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한번이라도 사랑해 줄 수 있나요
나는 시스템에 의해 한 권의 책에서 이 세상으로 왔고, 내 임무는 자크슨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만약 자크슨이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나는 시스템에 의해 영원히 소멸된다.
신체는 서서히 썩고 악취를 풍기다가, 결국에는 뼈도 남기지 못하고 핏물이 되어 사라진다.
내 생명이 며칠 남지 않은 그때, 나는 그에게 죽어간다고 고백하며 사랑해 달라고 애원했다.
그러자 그는 차갑게 말했다. "그럼 그냥 죽어."
그 후, 내가 정말로 죽음을 눈앞에 두었을 때, 그는 오히려 울면서 나에게 제발 살아달라고 애걸하였다.
1.
내 삶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고, 나는 곧 무너질 몸을 지탱하기 위해 약물에 의존하며 자주 응급실 신세를 졌다.
병원 침대에 누워 한 손으로 휴대전화를 들고 자크슨의 번호를 눌렀다.
그가 전화를 받는 순간, 나는 마치 사탕을 받은 몇 살짜리 꼬마처럼 행복해졌다.
"자크슨, 나 또 응급실에 실려 왔어… 하지만 이번에도 다행히 아무 일도 없이 넘어갈 것 같아.”
."병원에 와서 나 좀 볼 수 있어?"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올 때마다 나는 자크슨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내 몸이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았다.
"릴라, 지난달에 너는 응급실에 17번 갔고, 이번 달에는 8번이나 응급실에 실려 갔으면서 왜 아직도 안 죽는 건데?"
"정말 대단하네, 이렇게 어이없는 거짓말로 나의 동정을 얻으려 하다니."
자크슨은 내가 말한 것을 전혀 믿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내가 응급실에 몇 번 갔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나조차도 차가운 의료 기구들이 나를 몇 번이나 살렸는지 셀 수 없었다.
내가 아는 것은 죽음을 맞이할 때마다 자크슨만 생각난다는 것이었다.
그가 나를 사랑해 주기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책 속에서 왔고, 누군가의 펜 끝에서 만들어진 한낱 캐릭터에 불과했다. 내 운명은 이미 오래전에 정해져 있었다.
내 운명을 바꾸는 유일한 방법은 내 세상이 아닌 이곳에서 자크슨의 사랑을 얻든 것이다.
만약 그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나는 사라지는 그날까지 초라하고 비참하게 죽음을 기다려야 한다.
"자크슨, 나 정말 죽어가고 있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 떠나기 전에 너를 한 번 더 볼 수 있을까?"
"곧 네 생일이야. 내가 생일 축하해 주고 싶어."
내 말투는 극도로 비굴했다.
자크슨의 차가운 웃음소리가 전화기를 통해 들렸다. "죽을 거면 빨리 죽어!"
"네가 죽으면 네 시신을 거두러 갈 건지는 생각해 볼게."
자크슨은 전화를 끊었다. 내가 다시 전화했을 때, 그의 전화는 이미 꺼져 있었다.
나는 휴대전화를 멍하니 쳐다보며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나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조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션 상대가 그인데, 오히려 내가 진심으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2.
자크슨이 만나러 오기를 거부한다면, 내가 직접 그를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그의 생일이 다가오고 있었고, 어차피 내 몸은 치료가 불가능하니, 그냥 퇴원해서 그의 생일을 축하해 주자고 생각했다.
떠나기 전에 주치의는 말했다. "지금 같은 상태로 병원에서 계속 항암 치료를 받지 않으면, 2주도 버티기 힘들 겁니다."
"괜찮아요," 나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날이 언젠간 올 거라면, 차라리 미리 집에 가서 떠날 준비를 하는 게 나아요."
주치의는 나를 동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환자분도 참 안됐어요. 입원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가족은 어떻게 한 번도 보러 안 와요?"
"남편은 한 번 왔지만 소리만 지르고 가버렸죠..."
주치의는 말을 멈추고, 나머지 말은 긴 한숨으로 대체했다.
나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것 같았다. 그녀는 내 남편 자크슨이 정말 무정하다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그녀는 또 내 가족들이 너무 무정하다고, 나를 전혀 돌보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알지 못했다. 나는 마치 거품과 같은 존재이며, 가족이 없다는 것을.
자크슨은 나의 유일한 가족이었다.
책 속에서 갓 빠져나왔을 때, 나는 그를 만났다. 그가 너덜너덜한 나를 집으로 데려갔다.
그는 나에게 릴라라는 이름을 주고, 읽고 쓰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는 나를 세심하게 돌보았으며, 배부르고 따뜻하게 지내게 해 주었고,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게 해주었다.
그때만 해도 나는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아주 쉬운 임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그는 친구들의 장난으로 인해 정신이 혼미해졌고, 그가 괴로워할 때 내가 스스로 나서서 그의 해독제가 되어주었다.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수줍게 그의 가슴에 기대며 말했다. "자크슨, 이제 난 당신 사람이야. 우리 사귀자."
하지만 그는 나를 밀쳐냈다.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너무 파렴치해!"
나는 이불을 몸에 감은 채 침대에서 굴러떨어졌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너도 나를 좋아하잖아? 왜 화를 내는 거야?"
그는 옷을 입으며 나에게 소리쳤다. "난 케일리를 좋아해. 너는 그냥 내가 길가에서 주워 온 거지야. 널 좋아할 리 없어."
알고 보니 자크슨은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 일 이후로, 그는 나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중에 그의 가족이 우리 관계를 알게 되었고, 그의 부모님은 우리를 강제로 결혼시켰다.
그는 나를 멀리하던 데서 경멸로, 심지어는 증오까지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