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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서 증오로 이어진 그의 몰락

사랑에서 증오로 이어진 그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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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5년, 그리고 아들을 낳아준 지 1년. 나는 마침내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재벌, 태양그룹의 일원으로 정식 인정받게 되었다. 규칙은 간단했다. 아들을 낳으면, 가족 신탁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나는 내 몫을 다했다. 하지만 변호사 사무실에서, 내 인생 전체가 거짓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내 남편, 한지훈의 신탁 서류에는 이미 아내의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10년 전 죽었다던 그의 첫사랑, 유하린. 나는 그의 아내가 아니었다. 후계자를 낳기 위한 대용품, 빈자리를 채우는 도구였을 뿐. 곧, ‘죽었다던’ 유하린은 내 집에 살며 내 침대에서 잠을 잤다. 그녀가 할머니의 유골함을 일부러 깨뜨렸을 때도, 지훈은 그녀를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버릇을 가르쳐주겠다’며 나를 지하실에 가뒀다. 가장 끔찍한 배신은 아픈 아들, 하준이를 이용했을 때였다. 유하린이 자작 납치극을 벌인 후, 그녀의 위치를 실토하게 하려고, 그는 아들의 호흡기 튜브를 뽑아버렸다. 그는 죽어가는 아이를 버려두고 그녀에게 달려갔다. 내 품에서 하준이가 숨을 거둔 후, 지훈에 대한 사랑은 차갑고 순수한 증오로 변했다. 그는 아들의 무덤 앞에서 나를 구타하며 내 영혼까지 부서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잊고 있었다. 내가 수많은 건축 설계 양도 증서 더미 속에 교묘히 끼워 넣었던 위임장을. 그는 내 일을 하찮게 여기며, 쳐다보지도 않고 서명했다. 그 오만함이 그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다.

목차

제1화

결혼 5년, 그리고 아들을 낳아준 지 1년.

나는 마침내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재벌, 태양그룹의 일원으로 정식 인정받게 되었다.

규칙은 간단했다. 아들을 낳으면, 가족 신탁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나는 내 몫을 다했다.

하지만 변호사 사무실에서, 내 인생 전체가 거짓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내 남편, 한지훈의 신탁 서류에는 이미 아내의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10년 전 죽었다던 그의 첫사랑, 유하린.

나는 그의 아내가 아니었다.

후계자를 낳기 위한 대용품, 빈자리를 채우는 도구였을 뿐.

곧, ‘죽었다던’ 유하린은 내 집에 살며 내 침대에서 잠을 잤다.

그녀가 할머니의 유골함을 일부러 깨뜨렸을 때도, 지훈은 그녀를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버릇을 가르쳐주겠다’며 나를 지하실에 가뒀다.

가장 끔찍한 배신은 아픈 아들, 하준이를 이용했을 때였다.

유하린이 자작 납치극을 벌인 후, 그녀의 위치를 실토하게 하려고, 그는 아들의 호흡기 튜브를 뽑아버렸다.

그는 죽어가는 아이를 버려두고 그녀에게 달려갔다.

내 품에서 하준이가 숨을 거둔 후, 지훈에 대한 사랑은 차갑고 순수한 증오로 변했다.

그는 아들의 무덤 앞에서 나를 구타하며 내 영혼까지 부서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잊고 있었다.

내가 수많은 건축 설계 양도 증서 더미 속에 교묘히 끼워 넣었던 위임장을.

그는 내 일을 하찮게 여기며, 쳐다보지도 않고 서명했다.

그 오만함이 그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다.

제1화

태양그룹에는 그들의 부동산 제국만큼이나 오래되고 완고한 규칙이 하나 있었다.

아내는 오직 아들을 낳은 후에야 공식적으로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받고, 막대한 부가 걸린 가족 신탁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나는 내 몫을 다했다.

태양그룹의 모든 법률 업무를 처리하는 웅장하고 위압적인 로펌 건물 앞에 차가 멈췄다. 나는 아들 하준이를 품에 꼭 안았다.

결혼 5년, 오늘이 바로 내가 마침내 인정받는 날이었다.

단순히 한지훈의 아내가 아니라, 진정한 가족의 일원으로.

정중한 무관심이 가면처럼 굳어진 얼굴의 변호사가 나를 맞았다.

“사모님. 이 아이가 바로 그 어린 후계자인가 보군요.”

나는 진심에서 우러난, 지친 미소를 지었다.

“하준이에요.”

그는 나를 무거운 오크 패널로 장식된 방으로 안내했다.

“여기서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서명하실 신탁 서류를 가져오겠습니다. 그저 형식적인 절차일 뿐입니다.”

나는 심장이 조금 빨리 뛰는 것을 느끼며 기다렸다.

이것이 마지막 단계였다.

변호사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는 두꺼운 서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지만, 펼치지는 않았다.

“사모님, 문제가 좀 생긴 것 같습니다.”

“문제라니요?”

나는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네. 신탁 서류에 이미 한지훈 씨의 배우자가 등재되어 있습니다.”

차가운 덩어리가 뱃속에서 뭉치는 기분이었다.

“이해할 수 없네요. 저희는 결혼한 지 5년 됐어요.”

“해당 등재는 7년 전에 이루어졌습니다.”

변호사는 내 눈을 피하며 말했다.

“등재된 배우자는 유하린 씨입니다.”

그 이름은 물리적인 충격처럼 나를 덮쳤다. 유하린.

지훈의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 10년 전 보트 사고로 죽었다던 여자.

“불가능해요.”

내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그 여잔 죽었어요.”

“등재는 법적으로 유효하며 구속력이 있습니다.”

그는 마침내 나를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태양그룹 가족 신탁에 관한 한, 유하린 씨가 한지훈 씨의 아내입니다.”

“하지만 제가 그의 아내예요.”

나는 목소리를 높이며 주장했다.

“우린 결혼식을 올렸고, 혼인 신고서도 있어요.”

변호사는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

“물론 사모님의 결혼에 대해서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사모님의 결혼식에는 태양그룹 가족 중 누구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그의 말이 맞았다.

지훈은 가족들이 외부 노출을 꺼리고 호화로운 예식을 싫어한다고 했다.

아이, 아들을 낳으면 마음을 열 것이라고 했다.

그 모든 것이 그의 이야기, 내가 믿었던 이야기의 일부였다.

변호사가 서류철 하나를 테이블 너머로 밀었다.

“이것이 신탁 등재 증명서 사본입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서류를 열었다.

흑백으로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한지훈과 유하린. 혼인 관계.

그의 서명은 틀림없었다.

어지럼증이 몰려와, 나는 몸을 가누기 위해 무거운 테이블 가장자리를 꽉 잡았다.

품에 안긴 아기, 하준이가 뒤척였다.

나는 아이를 더 꽉 껴안았다. 아이의 온기는 갑자기 기울어지는 세상 속에서 나를 지탱해주는 작은 닻이었다.

유하린.

그 이름이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우리 집에 걸려 있던 그녀의 초상화들이 떠올랐다.

지훈이 그녀가 죽은 후 의뢰해서 그린 그림들이었다.

그는 그녀를 자신의 가장 위대한 영감이자 잃어버린 사랑이라고 불렀다.

나 역시 재능 있는 건축가였기에, 그의 예술가적 집착을 이해한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그렇게 믿었다.

그는 내가 그녀를 닮았다고 말했었다.

“눈이야.”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곤 했다.

“네게는 그녀의 영혼이 깃들어 있어.”

처음에는 불안했다. 죽은 여자와 끊임없이 비교당하는 것.

하지만 그는 너무나 매력적이었고, 설득력이 있었다.

그는 나를 나 자신으로서 사랑한다고 맹세했다.

닮은 것은 그저 아름답고도 애틋한 우연일 뿐이라고.

나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심지어 그가 슬픔을 치유하고 나와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 집에 그녀를 기리는 개인 갤러리를 설계하는 것을 돕기까지 했다.

이제, 진실은 차갑고 혹독한 현실이 되어 내 뺨을 후려쳤다.

그는 치유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아내가 아니었다.

대체품이었다.

그가 결코 놓지 못했던 여자를 위한 대역.

가족들을 달래고 후계자를 생산하기 위해 이용한 빈자리 채우기용 도구.

내 5년간의 결혼 생활은 거짓이었다.

그와의 내 삶은 거짓이었다.

나는 그저 대체품에 불과했다.

소용돌이치는 생각 속에서 휴대폰이 울렸다.

지훈이었다.

“어, 예쁜아.”

그의 목소리는 5년 내내 그랬던 것처럼 따뜻하고 다정했다.

“변호사 일은 어떻게 됐어? 다 정리됐어?”

나는 간신히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아직 여기 있어. 검토할 서류가 좀 있었어.”

“걱정 말고 그냥 주는 대로 서명해.”

그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나 오늘 야근해야 돼. 큰 계약 건이 마무리 단계라서. 주말에 꼭 보상해줄게.”

그가 영상 통화로 전환하자, 잘생긴 그의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그는 자신의 사무실에 있었고, 뒤로는 익숙한 도시의 스카이라인이 보였다.

일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내 눈, 그가 그녀와 그토록 닮았다고 말하던 내 눈은 다른 것을 포착했다.

그의 책상 한구석, 거의 화면 밖에 있는 작은 꽃병.

그 안에는 하얀 치자꽃 한 송이가 꽂혀 있었다.

유하린이 가장 좋아하던 꽃.

그가 그녀의 ‘사망’ 기념일마다 초상화 앞에 놓아두던 바로 그 꽃.

그리고 그의 손목에는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얇은 은색 체인이 있었다.

거기에는 작고 정교하게 조각된 ‘H’ 이니셜이 달려 있었다.

하린의 이니셜.

그는 사무실에 있는 게 아니었다.

그녀와 함께 있었다.

그는 그녀를 숨기고 있었다. 그녀는 죽지 않았다.

얼굴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메스꺼움이 밀려왔다.

나는 비명을 지르지 않기 위해 입술 안쪽을 세게 깨물어야 했다.

날카로운 통증만이 나를 겨우 서 있게 했다.

“서연아? 괜찮아? 안색이 안 좋아 보여.”

그가 말했다. 그의 눈에 스친 것은 걱정처럼 보였다.

“그냥 피곤해서 그래. 하준이가 밤새 보채서.”

나는 겨우 대답했다.

“우리 아가, 힘들었겠네.”

그가 달콤하게 속삭였다.

“푹 쉬어. 사랑해.”

한때 위안의 원천이었던 그 말이 이제는 독처럼 느껴졌다.

나는 힘없이 미소를 지었다.

“나도 사랑해.”

전화를 끊고 의자에 머리를 기댔다. 차가운 가죽이 피부에 닿았다.

거짓말은 숨 막히는 거미줄이었고, 나는 5년 동안 그 안에 갇혀 있었다.

하지만 가장 소름 끼치는 생각은 마지막에 떠올랐다.

며칠 전 밤, 그의 서재에서 전화하는 소리를 우연히 엿들었던 기억.

그의 목소리는 낮고 은밀했다.

“걱정 마, 내 부활한 사랑. 내가 모두에게 넌 안드로이드라고 말해뒀어. 내 슬픔을 덜어주기 위한 완벽한 복제품이라고. 아무도 의심 못 할 거야. 널 내게 다시 데려오기 위해 이 모든 걸 했어.”

그때는 그가 어떤 이상한 신기술 벤처 사업에 대해 동업자와 이야기하는 줄 알았다.

그의 기행 중 하나로 치부해버렸다.

이제야 알았다.

그는 안드로이드에 대해 말하고 있었던 게 아니었다.

살아 숨 쉬는 유하린과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대체품이었다.

나는 빈자리를 채우는 도구였다.

나는 그가 마침내 상속 재산을 확보하고 진짜 아내를 그림자 밖으로 데려올 수 있도록 아들을 낳아준 바보였다.

내 인생 전체가 농담이었다.

잔인하고 정교한 농담.

고통은 나를 울고 싶게 만들지 않았다.

나를 차갑게 만들었다. 나를 명료하게 만들었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내 움직임은 정확했다.

나는 변호사의 비서에게 하준이를 맡겼다. 그녀는 내 속에서 휘몰아치는 폭풍은 모른 채 아이를 보며 감탄했다.

나는 다시 오크 패널로 된 방으로 들어갔다.

신탁 서류는 가져가지 않았다.

대신, 옆 테이블 서류 더미에서 백지 위임장 양식 한 장을 집었다.

그리고 차로 가서 우리가 함께 개발하기로 했던 부지의 건축 양도 증서 한 묶음을 가져왔다.

그 프로젝트 전체는 내가 설계했다. 그는 내 작업을 전적으로 신뢰했다.

나는 위임장을 설계도와 증서 사이에 교묘하게 숨겨 서류들을 함께 집었다.

그는 보지도 않고 서명할 것이다.

언제나 그랬다.

그는 나를 그만큼 신뢰했다.

아니, 내 일을 그의 온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을 만큼 하찮게 여겼다.

오늘, 그 오만함이 그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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