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부녀라면 이런 건 익숙하겠지?" 남성은 비웃으며 도지연의 옷을 하나씩 찢어버렸다.
그러자 도지연은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쳤다. "아직..." 그러나 그녀는 끝내 그 말을 삼켰다.
결혼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도지연의 남편은 그녀와 단 한 번도 관계를 갖지 않았다. '누가 이 사실을 믿어 주겠어...'
계속해서 도지연의 머릿속에 육호성과 도소희의 영상이 떠오르자 강한 분노가 치솟았고 더 이상 저항을 하지 않았다.
이에 남성은 더욱 무자비하게 그녀의 몸 안으로 파고 들었다. 도지연은 뼈가 부서질 듯한 고통에 입술을 깨물자 비릿한 피 맛이 입 안에 가득 번졌다.
그렇게 그녀가 3년간 지켜온 첫날밤이 얼굴조차 모르는 남성에게 아무렇게나 빼앗기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
휴대폰 진동 소리에 도지연은 잠에서 깨어났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지연 씨, 제성병원입니다. 어머님 일로 급히 와주셔야겠습니다."
그 순간, 뒤에서 남성의 비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편 전화인가 보군."
이에 도지연은 황급히 옷을 주워 입으며 말했다. "어젯밤 일은 없었던 걸로 해요."
어젯밤의 일은 남편의 배신에 대한 복수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자 남성은 상체를 드러낸 채 침대에 걸터앉아 비웃으며 말했다. "생각보다 훨씬 헤픈 여자군."
남성의 음성에는 노골적인 경멸이 가득 묻어났다. '유부녀 주제에 다른 남자와 자 놓고 이제 와서 없던 일로 하자고?'
머릿속이 온통 어머니에 대한 걱정 뿐인 도지연은 남자의 말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그를 무시한 채 곧바로 방을 나섰다.
도지연이 떠나자마자 노크 소리와 함께 천천히 문이 열리더니 나 비서가 살며시 방 안으로 들어섰다. "하 도련님."
하준우는 지난 밤의 숙취로 이마를 지그시 누르며 물었다. "이게 다 할머니 짓이지?"
그 물음에 나 비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어. 할머니가 보낸 여자군.' 그 생각에 하준우는 순간 짜증이 치밀었다.
그는 제성 최대 재벌가의 총수이자 국내 굴지의 상장사를 거느린 인물이다. 그런 자신이 술에 취해 유부녀에게 첫 경험을 빼앗겼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었다.
지난 밤을 떠올리자 하준우의 얼굴이 더욱 차갑게 굳어졌다. 그 여성은 아무리 거칠게 다뤄도 신음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하준우는 그게 경험 많은 여자의 여유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조금 전 그녀의 차분하고 무심한 표정은 더욱 그 생각을 확신으로 바꾸었다. '남자를 이용하고 버리는 여자.'
하준우는 대체 그의 할머니가 어디서 그런 여자를 구해 보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술기운만 아니었다면 그는 절대 그녀를 건드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순간, 침대 시트 위 붉은 자국이 그의 시선을 붙잡았다. '유부녀라면서... 설마…'
그리고 문득 그녀가 나가던 순간, 입가에 희미하게 묻어 있는 핏자국이 떠올랐다. '설마... 내가 첫...'
한편,
도지연은 택시를 잡아타고 황급히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복도엔 도소희가 육호성의 팔짱을 낀 채 뻔뻔하게 서 있었다.
도지연의 눈가가 붉게 달아올랐다. "너희 둘, 대체 언제부터였어?"
그 물음에 도소희는 육호성의 어깨에 몸을 기대며 대답했다. "글쎄? 언니 결혼식 첫날 밤부터였나? 그 날 언니 남편이 처음 내 침대에 올라왔거든. 결혼한 지 3년이 됐는데 아직도 처녀라는 게... 참, 부끄럽지 않아?"
이어 도소희의 날카로운 웃음소리가 복도에 가득 울려 퍼졌다.
그 말에 도지연은 충격에 빠져 그 자리에 온 몸이 굳어버렸다.
지난 3년간 그녀는 육호성의 순종적인 아내로 살며 매일 같이 남편의 귀가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는 결혼 첫날 밤부터 이미 다른 여자와 함께 침대를 뒹굴고 있었다.
그러자 모든 것들이 한 순간에 퍼즐처럼 맞춰졌다. 육호성이 결혼 생활 내내 한 번도 자신을 안아주지 않았던 이유가 바로 그녀의 이복동생 때문이었다.
그 사실에 도지연의 가슴 속에 굴욕과 분노가 들끓었다. '진작 알았어야 했어...' 도소희는 어릴 때부터 늘 도지연의 것을 빼앗는 데 익숙했다. 장난감이든 옷이든, 그리고 심지어 이제는 그녀의 남편까지 빼앗아 버렸다.
그때, 육호성이 도지연을 향해 차갑게 말을 내뱉었다. "도지연, 우리 이혼하자. 나에게 아무것도 바라지마. 그냥 빈 손으로 나가."
그 말에 도지연의 가슴이 날카롭게 찢기는 것만 같았다. 3년의 기다림과 헌신이 고작 그 한 마디에 무너지고 말았다.
도지연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육호성, 넌 내가 돈 따위에 연연할 사람으로 보여?"
도지연은 단 한 번도 돈에 집착한 적이 없었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그녀에게 돈은 인생의 큰 이유가 아니었다.
그러나 육호성은 그 물음에 비웃으며 말했다. "아직도 네가 그 잘난 집안 딸인 줄 알아? 네 엄마가 죽으면 넌 그저 길바닥에 나앉게 될 거야."
그 말에 도지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러자 도소희가 잔혹하게 미소를 지으며 끼어들었다. "지금이라도 뛰어가면 너 엄마의 마지막 얼굴은 볼 수 있겠네."
그 말에 불안감을 느낀 도지연은 모든 걸 내팽개치고 병실로 달려갔다.
"안타깝지만 심혜정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습니다." 의사의 말에 도지연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럴 리 없어요! 엄마는 몇 년째 의식이 없으셨단 말이에요. 어떻게 그런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겠어요!"
"병원에 오셨을 땐 환자분께서 의식이 명료하셨습니다."
하지만 의사의 말에도 도지연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수 년간 혼수상태였던 어머니가 어떻게 갑자기 깨어나 자살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때, 병실 문에 서 있었던 도소희가 비웃으며 도지연에게 종이 한 장을 던졌다.
"똑똑히 봐. 이게 언니 엄마의 유서야. 여기 자살이라고 써 있잖아. 그리고 유산은 언니가 전부 포기한다고 적혀 있어. 아빠한테 방금 전화 왔는데 언니는 이제 우리 집안 사람이 아니래. 즉, 지금 이 순간부터 언니는 돈 한 푼도 없는 알거지가 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