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갓 직장 생활을 시작한 사회초년생이었는데, 뜻밖에 야근을 하다가 과로사하여 방금 다 읽은 수인의 세계 소설 속에 빙의해, 책 속의 동명이인인 악독한 엑스트라가 되었다.
원 주인의 아버지는 떠돌이 수인이었는데, 이 유일한 새끼 암컷을 매우 총애하여 그녀가 성년이 되자마자 다섯 명의 수컷을 데려와 강제로 그녀와 계약을 맺게 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버지가 잡아 온 수인 남편들을 좋아하지 않았고, 매일 온갖 방법으로 그들을 괴롭혔다.
눈앞에 있는 미남의 동물 형태는 맹독을 지닌 백사였는데, 행동거지가 악랄한 그는 마지막에 그녀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전부 부러뜨릴 터였다.
유여월은 흠칫 놀라 손을 놓았고, 가죽 채찍이 '탁'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채찍 끝의 핏방울이 그녀의 발목에 튀었고, 그 차가운 감촉에 그녀는 몸서리를 쳤다.
맹유렬의 눈썹이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살짝 움직였다.
예전 같으면 이맘때쯤, 이 악독한 암컷은 더 힘을 주어 채찍질을 하거나 검게 탄 나무 막대기로 그를 지졌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녀가 채찍을 던져버렸다고?'
"또 무슨 새로운 수작을 생각해 낸 거지..."
"말하지 마." 유여월이 그의 말을 끊었다. 그녀는 이 끔찍한 현실을 소화할 시간이 필요했다.
수인의 세계 수컷 등급은 약한 순서대로 적, 오렌지, 황, 녹, 청, 남, 자색으로 나뉘는데, 원 주인의 아버지는 자색 등급 전갈 수인으로 수인의 세계 등급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있었다. 바로 그 때문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이 다섯 수컷을 강제로 잡아와 그녀의 수인 남편으로 삼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소설의 줄거리에 따르면, 아버지는 이번에 그녀에게 수인 남편을 찾아주러 나갔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
그리고 아버지가 죽은 후, 극한의 고문을 당했던 이 수인 남편들은 집단으로 반항하게 된다.
그들은 역효과의 위험을 무릅쓰고 반려의 야수의 표식을 도려냈고, 원래라면 급사했어야 할 다섯 수컷은 지독한 독기로 끝내 살아남았고, 결국 원 주인보다 백 배는 더 잔인한 방식으로 그녀를 갈기갈기 찢어 먹어 치운다.
책에 묘사된 손가락이 부러지는 고통을 떠올리자, 유여월은 손끝이 차가워 지는 것 같았다.
'난 죽을 수 없어!'
특히 그렇게 비참하게 죽을 수는 없었다!
유여월은 억지로 그 검붉은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최대한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어나."
맹유렬은 움직이지 않고 그저 눈썹을 치켜 올렸는데, 그의 눈빛에 담긴 조롱의 빛이 더욱 짙어졌다. "왜, 다른 방법으로 날 괴롭히고 싶어졌어?"
그가 고개를 치켜들자, 가슴에 있는 전갈 야수의 표식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났다.
그것은 반려의 야수의 표식이자, 그들의 반항을 옭아매는 족쇄였다. "아니면, 상처에 소금물을 부으려고?"
유여월은 숨이 턱 막혔다. 원 주인은 확실히 그런 짓을 한 적이 있었다.
그녀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몸을 돌려 돌집 구석에 있는 대나무 바구니로 향했다.
그 안에는 마른 약초들이 있었는데, 아버지가 부족에서 바꿔 온 것이었다. 원 주인은 그들에게 약초를 쓴 적이 없었고, 오히려 독이 있는 덩굴을 약초라고 속여 그들에게 먹인 뒤, 그들이 아파서 바닥을 뒹구는 모습을 보는 것을 즐겼다.
그녀는 대나무 바구니를 뒤적이며 지혈효과가 있는 약초를 찾으며 말했다. "네 상처는 치료가 필요해. 난 다시는..."
"필요 없어." 맹유렬이 그녀의 말을 끊더니, 천천히 일어섰다.
그는 유여월보다 머리 하나 반 이상 컸는데,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지며 강렬한 위압감을 동반했다.
"네 그 같잖은 수작은 집어치워. 이따가 불 방망이로 날 지질 생각이야? 아니면 더 악독한 방법으로 날 괴롭힐 생각이 난 건가?"
약초를 든 유여월의 손이 허공에서 굳어버렸다.
그녀는 잊고 있었다. 원 주인의 포악함은 이미 그들의 뼛속까지 새겨져 있어, 그녀가 조금이라도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일 때면 그들은 그것을 새로운 고문 수단으로 착각했다.
바로 그때, 돌집 밖에서 바스락 바스락 발소리가 들려왔다.
세 개의 실루엣이 동굴 입구에 나타났다. 모두 상처를 입은 상태였지만, 하나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가장 앞서 걷는 이는 은백색 긴 머리의 사기현이었다. 황색 등급 사제인 두루미 수인으로서 본래 속세를 벗어난 듯 초연한 기품을 지녀야 했지만 지금은 몰골이 초췌했고 온몸이 화상 자국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것은 원 주인이 벌겋게 달아오른 불 방망이로 지져서 생긴 상처였다.
그는 눈을 내리깔았다. 기다란 속눈썹에 감정을 감췄지만, 단단히 움켜쥔 주먹이 그의 인내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붉은 머리의 붉은 여우 지우진이 그 뒤를 바짝 따랐다. 본래 요염하고 매혹적이어야 할 그 얼굴은 눈가에서 턱까지 이어진 칼자국에 의해 흉측하고 끔찍하게 망가져 있었다.
유여월을 발견한 그가 요염한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눈빛에는 일말의 웃음기도 없었다. "왜 그래? 왜 계속 맹유렬을 '예뻐해' 주지 않고?"
마지막으로 나타난 것은 체격이 건장한 사자 수인이었다. 검고 짧은 머리가 헝클어져 이마에 붙어 있었고, 상반신은 칼자국과 채찍 자국으로 가득했다. 그는 바로 사자 수인 진야성이었다.
그들을 한 바퀴 둘러 본 유여월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분명 스타일이 전혀 다른 네 명의 최고 미남이었지만,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다섯 명의 수인 남편 중, 네 명이 왔다.
"남석현은?" 그녀가 불쑥 내뱉었다.
그 이름은 동굴 안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바꿔놓았다.
지우진은 더욱 환하게 웃었다. "벌써 잊었어? 어제 네가 인어의 비늘을 뽑아 모래흙에 묻으면 어떤 모습일지 보고 싶다면서, 우리보고 그를 산에 묻으라고 했잖아."
유여월의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
남석현, 다섯 수인 남편 중 유일한 해족 수인으로, 야수의 표식을 도려낸 후 그녀 몸의 피부를 한 치 한 치 그어버릴 터였다.
왜냐하면, 그녀가 그에게 인어에게 있어 극히 끔찍한 비늘을 뽑히는 고통을 겪게 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눈 앞의 상처투성이인 네 수컷을 바라봤다. 비늘이 뽑힌 남석현을 떠올린 순간,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흠칫 몸서리를 쳤다.
그녀가 딴생각을 하는 것을 알아챈 맹유렬의 검붉은 눈동자에 일말의 비웃음이 스쳤다. "왜, 또 새로운 놀이 방법을 생각하고 있어?"
그가 앞으로 한 걸음 내딛자, 몸에서 나는 피비린내가 더욱 짙어졌다. "차라리 한 번에 다 써보지 그래."
유여월은 고개를 번쩍 들고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
그녀는 지금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지만, 무언가를 해야만 했다.
"맹유렬, 네가 가서 남석현을 데려와. 할 말이 있어."
맹유렬은 농담이라도 들은 듯 낮게 소리 내어 웃었다. "유여월,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거야? 하나씩 괴롭히는 걸로는 부족해서, 다섯 명을 한꺼번에 하려고?"
유여월은 심호흡을 한 뒤, 지혈초를 다시 대나무 바구니에 넣으며 말했다. "우리 거래하자. 너희가 승낙한다면, 너희와 계약을 해지해 줄게."
그 말이 떨어지자, 돌집 안은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
사기현의 내리깐 속눈썹이 떨렸고, 지우진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가 굳어졌으며, 진야성이 꽉 움켜쥔 주먹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들렸다.
맹유렬의 웃음소리도 멈췄고, 그녀의 말을 믿어도 되는지 판단하려는 듯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