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 벗고, 침대에 누워 다리를 벌리세요."
"조금 아플 수도 있으니 참아 주세요."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정신이 번쩍 든 임서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눈살을 찌푸렸다. "여자 의사로 바꿔주시면 안 되나요?"
눈앞의 남자는 키가 훤칠하고 몸도 좋았으며 마스크에 가려진 얼굴 아래로 날렵한 턱선이 드러나 있었는데, 온 몸으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을 풍겨내고 있었다.
임서아의 기억 속 의사들은 모두 태도가 친절하고 인상이 부드러웠다. 하지만 이 남자는 유독 차갑고 위압적인 기운을 풍겼다.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능숙하게 기구를 정리하며 말했다. "오늘 다른 여자 의사들은 모두 바빠요. 의사를 바꾸려면 다른 날에 오셔야 해요."
고민 끝에 임서아는 결국 진찰대로 다가갔다.
'어쩔 수 없지. 남의사라도 상관없어. 병을 계속 방치하면 더 심각해 질지도 몰라.'
임서아는 수치스러웠으나 꾹 참고 바지를 벗은 뒤, 진찰대에 누웠다.
"긴장 푸세요."
남자의 목소리가 조금 더 가까워졌다.
진찰대에 누운 임서아는 남자가 진찰대 반대 쪽 끝에 앉은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심지어 그의 차갑고 날카로운 시선이 그녀의 은밀한 곳에 고정되어 있다는 것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결혼한지 1년이 넘도록 남편 심도윤에게도 보여 준 적 없는 자신의 은밀한 곳을, 지금 이 순간 그녀는 낯선 남자에게 완전히 드러내고 말았다.
눈을 꼭 감은 채, 주먹을 꽉 움켜쥔 임서아는 수치심과 당혹감을 꾹 참으며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는 의사일 뿐이야. 그의 눈에 나는 그저 고깃덩어리에 불과해.'
그때, 차가운 기구가 그녀의 가장 부드러운 피부에 닿았다.
차갑고 낯선 촉감에 임서아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고 짧은 비명이 잇새를 뚫고 흘러 나왔다. "읏!"
교태가 묻어나는 콧소리에 그녀 자신도 깜짝 놀랐다.
임서아는 입술을 꽉 깨물었고 수치스러워 죽을 것 같았다.
이게 바로 그녀의 병이었다. 은밀한 곳을 살짝 자극만 해도... 그녀는 바로 느껴버리고 말았다.
순간, 주위 공기가 얼어붙은 것 같았다.
심주혁은 머리가 쭈뼛 서는 것 같았고 순간 몸이 굳어 버렸다. 그의 입술 사이로 살짝 잠긴 목소리가 나왔다. "아파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임서아는 고개를 돌린 채, 쿵쾅거리는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대답했다. "조, 조금 차가워서요..."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는 듣는 사람의 마음을 녹여 버릴 것 같았다.
본능 적인 충동을 내리 누른 심주혁이 낮게 위로했다. "긴장하지 마세요."
이어진 그의 동작이 다소 부드러워졌다.
진찰실 안이 너무 조용했던 탓에 임서아는 물 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그때, 남자의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많이 민감하시네요."
임서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가 주먹을 꼭 쥐고 무언가 말하려 할 때, 남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는 정상입니다."
심주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의 몸에서 샘플을 채취했다. "불편한 곳은 없나요? 평소 성생활은 어떤가요?"
그녀의 의로 차트에 기혼이라고 적혀 있었다.
기혼 여성이기도 하고, 몸이 너무 민감하니, 그는 당연히 성생활에 대해 물었다.
임서아의 얼굴이 더욱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저, 저는 아직까지 성생활을 한 적이 없어요."
결혼한 1년 동안, 심도윤은 단 한번도 그녀를 건드리지 않았다. 그 탓에 그녀의 욕망은 점점 커져만 갔고 남자의 품과 손길을 갈망했다.
하지만 그녀가 원하면 원할 수록, 심도윤은 점점 더 그녀를 피했고 나중에는 집에조차 돌아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증상은 더욱 심해졌고, 이제는 일상 생활에 까지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그녀는 용기를 내어 사립 병원에 진찰을 받으러 온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고심 끝에 선택한 경험도 많고, 이름도 여성스러운 의사가 사실은 젊고 덩치 좋은 남자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성생활을 한 적이 없다고요?"
심주혁은 조금 의외라는 듯 임서아를 쳐다봤다.
약간의 교태와 순진함이 묻어나는 예쁜 얼굴, 한 번만 봐도 오랫동안 잊혀 지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였다.
'이런 여자가 기혼임에도 불구하고 성생활을 하지 않았다고?'
"네. 하지만... 저는 아주 많이 원해요."
"일상 생활에서 젊고 잘생긴 남자와 접촉할 때마다 저는..."
성적인 화제에 임서아는 얼굴을 붉히며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욕망이 더욱 커져요."
심주혁의 몸이 순간 굳어졌다.
결국 그도 정상적인 남자였던 것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다리를 쩍 벌린 채로 욕망을 토로하는데, 아무 느낌도 없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의사 신분이었기에 자신의 부적절한 욕망을 억눌러야만 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채취한 샘플을 잘 보관했다.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임서아는 불안한 마음에 눈을 뜨고 그를 쳐다봤다.
뒤 돌아 선 그가 우아한 동작으로 장갑을 벗자, 마디가 선명한 손가락이 드러났다.
'이 남자는 손가락도 예쁘네.'
임서아가 넋을 잃고 그를 바라 보던 그때, 남자가 다시 그녀에게 다가와 부드럽게 그녀를 부축해 주었다.
발이 땅에 닿는 순간, 임서아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만 남자의 품에 안기고 말았다.
남자의 몸에서 나는 독특한 향기가 그녀의 코를 가득 채웠고 그의 가슴에서 전해지는 온기에 임서아는 갑자기 욕망이 피어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