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자의 신장을 적출해!"
남자의 잔혹한 목소리는 마치 수술대 위에 누운 사람을 인간 이하의 존재로 대하는 것 같았다.
송지연은 수술대 위에 누워 차가운 메스가 자신의 몸을 가르는 것을 느꼈다.
살점이 찢어지는 듯한 느낌에 그녀는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고, 마취가 서서히 풀리자 극심한 고통이 그녀의 온몸에 퍼졌다.
너무 아프고 도무지 멈출 수 없는 고통이었다.
하지만 몸의 고통보다 마음의 고통이 훨씬 더 컸다.
서승구와 결혼한 3년 동안, 송지연은 그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다.
하지만 그가 송지연에게 돌려준 것은 자신의 첫사랑을 살리기 위해 그녀의 신장을 강제로 적출하는 것이었다.
송지연의 창백한 얼굴을 타고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서승구…"
송지연이 그의 이름을 부르기도 전에, 의사와 간호사들이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냉혹한 남자를 향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서, 서 대표님. 송 아가씨가 지금 대출혈을 일으켜서 신장을 적출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의사도 자신의 병원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서승구는 송지연을 흘깃 쳐다보더니 차갑게 식은 입술을 열었다. "천한 목숨 하나쯤이야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송지연의 신장만 있으면 됩니다. 이 사람의 신장이 향란이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면, 그것이 송지연 인생의 가장 큰 의미가 아니겠습니까?"
송지연은 병원의 차가운 천장을 올려다보며 얼굴에 피기가 순식간에 가셨다.
'서승구… 오향란을 그렇게나 사랑하는 거야?'
'오향란은 네가 손 위에 귀한 보물이고, 나는 그저 먼지처럼 비천한 모래알에 불과했구나.'
"아…" 송지연의 입술 사이로 낮은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극심한 고통이 밀려오고 피가 빠르게 흘러내려 그녀는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
"삐―"
신장이 잔인하게 적출되는 순간, 송지연은 병상 이불을 꽉 움켜쥐며 이를 악물었다.
그때, 요괴처럼 잘생긴 외모에 강렬한 아우라를 풍기는 남자가 창백한 얼굴로 수술실 밖에서 뛰어 들어오며 애처롭게 울부짖었다. "송지연!"
그리고 다음 순간, 남자는 이성을 잃은 듯 칼을 휘둘러 서승구의 복부를 정통으로 찔렀다.
"서승구, 감히 송지연을 다치게 해? 죽어 버려!"
송지연은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눈을 뜨고 누가 그녀를 위해 복수해 주었는지 확인하려 했다.
'어떻게… 어떻게 부성우일 수 있지? 서승구의 숙적인 부성우다! 저 사람이 왜 나를 구하러 왔지?'
부성우의 뜨거운 눈물이 그녀의 손바닥 위로 뚝뚝 떨어졌다. "송지연, 제발… 제발 죽지 마…"
송지연의 가슴이 터질 듯 아파서 부성우를 위로하고 싶었으나, 눈꺼풀은 점점 무거워져만 갔다.
송지연의 짧은 일생이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그녀가 어떻게 서승구를 쫓아다녔는지, 어떻게 그를 도와 서씨 가문의 후계자 자리를 굳건히 지켰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의 작은삼촌이 휘두른 칼날을 대신 막아서 평생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안게 되었는지… 그 모든 장면들이 생생히 되살아났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모든 것이 우스꽝스러운 우스갯소리가 되어버렸다.
송지연의 가슴 속은 오로지 증오로만 가득 찼다. 만약 자신에게 다시 태어날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녀는 절대 서승구와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 갑자기 눈부신 빛이 송지연을 감싸 안았다.
그녀가 눈을 뜨기도 전에 다급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모님, 서 대표님… 서 대표님이 오향란 씨와 함께 왔습니다. 오향란 씨가 사모님의 들러리를 서겠다고 합니다."
송지연이 다시 눈을 떴을 때, 자신이 서승구와의 결혼식장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환생한 걸까?'
결혼식은 그녀와 서승구의 행복을 증명하는 자리여야 했지만, 결혼식 당일 서승구는 오향란을 데리고 나타났다. 오향란은 고급 맞춤 드레스를 입고 마치 구천선녀처럼 아름답게 꾸미고 나타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반면 송지연은 하객들을 돌보느라 온몸이 엉망진창이었고, 심지어 꼬마 아이가 웨딩드레스에 주스를 쏟는 바람에 처참한 꼴이 되고 말았다.
그날 밤, 해성 전체가 송지연이 품위가 없고 결혼식도 엉망진창으로 치렀으며 서승구의 바깥여자인 오향란만도 못하다며 서 부인 답지 않다고 손가락질하며 수군거렸다.
오향란은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송지연의 모든 것을 빼앗았다. 먼저 그녀의 남편을, 다음으로는 그녀의 체면을, 마지막으로는 그녀의 존엄과 신장마저도 빼앗아갔다!
하지만 이번 생에 송지연은 절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리라고 굳게 다짐했다.
송지연이 갑자기 눈을 뜨자 가슴이 칼로 베인 것처럼 극심한 고통이 밀려왔다.
너무나도 아파서 거의 서 있을 수 없었다.
서승구와 오향란이 손을 맞잡고 결혼식장 안으로 당당히 걸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다음 순간, 송지연의 눈에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한 강렬한 증오가 번뜩였다.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서승구, 우리 결혼식에 왜 다른 여자를 데리고 온 거야?"
송지연은 고통스럽게 눈을 감으며 눈동자 속에 맺힌 증오를 애써 감추려 했다.
그때, 오향란이 겁에 질린 목소리로 서승구에게 물었다. "승구 오빠, 송 언니가 나를 싫어하는 것 같아. 정말 내가 언니의 들러리를 서는 것을 허락할까?"
그러자 서승구는 오향란의 등을 살며시 토닥이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향란아, 송지연은 내 말을 가장 잘 들으니까 걱정하지 마."
그러고는 송지연을 돌아보며 한없이 냉랭한 어조로 덧붙였다. "송지연, 방금 내가 네 기분을 무시한 건 사실이니까 네 태도는 문제 삼지 않을게. 하지만 향란이가 우리 결혼식의 들러리를 서는 건 허락해야 해. 내 결혼식에 참석하는 게 향란이의 평생 소원이야. 그러니까 향란이를 조금만 더 배려해줘."
서승구가 그녀를 쳐다볼 때, 그의 눈에는 아무 감정도 없었고, 있다고 해도 오직 혐오감뿐이었다.
하지만 오향란을 쳐다볼 때, 그의 눈빛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럽고 애틋했다.
송지연의 마음속에는 증오와 고통이 뒤섞여 소용돌이쳤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차갑게 실소를 터뜨렸다. "배려? 결혼식 당일에 내 남편을 유혹한 내연녀를 배려하라는 거야? 그리고 내 들러리를 서서 나를 역겹게 만든 것에 대해 감사까지 해야 한다고?"
"송지연!" 서승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입 닥쳐!"
서승구는 평소 자신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르던 여자가 오늘 왜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행동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송지연은 머리에 쓴 베일을 확 잡아당겨 바닥에 내팽개쳤다.
"왜? 네가 저지른 일은 인정하지 못하겠어?"
서승구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뜨고 있는 사이, 송지연은 단상 위에 놓인 장식용 돌을 집어 들어 단상 중앙에 걸린 결혼사진을 향해 힘껏 내던졌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 조각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다음 순간, 송지연의 목소리가 결혼식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이 결혼, 나 송지연은 하지 않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