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설아는 화가 치밀어 주먹을 세게 움켜쥐었는데 추서연은 여전히 무관심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마치 솜에 주먹질을 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추서연은 의자에 기대앉았다. 그녀는 이미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졌다.
육서준과 결혼한 지 3년, 그녀는 그를 위해 수많은 스캔들과 여자들을 처리했고, 업무도 점점 더 능숙해졌다.
첫사랑이든 미인점이든, 그녀의 앞에 나타나면 모두 물러나야 했다.
육씨 가문 사모님 자리에 3년 동안 앉아 있었던 그녀는 그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말 다 했어요? 장설아 씨, 이렇게 대놓고 TL그룹에 찾아와도 내일 헤드라인에 오를까 두렵지 않아요?"
추서연은 태연한 얼굴로 장설아를 쳐다봤다.
추서연의 말에 장설아는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여배우로, 육서준이 그녀에게 추서연을 찾아가 괴롭힐 충분한 자신감을 주지 않았다면 자신의 미래를 걸고 도박하지 않았을 것이다.
장설아는 주위를 둘러보며 카메라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육서준이 그녀에게 한 말을 떠올리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추서연 씨! 육씨 가문 사모님 자리에 앉을 수만 있다면 여배우라는 명예는 중요하지 않아요. 게다가 당신은 육 대표와 결혼한 지 3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아이를 임신하지 못했잖아요? 당신의 몸 건강이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저는 육 대표와 한 달밖에 만나지 않았지만 벌써 아이를 임신했어요. 눈치가 있다면 빨리 이혼하는 게 좋을 거예요!"
장설아는 추서연을 빤히 쳐다보며 그녀가 정말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하는지 믿을 수 없었다.
계획대로라면 추서연은 이미 미쳐 날뛰어야 했다.
그러나 그녀는 시종일관 태연한 얼굴로 아무런 빈틈도 잡을 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는 육서준에게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그때, 추서연이 피식 웃으며 눈썹을 치켜 올렸다. "장설아 씨가 정말 아이를 낳고 싶다면 낳아도 돼요. 육씨 가문은 사생아를 키울 여력이 충분하니까."
사생아라는 세 글자를 담담하게 내뱉은 추서연의 목소리는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
장설아는 그 말에 한참이나 입을 열지 못했다.
추서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에서 나와 옆에 걸려 있는 재킷을 천천히 걸쳤다. "육서준이 어떤 사람인지 나도 잘 알고 있어요. 지난 몇 년 동안 나한테 적지 않은 문제를 일으켰죠. 하지만 다음에 나한테 이혼을 요구할 때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게 좋을 거예요."
"이제 가도 돼요. 아니면 비서를 불러서 보셔다 드릴까요?"
추서연은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장설아에게 직접 가라고 턱짓했다.
추서연의 태연한 모습에 장설아는 머릿속에 준비해 둔 대사와 연기가 모두 사라졌다.
그녀는 왜 조금도 화를 내지 않는 걸까?
육서준과 추서연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건 업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지내며 쇼윈도 부부로 지내고 있었다.
하지만 쇼윈도 부부라고 해도 남편의 내연녀를 마주했을 때,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 건 너무한 거 아닌가?
아니면 정말 익숙해진 걸까?
장설아는 같은 여자로서 추서연이 조금은 동정스러웠다.
"추서연 씨, 사랑 없는 결혼을 정말 계속 유지할 수 있어요? 아니면 돈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고 이해해야 하나? 남편의 사생아를 키우는 것도 상관없다는 건가요?"
장설아는 추서연을 노려보며 말했다.
추서연은 소파에 앉아 차를 한 잔 따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남자가 바람을 피우고 싶다면 어떻게 해도 막을 수 없어요. 그러니 남자의 사랑을 위해 결혼하지 말고, 그 남자가 당신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 봐야 겠죠. 이익은 절대 당신을 배신하지 않으니까."
"장설아 씨, 연예계에서 이렇게 오래 지냈는데 설마 이 간단한 이치도 모르는 건 아니겠죠?"
추서연의 말에 장설아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추서연을 노려본 그녀가 책상 위에 놓인 임신 검사 확인서를 집어 들었다. "내가 어떻게든 당신을 육씨 가문 사모님 자리를 내놓게 할 거예요!"
장설아는 협박을 끝내고 몸을 돌려 문을 열고 떠났다.
추서연은 장설아가 떠난 방향을 한참이나 쳐다봤다. 커피잔을 움켜쥔 손이 하얗게 질리고 눈가가 시큰해질 때까지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조금 전과 달리 태연한 얼굴이 사라진 추서연의 눈빛에 자조적인 미소가 번졌다.
장설아의 말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사생아를 키워도 상관없을까?
당연히 상관없는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을까?
육서준과 함께 자란 그녀는 10년 넘게 그를 짝사랑했다. 줄곧 그의 발자취를 따라다니며 그의 눈에 들어 그가 그녀를 알아봐 주길 바랐다. 그와 함께하기 위해 그녀는 자신이 제일 못하는 홍보학을 선택했고, 그를 위해 가족의 뜻을 거역하며 육씨 가문에 시집을 갔다.
육씨 가문을 지키기 위해 그녀는 밤낮없이 일하며 육서준의 마음을 녹이고 싶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그녀가 얻은 건 그의 수많은 스캔들과 셀 수 없이 많은 내연녀들의 도발이었다.
그녀가 그를 만나는 횟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고, 만날 때마다 남자의 끝없는 냉담함과 무정함을 마주해야 했다. 심지어 부부 생활도 정해진 격식대로 진행됐다. 그가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자 그녀는 피임약을 먹기 시작했다.
3년 동안, 그녀는 육씨 가문과 그의 생리적 욕구를 해결하는 도구에 불과했다.
실망이 끝없이 쌓였지만 어린 시절의 짝사랑 때문에 그녀는 계속 버텼고, 그와 이혼하고 싶지 않았다.
추서연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가슴 깊숙한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쓰라림을 삼키고 감정을 정리한 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녀가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나왔다! 추서연 씨가 나왔어요!"
기자들은 마이크를 추서연의 얼굴에 들이대고 플래시를 터뜨리며 질문을 던졌다.
"추서연 씨, 최근 육 대표와 여배우 장설아 씨의 스캔들에 대해 알고 계셨나요?"
"장설아 씨가 육 대표 아이를 임신하고 육씨 가문에 시집갈거라고 하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가족의 이익을 위해 참을 건가요, 아니면 육 대표와 이혼할 건가요?"
"육 대표와 결혼한 지 3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아이를 임신하지 못했어요. 불임이라는 소문이 사실인가요?"
"육 대표와 이혼하셨나요?"
"추 아가씨, 저희 질문에 대답해 주세요."
"..."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마치 추서연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 같았다.
안 그래도 짜증 난 추서연은 불이 붙은 것처럼 화가 치밀었다.
지난 3년 동안, 그녀는 육서준을 위해 수많은 스캔들을 해결했다.
하지만 육서준은 조금도 수렴하지 않고 이런 일들로 그녀에게 이혼을 강요하려 했다.
아침에 친구의 소셜 미디어에서 본 소식에 따르면, 육서준의 첫사랑인 백서희가 돌아왔다고 했다.
그녀에게 이혼을 강요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겠지?
심지어 장설아가 회사에 찾아왔다는 소식도 언론에 흘렸을 것이다.
육서준의 지시가 없었다면 기자들은 티엘 그룹에서 함부로 날뛰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왜?
육씨 가문 사모님은 분명 그녀인데, 왜 이런 굴욕을 감수해야 하는 걸까? 모든 사람들이 그녀에게 이혼을 강요하고 있었다.
추서연은 주먹을 세게 움켜쥐었고, 마음속에 억눌러왔던 감정이 마침내 폭발했다.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진 억울함과 쓰라림, 그리고 장설아가 그녀의 귀에 속삭인 말들은 마치 촘촘한 그물이 되어 그녀의 심장을 조여왔다.
드디어 그녀가 고개를 들고 가장 가까운 기자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육서준은 정자 무력증 때문에 5분도 버티지 못해요. 저는 그 사람이 바람을 피울까 걱정하기보다, 너무 형편없는 여자에게 속지 않을지, 제가 쪽팔리는 게 더 걱정이에요 ."
소문이 그에게서 시작되었다면, 그녀는 그가 자업자득하도록 만들 것이다!
모든 사람들: "..."
현장은 순간 조용해졌다.
이런 말을 해도 되는 걸까?
정자 무력증?
5분도 버티지 못한다고?
추서연은 그들을 외부인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 틀림없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기자들은 추서연이 티엘 그룹을 떠나는 모습을 빠르게 사진으로 찍었다. 이 소식은 빠르게 헤드라인에 올랐고, 실검에 바로 "급상승"이라는 표시가 따라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