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컴컴한 복도.
강서윤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눈빛이 흐릿해졌다.
멍한 정신으로 이마를 두드리며 눈을 크게 뜨고 클럽 VIP 룸의 방 번호를 확인했다.
"906였던가… 아니면 909였나…"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VIP 룸 문이 안에서 열렸다.
강서윤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의 손목이 뜨겁고 두툼한 손에 단단히 잡혔다.
그리고 그녀는 반응할 새도 없이 호화로운 VIP 룸으로 끌려 들어갔다.
방에는 불이 켜지 않아 주위가 칠흙같이 어두웠다.
"아악!" 강서윤이 비명을 지르며 본능적으로 몸부림쳤지만, 움직이자마자 눈앞의 남자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어지럽게 천장과 바닥이 뒤바뀌더니 그녀는 침대에 쿵하고 내던져졌다.
"도와줘. 내가 다 보상해 줄게."
낮게 깔린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말을 마치고 마짜고짜로 강서윤의 몸 위로 덮쳐왔다.
남자의 뜨거운 체온을 느낀 강서윤은 남자가 약에 취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몸부림치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의사를 불러드릴게요'라는 말이 채 나오기도 전에, 남자는 그녀의 허락을 받은 것처럼 더 이상 욕망을 억누르지 않고 강서윤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남자의 입술이 강서윤의 입술을 덮치자,
그녀의 말은 삼켜지고 커다란 VIP 룸에는 흐느끼는 소리만 가득 퍼졌다.
다음 날 아침.
강서윤은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천천히 눈을 떴다.
온몸이 쑤시고 아팠는데 머릿속은 여전히 멍했다.
지난 2년 동안 남편의 무관심과 인기 순위에 자주 오르는 스캔들 뉴스에 지친 강서윤은 드디어 어젯밤 이혼을 제안했다.
원래는 이혼을 축하하기 위해 절친과 함께 술을 마시기로 했지만, 절친이 매니저의 호출을 받고 떠나자 그녀는 혼자 술을 마시며 화장실에 다녀왔다. 그리고 돌아왔을 때…
옆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고른 숨소리에 강서윤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는 가슴을 움켜쥐고 침대에서 일어나 그녀의 첫 경험을 빼앗은 남자를 쳐다봤다.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강서윤의 머릿속에 천둥이 내리치는 것 같았다.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는 완벽한 얼굴을 가지고 있었고, 잠든 와중에도 짙은 눈썹과 날렵한 눈매가 위엄이 느껴졌는데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강서윤을 놀라게 한 것은 남자의 잘생긴 외모가 아니라, 그가 바로 어젯밤 금방 그녀가 이혼을 제안한 전 남편 심동욱이라는 사실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강서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고, 목소리에는 황당함이 가득 묻어났다.
두 사람은 집안 어른들의 명령으로 어쩔 수 없이 결혼했지만, 심동욱은 그녀와의 결혼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심지어 그녀를 만나 보려 하지도 않았다.
2년이 지난 지금, 강서윤은 유명무실한 혼인에 완전히 실망했다. 하지만 이혼을 제안하자마자 우연히 전 남편과 하룻밤을 보내게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강서윤은 신이 그녀와 이런 장난을 치는 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을 진정시키며 심동욱이 그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어젯밤 그와 하룻밤을 보낸 여자가 곧 이혼할 아내라는 사실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심동욱이 깨어나기 전에, 강서윤은 빠르게 옷을 입고 서둘러 방을 나섰다.
그녀의 뒷모습이 복도 끝에서 사라지기 직전, 맞은편 VIP 룸 문이 천천히 열렸다.
방금 감독의 침대에서 내려온 임연우가 온몸에 흔적을 남긴 채 걸어 나왔다.
임연우는 연예계에서 2군 여배우로, 드라마 여주인공을 따내기 위해 감독과 하룻밤을 보냈다.
강서윤이 서둘러 떠나는 뒷모습을 본 그녀는 VIP 룸 문패 옆에 반짝이는 'VIP' 세 글자를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이런 최고급 VIP 룸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모두 부자 아니면 권력자일 테고, 이 사람들 중에 아무나 잘 건지면 평생 먹고 사는 걱정을 안해도 되겠지. 근데 왜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정신없이 도망치는 걸까?"
임연우는 의문이 가득한 얼굴로 닫히지 않은 VIP 룸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봤다.
아직 잠들어 있는 남자와 침대 시트에 묻은 작은 핏자국을 발견한 그녀는 순간 기쁨에 환호성을 질렀다.
"심동욱? 심동욱이라고? 재계에서 주름 잡는 심씨 그룹 대표이사 심동욱이야!"
임연우는 자신의 운이 이렇게 좋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녀가 운며을 바꿀 기회가 드디어 찾아온 것이다!
만약 심동욱과 결혼할 수 있다면, 그녀는 가지에 날아오른 봉황마냥 미래는 가늠할 수가 없다.
생각만 해도 흥분으로 기절할 것 같은 그녀는 서둘러 옷을 벗고 심동욱의 옆에 누웠다.
더욱 현실적으로 보이기 위해 임연우는 마음속의 흥분을 억누르고 낮은 목소리로 흐느끼기 시작했다. 마치 침범을 당한 피해자처럼 말이다.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는 흐느끼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천천히 눈을 뜬 그가 임연우를 쳐다보는 깊은 눈빛에서 짙은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