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예담이 위협했지만 하수명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고 계속 다가왔다.
소예담은 망설임 없이 전송 버튼을 눌렀다.
하수명은 충격에 휩싸였다.
평소 온순하고 착하기만 하던 여자가 이렇게 잔인한 짓을 저지를 줄이야!
"소예담, 죽고 싶어!" 하수명은 소예담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소예담이 휴대폰을 높이 들어 올리자, 화면에는 이미 112가 눌려 있었다. "경찰에 신고했어."
하수명은 눈을 크게 뜨고는 말문이 막혔다. "너..."
소예담의 가차 없는 모습을 본 하수명은 그녀를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그래, 네가 이겼어!"
소예담의 두 눈에 차가운 기운이 가득했다. "2년이란 시간, 개나 줘버린 셈 칠게.
아니, 넌 개만도 못해."
하수명의 집에서 나온 소예담은 곧장 육민정의 집으로 향했다.
육민정의 집에서 닷새를 머무는 동안, 육민정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하수명을 욕했다.
그날 아침, 소예담이 휴대폰을 보며 울적해하는 모습을 본 육민정은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그런 쓰레기 같은 놈 때문에 슬퍼할 가치도 없어."
소예담은 고개를 저었다. "이제 슬프지 않아. 다만 아빠가 소개해 준 결혼 상대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뿐이야."
"뭐?"
소예담의 아버지는 그녀에게 결혼 상대를 소개해 주었다며, 빨리 집에 돌아와 상의하자고 재촉했다.
남자는 집안도 좋고, 키도 크고 잘생겼으며 외동아들이라고 했다.
그녀가 결혼을 승낙하기만 하면, 남자 집안에서 10억 원의 예단을 주고, 두 달 안에 임신하면 1억 원을 보너스로 준다고 했다. 아들이든 딸이든 아이를 낳기만 하면, 그 집안의 안주인이 되어 셀 수 없이 많은 재산을 물려받게 될 거라고 했다.
육민정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기가 막힌다는 듯이 손뼉을 쳤다. "그건 네 새엄마 계략일 거야. 정말 그렇게 좋은 자리라면, 왜 자기 딸을 시집보내지 않았겠어? 그거 완전 불구덩이야."
"너 뭔가 아는 거 있어?"
"응. 근데 중요한 건 쏙 빼놓고 말했네."
"응?"
육민정은 말을 이었다. "그 남자 이름은 모건우야. 얼굴도 잘생기고 돈도 많고 능력도 뛰어나지. 구현성의 여자들이라면 누구나 그와 결혼하고 싶어 했어. 그게 안 되면 하룻밤이라도 같이 보내고 싶어 했지."
"모건우..." 소예담은 그 이름을 나직이 읊조렸다. "왠지 익숙한 이름인데."
육민정은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 "구현성에서 그 이름을 모르면 간첩이지."
그리고 계속해서 말했다. "작년에 그 남자가 불치병에 걸려서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는 소문이 파다했어. 원래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그 소식을 듣고 바로 해외로 도망갔다고 하더라고."
"그러니까, 이건 뭐 영혼결혼식이나 다름없는 거지."
그런 거였구나. 참 안타까운 사람이네.
육민정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계모 밑에서는 자식도 못 알아본다'는 옛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야. 네 새엄마는 네가 그 집에 시집가서 청상과부가 되길 바라는 거라고."
"그 남자가 죽으면 재혼하면 되지."
육민정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너 정말 그럴 생각이야? 그 남자, 이미 가망이 없다는데 지금쯤 몰골이 어떻겠어? 그리고 이 시점에 결혼하려는 건, 죽기 전에 후사나 보려는 거 아니겠어?
완전 변태지!"
소예담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돈을 많이 준다고 했어."
"..."
"그리고 그 남자가 죽으면, 내가 그 재산을 상속받게 되잖아." 소예담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때가 되면 돈 많고 자유로운 싱글이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겠어."
육민정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너 충격받아서 정신이 나간 거야?"
"아니." 소예담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사랑이라는 건 귀신과 같아. 소문만 무성할 뿐, 본 사람은 없잖아. 그러니까 더 이상 좇지 않을 거야."
"그리고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것도 결국 돈 많이 벌어서 경제적 자유를 누리려는 거 아니야? 눈앞에 지름길이 있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지."
육민정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 네 말이 그럴듯하게 들리지?"
소예담은 싱긋 미소 지었다. "그게 현실이니까."
그날 밤,
하수명은 다른 사람의 휴대폰으로 소예담에게 전화를 걸어 빛 좋은 개살구 같은 년이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그가 번호를 바꿔가며 계속 전화를 걸어오는 통에, 소예담은 몇 개의 번호를 차단하다가 결국 휴대폰을 꺼버렸다.
다음 날, 소예담이 휴대폰을 켜자마자 수많은 메시지가 쏟아져 들어왔다.
대부분 하수명이 보낸 메시지로, 온갖 욕설로 가득했다.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도 난리가 났다. 잠자리를 가진 적도 없는데, 하수명은 소예담의 가슴이 성형한 것이라고 소문을 퍼뜨리고, 요염하게 생겨서는 순진한 척하는 위선자라고 욕했다.
아무튼, 하나부터 열까지 입에 담기 힘든 말들이었다.
소예담은 심호흡을 했다. 모든 일에는 다 뜻이 있을 거라고,
하늘이 그녀에게 그 쓰레기 같은 놈의 본모습을 일찍 알아보게 하려고 그 장면을 보여준 것이라고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그녀는 소창현에게 전화를 걸어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아버지와 함께 모씨 가문의 대저택에 도착했지만, 모건우는 만나지 못하고 그의 부모님만 만났다.
소예담이 모건우와 결혼하겠다는 말을 들은 두 사람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소예담은 한 가지 조건만 내걸었다. 바로 혼인신고부터 하자는 것이었다.
그녀가 내건 표면적인 이유는 합법적인 부부가 되고 싶다는 것이었다.
결혼식은 필요 없다고 했다.
상대방은 당연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가 마음을 바꿀까 봐 전전긍긍했다.
양측은 바로 합의했고, 모건우의 아버지는 구청 직원을 집으로 불러 혼인신고를 마쳤다.
그때, 소예담은 모건우의 사진을 보게 되었다.
사진 속 남자는 육민정의 말대로 잘생긴 외모에, 특히 깊고 신비로운 눈빛은 사람을 홀리는 듯했다.
이런 남자가 불치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그녀와 엮일 일도 없었을 것이다.
소예담은 손에 들린 혼인 신고서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비록 합성 사진이긴 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았다.
모건우의 어머니는 결혼식은 생략하지만 예단은 그대로라며 은행 카드를 건넸다. 생활비까지 두둑이 챙겨주었다.
아무튼, 그녀는 매우 관대했고, 소예담은 카드가 무겁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녀는 거절하지 않고 카드를 받았다.
다시 혼인 신고서로 시선을 돌린 그녀의 눈길이 '모건우' 세 글자에 멈췄다. 그 남자는 부모님이 자신을 이렇게 '팔았다'는 사실을 알면 어떤 기분일까?
모씨 가문의 대저택을 나설 때,
아버지 소창현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모씨 가문에서 아버지한테 꽤 큰 이득을 약속했나 봐요."
소창현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소리냐?"
"더 이상 연기하지 마세요." 소예담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그를 쳐다봤다. "아버지한테 득 될 게 없었다면, 저를 찾지도 않으셨을 거잖아요."
소창현은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예담아..."
소예담은 그의 뻔한 말을 듣고 싶지 않아 손을 저었다.
그녀는 앞장서서 걸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앞으로 연락하지 마세요."
.
육민정은 소예담이 정말 모건우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안절부절못하며 제자리를 맴돌았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네 아빠 정말 잔인하다. 불구덩이인 줄 뻔히 알면서도 너를 밀어 넣다니. 너도 바보야? 왜 그렇게 빨리 혼인신고를 한 거야? 그 남자가 널 괴롭히더라도 혼인신고를 안 했으면 도망칠 수라도 있었을 텐데. 이제 법적으로 부부인데, 그 남자가 널 어떻게 하려 해도 빼도 박도 못하는 신세가 된 거야."
육민정은 걱정과 분노에 눈시울이 빨개졌다.
친구의 걱정에 소예담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육민정을 위로하며 말했다. "혼인신고는 했지만, 그 남자 앞에 나타날 생각은 없어."
육민정은 그런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소예담의 눈빛이 의미심장하게 반짝였다. 조금은 악마다운 생각이었지만, 그게 사실이었다.
"네가 그랬잖아, 그 남자 내년 2월도 못 넘긴다고. 3개월도 채 안 남았어. 일단 숨어 있다가 그가 꼼짝도 못 하게 되면 그때 나타날 거야."
소예담은 아름다운 미래를 상상했지만, 현실은 잔혹했다.
그녀가 그 말을 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누군가 그녀를 찾아왔다.
"모 선생님께서 사모님을 뵙고 싶어 하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