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급 극비 임무를 완수한 후, 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엄마! 제가 1년 동안 준비한 유엔 사무국 인턴 지원이 드디어 통과됐어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딸의 목소리는 기쁜 나머지 가볍게 떨렸다.
그리고는 바로 비자 서류 준비에 들어갔는지, 비자 신청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묻는 음성 메시지를 세 개나 보내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일주일 후, 그녀의 스마트워치 위치 데이터는 여전히 학교 본관 3층에 머물러 있었다.
내가 비밀리에 딸의 학교로 찾아 갔을 때, 딸이 마음아프게도 어느 구석에 잔인하게 묶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주범은 오만한 표정으로 비웃으며 말했다. "이런 거지 같은 년아, 감히 우리 아빠가 내게 준 유엔 인턴 기회를 낚아채 간다니? 죽고 싶어 환장했나봐?"
심지어 곁에 있던 조교까지 그 범죄자에게 아양을 떨며 말을 보탰다. "소이 학생의 아버님은 우리 나라 최고 재벌이시고, 어머님은 우리 나라 최정상 전문가시니, 이번 기회는 당연히 소이 학생의 것이 아니겠습니까? "
나는 미간이 떨렸다.
유엔 사무국이라...
그건 내 딸이 안깐힘을 다 써가며 따낸 자리 아니었던가?
그리고 우리 나라 최고 재벌에 최정상 전문가는 나와 내 남편을 두고 하는 소리가 아닌가?
나는 곧바로 익숙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듣자 하니, 당신이 밖에 사생아 딸이 있다면서요?" 이게 어떻게 된 일인 거죠?"
...
"여보, 일에 너무 매달리다가 어디 아픈가 봐? 내가 똑똑하고 능력있는 당신이랑 예쁜 우리 희주 두고, 다른 여자한테 마음 쓸 여유가 있을 리가 없잖아요." 그것도 그럴것이 수십 년 간 쌓아온 믿음이 있는데... 나는 바로 의심을 삼켜버렸다.
내 남편 설원식은 주변에서 인정받는 모범 남편이자 완벽한 애 아빠다. 나와 딸에게 나무랄 때 없이 한결 같았다.
여자들의 모임만 있으면 내가 어떻게 남편을 잘 다루냐는 농담이 쏟아졌다.
별다른 비결 같은 건 없다.
나와 설원식은 대학교 학창 시절부터 연인이었다. 대학교 1학년 때 만나 서로에게 반했지.
그때 나는 최고 부자 집안의 딸이라는 신분을 숨겼고, 설원식은 힘겹게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을 내고 겨우 살아가는 가난한 청년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악착같이 돈을 모아, 매일 아침 일찍 동네에서 가장 비싸고 맛있는 아침식사를 내게 사 주곤 했다.
또 추운 겨울에는 다른 동창들의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고, 교실 창가의 가장 햇살이 잘 드는 자리를 반드시 지켜냈다.
나는 결혼 후 모든 경영권을 그이에게 넘겼다. 그래도 늘 그랬듯이 설원식은 가족을 더욱 소중히 여기며 나와 딸에게 잘해주었다.
전화 너머로 남편은 여전히 내게 안부를 묻고 있었다.
나는 급히 전화를 끊었다. 딸의 목이 거친 밧줄에 피범벅이 된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희주야!" 나는 미치광이 여자처럼 딸에게 달려들었다. 밧줄을 움켜쥔 손바닥이 피범벅이 되었어도 살점만 벗겨냈을 뿐이다.
매듭이 너무 단단히 묶여 있어, 거친 밧줄에 손톱이 부러졌다.
피가 손가락 끝에서 딸의 창백한 얼굴로 떨어졌고, 희주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엄마...'
그 한마디에 나는 피눈물이 흘릴 만큼 가슴이 찢어졌다.
나는 이성을 잃고 밧줄을 입에 물었다. 닳아빠질 때까지 물어뜯어야 한다는 집념에 턱이 떨렸다
"하하하 빨리 찍어!" 소이가 갑자기 날카롭게 웃으며 소리쳤다. "이 아줌마가 개처럼 밧줄을 물고 있는 거 봤어?"
그러고 나서 그녀는 등뒤에 있는 사람들한테 눈짓을 보냈다.
서류제출을 위해 줄 서있던 같은 반 친구들과 학부모들도 이 희한한 광경에 놀라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소이의 아버님은 전국에서 일등 가는 재벌이야! 더 쪽 팔리고 싶지 않으면 순순히 그 자리를 포기해!"
"소이 양은 재벌의 외동딸이야!" 조교도 합류해 핸드폰을 들이밀며 가까이에서 촬영했다. "넌 과연 소이 양과 그 자리를 두고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해? 이런 가난뱅이들아."
소이는 또다시 크게 웃으며 언성을 높였다. "옷은 참 잘 입었는데 말이야... 나랑 비교할 바가 못 돼! 모녀가 나란히 개 흉내를 내다니... 너무 웃긴데? 이거 인터넷에 올리면 확 터질 텐데?"
나는 그들을 무시하고 밧줄을 세게 물었다.
가시가 내 잇몸에 박혀도 상관 없었다.
녹 슨 맛이 입안에서 가득 퍼지자 마침내 밧줄이 끊어졌다.
하지만 내가 희주를 품에 안기도 전에 그 범죄자 소이가 악취가 나는 닭 뼈를 희주의 얼굴에 후려쳤다.
"아차.. 개는 뼈를 좋아하지?" 소이는 숨이 넘어갈 듯 웃어댔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손바닥을 후려쳐 그녀의 뺨을 때렸다.
퍽! 분노에 휩싸인 나는 전신의 힘을 다해 내리쳤다. 이때 소이의 코뼈가 '탁!' 하고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피가 생방송중인 핸드폰 렌즈에 튀었다.
"어디 감히 나를 때려?" 소이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부어오른 얼굴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주변에서 구경을 하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조교도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는 서둘러 티슈를 꺼내 소이의 코피를 닦아주었다. "희주 어머님, 제 정신이에요? 당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나요?"
나는 딸을 꽉 끌어안은 채, 한 손으로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걸었다. "장 선생님, 제 딸 희주가 많이 다쳤어요. 의료팀 지형 박사님을 즉시 파견해주세요."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진지했다. "알겠습니다. 바로 파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