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응… 살살… 쟤 깨우지 마."
온화 호텔 객실에서 머리가 깨질 듯 아파오고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진 문서혜는 한참을 몸부림친 끝에 겨우 눈을 떴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녀는 거의 무너져 내릴 것 같았다.
그녀의 남자친구 육선우가 한 여자를 품에 안고 창가에 앉히고 있었다. 그 여자는 다름 아닌 그녀의 새어머니 조화자였다.
"걱정 마. 걘 깰 리 없어. 동물한테나 쓰는 약을 먹였는데, 그것도 아주 많이. 지금쯤 정신 잃고 혼수상태일걸."
육선우는 침대에 누워 있는 문서혜를 흘깃 쳐다보지도 않고 조화자의 가는 허리를 움켜쥐고 격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화자는 연신 교태를 부리며 신음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문서혜는 이를 악물고 주먹을 세게 움켜쥐었다. 조화자가 그녀와 육선우를 소개해 주었고, 두 사람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었기에, 그녀는 두 사람이 그녀의 등 뒤에서 이런 짓을 저지를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오늘 저녁, 육선우의 레스토랑 초대에 아무 의심 없이 응한 그녀는 그가 건넨 와인을 마시고 정신을 잃었다.
이 모든 것이 두 사람이 미리 계획한 일이었다니.
"자기야, 만약에 걔가 좀 이따 자길 덮칠 남자가 사실 노숙자인 걸 알면 어떤 표정일까?" 조화자는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말했다.
"모를 거야. 오늘 밤 상대가 나였다고 믿게만 하면, 걘 나한테 완전히 빠져서 순순히 결혼하겠지! 그때 우리가 안팎으로 손을 쓰면 문씨 가문뿐만 아니라 걔 엄마 재산까지 조만간 전부 우리 차지가 될 거야!"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육선우의 목소리에 문서혜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럼 걔 오빠는 어떻게 할 건데?"
"문씨 가문을 장악하고 나면, 기회 봐서 감옥에 보내는 것쯤은 어렵지 않아."
육선우의 움직임에 더욱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웃음을 터뜨린 조화자는 마치 이미 승리를 손에 넣은 것처럼 기뻐했다.
그녀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눈빛이 더욱 사악하게 빛나더니 "아, 그리고 문서혜, 그년도 곱게 두면 안 되지. 너희 둘이 부부가 되면 잠자리를 안 할 수 없을 텐데. 선우, 너 걔 몸에 손끝 하나 대지 마!"
육선우는 조화자를 더 세게 끌어안고 한층 더 빠르게 움직이며 물었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어, 응?"
"하응… 교통사고로 위장해서… 아예 병신으로 만들어 버려!" 신음소리를 내뱉으면서도 문서혜를 해칠 방법을 생각하는 조화자의 붉게 달아오른 얼굴이 더욱 흉악하게 보였다.
육선우는 땀을 흘리며 조화자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좋아, 네 말대로 할게."
그렇게 두 사람이 곧 끝날 것 같자 문서혜는 서둘러 눈을 감았다.
곧 옷을 입은 육선우와 조화자는 침대에 누워 미동도 하지 않는 문서혜를 흘깃 쳐다보고 그제야 안심한 듯 객실을 나섰다.
두 사람이 객실을 나간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문서혜는 다시 눈을 떴다. 그녀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의 눈물은 어느새 핏빛으로 변해 있었다.
"육선우, 이 개자식! 내가 정말 눈이 멀었지. 그동안 너를 그렇게 믿었는데,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을 줄이야! 조화자랑 한패가 돼서 우리 가족을 전부 죽이려 해!"
문서혜는 분노로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려 했지만,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젠장, 몸이 마비되어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그녀는 힘겹게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인 과도를 움켜쥐고 그대로 자신의 팔을 그었다. 곧 피가 솟구치고 통증이 느껴지자 그녀의 감각이 조금씩 돌아왔다.
그녀가 겨우 침대에서 내려오자 그때 문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문서혜는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대로 비틀거리며 창가로 달려가 창문을 열고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그녀가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자 곧바로 조화자와 육선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 갔어? 없잖아! 설마 도망친 거야?"
"멀리 못 가. 오늘 밤 남자 하나 구해서 저년 몸에 붙은 불부터 끄지 않으면, 이 호텔에서 살아서 못 나갈 테니까!"
그녀는 창틀을 밟고 힘겹게 옆방 창틀을 잡았다. 그때, 누군가 그녀의 어깨를 확 낚아채 방 안으로 끌어들였다.
갑작스러운 힘에 중심을 잃은 문서혜는 본능적으로 남자의 옷깃을 움켜쥐었고, 두 사람은 그대로 엉키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정신을 차렸을 때, 남자는 그녀의 몸 위에 올라타 있었다.
그의 몸에서 풍겨오는 짙은 남자의 향이 문서혜의 머릿속에 파도처럼 밀려들었고, 그녀는 팔에 난 솜털이 모두 곤두섰다.
그녀는 몸부림치려 했지만, 그녀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온지훈이 보낸 거냐?"
어둠 속에서, 남자의 지극히 매력적인 목소리가 나지막이 울려 퍼졌다.
그녀는 안절부절못하며 남자의 가슴에 손을 얹고 얇은 옷 사이로 그의 단단한 근육과 완벽한 몸매를 느꼈다. 그에게서 풍겨오는 강인한 향기에 그녀의 심장이 더욱 빠르게 뛰었다.
하지만 온지훈이 누구인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그저 이곳에서 죽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저기… 잘생겼어?"
그녀의 말에 민준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나쁘지 않아."
"그럼 못생기진 않았다는 말이네."
어차피 노숙자와 강제로 하룻밤을 보내야 한다면, 차라리 몸매 좋고 잘생긴 이 낯선 남자가 더 나았다.
문서혜는 두 손으로 남자의 얼굴을 감싸고 중얼거렸다. "고마워."
다음 순간, 그녀의 따뜻하고 촉촉한 입술이 남자의 차가운 입술 위로 포개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