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이 죽었다.
공식적인 사인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자살.
하지만 난 그게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걸 안다.
난 과학수사대 팀장이었고, 내 아들의 시신을 내 손으로 직접 확인했으니까.
모든 증거가 살인이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나는 일곱 번이나 이의를 제기했다.
반박할 수 없는 증거들을 들이밀 때마다, 권재혁 지검장은 내 얼굴에 대고 문을 쾅 닫아버렸다.
슬픔에 미친 여자의 망상이라며 내 말을 묵살했다.
내가 20년간 몸 바쳐온 시스템이, 살인자를 보호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 방식대로 법을 집행하기로 했다.
지검장의 딸, 권다희를 납치했다.
그리고 내 요구를 전 세계에 생중계했다.
그가 내 아들의 기회를 짓밟을 때마다, 나도 그의 딸에게 법의학 도구를 사용해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흉터를 남길 것이다.
내가 아이의 팔에 스테이플러를 박고, 지혈기로 살을 지지고, 메스로 붉은 선을 긋는 동안, 세상은 경악하며 나를 지켜봤다.
나의 스승이었던 허준영 박사와 아들의 여자친구였던 민지까지 동원됐다.
그들은 내 아들이 우울증을 앓았다고, 조작된 유서를 들이밀며 나를 설득하려 했다.
‘나쁜 엄마’였다는 죄책감에, 나는 잠시 흔들렸다.
하지만 그 순간, 나는 보고 말았다.
아들이 남긴 ‘유서’ 속에 숨겨진 메시지를.
아들이 어릴 적 가장 좋아했던 동화책에 나오는 우리 둘만의 암호였다.
아들은 포기한 게 아니었다. 도와달라고 울부짖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아들의 절규마저 거짓으로 포장했다.
내 안의 슬픔이 모두 타버리고, 그 자리엔 부서지지 않는 결의만이 남았다.
“이 유서, 인정 못 해.”
특수수사팀이 들이닥치는 순간, 나는 지혈용 소작기를 다희의 다리에 가져다 대며 선언했다.
제1화
내 아들이 죽었다.
공식 보고서에는 자살이라고 적혀 있었다. 약물 과다 복용.
전액 장학금을 받는 육상 유망주, 장애물을 넘는 것만큼이나 정교하게 미래를 계획하던 내 아들 진우가, 스스로 삶을 포기했다고 했다.
나는 그게 거짓말이라는 걸 알았다.
나는 과학수사대 팀장이었다.
내 손으로, 내 아들의 시신을 직접 수습했다.
등에 남은 찰과상은 도로에 쓸린 자국이었다.
다리의 특정 골절은 자동차 범퍼에 부딪혔을 때만 생기는 형태였다.
내가 찾아낸 미세 증거, 현미경으로나 보이는 페인트 조각은 고급 세단의 것과 일치했다.
내 아들은 살해당했다. 뺑소니였다.
첫 번째 이의신청서를 냈다. 기각됐다.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매번 증거를 들이밀었지만, 돌아오는 건 굳게 닫힌 문뿐이었다.
일곱 번째 기각 통보를 받고 나서야 깨달았다.
내가 20년간 봉사했던 이 시스템이, 살인자를 비호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내 손으로 직접 법을 집행하기로 했다.
지방검찰청 검사장의 딸을 납치했다.
이제, 온 세상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숨겨진 카메라가 내 얼굴, 내 목소리, 내 결심을 전국의 모든 화면으로 송출하고 있었다.
“제 이름은 차수현입니다.”
내가 준비한 살균된 흰 방 안, 여덟 살짜리 권다희가 검시관의 부검대와 똑같이 생긴 테이블 위에 누워 있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아들을 보았던 바로 그곳과 같은 테이블이었다.
아이는 진정제를 맞고 평화롭게 잠들어 있었다.
자신의 납치극이 어떤 폭풍을 몰고 왔는지 전혀 알지 못한 채.
“저는 제 아들, 차진우 군 살인 사건의 증거를 직접 확보했습니다.”
나는 카메라 렌즈를 똑바로 응시했다.
화면 너머에 있을 그 남자를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권재혁 지검장.
“당신에겐 일곱 번의 기회가 있습니다. 당신이 내 정의를 일곱 번 묵살했으니, 기회도 일곱 번입니다. 진짜 사고 보고서를 공개하고, 살인자의 이름을 밝히세요.”
나는 강철 쟁반 위에서 첫 번째 도구를 집어 들었다.
의료용 피부 봉합기였다. 금속성의 차가운 빛이 조명을 받아 번쩍였다.
“당신이 기회를 한 번씩 날릴 때마다, 나는 당신 딸에게 법의학 도구를 사용할 겁니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흉터를 남기게 되겠죠.”
방송 화면이 둘로 나뉘었다.
한쪽엔 나의 차갑고 단호한 얼굴이, 다른 한쪽엔 권재혁과 그의 아내 윤서아의 눈물로 얼룩진 절박한 얼굴이 비쳤다.
그들은 경찰 지휘 본부에서 수많은 경찰관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차수현 씨, 제발! 제발 이러지 마시오!”
권재혁이 갈라지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증거는 명백합니다! 당신 아들은 힘들어했어요. 비극적인 사건이었지만, 자살이었습니다!”
얼음처럼 차가운 평정심으로 유명했던 그의 아내, 윤서아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아직 어린애예요! 제발, 원하는 게 뭐든 다 줄게요! 우리 다희 좀 제발 돌려보내 주세요!”
인터넷이 폭발했다.
생중계 화면 옆으로 스크롤되는 댓글 창은 증오의 급류였다.
미친년.
저 여자 제정신이 아니야! 당장 사형시켜!
어떻게 같은 엄마라는 사람이 다른 엄마의 아이한테 저럴 수가 있지?
나는 무시했다. 그들의 말은 의미 없는 소음일 뿐이었다.
벽에 걸린 시계를 봤다. 10분이 지났다.
“첫 번째 기회는 끝났습니다, 권 지검장.”
내 손은 흔들리지 않았다.
아들을 잃은 날 산산조각 났던 전문가로서의 냉정함이, 차갑고 끔찍한 무언가로 변모하여 다시 돌아와 있었다.
나는 다희의 부드러운 팔뚝 피부에 봉합기를 눌렀다.
딸깍.
아이가 잠결에 낑낑거리며 작게 미간을 찌푸렸다.
은색 스테이플러 침 하나가 아이의 살갗을 꿰뚫었다.
“진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 목소리는 주변의 방만큼이나 차갑게 울렸다.
“그리고 살인자도 지금 이걸 보고 있다는 걸 압니다.”
다른 쪽 화면에서, 윤서아는 지휘 본부의 혼란 속에 묻혀버린 비명을 질렀다.
권재혁의 얼굴은 순수한 공포와 불신으로 굳어 있었다.
그는 마침내, 진짜 공포가 무엇인지 깨달은 눈으로 카메라를 노려봤다.
“이 악마 같은 년!”
그가 소리쳤다.
“이 괴물!”
내 전 동료였던 박 형사가 화면 안으로 들어왔다.
“차 팀장님,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건지 생각 좀 해보세요. 진우를 생각하세요. 팀장님이 직접 시신을 수습하셨잖아요. 망자에 대한 예우가 뭔지 아시는 분이잖아요.”
댓글 창이 더 빠르게 올라갔다.
그냥 납치범이 아니라 시체 만지는 변태였네.
자기 아들 시체를 만졌다고? 역겨워.
나는 진우가 자살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그 차가운 금속판 위에 누워 있던 아들을 발견했을 때를 기억한다.
그들은 아들을 깨끗하게 닦아 놓으려 했지만, 진실까지 지울 수는 없었다.
손톱 밑의 흙은 공원 흙이 아니었다. 경부고속도로 갓길의 자갈이었다.
체내에서 검출된 펜타닐은 고용량이긴 했지만, 주사 자국은 어설펐다. 스스로에게 놓은 주사 자국이 아니었다.
그리고 시반. 시신에 피가 고인 형태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아들은 공식 보고서에 적힌 것처럼 공원에서 쓰러진 채 죽은 게 아니었다.
등을 대고 똑바로 누운 상태에서 죽었다.
내가 진우의 엄마라는 이유로, 그들은 이해관계의 충돌을 핑계 대며 내 스승인 허준영 박사를 사건 담당 부검의로 배정했다.
나는 그를 믿었다. 그가 내게 모든 것을 가르쳐줬으니까.
그리고 그의 부검 결과서가 나왔다.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자살.
나는 직접 증거를 보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공식 보고서가 편리하게도 놓쳐버린, 진우의 청바지에서 페인트 조각을 발견했을 때, 나는 모든 것을 알았다.
첫 번째 이의신청 때 그 증거를 제출했다. 기각.
두 번째 신청 때는 자갈 분석 결과를 제출했다. 기각.
세 번째는 결함투성이인 독극물 검사 시간표를 제출했다. 기각.
일곱 번째이자 마지막 이의신청에서는, 보행자를 들이받은 자동차 범퍼의 흔적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다리뼈 3D 스캔 자료를 제출했다. 반박의 여지가 없는 증거였다.
그들은 아무런 설명도 없이 기각했다.
그때 나는 법이 거짓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때 나는, 저 지검장이 무시할 수 없는 진실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내 슬픔은 모두 타버리고, 차갑고 단단한 목적의식만이 남았다.
진우의 정의를 되찾거나, 아니면 그들의 세상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