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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방미인 아내의 정체를 숨기다

팔방미인 아내의 정체를 숨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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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버려지고 살인으로 고아가 된 지하린은 자신에게서 빼앗긴 모든 것을 되찾겠다고 맹세했다. 그녀가 돌아왔을 때, 사회는 그녀를 성숙하지 않은 사랑의 결과물이라 비웃으며 노영우가 그녀와 결혼한 것은 미쳤다고 조롱했다. 하지만 오직 노영우만이 진실을 알고 있었다. 그가 도자기처럼 아끼고 있는 이 조용한 여자는 도시를 뒤흔들 비밀을 숨기고 있었다. 그녀는 전설적인 명의이자, 신출귀몰한 해커, 그리고 왕실의 가장 사랑받는 향수 제조자로 거듭났다. 회의에서 이사들은 이 사랑에 빠진 부부를 보고 불평을 토했다. "정말 사모님이 여기에 있어야 하나요?"노영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아내가 행복해야 집안이 평화로워요."드디어 그녀의 가면은 벗겨졌고, 비웃던 사람들은 경외심에 고개를 숙였다.

목차

제1화 값진 목숨

경시 외곽. 어둠을 가르며 울려 퍼진 "탕!"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무겁고 둔탁한 것이 강물에 떨어졌다.

순식간에 솟구친 커다란 물보라에 강가에서 쉬고 있던 지하린은 온몸이 흠뻑 젖었다.

곧이어 은은한 쇠 비린내가 그녀의 코끝을 스쳤다.

그녀는 이 냄새에 극히 익숙했다.

이것은 분명 피 냄새였다.

그러니 방금 물에 빠진 건 아마도 상처를 입은 사람일 가능성이 제일 컸다.

마치 그녀의 생각을 확인이라도 해주려는 듯,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의 날카롭고 낮게 억누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계속 찾아!"

"단서 하나라도 놓치지 마!"

"절대 살아남게 해선 안돼!"

곧이어 바스락거리는 거친 발소리가 들려왔다.

지하린은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이곳을 벗어나려 했지만, 그 순간 발목이 덜컥 붙잡혔다.

"살려줘... 뭐든지... 원하는 건 다 들어줄게..." 남자의 목소리는 바람이 빠진 풍선처럼 간신히 새어 나왔다.

그리고는 그녀의 발목을 잡은 손아귀에 힘이 빠지며 그대로 꼼짝없이 쓰러졌고 완전히 기절한 모양이었다

'의사의 본분은 생명을 살리는 것.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구해줘도 안될 건 없지.'

그렇게 생각한 지하린은 곧바로 허리춤에서 작은 약병을 꺼냈고 병뚜껑을 열어 알약 하나를 꺼내 어둠 속에서 남자의 입에 조심스레 밀어 넣었다.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희미한 불빛이 서서히 번져왔다.

지하린은 숨을 꾹 참고 조용히 물속으로 들어갔고 남자의 몸까지 물속에 끌어 넣어 함께 자취를 감췄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강가로 들이닥쳤지만, 물결은 이미 고요히 가라앉은 뒤였다.

주위를 샅샅이 뒤진 그들은 결국 아무것도 찾지 못한 채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인기척이 완전히 사라지자 지하린은 조심스레 물 위로 떠올라 남자의 몸을 붙잡고 강가 쪽으로 끌어내 눕혔다.

살을 에는 듯한 한밤중의 차가운 강물에 지하린은 몸을 부르르 떨다가 결국 재채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녀는 곧 정신을 가다듬고 남자의 상태부터 살폈다.

맥박이 여전히 뛰고 있다는 걸 확인하자 지하린은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남자가 갑자기 격하게 기침을 쏟아내며 대량의 물을 토해냈다.

지하린은 손을 뻗어 그의 숨결을 확인하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늘에는 어느덧 안개가 걷히고 달빛이 점점 밝아졌다.

그제야 지하린은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고 머릿속에는 '예쁘다'는 세 글자밖에 떠올지 않았다.

바로 그때, 쓰러져 있던 남자가 조금씩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는 살짝 뜨인 눈틈 사이로 . 어렴풋이 한 여자의 모습을 보았다.

은은한 달빛 아래, 그녀의 쇄골에는 검은 초승달 모양의 문신이 또렷하게 새겨져 있었다.

노영우는 그 문신을 따라 시선을 위로 옮기려 했지만,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져 여자의 얼굴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결국, 그는 점점 가물어지는 의식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남자의 반응을 지켜본 지하린은 다시 알약 하나를 꺼내 그의 입에 넣었다.

그녀는 은은하게 비친 달빛을 빌어 흠뻑 젖은 그의 몸을 관찰했고, 허리에 난 꽤 깊은 상처를 발견했다. 아직 피를 흘리고 있었지만, 다행히도 치명상은 아니었고 지금은 아마 출혈이 심해 다시 기절한 듯했다.

그녀는 그의 옷을 찢어 상처 부위를 청결한 뒤 지혈제 가루를 뿌렸다.

간단한 치료를 마친 지하린은 잠시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그의 뺨을 살짝 꼬집었다.

"목숨 살리는 약을 한번에 두 알이나 삼켰으니, 그만큼 값진 목숨이어야 할 거야."

일단 목숨은 건졌으니, 그녀는 몸에 지니고 있던 물건들을 확인하며 조용히 자리를 떠날 준비를 했다.

하지만 막 돌아서던 찰나, 문득 남자가 했던 말이 떠올라 다시 돌아서며 남자의 온몸을 자세히 훑어봤다.

그러다 그녀의 시선은 곧 남자의 목에 걸린 보석 펜던트에 멈췄다.

투명한 붉은빛을 머금은 그 보석은 달빛을 받아 한층 더 황홀한 광채를 내뿜고 있었다.

"원하는 건 다 들어주겠다고 했지만, 난 딱히 원하는 게 없어. 다만, 이런 신기한 물건들에 관심이 있지."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손을 뻗어 그 펜던트를 손에 넣었다.

"네 목숨을 살렸으니, 펜던트 하나 가져갈게. 이걸로 퉁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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