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戰神)인 그는 사랑의 시련을 겪어야 했고, 그 시련은 열 번의 환생을 거쳐 이루어진다.
매번 환생마다 그는 늘 나와 함께였다.
그는 사명(司命) 신군과 친분이 있어, 모든 기억을 가진 채 환생을 반복했다.
그러나 나는 매번 그의 손에 죽고, 사랑의 아픔 때문에 시달렸다.
마지막 생에서 그는 내 가족을 모두 죽이고, 나중에 나까지 죽였다.
그의 눈에는 죄책감이 서려 있었지만, 내밷는 말은 얼음처럼 차가웠다.
"인간은 우리가 시련을 겪는 데 필요한 존재일 뿐이야. 네가 선택받은 것을 영광으로 여겨라."
그 후, 내 영혼은 구주(九洲)로 흘러가 한 검은 옷을 입은 남자를 만났다.
신검에 봉인되어 있던 그는 나를 보자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네가 이 검을 뽑아낼 수만 있다면, 너를 다시 환생시켜 복수하게 해줄게."
나는 검의 손잡이를 움켜쥐며 차갑게 말했다.
"환생은 필요 없어. 그가 이번 생에서 철저히 죽으면 돼!"
01
봉인된 마(魔)는 현연(玄渊)이라 불렸다.
그의 몸에 꽂힌 신검은 뽑기가 무척 어려웠다.
그는 나에게 오직 나처럼 원한을 품고 죽어, 집착이 가득한 사람만이 검을 뽑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천 년을 기다려 마침내 나를 만났다.
내가 손을 검의 손잡이에 올리는 순간, 얼음 같은 검기가 나를 찢어놓을 듯했다.
하지만 나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힘껏 검을 잡았다.
현연의 얼굴에는 무서운 부적들이 가득하여 모습을 알아볼 수 없었고, 짙고 검은 눈동자만이 선명하게 보였다.
"그래, 그렇게 더 힘을 줘!"
나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마음속의 증오와 열 번의 비참한 죽음을 떠올렸다. 그러자 어디서인지 모를 힘이 생겨, 마침내 검을 살짝 빼내는 데 성공했다.
이 검은 현연을 천 년 동안 봉인했었다.
검이 조금 움직이자 현연의 몸에서 검은 마기(魔气)가 흘러나왔다.
마기가 새어 나오는 것이 인간이 피를 흘리는 것과 다름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고통의 기색은커녕, 오히려 통쾌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몽량가(孟凉歌), 네 증오가 이 정도뿐인가?"
"보아하니 너는 아직도 엽리초(叶黎初)를 사랑하고 있구나."
그가 나를 자극하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눈살을 찌푸리고 얼굴을 굳혔다.
"내 앞에서 그 이름은 꺼내지 마!"
그렇게 말하며 나는 두 손으로 검을 쥐고, 현연의 몸에 뛰어 올라 온 힘을 다해 검을 뽑았다.
"나와라!"
내 외침과 함께, 검은 "찌익!" 소리를 내며 현연의 몸에서 뽑혀 나왔다.
그 순간, 천지가 크게 변했다.
우리 머리 위에 먹구름이 모여들고, 번개가 쏟아져 내렸다.
현연의 가슴에서는 여전히 마기가 흘렀지만, 검이 뽑혀 그의 봉인이 풀리자, 가렸던 그의 얼굴이 드러났다.
엽리초보다도 더 잘생긴 얼굴이었다.
그의 이목구비는 정교하고 얼굴은 희고, 짙은 먹물 같은 눈동자에는 빛이 반짝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를 감상할 시간이 없다.
하늘의 번개가 나에게 곧 떨어질 것 같았다!
나는 검을 던지고 떠나려 했다.
그런데 현연이 갑자기 나를 품에 안았다.
"이 신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알고 싶지 않아?"
그는 나를 내려다보며 중지를 구부리고, 무심하게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파란빛이 번쩍였다.
하늘의 번개와 먹구름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구주의 미풍이 그의 머리카락을 휘날렸고,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낮게 말했다.
"오직 실력만이 진리다."
"내 곁에 있어라. 내가 너를 데리고 구중천까지 쳐올라가, 엽리초를 처단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