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나는 막강한 알파 강태준의 루나였다. 그는 내게 비처럼 선물을 쏟아부었지만, 단 한 번도 사랑을 준 적은 없었다. 그가 나를 만질 때면, 그의 눈은 나를 통과해 내가 볼 수 없는 어떤 유령을 찾아 헤맸다.
인간인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나는 우리의 신성한 마인드 링크를 통해 필사적으로 그에게 닿으려 했다. 내 메이트의 위로를 간절히 구걸했다. 하지만 그는 나를 차단했다.
아버지가 홀로 죽어가는 동안, 나는 아흔아홉 번이나 그를 불렀다. 이틀 후, 우리 팩의 베타가 내게 환영을 보내왔다. 파리에서 내 이모, 이서아를 부드럽게 끌어안고 있는 강태준의 모습이었다. 그가 내게는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애틋함이었다. 그가 돌아왔을 때, 그는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했다. 대륙 간의 거리가 멀어 링크가 끊겼던 거라고.
나는 그의 개인 서재에 잠겨 있던 진실을 발견했다. 그곳은 그녀를 위한 신전이었다. 그의 일기장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우리의 첫 만남, 그가 나를 구해줬던 로그의 습격까지 전부. 그 모든 것이 그가 진정으로 사랑했던 여자의 대용품을 얻기 위해 꾸며낸 거짓 연극이었다.
나는 그저 그녀의 혈통을 담는 그릇이었고, 내가 밴 아이는 그 거짓 속에서 잉태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를 속여 두루마리 두 개에 서명하게 했다. 첫 번째는 내 임신을 마법으로 숨기는 의식에 대한 것이었고, 두 번째는 텅 빈 거절 수락서였다. 나는 거기에 서명한 뒤 원로회에 제출하고, 새로운 대륙으로 향하는 배에 올랐다. 그의 세상에서 나 자신을 영원히 지워버렸다.
제1화
서엘라 POV:
지난 3년간, 나는 알파 강태준의 루나였다.
우리 흑월 팩은 거대한 가족을 가장한 재벌 그룹이었고, 그는 그곳의 회장이자, 왕이며, 알파였다. 세상에게 그는 무자비한 사업가였다. 우리 무리에게 그는 힘과 고대 혈통으로 태어난 지도자였다.
내게 그는 메이트였다. 달의 여신님이 내 영혼을 위해 빚어주셨다는 단 한 사람.
그는 내게 선물을 쏟아부었다. 서울의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펜트하우스,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으로 가득 찬 옷장, 몰아본 적 없는 자동차들. 그는 늑대인간 여자가 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주었지만, 내가 갈망하는 단 한 가지는 주지 않았다. 바로 그 자신.
그가 나를 만질 때면, 그 손길에는 나를 향한 것이 아닌 절박함이 묻어났다. 그의 손이 내 어깨를 움켜쥐고, 그의 눈은 나를 꿰뚫어 보았으며, 그의 향기—소나무와 겨울 서리가 뒤섞인 강렬한 향—가 나를 압도했다. 그건 사랑이라기보다는 정복에 가까웠다. 마치 나를 붙잡음으로써 어떤 유령을 소유하려는 몸부림처럼.
나는 그저 그의 알파다운 본성일 뿐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강력하고, 지배적이며, 압도적인. 나는 팩에서 가장 운 좋은 여자였고, 모두의 부러움을 샀다.
나는 바보였다.
진실은 나 외에는 아무도 들을 수 없는 비명과 함께 시작되었다. 인간인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있었다. 그는 팩의 일원은 아니었지만, 나의 피붙이였다. 나는 메이트와 알파를 잇는 보이지 않는 끈, 결코 끊어져서는 안 될 신성한 유대인 마인드 링크를 통해 강태준에게 손을 뻗었다.
“태준 씨, 제발. 당신이 필요해요. 아버지가… 돌아가시려 해요.”
침묵.
나는 고통으로 가득 찬 절박한 애원을 다시 보냈다. “강태준!”
내 마음속에 벽이 세워졌다. 차갑고 단단한 장벽. 그가 나를 차단한 것이다. 그 행위는 너무나 잔인하고 단호해서, 폐에서 공기가 빠져나가는 물리적인 충격처럼 느껴졌다.
나는 아흔아홉 번이나 그를 불렀다. 매번 나의 부름은 그 고요한 벽에 부딪혀 사라졌다.
아버지는 홀로 돌아가셨다. 나는 홀로 슬퍼했다.
지옥 같은 고통 속에서 이틀째 되던 날, 내 마음속에 희미한 영상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강태준에게서 온 것이 아니었다. 우리 팩의 베타, 민준호에게서 온 것이었다. 그는 강태준의 2인자였고, 충성심이 지극했지만 그의 충성은 팩을 향한 것이었다. 나는 늘 알고 있었다. 민준호는 강태준의 그 냉정함이 언젠가 우리 모두를 위협할 약점이 되리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그가 보낸 영상은 단순한 동정이 아니었다. 경고였다. 행동하라는 신호였다.
비에 젖은 파리의 거리, 한 여자를 품에 안고 서 있는 강태준. 그는 내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애틋함으로 그녀를 안고, 마치 그녀의 영혼을 들이마시기라도 하려는 듯 그녀의 목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내 영혼은 얼음 동굴 속으로 추락했다. 나는 그 여자를 알았다. 그녀의 실루엣, 그녀가 고개를 드는 방식을.
내 이모, 이서아였다. 어머니의 여동생.
사흘 뒤, 강태준이 돌아왔다. 그는 지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우리의 싸늘하고 고요한 집으로 들어섰다.
“유럽 지사에 긴급한 일이 있었어.”
그의 목소리는 잘 닦인 돌처럼 매끄러웠다.
“대륙을 넘나들면 마인드 링크가 불안정해. 여기 있어 주지 못해 미안해.”
거짓말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깔끔했다.
나는 울지 않았다. 소리치지도 않았다. 그저 가슴속에 심장이 차갑게 얼어붙은 채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보고 싶었어요.”
내 목소리는 텅 비어 있었다.
“그걸 보상해 줄 겸, 서명해 주셔야 할 양피지가 두 개 있어요. 알파가 위급한 시기에 자리를 비웠을 때를 위한 오래된 팩의 전통이에요.”
그의 검은 눈동자에 죄책감이 스쳤다. 그는 자상한 메이트처럼 보이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사람이었다.
“물론이지, 내 사랑. 뭐든지.”
그는 나를 따라 거대한 오크 테이블로 갔다. 나는 고풍스러워 보이는 양피지 두 개를 펼쳤다. 그는 거의 쳐다보지도 않고 밀랍 인장에 엄지를 눌렀다. 그의 알파 문양이 핏빛으로 승인을 찍었다.
그는 자신이 방금 무슨 짓을 했는지 전혀 몰랐다.
첫 번째 양피지는 ‘태아 생명 연결 차단 의식’이었다. 태아의 생명 신호를 가려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만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약초사의 협약서였다.
두 번째는 내 서명이 이미 되어 있는 텅 빈 ‘거절 수락서’였다. 그의 거절 증거만 있으면 효력이 발생하는 문서였다.
그날 밤, 나는 감히 해본 적 없는 일을 했다. 그의 개인 서재, 알파의 소굴로 들어갔다. 그는 항상 팩의 업무만을 위한 곳이라고 말했었다.
업무 파일은 없었다.
방은 신전이었다. 공기는 그녀의 향기, 가죽 의자와 무거운 커튼에 배어 있는 희미한 라벤더와 바닐라 향으로 가득했다. 벽은 온통 그녀의 초상화로 뒤덮여 있었다. 웃고 있는 이서아, 책을 읽는 이서아, 늑대의 모습인 이서아.
책상 위에는 고대 늑대의 언어로 쓰인 가죽 장정의 일기장이 있었다. 그의 일기였다. 그녀를 향한 10년간의 사랑 이야기.
그리고 그가 마지막으로 쓴 페이지에, 내 심장의 마지막 조각마저 산산조각 내는 진실이 있었다. 우리의 만남, 그가 나를 구해줬던 ‘로그의 습격’, 달의 여신님이 내게 영웅을 보내주셨다고 믿었던 그 순간…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그가 꾸민 연극이었다.
그는 내가 그녀를 닮았다는 이유로 나를 선택했다. 내가 그녀의 혈통을 가졌다는 이유로 나를 각인했다.
그의 모든 애정, 모든 손길, 모든 선물… 그것들은 모두 다른 여자의 유령을 바라보는 남자가 드리운 그림자에 불과했다.
나는 일기장을 손에 쥔 채 그 방을 나왔다. 비밀과 금지된 약초를 다루는 팩의 늙은 어둠의 치유사를 찾아갔다.
의식을 활성화할 시간이었다. 거짓 속에서 잉태된 이 아이는, 진정으로 원치 않는 세상에 태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사라질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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