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준 씨, 아파요. 살살 해요…"
식탁에 엎드린 소지연은 허시준의 거친 움직임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핏줄이 불거진 그의 손목을 세게 움켜쥐고 밀어내려 했다.
그녀의 극심한 거부감에 허시준의 눈빛에 불쾌함이 스쳤고 움직임이 더욱 거칠어졌다. 분노로 가득 찬 눈매는 그녀를 찢어발기려는 듯했다.
"소지연, 이게 네가 원했던 거 아니야? 날 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혼까지 한 네가 이제 와서 순결한 척 연기하는 건 누구한테 보여주려는 거야?"
그의 말 한마디에 소지연의 자존심이 산산조각 났다. 눈시울이 빨개진 그녀가 필사적으로 부인했다. "아니에요. 그때 그 일은 제가 한 짓이 아니에요."
허시준의 잘생긴 얼굴에 날카로운 조소가 스치더니 움직임이 더욱 격렬해졌다.
"소지연, 아직도 거짓말만 늘어놓는구나. 먼저 날 이용한 건 너잖아. 왜 지금 와서 무고한 여자처럼 행동하는 거야? 네가 원하는 대로 이뤄졌지만, 난?"
허시준은 허씨 그룹의 최연소 대표로서 비즈니스 업계에서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이지만 결국 소지연의 손에 넘어가고 말았다.
소지연은 하얀 이로 붉은 입술을 세게 깨물며 도망치려 했지만, 남자에게 거칠게 붙잡혀 억압당했다.
바닥에는 소지연이 하루 종일 직접 준비한 촛불 저녁 식사가 엉망진창으로 널브러져 있었다.
오늘은 그들의 결혼 3주년 기념일이자, 허시준이 그녀를 오해한 지 1095일째 되는 날이었다.
남자의 거친 움직임에 소지연은 변명조차 할 수 없었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고, 팔은 본능적으로 그를 밀어내려 애썼지만, 그의 힘 앞에서 무력하기만 했다.
"시준 씨, 그만해요. 오늘은 안 돼요."
허시준은 마디가 선명한 손가락으로 짓궂게 그녀의 붉은 입술을 틀어막고 말했다.
"뭐가 안 된다는 거야? 부부의 의무야, 견디기 힘들어도 참아야지."
그의 몇 마디에 소지연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입술을 비틀었다. "내가 아직도 당신 아내라는 걸 알고 있었네요? 난 주청미가 당신 아내인 줄 알았는데."
허시준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더니 그녀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닥쳐, 너는 청미의 이름을 입에 담을 자격도 없어!"
다리가 풀린 소지연은 그대로 소파에 주저앉았다. 그녀도 결혼기념일에 주청미의 이름을 언급하고 싶지 않았지만, 몇 시간 전 주청미가 그녀에게 영상을 보내왔다.
영상 속 주청미는 허시준의 어깨에 기대어 다정하게 화려한 불꽃놀이를 감상하고 있었다. 불꽃놀이가 끝난 후, 두 사람은 나란히 5성급 호텔로 들어갔다.
남녀 단둘이 호텔에 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결혼기념일인 오늘, 당신이 주청미를 만나러 가지 않았다면, 나도 걔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았을 거에요."
허시준은 그녀의 손목을 움켜잡고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고 눈빛에는 걷힐 수 없는 한기가 서려 있었다. "소지연, 날 미행한 거야?"
소지연은 자조적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결혼한 지 3년 동안, 그녀는 직장을 포기하고 남편 주위만 맴도는 전업주부가 되었다. 그런 자신이 어떻게 남편을 미행할 수 있겠는가?
"허시준, 난 당신을 미행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결혼기념일에 첫사랑을 만나러 간 당신은 날 대체 뭘로 생각하는 거예요?"
분노가 완전히 폭발한 허시준은 마디가 선명한 손가락으로 그녀의 부드러운 목덜미를 누르고 앞으로 끌어당겼다. 그의 눈빛은 마치 그녀를 찢어 놓을 듯이 사나웠다.
"성욕 해소 도구. 그게 답이지 않을까?"
소지연은 그 말에 온몸이 떨리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동안 그녀가 사랑해온 남자가 바로 이런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갑자기 초라하게 느껴졌다.
어린 시절, 그녀를 괴롭히는 길거리 불량배들을 혼내주는 허시준의 모습을 보고 소지연은 구제불능으로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소지연이 마음을 고백하기도 전에, 약에 취한 허시준이 그녀를 강제로 방으로 끌고 들어가 침대에 눕혔다. 처음에 그녀는 저항했지만, 남자가 허시준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후에는 순순히 그의 몸짓에 모든 걸 맡겼다.
관계가 끝난 후, 허시준은 다짜고짜 그녀를 독한 여자라고 욕하며 그에게 빌붙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그의 말은 소지연에게 날카로운 칼날처럼 꽂혔고,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허시준은 당시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 단번에 그녀에게 사형을 선고했던 것이다.
떠올리기도 싫은 과거의 굴욕과 지긋지긋한 현실이 뒤섞여 그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다시 눈을 뜬 소지연은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허시준, 당신은 날 사랑하지도 않고 우리 혼인을 짓밟고 있어요, 우리 이혼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