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결혼했어요."
어둠 속에서 거센 힘으로 문에 밀쳐진 당소월은 뜨거운 숨결이 목덜미에 닿자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가는 허리를 움켜쥔 남자가 비웃으며 말했다. "결혼했다면서 이런 일도 해? 네 남편은 알고?"
당소월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한 시간 전, 그녀는 영상 하나를 받았다.
영상 속에서는 그녀의 남편 육호와 이복동생 당유나가 반나체로 침대 위에서 뒹굴고 있었다.
그녀는 불륜 현장을 덮치러 호텔에 온 것이었다.
하지만 방 호수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낯선 남자에게 이끌려 방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여기까지 와 놓고 왜 튕기는 거야?" 남자는 그녀를 번쩍 안아 들어 침대에 던지더니 넥타이를 풀어 그녀의 손목을 묶고는 그대로 입술을 덮쳤다.
"결혼했으니 경험도 많겠지?" 남자는 그녀의 옷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아직..." 남자의 품에 안긴 당소월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
결혼 3년 차, 그녀는 아직 처녀였다.
이 말을 한들 누가 믿어줄까?
순간 분노가 치밀어 오른 당소월은 저항을 멈췄다.
너무 아팠다. 정말이지 너무 아팠다.
당소월은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여린 살을 파고들자 입안에 피비린내가 가득 퍼졌다.
3년 동안 지켜온 첫날밤을 이렇게 낯선 남자에게 허무하게 빼앗기고 말았다.
그녀는 남자의 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다.
......
다음 날, 당소월은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에 잠에서 깼다.
"당소월 씨, 빨리 제국병원으로 와주세요. 어머님께서 위독하십니다."
"남편 전화야?"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당소월은 황급히 침대에서 일어나 바닥에 흩어진 옷을 주워 입고 고개를 숙인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젯밤 일은 없던 걸로 하죠."
그녀는 어젯밤의 일을 육호의 배신에 대한 복수라 여기기로 했다.
남자는 상의를 벗은 채 침대에 누워 차갑게 비웃었다. "생각보다 더 막돼먹은 여자였네."
남편이 있는데도 밖에서 다른 남자와 몸을 섞고, 일이 끝나면 헌신짝처럼 버리는 여자.
당소월은 어머니를 만나야 한다는 생각에 남자의 얼굴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당소월이 떠나자 나 비서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하준서는 술기운에 욱신거리는 이마를 누르며 물었다. "내 침대에 여자 들인 거, 할머니 짓이야?"
나 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할머니가 직접 고른 여자였다.
수도 제일 재벌의 대표이자 A국 최대 상장회사의 사장인 그가, 첫날밤을 유부녀에게 빼앗긴 것이다.
어젯밤, 그가 밤새도록 몰아붙였지만 여자는 신음 한 번 내지 않았다. 경험이 많은 여자임이 틀림없었다.
아침에 본 그녀의 무심한 표정을 떠올리니, 아무 남자와나 쉽게 몸을 섞는 그런 부류의 여자일 것이다.
할머니가 대체 이런 여자를 어디서 찾아와 그에게 보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어젯밤 술만 마시지 않았더라면...
하준서는 어지럽게 흩어진 침대를 훑어봤다.
침대 시트 위에 선명하게 묻은 핏자국을 발견한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결혼한 여자라고 하지 않았나?
여자가 방을 나서기 전, 피가 맺힌 그녀의 입술을 어렴풋이 본 것 같기도 했다.
만약 그녀가 처녀였다면, 어젯밤 그가 그녀를 그렇게 거칠게 다루었는데...
당소월은 택시를 잡아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문으로 들어서자마자, 당유나가 육호의 팔짱을 낀 채 의기양양하게 당소월 앞에 나타났다.
당소월은 두 사람을 노려보며 물었다. "너희 둘, 언제부터 붙어먹은 거야?"
당유나는 육호의 어깨에 기대며 당소월을 도발했다. "언니 결혼식 날. 그날 밤부터 형부는 내 남자였어."
"형부랑 3년이나 살고도 아직 처녀라며? 어휴, 쪽팔려."
당유나는 당소월을 비웃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당소월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차가운 물을 뒤집어쓴 기분이었다.
지난 3년간 그녀는 현모양처가 되어 육호가 집에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는데, 정작 그는 결혼 첫날밤부터 당유나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던 것이다.
결혼 후 육호가 자신을 한 번도 건드리지 않은 것을 그저 바쁘기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었고, 그 여자가 바로 제 이복동생 당유나였다니.
당소월은 두 사람을 쏘아봤다.
왜 진작 이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을까?
어렸을 때부터 당유나는 제 물건을 빼앗길 좋아했다. 하물며 남자까지 빼앗을 줄이야.
"당소월, 이혼해. 넌 빈손으로 나가." 육호가 차갑게 말했다.
당소월은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3년간의 기다림과 헌신의 대가가 위자료 한 푼 없이 쫓겨나는 것이라니.
당소월은 차갑게 비웃었다. "육호, 내가 그깟 돈 몇 푼에 눈 돌아갈 여자로 보여?"
당소월은 돈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재벌가 출신으로 재산이 적지 않았기에, 그녀는 돈이 아쉬워 본 적이 없었다.
육호는 차갑게 코웃음 쳤다. "네가 아직도 무슨 대단한 아가씨인 줄 알아? 네 엄마 죽고 나면 넌 길거리 거지보다 못할걸."
당소월은 온몸이 떨렸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당소월, 지금 병실로 가면 네 엄마 마지막 모습은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당유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의 붉은 입술이 꼭 피를 머금은 것 같았다.
당소월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여 병실로 달려갔다.
"사망자는 당청아 님, 사인은 손목 자해로 인한 과다출혈입니다. 향년 48세입니다."
병실에서 들려오는 의사의 차가운 목소리가 당소월의 머리를 세게 내리쳤다.
"어머니는 계속 혼수상태였어요. 그런 분이 어떻게 자살을 해요?" 당소월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어머님께서는 병원에 도착하셨을 땐 의식이 있으셨습니다." 의사가 말했다.
당소월은 이해할 수 없었다.
10년 넘게 혼수상태였던 어머니가 어떻게 갑자기 깨어날 수 있단 말인가?
그때 당유나와 육호가 병실 문 앞에 나타났다.
당유나는 웃으며 종이 한 장을 당소월의 얼굴에 던졌다. "똑똑히 봐, 이건 네 엄마 유서야. 자살이라고 똑똑히 쓰여있고, 넌 재산 상속을 포기한다고도 했어. 방금 아버지가 전화하셨는데, 넌 이제 당씨 가문에서 쫓겨났대! 이제부터 넌 아무것도 없는 알거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