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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뼈 속까지 사랑했던 사람

나를 뼈 속까지 사랑했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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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 배승준이 다른 여자와 약혼했다는 소식을 들은 고은채는 지난 3년간 그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잘 알고 있었지만,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세상에 속한 사람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이별을 택했다. 헤어진 후, 고은채는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연락처를 차단하고 살던 집에서 이사해서 배승준과 마주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배승준은 마치 그림자처럼 늘 그녀의 삶에 나타났다. 그는 그녀를 잊지 못하고 매일 밤낮으로 그녀를 그리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고은채가 돌아왔지만 그가 예상치 못한 신분으로 나타났는데...

목차

나를 뼈 속까지 사랑했던 사람 제1화 이별 통보

휴대폰 화면이 환하게 밝아질 때, 고은채는 반쯤 완성된 웨딩드레스의 허리선을 조정하고 있었다.

알림에 뜬 기사 제목이 마치 독을 발린 칼날처럼 그녀의 눈동자를 찔렀다.

<배씨 그룹 배승준 회장과 방씨 가문 방미나, 정식 약혼. 결혼식은 다음 달 15일에 올릴 예정>

기사에는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깔끔한 슈트 차림의 배승준이 호텔 복도에 서 있었고 방미나는 그의 팔짱을 낀 채, 우아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고은채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고 바늘이 손가락을 찔렀다.

솟아 오른 핏방울이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동그랗게 물들였다.

그녀는 손가락을 입에 넣었다. 쇠 맛 같은 비릿한 맛이 느껴졌다.

아팠다.

하지만 더 아픈 건 가슴이었다.

어젯밤, 두 사람은 바로 이 스튜디오에서 뜨거운 밤을 보냈다.

그녀를 창문 앞에 밀어 붙인 그는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안은 채, 얇은 입술로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고은채, 넌 내 여자야. 영원히."

영원히.

하지만 지금, 고은채는 그 세 글자가 웃기기만 했다.

'나 몰래 다른 여자와 약혼하다니...'

3년 전, 고은채의 부모이 운영하던 회사가 자금줄이 끊겼고 도움을 청하러 가던 길에 두 사람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함께 차에 타고 있던 동생 역시 중상을 입고 혼수상태에 빠졌고, 매일 발생하는 중환자실의 비용은 부서진 가정을 천천히 갉아 먹었다.

바로 그때 배승준이 나타났다.

그는 병원비를 모두 지불해 주었고, 그녀의 부모님 장례를 도와줬으며 그녀 인상에 있어 가장 암울했던 날들을 곁에서 지켜 주었다.

그녀는 그가 너무 고마웠고 점차 그에게 의지하게 되었다. 그렇게 그녀는 자연스럽게 그의 여자가 되었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배승준이 그녀를 선택한 이유는 단지 먼 곳으로 떠난 그의 첫사랑과 닮았을 뿐이었다.

배승준은 완벽에 가까운 남자였다. 배씨 그룹의 회장인 그는 재계에서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그녀에게 쏟은 사랑이 너무 달콤하고 세심했던 탓일까? 그녀는 잠시 잊고 말았다. 그녀와 배승준 사이에는 영원히 건 널 수 없는 강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배승준이 아무리 그녀를 아껴준다고 해도, 그와 결혼할 사람은 대등한 가문의 여자여야 했다.

그때, 갑자기 들려 온 노크 소리가 그녀의 상념을 깨뜨렸다.

민지가 문틈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 말했다. "사장님, 예약 손님께서 도착하셨는데, 사장님께서 직접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해 주시길 원하세요."

"안으로 모셔." 고은채는 빠르게 감정을 정리하고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여자의 얼굴을 본 순간, 그녀는 숨이 턱 막혔다.

방미나. 배승준와 약혼한 예비 신부였다.

"고 디자이너님, 명성은 익히 들었어요." 방미나는 우아한 걸음걸이로 다가와 고은채를 훑어보며 말했다. "제 약혼자가 고 디자이너님 작품이 아주 매력 있다고 해서, 이렇게 특별히 찾아왔습니다."

고은채는 손톱이 손바닥에 깊게 박힐 정도로 주먹을 세게 쥐었다.

'배승준, 당신, 일부러 이러는 거야?'

계약을 체결하고 선금을 받았던 터라 고은채는 외뢰를 거절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남자를 빼앗은 여자를 위해 직접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해야 한다니? 그 것은 그녀를 죽이는 것보다 더 잔인한 일이었다.

그때, 밖에서 강렬한 브레이크 소리가 들려왔다.

배승준이 어두운 표정으로 차에서 내렸는데 안색이 무서울 정도로 차가웠다.

방금 전, 그는 중요한 이사회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회의 중에 비서가 방미나가 고은채의 스튜디오에 갔다고 그에게 알렸고 그는 회의를 내팽개치고 신호등도 무시한 채, 부리나케 달려왔다.

스튜디오 문을 열고 들어 선 그는 대치 중인 두 여자를 발견했고 어둡게 가라앉은 눈빛으로 방미나를 노려봤다.

"고은채 씨, 저는 이만 가 볼게요." 방미나는 선글라스를 끼며 대범한 한척하며 말했다. "내일 다시 와서 웨딩드레스 디자인을 고를게요. 그전에 제 약혼자와 결혼식 스타일에 대해 상의해 보시는게 좋을 것 같네요. 그럼, 두 분 천천히 이야기 나누세요."

말을 마친 그녀는 바로 자리를 떠났다. 문이 닫히는 순간, 공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둘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

"고은채, 사실 나와 방미나는..."

"배승준 씨, 우리 헤어져요."

두 사람의 목소리가 동시에 울렸다.

배승준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어졌고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뭐라고? 다시 말해 봐."

고은채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오랫동안 짝사랑해 왔던 소꿉친구가 돌아왔어요. 그 사람과 결혼할 생각이에요. 우리 좋게 헤어져요."

배승준이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그의 커다란 체구에서 위험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그가 손을 들었다. 수도 없이 그녀의 얼굴을 매만졌던 그지만 지금 이 순간, 손가락에 분노가 담겼다. "마음에 담아 둔 사람이 있었어? 그럼 나와 함께 보낸 3년은 뭔데?"

고은채는 그의 눈을 마주보며 무러서지 않았다. "승준 씨가 그랬잖아요. 승준 씨가 결혼하면, 저는 귀찮게 하지 않고 깔끔하게 떠나야 한다고요."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배승준은 차갑게 실소를 터뜨렸다. "그래, 고은채. 오늘 네가 한 말을 기억해. 네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지켜볼 테니까."

그는 손을 놓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스튜디오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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