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회장 안쪽 홀에 들어가자, 이곳은 모두 고씨 가문과 강씨 가문의 가까운 친척들이라 분위기가 화기애애했고, 마치 밖에서 벌어진 일에 영향을 받지 않은 듯했다. 강서연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은밀하게 눈빛을 교환하며 강서연이 어떻게 할지 지켜보고 있었다.
강서연은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고, 혼란스러운 인파를 지나 친척 석 소파 중앙에 앉아 있는 그 남자를 정확히 주시했다.
송기준.
고진수의 친외사촌 동생이자,
송씨 가문의 유일한 친 손자다.
의학계에서 가장 젊은 인재이자, 자타 공인하는 국내 정형외과 최고 권위자였다.
지금 그는 소파 중앙에 앉아 있었고, 주위에는 아무도 다가가는 사람이 없었다.
그의 성격이 나쁘기로 유명해서 아무도 감히 접근하지 못했고, 고진수조차도 그 앞에서는 함부로 굴지 못했다.
강서연은 한 걸음씩 그를 향해 걸어갔다.
오늘 강서연과 고진수의 약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송기준은 검은색 맞춤 정장을 입었는데, 이는 그의 마르고 곧은 체형을 더욱 길어 보이게 했다. 지금 그는 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술잔을 흔들고 있었는데, 바깥 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으며, 자신에게 점점 다가오는 강서연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강서연이 가까이 다가가자, 팽팽했던 신경이 이 순간 조금 풀리는 듯했다. '고진수가 그녀에게 망신을 주려던 게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그녀도 그의 체면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강서연은 옆 테이블에서 샴페인 한 잔을 집어 들고 송기준의 곁에 앉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망설임도, 물러섬도 없었고, 마치 배수진을 친 것처럼 이 연회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에게 먼저 다가갔다.
"송 의사님."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를 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한잔할래요?"
송기준이 마침내 눈을 들었다.
칠흑 같이 어두운 눈동자가 그녀를 바라보았고, 속을 알 수 없는 깊은 눈동자에 강서연의 얼굴이 비쳤다. 그녀는 몹시 긴장해 있었다.
송기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서연은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곧바로 테이블 위의 와인을 집어 그에게 따랐다.
두 사람의 모습은 자연스럽고도 친밀해 보였고, 송기준은 피하지 않은 채 오히려 여유롭게 그녀를 지켜보았다.
"강서연 씨,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송기준은 눈을 내리깔고 강서연을 바라보았는데, 그의 눈빛에는 사냥꾼 같은 장난기가 서려 있었다.
"송 의사도 고진수가 뒤에서 다른 사람과 미친듯이 키스하고 있다는 걸 알아요?"
강서연은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고,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 채 자포자기한 듯한 야성미를 띠고 있었다.
강씨 가문이 파산한 이후로, 강서연은 약혼자인 고씨 가문에 의지해 살아왔으며, 늘 얌전하고 말을 듣고 착한 이미지를 고수했다.
오늘처럼 의도적으로 접근하고 유혹하는 말은 예전에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송기준은 신선하다고 느끼며 술을 받았다.
손가락 끝으로 잔 표면을 가볍게 문지르며, 낮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송 의사 말이 맞아요. 고진수가 쓰레기인지 아닌지는 송 의사와 상관없죠."
강서연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젖혀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러고는 다시 자신의 잔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난 그의 약혼녀예요. 그가 오늘 이렇게 한 건, 내가 해성의 권위자들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게 만들었어요."
강서연은 술잔을 든 채 송기준에게 조금 더 다가갔고, 그녀의 숨결이 그의 귓가에 닿았다.
"그가 날 난처하게 만들었으니, 나도 뭔가 갚아줘야 하잖아요."
그 한마디에는 암시와 묘한 기류가 가득했다.
송기준이 고개를 돌리자, 두 사람의 거리는 순식간에 더 가까워졌다.
그는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은은한 치자꽃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그리고 눈 밑의 핏발까지 선명하게 보여, 위험하면서도 매혹적이었다.
"강서연 씨." 그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조금 낮았다. "지금 본인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아세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그를 유혹하다니, 고진수와 약혼하기 싫다는 건가?
"알아요."
그녀는 그의 시선을 마주하며 조금도 피하지 않았다. "난 몰락한 집안의 딸이고, 고진수가 나와 결혼하기 싫어하는 건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가 사람들 앞에서 바람을 피웠으니, 난 이대로 초라하게 떠나고 싶진 않아요. 송 의사가 날 거둬줄래요?"
이 말은 이미 매우 노골적이었다.
송기준의 눈빛이 조금 짙어졌다. 그는 그녀를 몇 초간 빤히 쳐다보더니, 갑자기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강서연 씨의 복수 도구입니까?"
말을 할 때, 송기준은 이미 손을 뻗어 강서연의 턱을 쥐었다. 그의 손아귀 힘이 제법 세서, 강서연은 아픔에 참지 못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강서연은 갑자기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녀는 기회가 단 한 번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송기준의 눈빛에는 욕망이 있었다.
그녀는 반드시 꽉 잡아야 했다.
독하게 마음먹은 후, 강서연은 송기준의 눈을 응시하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송 의사, 고진수는 날 건드릴 자격이 없지만, 송 의사는 있어요. 송 의사는 제 발로 찾아온 사람을 거절할 건가요?"
그녀는 모든 것을 내던졌다.
파산, 모욕, 파혼. 그녀는 이미 잃을 것이 없었다.
오직 송기준이라는 이 사람을 잡아야만, 그녀는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송기준이 침묵하는 틈을 타, 강서연은 갑자기 그의 손목을 꽉 쥐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송기준은 반항하지 않고, 그녀가 이끄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그의 발걸음은 여유롭고 느긋했으며, 강서연을 보는 눈빛은 마치 제 발로 품에 뛰어든 아기 고양이를 보는 듯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강서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듯했지만, 엘리베이터 안의 비좁은 공간은 오히려 그녀를 숨 막히게 했다.
술이 겁쟁이의 간덩이를 키워준다고들 하지만, 그녀는 지척에 있는 송기준의 얼굴을 마주하자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딩―"
이내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강서연은 곧장 송기준을 끌고 나왔다. 그녀는 미리 준비해 둔 객실 카드를 쥐고 카드를 긁어 문을 열고는, 먼저 송기준의 목을 감싸 안고 입을 맞췄다.
하지만 그녀가 송기준의 따뜻한 입술에 닿기도 전에, 허리가 따뜻하고 힘 있는 큰 손에 단단히 붙잡혔다.
송기준은 그녀를 문짝에 밀어붙이고 몸을 숙여 다가왔다.
숨결이 덮쳐오며 차가운 담배와 술 냄새가 섞여 압박감이 가득했다.
그는 강서연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물어볼 게요.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요?"
독한 술을 마신 탓에, 지금 강서연의 호흡은 이미 조금 흐트러져 있었다.
하지만 기세는 여전히 강경했다.
"송기준, 내숭 떨지 마요. 송 의사도 줄곧 고진수라는 사촌 동생을 마음에 들어하지 잖아요? 나랑 자고 그 사람에게 복수해요. 우리 각자 필요한 걸 얻는 거, 아닌가요?"
송기준이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 녀석의 여자와 자는 건, 너무 번거로워요."
말을 하며, 그는 강서연의 허리를 놓아주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강서연이 쉽게 포기할 리 없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마지막 남은 자존심마저 짓부쉈다. "나와 함께 이 연극을 끝내주기만 한다면, 원하는 건 뭐든 다 줄게요."
송기준은 그녀의 붉어진 눈을 응시하며, 낮고 위험한 목소리로 말했다. "먼저 날 건드린 대가, 감당할 수 있겠어요?"
"당연하죠."
"하― 본인이 한 말 꼭 기억하세요."
송기준의 목구멍에서 가벼운 코웃음 소리가 흘러나왔고, 이내 강서연의 뒤통수를 감싸 쥐며 깊게 입을 맞췄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