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bb소설 책 모음전
장애자의 아내로 환생
할머니는 은자 다섯 냥을 받고 이 몸 주인을 한 장애인에게 팔아넘겼다. 어쩔 수 없었던 몸 주인은 물에 뛰어들면서 스스로 목숨을 마감했는데 서은별 영혼은 시공간을 초월해서 이 몸에 들어와 이 세상에서 다시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다.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시고 굶주린 여동생과 남동생만 있었는데 악당들이 그들을 그녀처럼 팔기 전에 그들을 구해야만 했다.
그 여름날의 소년
던 노리스는 열여덟 살에 사랑을 믿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블레인과 결혼할 줄 알았다. 하지만 스물다섯의 어느 날, 던은 믿고 싶지 않은 말을 들었다. “던? 그냥 생선 가게 아줌마야. 밤에 안는 것도 지겨워. 비린내가 너무 심하잖아.” 심장이 멈춘 것 같았다. ‘어쩌면 지쳐서 한 말이겠지, 다들 그런 시기가 온다니까.’ 그렇게 자신을 설득하며 던은 하루하루를 견뎠다. 하지만 그가 새 여자친구를 위해 할머니의 피를 뽑고, 유골함까지 내던졌을 때, 그녀는 완전히 마음을 접었다. 그 순간, 던은 알았다. 그녀가 사랑했던 블레인은 이미 수년 전 그 여름 햇살 아래에서 사라졌다는 걸. 그리고 지금, 스물여덟 살의 던은 블레인의 철천지원수와 한 침대에 누워 있다. 하지만 그녀도 이 순간만큼은 몰랐다. 한 번의 잠자리가 이 남자와의 평생이 될 줄은.
기억 상실의 대가
나의 베타메이트 카이안은 어느 날 외로운 늑대의 습격으로 부상을 입고 기억을 잃었다. 그는 나와 내 뱃속의 아이를 잊고 다른 암컷 늑대인 감마 에블린과 짝을 맺었다. 카이안은 에블린이야말로 운명의 짝이라며, 계급이 낮은 오메가인 나는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는 그의 뜻대로 우리 사이의 메이트 관계를 끝냈다. 그 후, 나와 두 번째 메이트인 알파 킹과의 결혼식 날, 카이안은 붉게 충혈된 눈으로 날 노려보며 말했다. “내 아이를 데리고 다른 놈이랑 결혼하겠다고?” 나는 평평한 아랫배를 쓸어 내리며 차분히 대답했다. “그럴 리 없지. 당신의 아이는 이미 떠났으니까.”
생사의 기로에서 그는 입양 여동생을 선택했다
알파 칼의 메스가 내 피부를 천천히 가르며, 수술이 시작되고 있었다. 숨소리조차 삼켜버릴 듯 고요한 수술실 안에서 그의 주머니 속 휴대전화가 갑자기 요란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칼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전화를 받았다. “칼,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칼의 얼굴 보고 싶어.” 입양된 여동생, 비앙카의 목소리는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비앙카는 자살을 시도했다. 이 소식을 들었을 때 내 배는 이미 열려 있었다. 피와 빛, 기계음이 뒤섞인 수술대 위에서 나는 숨을 고르며 그를 바라보았다. 칼은 손에 쥔 메스를 떨어뜨리더니, 천천히 알파 아서를 향해 몸을 돌렸다. “이제 루나의 수술은 당신에게 맡깁니다.” 그 한마디를 남기고 그는 뒤돌아 섰다. 그의 뒷모습이 문 너머로 사라질 때, 내 심장은 보이지 않는 손에 짓눌린 듯 아프게 죄어왔다. 참으려 했지만, 눈물이 이내 흘러내렸다. 그 순간, 차갑고 날카로운 금속이 다시 내 피부를 파고들었다. 알파 아서의 목소리가 냉철하게 울렸다. “왜 우는 거죠? 내가 여기 있는 한, 당신은 죽지 않을 겁니다.”
100번의 복수
의사는 방금 내 몸에서 채취한 골수를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통에 버렸다. 내가 말을 꺼내려던 순간, 옆방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번이 97번째 복수래. 바보 같은 바네사는 티모시가 중독됐다고 믿고 서둘러 골수를 기증했대." "바네사가 브리아나의 챔피언십을 훔쳤잖아. 기다려봐, 티모시는 세 번 더 보복할 거야. 그 여자, 결국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할걸." 내가 모든 걸 다 바쳐 사랑한 사람, 티모시는 친구들이 내 얘기를 떠들어대는 걸 태연히 듣고 있었다. 지난 4년 동안 나는 존재하지 않는 약혼반지를 찾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졌고, 눈보라 속에서 달의 여신상 앞에 꿇어앉아 기도했으며, 공들여 준비해왔던 피아노 대회도 망쳤다. 하지만 티모시는 계모 브리아나의 분노를 대신 갚기 위해 나에게 가할 100번의 고통을 치밀하게 설계해왔다. 그의 연극 같은 '사랑'이 무너진 것은, 무너진 은광에서 내 시신과 임신 검사지를 함께 발견하고 난 뒤였다. 이제, 사랑이라는 이름의 속임수에 맞서 내가 복수할 차례다.
아들의 죽음이 끊어놓은 인연
내 짝인 데이미언은 세 번째로 우리 딸의 생일을 지나쳤다. 모두 그의 불륜 상대인 클라라 때문이었다. 내 아들 노아는 아버지가 자신을 싫어해서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는 영혼이 병든 저주받은 오메가였으니까. 결국 노아는 다락방에서 뛰어내려, 영원히 이 세상을 떠나버렸다. 나는 그의 부서진 몸을 품에 안고,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을 되새겼다. "다음 생에는 강한 알파가 되어, 다시는 아빠를 실망시키지 않겠어요." 그 순간, 내 안의 늑대 영혼은 산산이 부서졌다. 나는 미친 듯이 데이미언의 이름을 부르며 그와의 연결을 시도했지만, 그는 계속해서 내 호출을 거부했다. "클라라의 딸이 아파! 영혼이 약해지고 있어. 내가 그녀를 달래줘야 해." 그는 차갑게 우리의 연결을 끊어버렸다. 노아의 장례식이 끝난 후, 나는 그의 모든 변명을 차분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무리 앞에서 결단을 내렸다. 우리의 짝 인연을 영원히 끊기 위한 의식을 치른 것이다. 그제야 그는 내가 완전히 떠날 것임을 깨닫고, 후회하며 울었다. "우리는 진정한 운명의 짝이었어. 내가 널 배신하지 말았어야 했어."
삶의 끝자락에서 배신을 당하다
“넌 쓸모 없는 존재야. 쓰레기나 주워 먹어.” 양아버지의 목소리는 칼날처럼 차가웠다. 그는 자신의 체액에 절여진 더러운 과일 껍질을 억지로 내 앞에 들이밀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 벗어나야 했다. 하지만 그는 내 손목을 부러뜨렸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고, 공포와 절망이 나를 집어삼켰다. "멈춰!" 그때, 문가에서 낮지만 단호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곳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분노로 물든 눈빛, 그리고 압도적인 존재감... 무리의 우두머리 에두아르도였다. 양아버지는 순간 얼어붙었다. 그의 눈에 공포가 스쳤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비틀거리며 남자의 뒤로 달려가 몸을 숨겼다. “어떻게 자신의 딸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지?” 알파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 서릿발 같은 분노가 서려 있었다. 양아버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단지 마지막으로 나를 노려보곤, 문을 쾅 닫고 사라졌다. 그제야 나는 무너지듯 에두아르도의 품에 안겼다. 그는 부드럽게 내 등을 두드리며 위로했다. “이제 괜찮아. 그는 다시는 널 해칠 수 없어.” 그의 손길은 따뜻했다.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보호받는 기분을 느꼈다. 시간이 흘러, 나는 그의 루나가 되었다. 그리고 우린 영원히 함께할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우리의 10주년 기념일에 산산이 부서졌다. 그의 첫사랑이 돌아온 것이다. 그는 나를 버리고 그녀에게로 갔다. 그 대가로 우리의 첫 아이는 생명을 잃었다. 그럼에도 그는 담담했다. “괜찮아. 언젠가 또 다른 아이가 생길 거야.” 하지만 그는 몰랐다. 내가 이미 은 중독에 걸려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이제 내게 남은 시간은 겨우 66일뿐이었다.
내가 죽어가는 동안, 그는 첫사랑과 함께했다
발렌타인데이에 말기 위암 진단을 받았고,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혼란과 공포에 휩싸여 제정신이 아닌 나한테 세바스찬 내쉬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말했다. "미안해, 베티.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어." 그리고 그는 진지하게 약속했다. "우리 혼인을 배신한 건 아니야. 그녀와의 관계는 그냥 정신적 유대감일 뿐이고 육체적인 관계는 절대 없어. 너에 대한 내 감정도 변함없고 남편으로서의 책임도 계속 다 할 거야." 나는 진단서를 꼭 쥔 채 힘겹게 몇 마디를 뱉었다. "그래. 허락할게." 세바스찬은 놀라는 한편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베티, 날 떠나지 마. 그녀를 사랑하지만, 너를 더 사랑해. 제발 화내지 말고 소란도 피우지 마."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안 그럴게." 죽음을 앞둔 사람으로서 소란을 피울 일은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