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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처가 하이테크의 큰손

전처가 하이테크의 큰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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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에서 박한별은 줏대 없는 등신으로 통했다. 남편이 첫사랑인 소꿉친구만 편애해도 그녀는 참기만 했다. 신혼집의 안주인 자리를 그 여자에게 내주었어도 그녀는 참기만 했다. 마땅히 자신의 몫이었어야 할 성대한 결혼식마저 그 여자 때문에 하루아침에 취소되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참기만 했다. 모두가 그녀가 평생 "곽 사모님"이라는 허울뿐인 이름에 매달려 온갖 수모를 견디며 살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피땀 흘려 일군 핵심 특허를 남편이 첫사랑의 공로랍시고 넘겨주자, 그녀는 더는 참지 않았다. "특허, 내 손으로 되찾을 거예요. 이 결혼도 반드시 이혼해야 구요." 곽효한은 코웃음을 치며 그녀의 말을 그저 투정쯤으로 여겼다. "네가? 과연 정말 그럴 수 있을까?" 그 후, 그의 첫사랑은 나락으로 떨어져 재벌가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박한별은 특허를 되찾고, 미련 없이 이혼 서류를 내던지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두 사람이 재회한 곳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국제 학술 회의장이었다. 그녀는 세계적으로 명망 높은 운 박사였고, 시가 총액 수천억에 달하는 상장사의 창업주이기도 했다. 장내의 모든 이들이 그녀를 향해 기립 박수를 보낼 때, 곽효한은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똑똑히 깨달았다. 폭우가 쏟아지던 밤, 남자는 충혈된 눈으로 그녀의 손목을 부서져라 붙잡고 갈라진 목소리로 애원했다. "한별아, 그 남자랑 파혼해…" 박한별이 다른 남자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 "곽 대표님, 비켜주시죠." "제 약혼자와 혼인 신고하러 가는 길이거든요."

목차

전처가 하이테크의 큰손 제1화 특허를 빼앗기다

"이번 청년 과학 연구상의 수상자는... 양자 접착제를 개발한 육채령 씨입니다! 축하합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무대 반대편을 비추는 순간, 박한별의 얼굴에 머물러 있던 미소가 차갑게 굳어버렸다.

양자 접착제는 분명 그녀가 피땀 흘려 이뤄낸 연구 성과였다. 그런데 어떻게 육채령의 이름이 불릴 수 있단 말인가?

떨리는 손으로 황급히 특허청 웹사이트에 접속한 그녀는 화면을 확인하고는 숨을 들이켰다.

그녀의 모든 것이 담긴 연구 성과가 육채령의 이름으로 버젓이 등록되어 있었다.

육채령. 그녀는 남편 곽효한의 소꿉친구였다. 시상식이 열리기 전, 곽효한은 박한별에게 이 상을 육채령에게 양보하라고 강요했었다.

절대 안 된다며, 차라리 죽어버리겠다고 악착같이 버티자 그제야 그는 입을 다물었다.

시상식 직전까지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그래서 남편이 그 말도 안 되는 억지를 포기한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는 기어코 아내의 특허를 훔쳐 자신의 소꿉친구에게 쥐여주고 만 것이다!

박한별의 머릿속이 하얗게 점멸했다. 날카로운 이명이 귓가를 찢을 듯이 울려 퍼졌다.

무대 위에서는 곽효한이 육채령에게 트로피를 건네고 있었다.

도대체 왜!

그녀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오직 이 연구 성과 하나뿐이었다. 왜 이것마저 무참히 짓밟고 빼앗아 가야만 하는가.

뱃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누르며, 그녀는 수많은 인파 속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목청을 높였다. "이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외침은 끝을 맺지 못했다. 어둠 속에서 불쑥 나타난 두 명의 경호원이 순식간에 그녀를 덮쳤다. 한 명은 그녀의 어깨를 짓눌렀고, 다른 한 명은 거칠게 입을 틀어막았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곽 대표님께서 사모님이 허튼소리를 하지 못하게 막으라고 지시하셨습니다."

짐짝처럼 질질 끌려 나가는 박한별의 가슴이 형체도 없이 바스러지는 듯했다.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지독한 고통이 밀려왔다.

곽효한은 결국 육채령이 상을 차지하도록 비열한 수를 썼다.

심지어 아내가 대중 앞에서 진실을 밝힐 최소한의 권리조차 무자비하게 짓밟아버렸다.

육채령은 쏟아지는 박수갈채와 화려한 꽃다발을 만끽하고 있었다. 반면 그녀는 빛조차 들지 않는 구석에 처박힌 우스꽝스러운 광대 꼴이었다.

완벽하고도 비참한 패배였다.

시상식이 끝났음을 알리는 소음이 들려오자,

박한별은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듯한 분노에 휩싸였다.

차창 밖으로는 경호원들이 철통같이 주변을 감시하고 있었다.

이윽고 차 문이 열리며 곽효한이 올라탔다. 그는 짜증스럽게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 헤쳤다.

박한별은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억눌러왔던 억울함과 분노가 마침내 둑을 무너뜨리고 터져 나왔다.

그녀가 날카롭게 따져 물었다. "내 특허가 왜 육채령의 이름으로 둔갑한 거죠?"

곽효한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 여자가 원하길래, 줬을 뿐이야."

"그건 내 거라고요! 당신이 무슨 권리로 남의 것을 함부로 넘겨요!" 그녀의 목소리가 형편없이 떨렸다.

곽효한이 미간을 찌푸렸다. "미리 통보했잖아. 예전에는 군말 없이 다 양보했으면서, 이번엔 왜 이렇게 유난을 떠는 거지?"

박한별은 숨이 턱 막혔다.

이 위태로운 결혼 생활을 지키기 위해 감내했던 그녀의 모든 희생을, 그는 너무나도 당연한 권리처럼 여기고 있었다.

"그래요. 육채령이 우리 신혼집을 탐냈을 때, 군말 없이 내줬어요. 내 웨딩드레스가 보기 거북하다는 그 여자 말 한마디에 결혼식조차 올리지 않았죠. 심지어 내 과학 연구 부서 팀장 자리까지 원한다길래 전부 넘겨줬어요..." 말을 잇던 그녀의 목소리가 결국 울음기로 젖어 들었다.

목소리를 잃고 벙어리로 살아야 했던 시절. 열아홉 살의 그녀는 곽효한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

스물두 살, 씨국에서 부상을 입고 시력을 잃은 그를 우연히 마주쳤을 때 그녀는 목숨을 걸고 그를 구했다.

원수들이 들이닥쳤을 때도 그를 대신해 무자비한 매질을 견뎌냈고, 그 대가로 오른쪽 다리뼈가 부서졌다.

그때 그는 분명 그녀와 결혼하겠다고 약속했었다.

7개월 후, 집안에 큰일이 생겨 황급히 귀국하느라 그와 연락이 끊기고 말았다.

스물네 살, 기적적으로 목소리를 되찾은 직후 곽 회장님이 혼담을 넣었다.

그녀는 그것이 곽효한의 뜻인 줄 알고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곽씨 가문에 발을 들인 순간 깨달았다. 곽효한은 그녀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고, 그가 아내로 맞이하고 싶어 했던 여자는 오직 육채령뿐이었다는 것을.

참담한 현실 앞에서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녀는 억지로 결혼을 강행했다.

그 결과는 지독히도 불행한 결혼 생활과 끝없는 인내의 연속일 뿐이었다.

박한별은 끓어오르는 비참함을 억눌렀다. "난 양보할 만큼 했어요. 그동안 뺏어간 걸로도 모자란가요? 나에겐 이제 아무것도 없어요. 3년 동안 수백 번의 실패를 거듭하며 매달린 이 양자 접착제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고요."

"당신과 함께한 지난 3년의 결혼 생활 동안, 내게 남은 유일하게 가치 있는 결과물이에요. 그런데 이것마저 빼앗아야 속이 시원하겠어요?" 그녀는 독기 어린 눈으로 그를 똑바로 응시했다.

"네가 억울할 게 대체 뭐가 있지? 애초에 억지로 결혼을 밀어붙일 때부터, 내가 마음에 둔 사람은 육채령이라는 걸 똑똑히 알고 있었잖아?" 곽효한이 서늘한 조소를 머금고 반문했다.

스물다섯 살, 씨국에서 사고로 시력을 잃었을 때 그를 구한 건 이름 모를 벙어리 소녀였다. 그녀는 그를 지키려다 다리까지 다쳤다.

시력을 되찾고 눈을 떴을 때, 그의 곁을 지키고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육채령이었다. 그녀는 씨국 유학 중 화재를 당해 목소리를 잃은 상태였다.

게다가 다리까지 다쳐 있었으니, 시간과 장소 모든 것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다.

그가 지시한 모든 조사 결과 역시 육채령이 그를 구한 벙어리 소녀라고 가리키고 있었다.

그는 2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의 치료에 매달렸고, 마침내 목소리는 되찾았지만 다리는 후유증으로 영영 마비되고 말았다.

그가 은혜를 갚기 위해 육채령과 결혼하려던 찰나, 박한별이 비열한 수를 써서 곽씨 가문의 안주인 자리를 꿰찬 것이다.

곽효한의 목소리가 한층 더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네 이름으로 된 것들 중에, 원래 그 여자 몫이 아닌 게 단 하나라도 있나?"

그 잔인한 말을 듣는 순간, 박한별은 심장이 갈기갈기 찢겨 나가는 듯한 절망을 느꼈다.

그녀는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을 내리깔았다. "과거 일은 더 이상 따지고 싶지 않아요. 난 그저 내 특허를 되찾고 싶을 뿐이에요."

"절대 안 돼." 곽효한은 단 1%의 여지도 주지 않고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차 안의 공기가 숨 막힐 듯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때, 박한별의 입술 사이로 허탈한 실소가 터져 나왔다. "당신이 그 여자를 그렇게 떠받들고 있는데, 내가 그 여자의 민낯을 까발려서 바닥으로 끌어내릴까 봐 두렵지도 않나요?"

"상을 받은 것도 육채령이고, 세상의 인정을 받은 것도 육채령이야. 빛조차 보지 못하는 음지에 처박힌 네 말을, 대체 누가 믿어준다는 거지?" 곽효한의 깊은 눈동자 속에 짙은 조롱이 스쳐 지나갔다.

박한별은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고통에 숨을 헐떡였다.

그는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육채령을 지키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남자였다.

그렇다면 대체 자신은 그에게 무엇이었단 말인가?

"이깟 사모님 노릇, 숨이 막혀서 더는 못 해 먹겠네요. 이제 안 해요." 그녀가 차갑게 비웃었다.

곽효한의 눈빛이 순식간에 흉흉하게 가라앉았다.

그가 맹수처럼 거칠게 다가오며 숨 막히는 압박감으로 그녀를 옭아맸다. "곽씨 가문의 결혼이 애들 장난인 줄 알아? 네가 하고 싶으면 하고, 때려치우고 싶으면 언제든 때려치울 수 있는 건 줄 아냐고!"

"이게 당신이 그토록 바라던 거 아니었어요? 우리 관계를 끝내면, 당신은 그 여자랑 결혼할 수 있잖아요." 박한별은 피하지 않고 그의 매서운 시선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당신들 사랑, 내가 완성해 줄게요."

"역겨운 위선 떨지 마." 곽효한이 혐오스럽다는 듯 내뱉었다. "이 결혼은 네가 억지로 구걸해서 얻어낸 거야. 하지만 끝내는 건 네 마음대로 안 돼."

"맞아요. 내가 억지로 매달렸죠. 그러니까 이제, 그 끔찍한 실수를 바로잡으려는 거예요." 박한별은 거칠게 그를 밀쳐내고 차 문을 열어젖혔다.

차 밖으로 나선 박한별은 문을 꽉 움켜쥔 채, 얼음장처럼 차가운 얼굴로 선언했다. "곽효한, 우리 이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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