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력을 다해 헤엄쳐 간 그가 구한 건 그의 아내가 아닌 하윤희였다. 그는 하윤희의 허리를 덥석 받쳐 들더니, 그녀를 품에 안고 물가로 향했다.
"경남아... 배, 배가 너무 아파..." 그의 품에 기댄 하윤희는 흠뻑 젖어 있었고,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했다.
"걱정 마요! 형수님도 아이도 다 무사할 거에요!"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된 채로 뭍으로 올라온 육경남이 주위 경호원들을 향해 매섭게 소리쳤다. "눈이 삐었어? 당장 병원으로 출발해!"
그 모든 일을 마칠 때까지, 그는 물속에서 고통스럽게 허우적거리고 있는 아내 소한별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육경남이 하윤희를 안고 서둘러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나서야, 곁에 있던 경호원들은 그제야 꿈에서 깬 듯 바닥으로 가라앉으려는 소한별을 끌어올렸다.
밤바람이 매섭게 불었다.
소한별은 온몸이 흠뻑 젖었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타고 물방울이 굴러떨어졌다.
넓디 넓은 육씨 본가는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고, 육씨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앞다투어 병원으로 따라갔다. 오직 그녀만이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다.
소한별은 홀로 한 걸음 한 걸음 물에 젖은 발자국을 남기며 본채를 향해 걸어갔다.
그녀의 곁을 지나가던 고용인들이 대놓고 수군거렸다.
"정말 독한 년이야, 임산부를 밀치다니."
"큰사모님 배 속의 아이는 큰 도련님이 남긴 핏줄인데, 아이조차 가만두지 않다니..."
'독한 년?'
소한별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났다.
그녀를 수영장 가로 불러낸 사람은 하윤희였고, 다짜고짜 그녀를 잡아 끌며 수영장으로 뛰어내렸다!
그녀는 추위에 몸을 덜덜 떨며, 비틀비틀 침실로 돌아왔다.
소한별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깨끗한 잠옷으로 갈아입은 뒤, 이불 속에 누웠다. 하지만 눕자마자 온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무섭게 덮쳐 온 고열이 그녀의 의식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쾅!"
침실 문이 갑자기 발길질에 걷어차여 열렸다!
육경남은 섬뜩한 한기를 뿜어내며 성큼성큼 침대 곁으로 다가왔다.
"당장 일어나!"
그는 이불을 확 걷어내고 소한별의 가녀린 손목을 꽉 움켜쥐더니, 가차 없이 그녀를 침대에서 끌어당겨 일으켰다.
"콜록콜록... 육경남, 뭐 하는 짓이야!"
소한별은 고열 때문에 녹초가 되어 있었는데, 그가 갑자기 잡아 끌자 미처 반응하지 못한 그녀는 침대에서 떨어져 바닥에 주저앉았다.
"뭐 하는 짓이냐고?"
육경남은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았고, 그 잘생긴 얼굴에는 지금 짙은 먹구름이 드리졌다. "소한별, 이 악독한 여자야. 형수님이 대체 너한테 무슨 잘못을 했길래, 그런 끔찍한 짓을 저지른 거야!"
소한별은 현기증을 꾹 참으며 이를 악물고 고개를 들어 고집스레 그를 쳐다 보았다. "말했잖아, 난 밀지 않았어. 형님이 스스로 뛰어내린 거라고!"
"하."
육경남이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
"스스로 뛰어내려? 네 말은, 형수님이 자신과 아이의 목숨을 걸고 널 모함했다는 뜻이야?"
그는 단숨에 소한별의 턱을 움켜쥐었다. "소한별, 그 역겨운 거짓말은 집어치워! 형수님이 유산했어! 우리 형의 아이가, 너 때문에 죽었다고!"
'유산했다고?'
소한별의 동공이 급격히 수축했다.
"어떻게 그럴 수가..."
'그녀는 왜 그 아이를 포기하면서까지 나를 해치려 한 걸까?'
"잔말 말고 따라와!"
육경남은 그녀에게 변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그녀의 팔을 꽉 붙잡은 채 문밖으로 끌고 갔다.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야? 이거 놔!"
"사당으로 간다!"
'사당?'
그 두 글자를 들은 소한별은 온몸이 굳어지며 등골이 오싹해졌다.
육씨 가문 사당, 그곳은 가법을 집행하는 곳이었다!
아무리 성인 남자라 하더라도 반쯤 죽어 나오는 끔찍한 곳이었다!
"안 가! 난 그런 일을 한 적 없어, 내가 왜 가법을 받아야 해!" 소한별은 필사적으로 뿌리치려 했다.
하지만 육경남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소한별은 맨발로 복도를 질질 끌려갔다. 고열로 인해 발걸음이 비틀거렸으며 발바닥은 바닥에 쓸려 피가 배어 나왔다. 하지만 앞서가는 남자는 고개 한 번 돌리지 않았다.
사당 안은 대낮처럼 환했다.
육씨 가문의 어르신들은 양옆에 나뉘어 앉아 있었는데, 모두 분노로 인해 시퍼렇게 굳은 얼굴로 '죄인'인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중앙에 놓인 의자에는 육 어르신이 꼿꼿이 앉아 있었다.
소한별이 문 안으로 끌려 들어오는 것을 본 육 어르신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옆에 놓인 찻잔을 집어 들어 그녀를 향해 던졌다!
"쨍그랑!"
소한별의 발치에서 찻잔이 깨지며 뜨거운 찻물과 도자기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날카로운 도자기 파편이 순식간에 그녀의 발목을 베었고, 선혈이 솟구쳐 나왔다.
"독한 년! 당장 무릎 꿇지 못할까!" 육 어르신의 분노에 찬 호통 소리가 얼마나 큰지 귀가 먹먹할 정도였다.
뭇사람들의 손가락질과, 사당을 가득 채운 분노에 직면했지만 소한별은 오히려 허리를 꼿꼿이 폈다.
그녀는 고열의 고통과 발목의 극심한 통증을 꾹 참으며 완강하게 중앙에 버티고 서 있었다.
"전 하윤희를 밀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창백한 입술을 달싹였다. "전 잘못한 게 없으니, 절대 무릎 꿇지 않겠습니다!"
"방자하구나!"
"정말 끝까지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구나!"
주위에서 즉각 호통과 욕설이 터져 나왔다.
그때, 육경남이 성큼 다가왔다.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버티는 소한별의 모습을 본 그는 갑자기 손을 들더니 그녀의 어깨를 힘껏 눌러 파편이 잔뜩 널린 바닥에 강제로 무릎을 꿇렸다.
"털썩!"
다리에 힘이 풀린 소한별은 버티지 못하고 깨진 파편 위에 무릎을 꿇었다.
뼈를 깎아 내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이 순식간에 그녀를 덮쳐왔다. 너무 아팠던 그녀는 억눌린 신음을 내뱉으며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머리 위에서 남자의 무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한별, 오늘 밤 네게 주어진 길은 두 가지뿐이야!"
"네 잘못을 다 뉘우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든가!"
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얼음장 같은 말투로 이어 말했다.
"아니면, 당장 합의서에 서명하고 이혼하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