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서율 씨, 검사 결과 자궁벽이 선천적으로 얇고 태아가 불안정하니, 평소 식단과 운동 모두 조심하셔야 해요."
의사는 처방전을 작성하며 주의사항을 당부한 뒤, 온서율에게 카드를 건넸다. "자, 약 타러 가세요."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온서율은 카드를 받아 들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사는 다시 한번 당부했다. "정말 조심해야 해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 마시고요!"
자궁벽이 얇으면 유산하기 쉽고, 한 번 유산한 임산부는 다시 임신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조심할게요." 온서율은 싱긋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결혼 3년 차, 그녀보다 이 아이의 탄생을 더 간절히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녀는 반드시 아이를 잘 지켜낼 것이다.
약을 받은 온서율은 진료실을 나와 차에 올라탔다.
운전기사는 시동을 걸고 백미러로 그녀를 쳐다봤다. "사모님, 사장님 비행기가 오후 세 시인데, 이십 분 남았습니다. 바로 공항으로 가실까요?"
"가자."
20분 뒤면 부해민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온서율의 얼굴에 달콤한 미소가 번졌다. 마음속에는 이미 설렘이 가득했다.
부해민이 출장을 떠난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그녀는 그가 너무 보고 싶었다.
차 안에서 그녀는 참지 못하고 가방에서 임신 검사지를 꺼내 몇 번이나 확인하고 손을 배 위에 살며시 올려놓았다.
이곳에 그녀와 부해민의 아기가 있다. 8개월만 더 기다리면 세상에 나올 것이다.
그녀는 이 기쁜 소식을 부해민에게 바로 전하고 싶었다.
공항에 도착한 운전기사는 눈에 잘 띄는 곳에 차를 세웠다. "사모님, 사장님께 전화 한 통 걸어보는 건 어떠세요?"
온서율은 시간을 확인하고 부해민이 이미 비행기에서 내렸을 것이라고 추측하며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고객센터에서는 통화가 연결되지 않는다는 안내만 들려왔다.
"아마 비행기가 연착된 것 같아요. 좀 기다려 보죠." 온서율이 말했다.
한참이 지나도 부해민은 나오지 않았다.
온서율이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다.
"좀 더 기다려 봐요."
비행기가 연착되는 건 흔한 일이다. 때로는 한두 시간씩 연착되기도 한다.
두 시간 후.
온서율이 다시 부해민에게 전화를 걸자, 드디어 차가운 안내음이 아닌 누군가 전화를 받는 소리가 들려왔다. "해민아, 비행기에서 내렸어?"
전화 너머에서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죄송합니다. 해민 씨는 잠시 화장실에 가셨어요. 이따가 전화 드리라고 전해 드릴게요."
온서율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전화는 이미 끊어져 있었다.
그녀는 휴대폰 화면을 멍하니 바라봤다.
부해민이 이번 출장에 여비서를 데려가지 않았다는 것을 그녀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온서율은 꺼진 휴대폰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부해민의 전화를 기다렸다.
10분이 지났지만,
부해민은 그녀에게 다시 전화를 걸지 않았다.
온서율은 5분을 더 기다린 후에야 참지 못하고 다시 부해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전화가 자동으로 끊어지기 직전, 드디어 전화가 연결되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익숙하고 저음의 매력적인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온서율?"
"해민아, 지금 어디야? 나랑 기사님은 터미널 D구역 주차장에 있어. 바로 이쪽으로 오면 돼."
전화 너머에서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부해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안, 비행기 내리고 휴대폰 켜는 걸 깜빡했어. 지금은 이미 공항을 떠났어."
온서율의 얼굴에 번진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럼― 나 집에 가서 기다릴까?" 온서율은 입술을 꼭 깨물고 말했다. "너한테 할 말이 있어."
"그래. 나도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저녁은 아주머니께 네가 좋아하는 걸로 준비해 달라고 할게…"
"너 혼자 먹어. 나 할 일 있어서 늦게 들어갈 거야."
온서율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지만,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았어."
그녀가 전화를 끊으려 할 때, 부해민의 휴대폰 너머에서 조금 전 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민 씨, 죄송해요. 아까 온서율 씨가 전화했었는데, 제가 깜빡하고 못 전해 드렸네요…"
온서율은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끼며 미간을 찌푸렸다. 부해민에게 여자의 정체를 물으려 할 때, 전화는 이미 끊어져 있었다.
그녀는 휴대폰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입술을 꼭 깨물고 운전기사에게 말했다. "집으로 가요."
운전기사는 그녀의 짧은 대화에서 무언가를 눈치챈 듯, 차를 몰고 공항을 떠났다.
저녁 식사 시간, 온서율은 입맛이 없었지만 뱃속의 아이를 위해 억지로 밥을 먹었다.
거실에는 TV가 켜져 있었다.
쿠션을 품에 안고 소파에 앉은 그녀는 시계만 힐끗힐끗 쳐다볼 뿐, TV에 무슨 내용이 나오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밤 10시가 넘었다.
온서율은 하품을 하며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반쯤 잠이 든 상태에서, 그녀는 누군가 자신을 안아 올리는 것을 느꼈다.
온서율은 익숙한 향기와 희미한 술 냄새를 맡고 중얼거렸다. "해민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