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 권도준과 나는 서울에서 가장 빛나는 세기의 커플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완벽한 결혼 생활은 거짓이었다.
그가 자신의 아이를 밴 여자는 무조건 죽게 된다는 희귀한 유전병을 핑계로, 우리는 아이가 없었다.
죽음을 앞둔 그의 아버지가 후계자를 요구하자, 도준은 해결책을 제시했다.
바로 대리모였다.
그가 선택한 여자, 아리아는 나보다 어리고 훨씬 생기 넘치는, 딱 내 젊은 시절의 모습이었다.
갑자기 도준은 그녀와 함께 있느라 늘 바빴다.
내 생일을 놓쳤고, 우리의 결혼기념일도 잊었다.
나는 그를 믿으려 애썼다.
어느 파티에서 그가 친구들에게 고백하는 걸 엿듣기 전까지는.
"혜진이와는 깊은 유대감 같은 거지. 하지만 아리아는… 불꽃이야. 짜릿하다고."
그는 나와 함께 가기로 약속했던 바로 그 제주도 풀빌라에서, 아리아와 비밀 결혼식을 올릴 계획이었다.
그는 거짓말을 방패 삼아 내게는 허락하지 않았던 모든 것, 가족과 새로운 삶을 그녀에게 주고 있었다.
배신감은 너무나 완벽해서, 마치 온몸이 마비되는 듯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날 밤, 출장을 다녀왔다고 거짓말하며 집에 돌아온 그에게 나는 다정한 아내를 연기하며 미소 지었다.
그는 내가 모든 것을 들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가 새로운 삶을 계획하는 동안, 내가 이미 탈출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도 몰랐다.
그리고 내가 방금 한 가지 일에 특화된 서비스, 사람을 ‘사라지게’ 만드는 곳에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은 더더욱 몰랐다.
제1화
서혜진 POV:
그 거짓말은, 인정하건대, 참 아름다웠다.
권도준은 그의 다국적 기업, ‘은월 팩’을 운영할 때와 똑같은 세심함으로 그 거짓말을 빚어냈다.
"우리 어머니는 날 낳다가 돌아가셨어, 혜진아."
몇 년 전, 그의 낮은 목소리가 뼛속까지 울리며 내게 속삭였다.
크고 따뜻한 그의 손이 내 손을 감쌌다.
"우리 권씨 가문은… 저주받았어. 달의 여신께서 나의 알파로서의 힘에 대한 대가로 어머니를 데려가신 거야. 그건 내가 진정한 내 운명의 짝을 찾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해. 그 결속이 그녀를 죽일 테니까."
나는 그를 믿었다.
사랑했기에, 믿었다.
모든 늑대 소녀가 꿈꾸는 그 운명적인 연결, 마치 고대의 자물쇠가 제 열쇠를 찾은 것처럼 영혼이 딱 들어맞는 그 순간에 대한 나 자신의 갈망을 억눌렀다.
나는 그의 ‘정략적 파트너’라는 역할을 받아들였다.
정치적인 결합, 영혼이 아닌 직함뿐인 미래의 루나.
나는 강력한 알파 CEO에게 완벽하고 우아한 액세서리였다.
오늘 밤, 그 아름다운 거짓말이 풀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의 아버지 서재에 있었다.
공기는 오래된 가죽 냄새와 불만으로 가득했다.
냉혹한 결정들로 얼굴에 지도가 그려진 권 회장이 거대한 오크 책상 너머로 도준을 쏘아보았다.
"네 생명의 기운이 약해지고 있다, 도준아."
자갈 구르는 듯한 목소리로 권 회장이 말했다.
"나도 느끼고, 팩 전체가 느끼고 있어. 이 팩에는 후계자가 필요하다. 가문의 혈통을 이을 후계자가. 다음 블러드문까지 후계자를 정하지 못하면, 알파 자리는 네 사촌에게 넘길 것이다."
그 위협은 무겁고 숨 막히게 공중에 매달렸다.
도준은 움찔하지 않았다.
"해결책이 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혈족의 의식입니다. 오래된 방식이지만, 혈통의 순수성을 보장할 겁니다. 일종의… 대리모 제도라고 할 수 있죠."
내 숨이 멎었다.
나와는 한마디 상의도 없었던 일이었다.
"이건 순전히 팩의 존속을 위한 겁니다."
그는 마침내 나를 흘끗 보며 덧붙였다.
평소 따뜻한 꿀색이던 그의 눈동자는 멀게만 느껴졌다.
그가 선택한 오메가의 이름은 아리아였다.
작고 힘없는 팩 출신이었는데, 불안할 정도로 내 어린 시절의 연약한 모습과 닮아 있었다.
"그녀가 내 알파 에너지에 적응하도록 도와줘야 해."
도준은 그 후 며칠 동안 그렇게 설명했다.
"의식은 그녀에게 큰 부담이 될 거야. 그녀가 준비되도록 하는 게 내 의무지."
그의 ‘의무’는 그녀의 개인 아파트에서 긴 저녁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다 밤을 새우기 시작했다.
내 생일이 왔다.
그가 약속했던 성대한 축하 파티는 짧고 미안한 메시지와 함께 취소되었다.
*아리아가 내 에너지에 부작용을 보이고 있어. 안정시켜야 해.*
우리의 결속 기념일에, 나는 밤새도록 기다렸다.
시계는 자정을 넘겼다.
막 포기하려던 순간, 결속된 쌍만이 공유하는 정신적 연결, 마인드 링크를 통해 속삭임이 들려왔다.
*기념일 축하해, 혜진.*
그게 다였다.
감정도, 존재감도 없었다.
그저 수십 킬로미터 밖에서 내 머릿속으로 날아온 단어들뿐이었다.
오늘 밤, 거짓말은 완전히 산산조각 났다.
자선 모임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인적 드문 도로에서 무리 없는 늑대, 로그 몇 마리가 내 차를 습격했다.
시큼한 절망과 광기가 뒤섞인 그들의 악취가 공기를 채웠다.
나는 발톱으로 살을 찢고, 으르렁거리며 내 안의 늑대를 깨워 그들과 싸웠다.
지저분한 싸움이었지만, 나는 알파의 파트너였다.
약하지 않았다.
싸움이 끝났을 때, 내 차는 박살 났고 온몸은 긁힌 상처투성이였다.
나는 링크를 통해 도준에게 손을 뻗었다.
*도준, 당신이 필요해. 공격당했어.*
침묵.
*도준, 제발! 어디야?*
그 침묵은 물리적인 것이었다.
내 마음속에 세워진 차가운 벽.
그가 나를 차단했다.
나는 차갑고 무거운 돌덩이가 된 심장을 안고 마지막 3킬로미터를 절뚝이며 걸었다.
우리 펜트하우스에 가까워지자, 밤공기를 타고 또 다른 향기가 날아왔다.
달콤했다.
역겨울 정도로 달콤한 암컷 늑대의 페로몬.
내 것이 아니었다.
나는 팩의 프라이빗 클럽 밖에서 그들을 발견했다.
직접 본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도준의 정신적 차단이 순간적으로 풀렸던 모양이다.
그의 베타에게 자랑하려던 한 조각의 생각이 물리적인 타격처럼 내 정신을 강타했다.
*혜진이는 내 영혼에 완벽하게 맞는, 평온한 항구 같은 존재야. 하지만 아리아는… 내 늑대가 갈망하는 거친 불길이지.*
다리에 힘이 풀릴 뻔했다.
거친 불길.
그는 그녀를 위해 비밀 결속 의식을 계획하고 있었다.
언젠가 나를 데려가겠다고 약속했던 신성한 장소, 달의 여신의 성지에서.
손이 떨렸다.
나는 휴대폰을 꺼냈다.
도준은 오늘 밤 북쪽 국경을 시찰하러 간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아직 가방에 가지고 있던 그의 연동 태블릿에 알림이 빛나고 있었다.
아리아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오늘 밤 데이트 너무 기대돼! 완벽한 드레스도 골라놨어. <3"
심장이 부서지지 않았다.
그냥 멈췄다.
얼음이 되었다가, 먼지로 변했다.
나는 집으로 가지 않았다.
차를 돌려 팩들이 없는 척하는 도시의 한 구역으로 향했다.
희미한 초승달 하나가 새겨진, 평범해 보이는 문으로 걸어갔다.
간판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섀도우 생츄어리."
이곳은 사라져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찾아오는 곳이었다.
그리고 오늘 밤,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이 바로 그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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