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 박서준은 결혼 후 5년 동안 내 생일에 늘 자리를 비웠다.
그는 선물도, 축하도 해주지 않았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돈은 줬잖아.갖고 싶은 거 뭐든 사."
하지만 그는 소꿉친구인 최유진의 생일은 보름 전부터 준비하기 시작했다.
"유진이는 달라.걔한텐 나밖에 없어." 그는 이런 어이없는 변명을 늘어놨다.
불의의 화재 사고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최유진에게 그는 10년 넘게 미안함을 느꼈다.
최유진이 케이크를 들고 그의 뺨에 키스하는 SNS 사진을 보고 나는 댓 글을 달았다. "그냥 찌질 이일 뿐이야. 너 가져."
자정이 되기 전,
박서준은 휴대폰을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나는 조용히 일어나 벽에 기댔고, 그의 다정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내가 가장 먼저 생일 축하를 해줘야지."
나는 씁쓸하고 마음이 아팠다.
그는 5년 내내 이랬다.
오늘은 유진의 생일이자, 내 생일이기도 했다.
결혼 후 그는 한번도 나와 생일을 함께 보낸적이 없다. 그는 이날이면 항상 바빴다.
우리는 이 일로 여러번 싸웠다. 올해는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보름 전, 그가 케이크를 주문할 때 내게 물었다. "이 드레스 마음에 들어?"
휴대폰 속 드레스는 은빛으로 반짝였다.
나는 농담으로 말했다. "어떤 자리에서 입을 수 있을까?"
그는 놀란 눈으로 나를 보았다. "네 생일에. 너는 아름다우니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신경 쓰지 마."
나는 올해는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다.
어쨌든, 그는 예전에 내 등 뒤에서 유진의 생일을 준비하곤 했으니까.
그래서 그가 나에게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 것처럼 보였을 때, 나는 그게 나를 위한 것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너그러운 아내가 되고 싶었다.
최유진을 초대해 함께 생일을 축하하고 싶었다. 그녀의 부모님은 돌아가셨으니까.
그러나 이제 보니 나의 착각인 것 같았다.
욕실 문 너머로 박서준이 나를 경멸하듯 언급하는 소리가 들렸다.
"서아는 애가 아니잖아. 내가 왜 달래줘야 해?
걔가 가지 말라고 할수록 더 가고 싶어."
손톱이 손을 파고들었고 심장이 부서지는 듯했다.
아내의 생일을 축하하는 것이 비도덕적인 일이었나?
박서준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걔는 점점 더 감사할 줄을 몰라."
최유진이 뭐라고 말했는지는 몰라도 박서준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내일 데리러 갈게. 그 드레스 꼭 입어."
나는 완전히 실망했다.
내 남편은 성격이 연약한 사람이었는데 결혼 후에는 반항적으로 변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