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다운로드 인기
/ 현대 / 장애자의 아내로 환생
장애자의 아내로 환생

장애자의 아내로 환생

5.0
1 화/일
55
22.2K 보기
바로 읽기

할머니는 은자 다섯 냥을 받고 이 몸 주인을 한 장애인에게 팔아넘겼다. 어쩔 수 없었던 몸 주인은 물에 뛰어들면서 스스로 목숨을 마감했는데 서은별 영혼은 시공간을 초월해서 이 몸에 들어와 이 세상에서 다시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다.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시고 굶주린 여동생과 남동생만 있었는데 악당들이 그들을 그녀처럼 팔기 전에 그들을 구해야만 했다.

목차

제1화 이사

조나라, 백옥마을에 위치한 서씨 가문.

"누나, 빨리 먹어."

귓가에 들려오는 아이의 목소리에 서은별은 왠지 모르게 짜증이 치밀었다.

'동생? 내게 언제부터 동생이 있었지?'

입술에 뭔가가 닿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눈이 떠지지 않았다.

"누나, 어서 먹어. 제발..."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그녀는 애써 눈을 뜨며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 보았다.

"누나! 죽지 마! 죽으면 안돼! 빨리 눈 좀 떠."

"이 망할 것들, 당장 나오지 못해!"

주변의 소란에 사은별의 짜증은 점점 심해졌다. 급기야 요란스레 문을 두드리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서은별은 끝내 눈을 떴고 순간, 수많은 기억들이 그녀의 뇌리에 덮쳤다.

"윽!"

머리가 깨질 듯한 통증에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

"누나!"

이제 3살 된 서은혁은 울상을 지은 채 서은별을 쳐다보며 울음을 터뜨렸다.

"언니!"

서은정은 손에 든 물건을 바닥에 내려놓고 깜짝 놀란 얼굴로 서은별을 살폈다.

"언니, 언니, 왜 그래? 우리를 놀래 키지 마."

쾅 소리와 함께 누군가 낡아 빠진 문을 세게 걷어차며 방으로 들이 닥쳤고 두 아이는 즉시 침입자가 서은별을 해치지 못하도록 그녀의 앞을 지켰다.

방에 들이 닥친 사람은 서씨 가문의 노부인 서유진이었고 자애로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험악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가문의 큰 아들의 며느리와 둘째 아들의 며느리가 서유진의 뒤를 따라 들어왔고 마찬가지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셋째 집안의 이 망할 것들! 감히 음식을 훔쳐? 이 늙은이를 눈에 두지도 않는 것이냐? 오늘 너희를 재대로 혼내 줘야겠다!"

"할머니, 저희는 음식을 훔치지 않았습니다. 이건 언니의 몫이에요. 언니가 아파서 제가 대신 가지고 있었습니다."

10살 밖에 되지 않은 서은정은 무서웠지만 두려움을 억누르고 가문의 어른들과 맞섰다.

"흥, 가문의 규정에 밥 때를 놓치면 굶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규정을 어기고 음식을 훔친 주제에 감히 말대꾸를 해? 어르신, 이것들을 제대로 벌해 주십시오, 아니면 저는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당시, 제 딸이 저녁 밥 때를 놓쳤을 때, 어르신은 아이를 굶게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둘째네 종예슬이 예전에 있었던 일을 언급했다.

"어르신, 이 것들을 좀 보세요. 두 팔을 활짝 벌려 언니를 보호하려는 모습이라니. 가엽긴 하지만 너무 눈꼴 사납네요. 흥, 주제도 모르는 것들 같으니."

첫째네 임미진이 아이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리더니 그들을 향해 침을 뱉었다.

노부인은 두 며느리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앞으로 다가가 서은영의 손에 들려있던 차갑게 식어 딱딱해진 찐빵을 빼앗았다.

"으앙! 돌려 줘! 이 나쁜 놈! 그건 언니 거야."

서은영은 서럽게 울며 노부인을 향해 작은 주먹을 휘둘렀다.

"이 은혜도 모르는 것 같으니! 감히 내게 혼을 대? 오늘 제대로 혼쭐을 내줘야겠군!"

"은혁아!"

정신을 차린 서은별이 급히 서은혁을 품에 안았다.

"어르신, 은혁이는 이제 3살입니다. 어려서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한테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습니까?"

품에 안긴 채 서럽게 울고 있는 동생을 내려다 보며 서은별은 생각에 잠겼다.

'타임 슬립?'

눈을 감고 여러 번 심호흡을 한 끝에야 점차 생각이 정리 되었다. 전 주인의 기억을 전부 흡수했는지 더 이상의 두통은 없었고 눈앞의 상황을 주시 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타임 슬립의 익숙한 레파토리였다. 심술궂은 할머니, 그리고 양 옆에 있는 두 심보 나쁜 고모들.

자신을 언니 누나라 부르던 두 아이를 바라보니 몰골이 형편 없었고 몇 달 동안 씻지도 못한 듯 보였다. 앙상하게 뼈만 남아 있는 것 같았고 낡고 해지다 못해 군데 군데 구멍이 뚫린 누더기 같은 옷을 걸치고 있었다.

고개를 내려 자신을 보니 동생들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큰 부인 임미진은 살이 뛰룩뛰룩했고 둘째 부인 종예슬은 마르지도 뚱뚱하지도 않은 중간 체형이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노부인 서유진이었다. 나이가 많았음에도 그녀는 여전히 정정한 모습이었다. 여태 호의 호식하며 살아 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어르신, 저년 눈빛을 보세요." 큰 부인은 침대에 걸터앉은 서은별의 차가운 눈빛에 이상한 이상하게 마음이 불안했다.

"서은별! 강물에 몸을 던졌다고 해서 모든 일을 해결 되었다고 생각하지 마라. 나는 이미 조씨 가문의 사람들에게서 돈을 받았다. 네가 죽으면 네 동생 은정이로 대신 할 것이다."

서은별이 눈을 크게 떴다. 노부인 서유진은 고작 은자 5냥을 위해 그녀를 조씨 가문에 팔아 넘겼고 꽃다운 나이에 다리 병신에게 시집을 가고 싶지 않았던 이 몸의 원래 주인은 강물에 몸을 던져 목숨을 마감했다.

그렇게 현대에서 온 그녀의 영혼이 이 몸에 깃들게 되었다.

'운명이란 신기하군.'

서은별, 현대에서 온 그녀의 이름이었고 본주의 이름도 서은별이었다.

"어르신, 은정이는 아직 어립니다. 그러시면 안 됩니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가 입을 열었다.

"흥! 어떻게 하는지는 네게 달렸지. 미리 말해 주는데, 이틀 후에 조씨 가문 사람들이 너를 데리러 올 거다. 그때까지 얌전하게 있어라. 그렇지 않으면 은정이로 너를 대신할 것이고 네 어린 남동생은 팔아 버릴 것이니!"

노부인 서유진은 험악한 얼굴로 서은별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여리기만 하던 년이 오늘은 왜 이렇게 달라 보이는 걸까?'

"어르신, 음식을 함부로 훔친 죄는 어떻게 다스리실 겁니까?"

임미진은 세 남매를 이대로 놓아 줄 생각이 없었다.

"흥, 내일 셋째네 식구들에게 음식을 내어주지 말아라."

서유진은 말을 마친 즉시 방을 나섰고 임미진이 그 뒤를 따랐다.

"너희들 똑똑히 들었겠지?"

종예슬이 눈을 희번덕거리더니 둘을 따라 나갔다.

"언니. 두번 다시 그런 일은 하지마. 언니가 떠나면 나와 동생은 어떻게 해..."

서은정이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어른인 척 해도 그녀는 아직 10밖에 되지 않은 아이였다.

"은정아, 울지 마. 은혁이는 어때?"

서은별은 애써 몸을 가눴다. 아직 이 몸이 익숙치 않아 마음대로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누나."

서은혁이 한 걸음에 달려와 곧바로 그녀의 품에 안겼다. 눈빛에는 걱정과 두려움이 가득했다.

서은혁의 팔을 확인해 보았더니 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다행히 뼈는 다치지 않았지만 앙상한 팔을 바라보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아마 원주의 기억을 그대로 이어 받은 탓에 두 동생에게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게 틀림 없었다.

"언니, 앞으로는 그러지 마."

서은정도 참지 못하고 그녀의 품에 와락 안겼다.

"응, 미안해.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서은별의 얼굴은 어두웠다.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이 시대의 자녀들은 무조건 부모의 말을 따라야 했다. 모든 일의 결정권은 전부 집안 어른들의 손에 쥐어져 있었고 그녀는 고작 13살 밖에 되지 않은 앳된 소녀였다. 배불리 먹지도 못한 탓에 몸도 튼튼하지 않았고, 당장 이틀 뒤에는 조씨 가문에 팔려갈 운명이었다.

그녀는 그저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었다. 그런데 하필 이런 시대에, 이런 가난한 가문에 오게 되다니... 가장 고통스러운 건 현재 그녀가 있는 이 시대는 역사에 존재 하지도 않았다.

전생, 그녀는 회사에서 야근을 하다 과로로 목숨을 잃었다. 그런데 모처럼 타임 슬립을 해서 두 번 째 삶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또다시 고난의 연속이었다.

본주의 부모는 산에서 약초를 캐다 산적에게 목숨을 잃었다. 하여 서씨 가문은 부모도 없는 세 남매를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하는 것도 없이 밥만 축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여 서은별은 동생을 등에 없고 집안의 허드렛일을 도맡았다. 빨래며, 청소며 고된 나날이 이어졌고 휴일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았다.

'언제 남들처럼 사람답게 살 수 있을까?'

본주의 기억을 떠올리자 본주의 절절한 기분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를 굴렸다. 노부인 서유진은 그들 세 남매를 팔아 은자로 바꿀 생각을 하고 있음이 틀림 없었다.

"은정아, 나를 댁으로 데리고 온 사람은 누구야?"

"조씨 가문의 고모가 냇가에 빨래를 하러 갔다가 언니가 정신을 잃은 채 강가에 있는 모습을 보고 마을 사람들을 불렀어. "그때, 난 언니가 죽을 줄 알았어. 옥의원은 마을에 계시지 않았거든. 그래서 사람들은 언니를 그저 방에 데려와 눕히고는 자리를 떠났어."

서은정의 목소리에 서운함이 묻어났다. 마을 사람들 누구도 그녀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던 것이다.

"조씨 가문의 고모..."

은별의 기억 속, 조씨 가문의 고모의 연미화에 대한 기억은 그리 선명하지 않았다. 절름발이 아들과 거의 방에 숨어 살다시피 했고 외부와는 거의 교류가 없었다.

"언니. 언니를 사간 사람이 바로 그 조씨 가문의 고모야, 예물도 없고 혼사도 올리지 않고 그저 돈만 내고 언니를 사간 거야. 듣기론 그 여자도 돈이 별로 없대, 하지만 어떻게든 아들에게 아내를 찾아 주고 싶어 한다 했어. 절름발이 아들을 돌봐 줄 사람이 필요하니까 말이야."

서은정의 말에 그녀는 쓴 웃음을 지었다. 이 곳에 온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당장 절름발이의 아내로 팔려갈 팔자라니...

"은혁아. 어서 자거라, 네 눈이 벌써 감기려 하는구나."

서은별은 그의 멍든 팔을 바라보며 조용히 한숨을 지었다.

'약이 있다면 발라 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이 가난한 집구석에 약이 있을 리가 없었다. 낡아 빠진 침대와 구멍이 숭숭 뚫린 이불 하나가 전부였고 세 남매는 한 이불 아래에서 서로를 껴안고 잠을 자야 했다.

계속 읽기
img 리뷰를 더 보시려면 APP으로 이동하세요.
MoboReader
앱 다운로드
icon 앱 스토어
icon 구글 플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