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 지 3년이 되었지만, 원서연은 배준혁의 마음에 들지 못했다. 원서연이 무너진 전시회에 묻힌 그날, 배준혁은 첫사랑과 데이트 중이었고, 그녀에게 전용기를 선물했다. 어깨에 박힌 세 개의 쇠못은 원서연의 마음속 상처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처럼 무관심한 남자에 대해 그녀는 큰 결심은 내리고 손을 놓아주기로 했다. 원서연은 이혼을 결행하며 그의 비교되는 태도를 비꼬았다. 퇴사 후 그녀는 주목받는 디자이너가 되었다! 이혼 후 쓰레기 같은 남자는 첫사랑과 결혼하게 될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그는 다시 그녀에게 구애하기 시작했다! 벽치기를 하며 이를 악물고 또박또박 말했다. "내가 잘 못한다고? 원서연, 정말 제대로 해볼래?"
"서연아, 너희 남편 아직도 전화 안 받아?"
동료 하서윤의 걱정 섞인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고, 원서연은 그 안에 담긴 연민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계속 울리는 부재중 신호음에 원서연의 마음은 점점 더 깊은 심연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이틀 전, 배준혁이 준비 중인 전시회 점검차 미술관에 들린 원서연은 갑작스레 무너진 철제 구조물에 의해 폐허속에 갇혀버렸다. 구조대를 기다리는 3시간 동안, 그녀는 계속 배준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단 한 번도 연결되지 않았다.
마침내 구조되었을 때, 원서연은 온몸이 피로 얼룩져 있었고 철심 세 개가 박힌 오른쪽 어깨는 지금까지도 은은한 아픔이 밀려오고 있었다.
멍하니 핸드폰을 바라보는 원서연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이틀 전의 악몽이 아직도 그녀의 몸과 마음에 선명히 남아 있어 핸드폰을 들고 있는 손마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차갑게 식어버린 가슴이 더 아팠다.
매번 원서연에게 배준혁이 필요할 때면, 그는 항상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런 원서연의 표정을 본 하서윤은 더는 참지 못하고 불평을 터뜨렸다. "대체 너희 남편은 뭐 하는 사람이야? 아내가 이렇게 크게 다쳤는데, 어떻게 이틀 동안 전화 한 통 안 받을 수 있어? 게다가 퇴원하는 날까지도 남이 데리러 와야 한다니, 이게 뭐야. 이건 남편이 없는 거랑 다름없잖아."
그 말에 원서연은 힘없이 웃으며 자조 섞인 말투로 중얼거렸다. "아마도 바쁜가 봐..."
결혼한 3년 동안, 배준혁의 핑계는 늘 똑같았다. 바쁘다는 말, 혹은 아예 전화를 받지 않는 무관심.
이름뿐인 '배 사모님'이라는 타이틀에, 원서연은 바보처럼 모든 걸 감내해왔다.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전화를 받을 시간조차 없다는 게 말이 돼?" 하서윤은 단호하게 반박했다.
하지만 그 말은 날카로운 바늘처럼 원서연의 마음을 찔렀고, 애써 자신의 마음을 마비시키려던 핑계마저 산산조각 내버렸다.
원서연은 마음속의 쓰라림을 꾹 삼키며 애써 웃음을 지었지만, 그 웃음은 차라리 우는 것보다도 못했다.
바로 그때, 핸드폰을 보고 있던 하서윤이 갑자기 소리쳤다. "헐, 세상에! 감정 따윈 없는 줄만 알았던 배 대표님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까지 제치고 지구 반 바퀴를 돌아서 그녀의 전시회를 지원하러 가셨대!"
그 순간, 살을 에는 듯한 한기가 원서연의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하서윤은 핸드폰을 원서연에게 내밀며 혀를 찼다. "배 대표님 봐봐. 그리고 네 남편 봐봐. 넌 겨우 죽을 고비를 넘겼는데, 네 남편은 전화 한 통도 받지 않잖아. 서연아, 너 너무 한 사람한테만 목 매달지 마. 그럴 가치도 없는 사람이잖아."
원서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핸드폰 화면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하서윤은 당연히 모를 것이다. 그녀가 말한 그 '배 대표님'이 바로 원서연이 아무리 연락해도 닿지 않았던 그 매정한 남편이라는 것을.
그리고 원서연은 그제야 깨달았다. 배준혁이 말한 '출장'이란, 다름 아닌 그의 첫사랑 박효민을 위해 떠난 여행이었다는 걸.
한때, 배준혁과 박효민은 모두가 부러워할 만큼 불타는 사랑을 나눈 사이였고, 다들 두 사람이 꼭 결혼할 줄 알았었다.
하지만 어느 날, 배준혁이 교통사고로 시력을 잃자 박효민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해외로 떠나버렸다.
그 어두웠던 시간 동안, 늘 배준혁의 곁을 지키며 돌봐준 사람은 원서연이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어리석다고 비웃었지만,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았고 어릴 적부터 품어온 짝사랑이 결실을 맺을 거라 믿고 있었다.
그러나 시력이 돌아온 배준혁이 그녀에게 던져준 것은 혼인 계약서 한 장 뿐이었다...
원서연은 핸드폰 화면 속의 사진을 바라보며, 그 다정하고 잘생긴 배준혁의 얼굴이 오로지 눈엣가시처럼 느껴졌다.
"로맨스 그 자체! 배씨 그룹 배 대표, 인기 화가 '체리'를 위해 직접 공항에 나타나다. 열애설 기정사실화!"
그 문장을 본 순간, 원서연의 마음에 남아있던 마지막 희망까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체리, 바로 원서연이 준비하던 전시회 주인의 이름이었고, '체리'가 바로 박효민이었다.
그러니까, 원서연은 지금껏 경쟁자의 전시회를 위해 목숨 걸고 준비했던 것이다.
그녀가 무너진 철골 더미 아래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배준혁은 박효민과 오랜만의 재회를 만끽하고 있었다니... 그 생각만으로도 원서연은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했다.
하서윤은 원서연의 창백한 얼굴을 보지 못한 채 감탄을 이어갔다. "봐봐, 배 대표님 너무 부드럽게 웃는 거 아니야? 이 두 사람 대학 때 연인이었다며? 비록 후엔 헤어졌다지만, 지금 이 상황으로 보면 곧 다시 합치려는 거 아니야? 정말 너무 잘 어울리잖아!"
"그러게, 잘 어울리네."
원서연은 스스로를 비웃으며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하서윤에게 핸드폰을 돌려주고는 말없이 집으로 돌아갔다.
...
그날 밤, 배준혁이 집에 들어왔을 땐 이미 새벽 1시가 다 된 시간이었는데 현관문을 열자마자,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예전 같았으면, 배준혁이 아무리 늦게 들어와도 늘 원서연은 불을 켜놓고 그를 맞이했겠지만 오늘은 집 안이 온통 깜깜할 뿐, 따뜻함이라곤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왠지 모를 답답함을 느낀 배준혁은 말없이 2층으로 올라가 침실 문을 열었다.
창 밖의 달빛을 빌어 침대 위의 어렴풋한 실루엣을 발견할 수 있었다.
사실 문이 열리는 순간, 원서연은 이미 깨어 있었다.
공기 중에 은은히 퍼지는 낯선 여성 향수의 냄새, 익숙하지 않은 달콤한 향기는 아마도 박효민의 것이라고 원서연은 생각했다.
원서연은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다행히도 방 안의 어두움이 그녀의 비참함을 숨겨주었다.
침대 한쪽이 꺼져 들어가자, 원서연은 몸을 돌려 배준혁의 옷 속으로 손을 밀어 넣었고, 뜨거운 복근을 따라 그녀의 손끝은 점점 아래로 향했다.
숨이 살짝 거칠어진 배준혁은 잠시 멈칫하더니, 원서연의 손을 꽉 움켜쥐었다. "원서연,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정나연은 남궁민의 충실한 아내였다. 결혼 3년간 그녀는 아내로서의 모든 의무를 다했지만 남궁민은 그녀를 무시하고 차갑게 대했다. 그 어떤 방법으로도 그의 마음속에 들어갈 수 없었다. 어느날, 이런 삶에 지친 정나연은 이혼을 요구하고 떠나려고 했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비난했다. "너 미쳤어? 왜 갑자기 이혼하려는 거야?" "그렇게 많은 재산을 두고 지금 이혼하겠다고? 당신 제정신 맞아?" 이 말을 들은 정나연은 그저 웃으며 대답했다. "저에게도 그만한 재산이 있거든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전 더이상 그 남자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비웃었고 그녀가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아침, 한 여성에 관한 뉴스가 인터넷에 터졌다. 세계에서 제일 젊은 여성 억만장자가 나타난 것이다. 그 여성은 바로 정나연이었다. 남궁민은 크게 놀라며 오래동안 뉴스 화면을 보고 말이 없었다. 그리고 다시 정나연을 만났을 때 그녀는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달라졌다. 주위에는 잘생긴 남자들이 둘러쌌고 그녀는 그들을 향해 예쁘게 웃고 있었다. 남궁민은 질투가 났다. 자신의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그녀를 되찾으려 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할게요. 남궁민이라고 합니다. 제일 젊은 여성 억만장자라는 뉴스, 저도 봤습니다. 저도 억만장자인데, 이렇게 만나다니 천생연분 아닌가요?" 정나연은 대답을 하지 않고 웃으며 남자를 바라봤다.
나은별은 첫날밤을 어느 낯선 남자와 보내게 되었다. 뜨겁고 열정적인 시간을 보낸 후 다음날 아침 나은별은 자신이 이복언니의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누가 알았으랴. 지금 눈 앞의 숨 막히게 잘 생긴 남자가 재벌집 후계자라는 것을. 최한결은 처음으로 어떤 여자에게 관심이 생겨 주체할 수 없이 끌리게 되었다. 그녀의 당황한 눈빛을 보고 책임지겠다고 결혼 요청을 했지만 무정하게 거절당했다. 거절도 처음이었다. 최한결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도망가는 여자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상대방을 호빠의 남자로 생각한 나은별은 바로 선을 그으며 집으로 도망갔다. 그런데 이복언니와 새엄마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내 계획이 실패하다니! 나은별, 이번에 어떻게 도망갈지 두고 보자고." 두 사람은 그녀를 늙고 변태적 성향이 있는 남자에게 시집을 보내 마지막 가치를 싹싹 모아 쓰려는 생각이었다. 게다가 나문일도 그 제안에 동의한 것이다. 이런! 세상에 친딸을 직접 지옥으로 보내는 아버지가 또 있나?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후 그녀는 스피드 결혼을 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최한결을 만나게 되는데...
강희진은 그녀가 얌전하기만 하면 언젠가는 정태호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그가 그리워하던 첫사랑인 심율이 돌아오자 모든 것이 변했다. 강희진은 정말 착하다. 그녀는 혼자서 결혼식을 올렸고 외롭게 혼자서 수술실에 누워 응급 치료를 받았다. 외부에서는 그녀가 미쳤다는 소문이 무성했는데 사실 그녀는 정말 미쳤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렇게 부끄러움도 모르고 한 남자를 이토록 사랑할수 없을 것이다. 돌연 사람들은 모두 강희진이 불치병에 걸려 죽게 될것이라고 말했다. 이예 정태호는 완전히 통제력을 잃었다."난 니가 죽는 걸 허락하지 않아!" 하지만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너무 좋네요.이제 편할것 같아요. "그렇다, 강희진은 더 이상 그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민시월에게 있어, 차욱은 따뜻한 해빛같은 존재였다. 얼어 죽어가는 어린 시월에게 천사처럼 나타난 소년. 나중에, 차욱이 차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었고 민시월은 망설임 없이 차씨 가문으로 시집 와서 자신의 타고난 의술로 차욱을 깨어나게 만들었다. 2년 동안 가족과 남편에게 모든 심혈을 기울였지만 결국 한마디의... "지루하다..." 이건 차욱이 민시월에게 준 평가였다. 화장도 평범하고 스타일도 촌스럽고 성격도 답답한 게 볼 적마다 고구마 먹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신채희가 돌아온 후, 차욱은 바로 뜨거운 새 사랑을 시작했다. 신채희, 여우같은 여자. 이혼 서류에 서명을 한 민시월은 자신의 본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눈에 띄는 드레스, 브라운 긴 머리, 빨간 입술에 크고 매혹적인 눈. 이게 바록 진정한 민시월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또 뭐가 있을까?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 해킹 천재, 최고의 레이싱 선수, 국제에서 이름이 난 신의... 그리고 그녀 곁에 실력만큼 대단한 미모를 가진 남자가 나타났다. 자신의 것이 빼앗긴 느낌이 든 차욱은 민시월을 붙잡으려 했지만 더 큰 손이 먼저 차욱의 손목을 잡았다. "제 와이프입니다."
최윤정은 다시 태어났다. 전생엔,나쁜 남자한테 버림받고 못된 계집한테 모함 당하고 처가집의 구박까지 가해졌고 그녀의 집안을 파산시키고 정신상태마저 온전치 못하게 되었다. 결국 임신 9개월때 차사고로 죽게 되었는데 죄 짓은 놈은 행복한 가정에 엄청난 재력가로 성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이번 생에 최윤정은 깨달게 되었다. 생명의 은인이고 일편단심이고 전부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최윤정은 이 나쁜 남자와 못된 계집을 짓밟고 다시 가문의 영광을 되찾아 럭셔리한 삶을 살려고 한다. 유일한 다른 점이라면 전생에 감히 쳐다볼수도 없던 사람이 지금은 먼저 머리숙여 손을 내밀고 있다. "최윤정,신혼은 안되도 재혼은 내 차례가 된거 아니야?" "..."
결혼식 그날, 신랑은 나타나지 않았고 송가은은 홀로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모든 손님들 앞에서 웃음거리가 되었고 억울함과 분노에 결혼식이 끝난 후 그녀는 별장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어두운 밤, 병원에서 업무를 하고 있던 중, 사람들에게 쫓기는 피투성이가 된 남자가 쳐들어왔는데...... "내가 책임질게." "괜찮아요, 연기였어요." 홧김에 송가은은 자신을 남자에게 주었고 그렇게 두 사람은 뜨거운 밤을 보내게 되었지만 그들은 상대방의 정체를 몰랐다. 두근거리는 심장이 가까이 다가가면서 서로를 알아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