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9시, 송정연은 인스타그램 인기 게시물을 보며 심장이 누군가에게 쥐어짜이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기씨 그룹 기승현 대표, 전 가정교사 최설아 공항 픽업! 몇 년 동안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그녀 때문이었다!"
사진 속 남자의 차가운 눈빛에 다정함과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의 곁에 바싹 기대 선 최설아는 연한 베이지색 원피스를 입고 루이 14세 장미 꽃다발을 품에 안고 있었다. 그 꽃다발은 오늘 아침 프랑스에서 공수해 온 것이었다.
기승현의 고등학교 가정교사였던 최설아는 기승현보다 한 살 많다. 그때의 기승현은 기씨 가문의 골칫덩어리였고, 기씨 가문 사람들은 그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골머리를 앓았다.
최설아는 어떤 방법으로 기승현을 변화시켰는지, 불과 몇 개월 만에 기승현은 기씨 가문의 완벽한 후계자로 거듭났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사랑에 빠졌고, 이미 혼인신고까지 마쳤지만 최설아의 학업 때문에 공개하지 않았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러나 진실은 3년 전, 송정연이 실수로 기승현을 유혹했고, 기승현은 어쩔 수 없이 그녀와 3년간의 계약 결혼을 하게 되었다.
계약 기간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지금, 기승현은 그녀를 한국으로 데려오기 위해 안달이 난 것 같았다. '이건 하루도 기다리기 싫다는 건가?'
송정연이 주먹을 꽉 움켜쥔 손에 손톱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는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쓰레기통에 내던졌다.
그때, 방문이 활짝 열렸다.
시원한 밤바람이 공기 중에 와인 향을 퍼뜨렸다. 남자의 옅은 눈동자에 취기가 가득 번졌고, 성큼성큼 다가오는 남자는 넥타이를 풀어 던지더니 송정연의 휴대폰과 책상 위에 놓인 업무 자료를 한쪽으로 치웠다.
"여보... 너무 열심히 일하네, 그러다 과로로 죽겠어."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가 송정연의 목덜미에 뜨겁게 와닿았다.
"다른 일을 하면서 일과 휴식을 병행하는 게 어때?"
그녀를 품에 안은 남자의 큰 손이 익숙하게 잠옷 안으로 파고들었다.
송정연은 남자의 몸에서 익숙한 단향과 낯선 향수 냄새가 섞여 나는 것을 맡았다.
그녀는 즉시 남자를 밀어내며 몸부림쳤다.
"나 방금 샤워하고 나왔어. 더럽히고 싶지 않아!"
남자는 그녀를 품에 안고 화장대에 눕히더니 그녀의 손을 잡고 자신의 벨트를 풀었다.
"착하지. 이따가 다시 안고 가서 씻겨줄게. 내가 구석구석 깨끗하게 씻겨줄게."
밖에서는 차갑고 무뚝뚝한 기승현이 집에서는 침대 위에서 얼마나 뜨거운지 아무도 모를 것이다.
신처럼 잘생긴 얼굴로 야한 말을 내뱉는 그의 모습은 치명적이었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그의 모습을 봤다면, 그가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송정연은 알고 있었다. 기승현은 송씨 가문의 빚을 갚아주기 위해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불했고, 그녀는 그가 돈으로 사온 장난감일 뿐이다. 그러니 그의 요구에 무조건 맞춰줘야 했다.
송정연이 몸을 일으키려 하자 남자가 그녀의 잠옷 끈을 잡아당겼고, 하얀 살결이 드러났다.
눈이 빨개진 남자가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송정연은 참지 못하고 낮은 신음 소리를 흘렸다.
기승현은 항상 그녀의 민감한 곳을 정확하게 찾아냈다.
누가 뭐래도 두 사람의 궁합이 좋다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한순간의 꿈일 뿐이었다.
송정연이 넋을 잃은 사이, 남자의 손이 그녀의 허벅지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기승현!"
송정연은 다리를 꼭 오므리고 숨을 헐떡이며 다급하게 외쳤다.
"생리 중이야. 오늘은 안 돼."
이미 헤어지기로 마음먹은 이상, 더 이상 잠자리를 같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
남자는 바로 행동을 멈췄다. 욕망이 극에 달했지만, 그는 여전히 이성을 잃지 않았다.
욕망으로 가득 찬 눈동자가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을 응시했는데, 거친 숨소리가 그녀의 콧잔등에 닿았다.
"오늘 16일이야. 생리가 끝난 지 10일밖에 안 됐어."
송정연은 할 말을 잃었다.
남자는 더 이상 그녀를 괴롭히지 않고 그녀를 품에 안아 침대에 내려놓았다.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데다 생리 주기가 너무 짧은 것 같아. 혹시 생리가 규칙적이지 않아?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어려운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해."
송정연은 코끝이 시큰해 나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아래로 떨궜다. 기승현에게 들킬까 봐 두려웠다.
그는 항상 그녀에게 다정하고 세심했다. 그래서 그녀는 지난 3년 동안 마음을 빼앗긴 채, 처음의 비참한 상황을 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설아가 나타날 때마다 그녀는 자신의 위치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이제 더 이상 빠져들어서는 안돼.
이러다가 너만 다쳐.'
"기승현, 우리 이혼..."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의 휴대폰이 울렸다.
송정연은 최설아의 전화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