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다리가 장애가 있어 성생활은 불가능해."
신혼 첫날밤. 텅 비고 차가운 침실에서 휠체어에 앉은 한서준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침대 끝에 앉은 박수진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
"상관없어요. 저도 그런 욕구는 없으니까요."
한서준은 그녀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내 말을 이해하지 못했어?" 박수진에게 등을 돌린 그의 옆얼굴은 오뚝한 콧대와 날카로운 눈매가 인상적이었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가시가 돋쳐 있었다. "돈으로 산 값싼 아내는 필요 없다고. 당장 나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박수진의 부어오른 눈가에 얇은 안개가 끼었다.
그녀도 이 결혼이 불 속에 뛰어드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생존 방법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고, 우연히 자신의 사촌 언니와 사랑에 빠졌다. 그녀는 3년 동안 그의 기억을 되찾아 주려고 노력했고, 심지어 자신의 몸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 살이 찌고 추해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방해꾼 취급을 받으며 미움만 받았다.
큰아버지의 계략으로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는 병상에 눕게 되었다. 박수진은 병상에 누운 어머니를 위해 3년 동안 모든 것을 참아왔다.
며칠 전, 어머니마저 그들의 손에 죽임을 당했다.
박수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눈앞에 있는 한씨 가문 사생아는 그녀가 결혼을 대가로 얻은 이용 도구에 불과했다.
박수진은 고개를 떨구고 자신의 연약함을 억지로 삼켰다. "저를 내쫓으면, 한씨 가문에서 더 많은 여자를 들일 거예요. 누구를 선택하든 상관없거라면 저는 안되요?"
한서준은 입술을 비틀었다. "그렇게까지 한씨 가문 보모가 되고 싶어?"
박수진은 담담하게 말했다. "한씨 가문에서 이미 예물을 보냈으니, 계약은 성립된 거예요.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어요."
어두운 조명 아래, 한서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갑자기 박수진의 얼굴이 궁금해져 휠체어를 돌려 그녀를 마주 보았다.
박수진은 한서준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그의 얼굴이 악귀처럼 추하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는 그녀는 휠체어가 돌아서는 순간, 몸이 먼저 반응하며 눈을 꼭 감았다.
어차피 그는 눈이 보이지 않으니, 그녀가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
한서준은 눈앞에 있는 통통한 여자를 가만히 쳐다봤다. 얼굴은 동그랗지만 이목구비는 뚜렷했고, 피부는 지나치게 하얗다 못해 찹쌀떡 같았다.
생각보다 괜찮은 외모였다.
그동안 한씨 가문에서 그에게 억지로 들이민 여자들 중, 박수진은 유일하게 그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와 쉽게 떼어낼 수 없는 여자였다.
한서준은 그녀에게 조금 더 흥미를 느꼈다.
"결심이 섰다면, 침대에 눕지."
그의 태도가 이렇게 빨리 변할 줄 몰랐던 박수진은 몸이 순간 굳어 버렸다. "성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하지 않았나요?"
한서준은 차갑게 반문했다. "침대에 누우면 꼭 그걸 해야 하나?"
직설적인 그의 말에 박수진은 어색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괜히 입을 잘못 놀렸다가 죽임을 당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눈을 살짝 뜬 그녀는 어렵게 침대에 누웠다.
한서준은 그런 그녀를 흘깃 쳐다봤다.
솔직히 말해, 3일 동안 죽은 사람도 그녀처럼 뻣뻣하게 누울 수 없을 것이다.
눈을 꼭 감은 박수진은 휠체어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다.
남자의 낮은 목소리가 그녀의 귀에 울렸다. "바지 벗어."
박수진은 숨을 멈추고 말했다. "성생활은 하지 않기로..."
성생활이라는 단어가 입에 익숙하지 않은 그녀는 몸을 살짝 떨었다. "그, 그건 하지 않기로 했잖아요."
한서준은 태연하게 말했다. "처녀인지 확인해야 지."
"..."
박수진은 황급히 눈을 뜨고 그와 한판 싸움을 벌이려고 했다.
하지만 눈을 뜬 순간,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소문 속에서 추악하고 음험한 악인이라는 한서준은 완벽에 가까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죄송해요." 박수진은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제가 잘못 찾아온 것 같아요. 혹시 한서준 씨 맞나요?"
"왜 그렇게 묻는 거지?"
"한씨 가문 다른 도련님들보다 더 도련님 같다고 할까."
"가면을 썼으니까." 한서준은 태연하게 협박했다. "아이의 피부를 벗겨 만든 가면이야."
"..."
겁에 질린 박수진은 손에 힘이 풀리며 치마 아래 숨겨둔 무기가 침대에 떨어졌다.
한서준은 무심한 듯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그녀가 숨겨둔 무기가 총일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