말든, 더 이상 상관하지 않을 거야. 당신에게 빚진 건 이미 다 갚았으니까. 앞으로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자." 심예은이 떠난 후, 서운길은 그녀의 존재가 크게 느껴졌다. 방 안에는 그녀의 흔적이 가득했고 가는 곳마다 그녀의 향기가 나는 듯했다. "나한테 기회를 한 번 더 줄 수 없을까?"
"원 씨 집안 도련님 말이야, 약혼했다고 들었는데, 약혼녀는 시골에서 올라온 여자래. 얼마나 촌스럽고 못생겼는지." 권여정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들은 첫 소리였다. 맞다, 그 촌스럽고 못생긴 약혼녀가 바로 권여정이었다. 할아버지와의 약속때문에 여기까지 왔지만 자신에 대한 소문이 이렇게 황당할 줄이야.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것은 지금 비웃고 있는 그 소녀는 이 도시의 제일 부자였다. 그뿐일까? "부자"는 소녀의 여러 캐릭터중의 하나였고 숨겨져 있는 비밀은 더욱 모든 사람들의 입을 떡 벌리게 했다.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 신비로운 천재 해커......부자는 그중에서 제일 평범한 타이틀일뿐. 그러던 어느 날, 연회에서 권여정의 정체가 드러났고 다음 날 원제욱은 성명을 내고 모든 반대론자들을 침묵시켰다. "저는 권여정 씨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곧 결혼할 것입니다." 권여정이 정체를 숨긴 이유는 무엇일까? 원제욱이 그녀를 언제부터 사랑하게 된 것일까?
결혼한 지 3년, 그는 밤낮으로 그녀의 몸을 탐했지만, 마음엔 항상 그의 첫사랑을 품고 있었다 . 그녀는 열심히 이부인 역할에 최선을 다하여 이 성관계만 있고 사랑이 없는 결혼을 지키려고 했다. 드디어 그녀가 임신을 하게 되었고 사랑하는 남편은 그녀를 직접 수술대에 올려놓았다. "고현아, 아이와 당신, 둘 중에 하나만 살수 있어. "고현아의 마음이 산산조각이 났고 절망적인 나머지 그를 떠났다. 다시 만났을 때, 그녀는 완전히 환골탈태하여 모두를 놀라게 했다! 쓰레기 같은 전남편은 무릎을 꿇고 빌기 시작하였다. "현아야, 집에 가자. " 고현아는 여유로운 미소를 짓으며 한마디만 남겼다."미안,남자한테 관심없어."
신혼 당일, 은지안의 신랑은 다른 여자와 도망쳤다. 화가 치밀어 오른 그녀는 아무 남자나 붙잡아 결혼해버렸다. " 당신이 결혼 할 용기가 있다면 나도 이 결혼을 받아들일 용기가 있어요!" 결혼 후에야 그녀는 남편이 유씨 집안에서 쓸모없기로 유명한 도련님인 유정효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모두가 그녀를 비웃고 있었다. "이제 큰 코 다쳐바야 정신차리지." 웃기는 건 그녀를 버린 쓰레기 전남친도 위로하는 척 관심을 보였다."나한테 화난건 알겠지만 너무 경솔했어.조만간 후회할게 되거야." 은지안은 차갑게 웃으며 반박했다."웃기지마! 나와 남편은 서로 많이 사랑하고 있어!" 다들 그녀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느 날, 유정호의 정체가 드러났고, 그는 전 세계 최고 갑부 였다! 전 세계 생방송하는 중에 유정효는 한쪽 무릎을 꿇고 손에 10억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를 쥔 채 천천히 말했다. "사모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녀에게 결혼은 가시밭이었다. 구준서와 결혼한 6년 동안 문보연은 그 집안의 하인보다도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후회한 적이 없었다. 그의 아내라는 이름 만이라도 그녀는 행복했기 때문에...... 그러나 어느날, 구준서의 한마디 말에 그녀는 자신이 만든 꿈에서 깨어나게 되었다. "이현이가 돌아올 거야. 그래서 이 집에서 나가 줘." 주이현은 구준서의 첫사랑이었다. 마음속의 제일 깊은 곳에 숨어 있었던 여자. "이혼하자." 모든 실망과 슬픔을 한 마음에 두고 문보연은 이혼을 제기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차가워진 마음을 감싸고 6년 살았던 집을 떠났다. "보연아, 가자. 옛날의 네 모습을 찾아줄게."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권재원이 손을 내밀며 찬란한 웃음을 지었다. "누나, 저 기억하세요? 이제부터 제가 누나를 지킬게요." 최고의 모델 이현우는 따뜻하게 포옹하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나중에 문보연의 빈 공간을 느낀 구준서는 후회했다. 그는 그녀의 마음을 다시 되돌릴 수 있을까?
강모연은 강씨 가문에서 몇년동안 잃어버린 진짜 아가씨다.가족에게 돌아간후 최선을 다해 가족을 기쁘게 하려고 노력하였다.하지만 그녀의 신분이나 학위든,디지인 작품이든 할거 없이 전부 양녀에게 양보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가족의 사랑을 받지 못했고 반대로 그들의 더 거침없는 박탈을 당했다.강모연은 더 이상 물러서지 않고 냉정하게 관계를 끊었다. 지금의 그녀는 검은 띠 9단에 8개국 언어를 능통하고 의학계 대표의사인 동시에 마스터급의 디자이너이다.강모연이 말햇다."이제부터,내가 강씨 가문에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