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 않으면 움직이지 마!"
진서정은 목에 겨눠진 단검을 느끼며 뒷좌석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를 올려다봤다. 남자는 온몸에 피를 뒤집어쓰고 그녀를 위협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대치하고 있을 때, 창밖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젠장! 어디로 도망친 거야!"
"좀 전에 크게 다쳤으니까 멀리 도망치지 못했을 거야! 차 한 대 한 대씩 수색해!"
남자가 단검을 쥔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느낀 진서정은 남자의 손목을 잡고 몸을 뒤집어 그의 위에 올라탔다.
고정율의 눈빛이 살기로 번뜩이더니 진서정의 목에 겨눈 단검에 힘을 주었다. "죽고 싶어 안달이 났구나!"
여자의 목에 바로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진서정은 조금도 위협감을 느끼지 못했고 고정율의 복부에서 피가 솟구치는 것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누가 먼저 죽을지 아직 모르는 거 아닌가?"
고정율은 진서정의 목에 겨눈 단검을 더욱 세게 누르며 그녀를 죽은 사람을 보듯이 쳐다봤다. "어디 한번 해보시지!"
사람들이 그들의 차에 가까워지는 소리를 들은 진서정은 재빨리 외투를 벗고 셔츠 단추를 풀었다.
단추가 뒷좌석 주위에 흩어지고 셔츠가 반쯤 벗겨지며 그녀의 피부가 드러났다. 진서정은 다리를 벌리고 고정율의 위에 무릎을 꿇었다.
고정율은 진서정의 목을 움켜쥔 손을 풀고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이 미친 여자가 대체 뭘 하려는 거지?'
고정율이 움직이려는 순간, 진서정은 그의 목을 끌어안고 입술에 입을 맞췄다.
'이 빌어먹을 여자가 감히…'
고정율은 눈을 크게 뜨고 그녀를 밀어내려 했지만, 귓가에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살고 싶으면 나한테 협조해."
살면서 한 번도 낯선 여자에게 강제로 키스를 당한 적 없는 고정율은 심한 부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이라도 자신을 희롱하는 여자를 죽이고 싶었다.
진서정은 고정율의 목울대를 깨물며 셔츠 단추를 풀었다. 그리고 남자의 가슴을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쓸어내리자 남자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느낀 그녀는 만족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
"흐읍!"
고정율은 미간을 찌푸리고 신음 소리를 내뱉었다. 고통과 함께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감싸자 그의 숨소리가 점점 무거워졌다.
그때,
뒷좌석 문이 갑자기 열렸다.
"아!" 진서정은 일부러 당황한 척 고정율의 목을 끌어안고 밖을 내다봤다. "당신들 누구야!"
밖의 사람들은 진서정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남자와 옷이 흐트러진 진서정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문을 쾅 닫았다.
"젠장! 여기는 주차장에서 카섹스를 하는 사람들이야! 다른 곳을 찾아봐!"
소리가 멀어지자 고정율은 진서정을 밀어냈다. "비켜."
그때, 누군가 운전석 문을 열고 들어왔다. 고정율은 눈빛이 날카로워지더니 손에 쥔 단검을 더욱 세게 움켜쥐었다.
"서정 누나!"
심회풍은 남자의 위에 올라탄 진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진서정은 고정율의 몸에서 내려와 상처를 움켜쥐고 있는 남자를 흘깃 쳐다보더니 입꼬리를 올렸다. "아무 일도 아니야. 운전해."
차가 주차장을 빠져나간 후, 고정율은 양복 주머니에서 검은색 명함을 꺼냈다. "나를 구해줬으니, 소원을 하나 들어주지."
진서정은 피가 묻은 명함을 혐오스럽게 쳐다보더니 옆에 놓인 유리병에서 빨간색 알약을 꺼내 고정율에게 건넸다. "살아남으면 그때 가서 말해. 먹어."
고정율은 진서정을 한참이나 쳐다보더니 알약을 삼켰다.
진서정은 눈썹을 치켜 올렸다. "내가 독약을 줬을까 봐 두렵지 않아?"
고정율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진서정은 운전하는 심회풍을 돌아봤다. "이 사람을 근처 사립 병원에 내려줘."
"네, 누나."
고정율이 차에서 내린 후, 심회풍은 백미러를 통해 화장을 하는 진서정을 쳐다봤다. "서정 누나, 저 사람 괜찮을까요? 이번에 진씨 가문에 돌아온 건 부인의 유품을 되찾고 진씨 가문과 관계를 끊기 위함이잖아요. 경성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마세요."
진서정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할 거야."
방금 전까지 아름다운 미녀였던 진서정은 귀신도 울고 갈 화장 기술로 지금은 아무도 쳐다보고 싶지 않은 얼굴로 변했다.
갈색 반점이 진서정의 오른쪽 얼굴을 거의 뒤덮었고, 그녀는 얼굴에 반점을 더 찍었다. 그리고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쓰자, 사람들 속에 섞여도 눈에 띄게 못생긴 얼굴이 되었다.
기분이 좋아진 진서정은 무의식적으로 목에 걸린 목걸이를 만졌지만, 목걸이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그녀는 바로 미간을 찌푸리고 텅 빈 목을 만졌다. '내 목걸이!'
방금 전 그녀의 목을 움켜쥔 남자를 떠올린 진서정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내가 그를 구해줬는데, 감히 내 물건을 훔쳐?"
"왜 그래요, 누나?" 심회풍이 물었다.
"아무 일도 아니야." 진서정은 목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진씨 가문으로 돌아가자."
진서정이 하인의 안내를 받아 거실 앞에 도착했을 때, 안에서 말다툼 소리가 들려왔다.
쨍그랑!
화병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진옥당은 거실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를 질렀다.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아빠!고씨 가문의 그 쓰레기와 결혼하라고 하지 마세요!차라리 죽는 게 나아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진진산은 진옥당의 말에 눈을 부릅떴다. "고씨 가문은 경성에서 가장 권세 있는 가문이야. 고정율이 비록 폐인이 되었지만, 고씨 가문의 장남과 결혼하고 싶어 하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아빠는 고정율이 폐인일 뿐만 아니라,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은 왜 하지 않는 거예요!" 진옥당은 울음을 터뜨렸다. "아빠는 제가 과부가 되길 바라는 거예요?"
쾅!
진진산은 탁자를 세게 내리쳤다. "네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 결혼은 무를 수 없어!"진옥당은 더욱 크게 소리를 질렀다.
"전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 결혼하고 싶은 사람을 결혼하라 해요!"
'경성에 머무를 기회가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이야.' 진서정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거실로 들어선 진서정이 큰 소리로 말했다. "폐인과 제가 결혼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