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기일에, 나는 남편이 자신의 임신한 내연녀와 함께 있는 신성한 별장을 찾아냈다. 그는 내게 그들의 청첩장을 보냈다. 내가 아들을 잃은 트라우마로 ‘더럽혀졌다’고 말하는 녹음 파일과 함께. ‘순수한’ 후계자를 얻기 위해 나를 몰래 불임으로 만들었다는 고백도 담겨 있었다. 그는 새로운 왕조를 세우려 했다. 나는 그 결혼식에 참석해 그의 왕국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기로 결심했다.
아들의 기일에, 나는 남편이 자신의 임신한 내연녀와 함께 있는 신성한 별장을 찾아냈다. 그는 내게 그들의 청첩장을 보냈다. 내가 아들을 잃은 트라우마로 ‘더럽혀졌다’고 말하는 녹음 파일과 함께. ‘순수한’ 후계자를 얻기 위해 나를 몰래 불임으로 만들었다는 고백도 담겨 있었다. 그는 새로운 왕조를 세우려 했다. 나는 그 결혼식에 참석해 그의 왕국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기로 결심했다.
아들의 기일에, 나는 남편이 자신의 임신한 내연녀와 함께 있는 신성한 별장을 찾아냈다.
그는 내게 그들의 청첩장을 보냈다. 내가 아들을 잃은 트라우마로 ‘더럽혀졌다’고 말하는 녹음 파일과 함께. ‘순수한’ 후계자를 얻기 위해 나를 몰래 불임으로 만들었다는 고백도 담겨 있었다.
그는 새로운 왕조를 세우려 했다. 나는 그 결혼식에 참석해 그의 왕국을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기로 결심했다.
제1화
서이현 POV:
강태준과 내가 만든 첫 번째 규칙은 서로의 전화는 무조건 받는 것이었다. 언제나.
그것은 우리가 텅 빈 위장과 야망으로 가득 찬 주먹밖에 없던 어린 시절, 비에 젖은 서울의 뒷골목에서 피와 절망으로 새긴 규칙이었다.
그래서 아들의 기일에 남편의 전화가 다섯 번이나 음성 사서함으로 넘어갔을 때, 나는 그가 단지 바쁜 게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그는 다른 여자와 함께 있었다.
매년 오늘, 우리는 세상과 담을 쌓았다.
어떤 거래도, 회의도, 전화도 없었다.
우리가 처음으로 깨끗한 돈 10억을 벌어 산, 북쪽으로 두 시간 거리의 호숫가 별장으로 향했다.
그곳은 우리의 성역이었다. 우리가 한 번도 안아보지 못한 아들을 위해 마음껏 슬퍼할 수 있도록 허락된, 조용하고 신성한 땅이었다.
우리는 하얀 초 하나를 켜고 낡은 나무 현관에 앉아 해가 수평선 아래로 잠겨 주황색과 보라색으로 물을 물들일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우리의 의식이었다.
숨 막히는 상실의 침묵 속에서도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조용한 약속.
우리에겐 서로가 있었다.
그날 아침, 나는 킹사이즈 침대에서 홀로 눈을 떴다. 그의 쪽 시트는 차갑고 흐트러짐 하나 없었다.
뱃속에 얼음덩이가 맺히는 기분이었다.
정오가 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자 얼음은 갈라지기 시작했다.
세 시가 되자, 그건 내 폐를 짓누르는 날카로운 파편이 되었다.
몇 년 전, 그가 경쟁 조직의 칼날로부터 나를 보호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강철 칼날이 그의 등을 깊게 파고들었고, 영원히 남을 흉터를 남겼다.
그는 내 위로 쓰러졌고, 그의 피가 내 뺨에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는 속삭였다.
“나 여기 있어, 이현아. 언제나 여기 있을게.”
그는 늘 그랬다.
20년 동안, 강태준은 혼돈으로 점철된 내 인생의 유일한 상수였다.
그는 내 파트너이자 전략가였고, 우리가 무에서부터 쌓아 올린 제국의 설계자였다.
이제 그는 그냥… 사라졌다.
“준호 씨.”
나는 위험할 정도로 차분한 목소리로 전화기에 말했다.
“강태준 차, 위치 추적해. 지금 당장.”
망설임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GPS 신호는 1분도 채 되지 않아 울렸다.
피가 차갑게 식었다.
그는 별장에 있었다.
나 없이 혼자 그곳에 갔다.
운전하는 동안 앙상한 겨울나무와 잿빛 하늘만이 흐릿하게 스쳐 지나갔다.
내 부하들이 탄 검은색 SUV들이 내 차를 호위했다.
그들은 묻지 않고도 알고 있었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그리고 내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것은 내가 적대적 인수를 앞두거나, 우리를 배신한 놈을 부숴버리기 직전에 짓는 표정이었다.
전쟁을 준비하는 여왕의 얼굴이었다.
자갈이 깔린 긴 진입로에 들어서자 타이어가 뼈 부서지는 소리를 냈다.
그의 검은색 세단이 현관 근처에 주차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옆에는 다른 차가 있었다. 싸구려에 낡아빠진 소형차.
별장의 소박한 우아함과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아 마치 의도적인 모욕처럼 느껴졌다.
나는 부하들에게 대기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차에서 내렸다.
공기는 살을 에는 듯 차가웠다.
커다란 창문을 통해 벽난로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들을 보았다.
강태준이 벽난로 옆에 등을 보인 채 서 있었다.
그 앞에는 십 대 후반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가 있었다.
작고, 검은 머리카락이 등 뒤로 흐트러진 채 쏟아져 내렸다.
그녀는 그의 셔츠를 입고 있었다. 내가 지난 생일에 선물한 부드러운 회색 캐시미어 셔츠.
그것은 그녀의 가녀린 몸에 헐렁하게 걸쳐져 있었고, 소매는 그녀의 손을 삼켜버렸다.
그가 손을 뻗어 그녀의 귀 뒤로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넘겨주었다. 그 손길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부드러웠다.
그가 내가 잠들었다고 생각할 때 나를 만지던 방식과 똑같았다.
내 심장을 사랑으로 아프게 만들던, 다정하고 소유욕 넘치는 그 몸짓.
그가 다른 여자에게 그러는 것을 보는 것은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녀가 킥킥거렸다. 가볍고 공기 같은 소리가 내 고막을 긁었다.
그리고 그녀는 발끝으로 서서 그에게 키스했다.
세상이 기울었다. 폐 속의 공기가 재로 변했다.
이것은 단순한 배신이 아니었다.
이것은 모독이었다.
그는 그녀를 여기에 데려왔다. 우리의 장소에. 우리 아들의 장소에.
순수하고 눈을 멀게 하는 분노가 나를 덮쳤다.
나는 정문을 지나 물가에 우리가 지은 작은 돌 기념비로 걸어갔다.
그곳에는 ‘하준’이라는 이름 하나만 새겨진 단순하고 평평한 돌이 있었다.
그 옆에는 내가 임신했을 때 강태준이 한 달 동안 깎아 만든 작은 목마가 있었다.
그는 모든 왕에게는 군마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는 작은 목마를 보았다. 그것의 칠해진 눈은 잿빛 물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창문 너머, 우리 집의 온기 속에서 다른 여자와 키스하는 내 남편을 보았다.
내 발이 튀어나갔다.
나는 온 힘을 다해 목마를 찼다.
그것은 얼어붙은 땅에 부딪혀 산산조각 났고, 나무는 뼈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머리는 깨끗하게 부러져 내 발치에 굴러와 멈췄다.
소리는 충분히 컸다.
별장의 정문이 활짝 열렸다.
강태준이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충격으로 굳어 있다가 이내 차갑고 계산적인 무언가로 변했다.
그 여자, 가을이 그의 뒤에서 엿보았다. 그녀의 눈은 두려움과 반항심이 뒤섞여 커져 있었다.
그녀의 싸구려 꽃향수 냄새가 따뜻한 공기를 타고 흘러나왔다. 역겨울 정도로 달콤해서 토할 것 같았다.
내 부하들은 이제 차에서 나와 무기에 손을 얹고 내 뒤에 조용하고 위협적인 벽을 형성했다.
강태준의 시선이 내 얼굴에서 부하들로, 그리고 부서진 목마 조각으로 옮겨갔다.
고통 같은 무언가가 그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지만 이내 사라졌다.
“이현아.”
그가 평탄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우리 아들 기일이라서 왔어.”
내 목소리는 낮고 위험하게 울렸다. 나는 턱으로 그 뒤에 움츠리고 있는 여자를 가리켰다.
“넌 누굴 데려온 거고?”
그 여자, 가을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그녀는 너무 어리고 연약해 보였다.
마치 세상이 내게서 모든 부드러움을 앗아가기 전의 내 모습 같았다.
강태준은 그녀를 부드럽게 자기 뒤로 더 밀었다. 그 보호적인 몸짓이 내 배 속의 칼을 비틀었다.
그는 나를 위해 그렇게 하곤 했다. 그는 나의 방패였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그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한심한 변명을 시도했다.
“아니라고?”
나는 한 걸음 다가섰다.
“네가 우리 아이를 애도하는 곳에 네 창녀를 데려왔잖아. 우리가 지은 집에서 네 셔츠를 입게 했고. 말해봐, 태준아. 내가 이 상황에서 뭘 오해하고 있는 거지?”
그는 움찔하지 않았다.
그저 나를 지켜볼 뿐이었다. 그의 시선은 흔들림 없었다.
그는 항상 열 수 앞을 내다보는 전략가였다.
하지만 이번 수는 보지 못했다. 내가 나타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이름은 가을이야.”
그는 마치 그게 중요한 것처럼 말했다.
“그년 이름 따위는 상관없어.”
나는 뱉어냈다.
“상관있는 건 그년이 여기, 우리 집에, 바로 오늘 있다는 거야.”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한 걸음 더 다가섰다.
“10초 줄게. 내 눈앞에서 저 애 치워. 그러고 나서 너랑 나랑 얘기 좀 하자.”
그는 가을을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이 부드러워지는 순간, 내 심장의 마지막 조각이 산산이 부서졌다.
그는 그녀에게 무언가 속삭였다. 너무 낮아서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나를 보았다.
“아니.”
그가 단호하게 말했다.
“이 아이, 여기 있을 거야.”
내 세상은 그냥 기울어진 게 아니었다.
아예 회전을 멈췄다.
그는 그녀를 선택했다.
바로 여기서. 바로 지금. 내 부하들 앞에서. 우리 아들의 유령 앞에서.
나는 그를,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쳐다보았다.
등에 흉터가 있는 남자, 내가 굶주렸을 때 나를 위해 빵을 훔쳤던 남자, 우리가 아이를 잃은 후 사흘 내내 나를 안아주었던 남자.
나는 더 이상 그를 알아볼 수 없었다.
“좋아.”
얼어붙은 공기 속에 그 한마디가 매달렸다.
나는 부하들을 향해 돌아섰다. 내 목소리는 여왕이 명령을 내리는 것처럼 맑고 단호했다.
“저 애, 끌어내.”
내 남편, 강태준은 열아홉 살짜리 여자애들과 계절마다 연애하는 걸로 유명한, 서울에서 가장 악명 높은 바람둥이였다. 지난 5년간, 나는 내가 그를 길들인 유일한 예외라고 믿었다. 그 환상은 아버지에게 골수 이식이 필요해졌을 때 산산조각 났다. 완벽한 기증자는 열아홉 살의 유아리라는 아이였다. 그리고 수술 당일,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강태준이 그녀를 병원에 데려오는 대신, 침대에서 함께 뒹굴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의 배신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가 추락했을 때, 그는 그녀를 먼저 구하고 나는 떨어지도록 내버려 뒀다. 샹들리에가 무너졌을 때, 그는 자신의 몸으로 그녀를 감쌌고, 피 흘리며 쓰러진 나를 밟고 지나갔다. 심지어 돌아가신 아버지가 내게 남긴 마지막 유품까지 훔쳐 그녀에게 줬다. 그 모든 일을 겪는 동안, 그는 아버지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나를 이기적이고 감사할 줄 모르는 여자라고 비난했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이혼 서류에 서명하고 사라졌다. 내가 떠나던 날, 그에게서 문자가 왔다. "좋은 소식이야, 네 아버지한테 다른 기증자를 찾았어. 같이 수술 일정 잡으러 가자."
내 인생이 거짓이었다는 첫 번째 단서는 게스트룸에서 새어 나온 신음 소리였다. 7년을 함께한 남편은 내 옆에 없었다. 내 인턴과 함께 있었다. 남편, 서주혁이 4년 동안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상대는 내가 재능을 아껴 멘토링해주고, 학비까지 직접 대주던 아이, 한기야였다. 다음 날 아침, 기야는 주혁의 셔츠를 입고 우리 집 식탁에 앉아 있었다. 주혁은 우리를 위해 팬케이크를 구웠다. 그는 내 얼굴을 보며 다른 사람은 절대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나는 기야가 그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주혁이 나와는 절대 갖지 않으려 했던 바로 그 아이를. 세상에서 가장 믿었던 두 사람이 나를 파괴하기 위해 공모했다. 이 고통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내 세상 전체가 소멸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는 한 뇌과학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의 실험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시술에 대해 묻기 위해서였다. 복수는 원하지 않았다. 나는 남편에 대한 모든 기억을 지우고 그의 첫 번째 실험 대상이 되고 싶었다.
서아라의 숨통이 조여왔다. 가슴이 거대한 족쇄에 짓눌리는 듯했다. 여섯 살배기 아들, 이준이가 공포에 질려 새하얗게 굳은 얼굴로 엄마를 바라봤다. 아나필락시스 쇼크. 상황은 급격히 악화되고 있었다. 그녀는 남편 박지훈의 이름을 힘겹게 내뱉으며 119에 전화하라고 애원했다. “엄마가 숨을 못 쉬어요!” 이준이가 전화기에 대고 울부짖었다. 하지만 내연녀 최유라와 ‘인맥 관리’ 중이던 지훈은 그저 ‘공황장애’일 거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몇 분 뒤, 그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아라를 위해 불렀다던 구급차는 이제 겨우 발목을 ‘삐끗했을’ 뿐인 유라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아라의 세상이 산산조각 났다. 작은 가슴에 영웅심이 불타오른 이준이는 도움을 청하러 밖으로 뛰쳐나갔지만, 그대로 차에 치이고 말았다. 끔찍한 충돌음. 그녀는 제 비극 속의 유령처럼, 구급대원들이 작고 부서진 아이의 몸을 하얀 천으로 덮는 것을 지켜봤다. 지훈이 유라를 선택했기 때문에, 그녀의 아들이 죽었다. 세상이 무너지는 절망. 끔찍한 공포. 뼈를 깎는 죄책감. 이준이의 마지막 모습이 뜨거운 낙인처럼 영혼에 새겨졌다. 어떻게 아빠가, 남편이, 이토록 괴물같이 이기적일 수 있을까? 쓰디쓴 후회가 영혼을 잠식했다. 최유라. 언제나 최유라였다. 그 순간, 아라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녀는 거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살아있는 이준이가 건강한 모습으로 달려왔다. 이건 끔찍하고도, 불가능한 두 번째 기회였다. 그 파멸적인 미래는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삶을 되찾고, 아들을 지키고, 그들에게 죗값을 치르게 할 것이다.
강태준과의 결혼식이 몇 주 앞으로 다가왔다. 7년의 연애. 나는 우리의 미래가 완벽할 거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강태준은 머리를 다쳤다며 ‘선택적 기억상실’을 주장했다. 오직 나만 기억하지 못했다. 나는 그가 기억을 되찾게 하려고 애썼다. 그의 영상 통화를 엿듣기 전까지는. “완전 천재적인 작전이었어.” 그는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있었다. 그의 기억상실은 결혼 전 인플루언서 클로이 반과 놀아나기 위한 가짜 ‘자유이용권’이었다. 심장이 무너져 내렸다. 나는 그의 거짓말을 믿는 척했다. 그가 대놓고 클로이와 시시덕거리는 것과 조롱하듯 보내오는 셀카 사진들을 모두 견뎌냈다. 그는 내 고통을 비웃었고, 클로이의 가짜 응급 상황을 우선시했다. 그가 일으킨 사고 후, 그는 다친 나를 버려두고 클로이부터 병원으로 보냈다. 심지어 경제적으로 나를 고립시키려 했다. 내 약혼자가 어떻게 이렇게 잔인하고 계산적인 괴물일 수 있을까? 그의 배신은 모든 추억을 독으로 물들였다. 그 끝없는 잔인함을 믿었던 내가 바보 같았다. 그의 뻔뻔함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하지만 그의 희생양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무너지는 대신, 차가운 계획이 머릿속에 피어올랐다. 나는 내 존재를 지우고, 오채원이라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그와 나의 과거, 그리고 그의 약혼반지를 영원히 버리고 사라져 내 자유를 되찾을 것이다.
나와 내 남편, 강태준은 서울에서 모두가 부러워하는 황금 같은 커플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완벽한 결혼은 거짓이었다. 남편은 희귀한 유전병을 앓고 있었고, 그의 아이를 가진 여자는 누구든 죽게 될 거라 주장했다. 그래서 우리에겐 아이가 없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시아버지께서 후계자를 요구하셨을 때, 태준은 해결책을 제시했다. 바로 대리모였다. 그가 선택한 여자, 윤아라는 나보다 젊고 생기 넘치는, 마치 과거의 나를 보는 듯한 여자였다. 갑자기 태준은 늘 바빠졌다. ‘힘든 시험관 시술 과정’을 겪는 그녀를 돌봐야 한다는 핑계였다. 그는 내 생일을 놓쳤고, 우리의 결혼기념일도 잊었다. 나는 그를 믿으려 애썼다. 어느 파티에서 그의 목소리를 엿듣기 전까지는. 그는 친구들에게 나에 대한 사랑은 ‘깊은 유대감’이지만, 아라와의 관계는 ‘불꽃’같고 ‘짜릿하다’고 고백하고 있었다. 그는 아라와 이탈리아 꼬모 호수에서 비밀 결혼식을 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우리 결혼기념일에 가자고 내게 약속했던 바로 그 빌라에서. 그는 그녀에게 결혼식과 가족, 그리고 삶을 통째로 선물하고 있었다. 치명적인 유전병이라는 거짓말을 방패 삼아 내게는 결코 허락하지 않았던 모든 것을. 배신감은 너무나 완전해서, 마치 온몸이 산산조각 나는 듯한 충격이 밀려왔다. 그날 밤, 출장을 다녀왔다고 거짓말을 하며 집에 돌아온 그에게 나는 다정한 아내를 연기하며 미소 지었다. 그는 내가 모든 것을 엿들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가 새로운 인생을 계획하는 동안, 내가 이미 나의 탈출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도 몰랐다. 그리고 내가 방금 한 통의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은 더더욱 몰랐을 것이다. 오직 한 가지, 사람을 완벽하게 사라지게 만드는 일을 전문으로 하는 서비스에.
오늘은 나의 5번째 결혼기념일이다. 그리고 내 남편, 강태준이 38번째 이혼을 요구한 날이기도 하다. 그의 소꿉친구, 윤희진 때문이다. 우리의 결혼식 날, 차를 몰고 자살 소동을 벌이다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된 여자. 그날 이후, 태준은 죄책감이라는 빚을 갚기 시작했고, 그 대가는 온전히 내 몫이었다. 지난 5년간, 나는 이혼과 재혼의 굴레를 견뎌왔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희진이 나를 계단 아래로 밀어버렸다. 피 흘리는 나를 발견한 태준은 정의를 약속했다. 반드시 그녀가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맹세했다. 하지만 며칠 뒤, 경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건 현장의 CCTV 영상이 의문스럽게 삭제되었다고. 증거도, 사건도 없었다. 그날 밤, 희진은 나를 납치했다. 봉고차 뒤 칸에서 남자들이 내 옷을 찢어발기는 동안, 나는 겨우 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내 전화를 거절했다. 나는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렸다.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피를 흘리며, 나는 목숨을 걸고 달렸다. 그리고 다짐했다. 이번에는, 39번째 재혼은 없을 것이다. 이번에는, 내가 사라져 줄 차례였다.
심서연은 3년이라는 결혼 생활에 모든 것을 바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가혹한 이혼 서류 뿐이었다. 전 남편의 옛 애인의 장난질에 놀아나, 시댁의 압박은 날이 갈수록 심해졌다. 연놈들에게 커피를 끼얹었고, 녹음 파일로 처형의 실체를 드러냈으며, 시댁의 추악한 실체를 그대로 폭로해 버렸다. 그들이 무시하고 온순하기만 했던 심서연이 숨어 있던 보물이었다. 그녀는 전 남편 회사의 상장을 주도한 인물이며, 의료계에서 베일에 싸인 귀의였다. 전 남편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으나 이미 너무 늦었다. 진실이 드러나자 권세가 하늘을 찌르는 경성의 최고 갑부가 그녀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 "그녀는 내 사람일 수밖에 없어!"
그가 처음으로 성욕 발작을 일으켜, 어리둥절하게도 나와 잠을 잤다. 그 후 3년 동안 그는 고백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몸에 극도로 집착했다. 시간이 지나면 그의 마음을 녹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그가 후배와 연애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녀를 오랫동안 쫓아다녔더니, 마침내 내 여자친구가 되어주겠다고 동의했어.” 남자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우리 사이를 끊자.” 그 후, 나는 그의 뜻대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는 후회했고, 전 세계를 뒤져 그녀를 찾았다. 남자는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간청했다: “내 곁으로 돌아와 주시겠어요?”
임서현은 국가에서 인정받은 소녀 천재로 뛰여난 싸움 실력이며 안하무인의 성격이며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그녀 본인은 잘 알고 있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부모님을 어위고 쌍둥이 동생하고 서로 의지하면서 힘들게 살아왔다. 7년후, 국가에서 드디어 그녀를 내보내 자유를 주게 되었다.임서현은 들뜬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녀는 고모가 부모님의 저택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는 반면, 쌍둥이 여동생은 개밥보다도 못한 것을 먹는 것을 보고 그대로 상을 엎어버렸다. 그녀는 당장에서 그대로 상을 엎어버렸다. 고모의 협박이 두렵지 않냐고? 그녀는 하룻밤 사이에 고모의 사업을 무너뜨렸다. 동생이 학폭에 시달린다고? 그녀는 동생이 다니는 학교에 입학하여 괴롭히는 아이들을 폭력으로 폭력을 물리치고 가해자들을 무릎 꿀렸다. 냉소적인 사람들이 그녀의 출신을 비웃을 때 그녀는 당당하게 맞다고 인정했다. 근데 아이러니 한것은 명문 가문에서 그녀를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국가 연구소에서 그녀가 실직적인 배후 큰손이라 알렸다. 주시우는 베일에 가려진 가문의 실제 가주이지만 웬만해서 공적인 자리에 얼굴을 비추지 않는다.소문에 의하면 그는 무정하고 냉혈적이라 하였다.심지어 누군가는 그가 피바다가 된 자리에서 담배 피는 모습을 보았고 사람을 죽여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주시우는 임서현을 벽쪽으로 밀어붙이더니 지그시 그녀를 바라보며 애원하듯 말했다."서현아, 내가 너를 도와서 그 사람들을 해결했으니 나랑 좀 같이 있어줘야 하는거 아니야?"임서현은 무심하게 한마디 뱉었다."우리 사업 파트너 아니에요?"주시우는 한숨을 내쉬더니 그녀에게 다가가 가볍게 입을 맞췄다."그럼, 지금은?"
내가 곧 죽게 될 거라는 첫 번째 신호는 눈보라가 아니었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추위도 아니었다. 내 약혼자가 내 인생의 역작이자, 우리의 유일한 생존 보증 수단을 다른 여자에게 줘버렸다고 말할 때, 그의 눈빛이 바로 그 신호였다. "유라 씨는 추위에 떨고 있었어." 그는 마치 내가 비정상이라는 듯 말했다. "당신은 전문가잖아.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잖아." 그는 내 위성 전화기를 빼앗아 들고, 나를 급하게 파낸 눈구덩이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렇게 나를 버려두고 떠났다. 그의 새 여자친구, 한유라가 나타났다. 내 스마트 담요를 몸에 두른 채였다. 그녀는 내 손도끼를 이용해 내 마지막 방어막인 등산복을 찢어버리며 미소 지었다. "유난 떨지 마." 그가 말했다. 내가 추위에 얼어 죽어가는 동안, 그의 목소리에는 경멸이 가득했다. 그들은 모든 것을 빼앗았다고 생각했다. 자신들이 이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내 소매 끝에 몰래 꿰매 놓은 비상용 비컨의 존재를. 나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비컨을 작동시켰다.
이유진은 심씨 집안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추녀이고 의붓동생 항상 심청음에게 밟혀 욕보이고 있다. "너는 영원히 개처럼 살아야 될거야. "모두가 곧 김씨 가문으로 시집 갈 심청음을 바라보며 이유진이 웃음거리가 되는 것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결혼식 당일, 웨딩드레스를 입고 김씨 가문에 들어선 사람은 뜻밖에도 이유진이였다. 온 도시가 떠들썩했다. 김도준은 왜 쓸모없는 추녀를 선택했을까? 모두가 그녀가 쫓겨나는것을 기다리고 있을 때, 이유진은 그녀가 숨겨왔던 신분을 연이어 터뜨렸다,.의약 여왕, 금융 거장, 감정 천재, AI 대부…모든 사람의 생각을 제대로 벗어나, 본때를 보여줬다! 심씨 가문에서 후회 막심하여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는데, 김도준은 바로 이유진의 이쁜 생얼 사진으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렸다."내 아내가 당신들의 평가가 필요할까?"
결혼식 날, 김준현은 마음속에 잊지 못할 여인을 만나러 가기 위해 나를 버렸다. 내가 그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항상 나에게 상냥하던 그는 처음으로 초조해 보였다. "결혼식은 중요하지 않아. 나중에 내가 너한테 더 잘해줄게." 실망한 나는 결혼을 취소하자고 제안했다. 김준현은 내가 단지 화를 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친구들이 그를 설득하려 했을 때도, 그는 "괜찮아. 화가 가라앉으면 그녀는 다시 돌아올 거야."라고 말했다. 그러던 중 김서진이 우리의 혼인 증명서를 온라인에 게시했다. 김준현은 갑자기 미쳐버린 듯 찾아와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문이 열리자 김준현은 그곳에 서 있는 남자를 보고 잠시 멈칫했다. 나는 그 남자 뒤에서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 "조카분, 이렇게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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