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입술이 그녀의 피부 구석구석을 물어뜯었다. 목덜미부터 시작해 쇄골을 지나 천천히 꼬리뼈까지 닿았다.
아프면서도 간지러운 느낌에 온몸이 저릿저릿했다.
배은정은 더는 참지 못하고 가냘픈 신음 소리를 내며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육태우…"
하지만 육태우는 여전히 거칠기만 했다. 숨을 헐떡이며 그녀의 목덜미에 뜨거운 숨결을 뿜어내는 모습이 마치 굶주린 늑대 같았다.
그때, "쾅!" 요란한 소리에 배은정은 꿈에서 번쩍 깨어났다.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이 아직 술집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모두 움직이지 마! 정기 검사다!"
좋은 꿈을 방해받은 배은정은 불만 가득한 얼굴로 눈을 떴다.
그때,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남자의 시선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날카로운 눈매에 군복을 입은 남자는 위엄이 넘쳤다. 어두운 안색에 온몸에서 음산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대장님, 형수님입니다…" 옆에 있던 사람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육태우의 눈빛이 순간 어둡게 가라앉더니, 얼음처럼 차가운 어조로 명령을 내렸다. "조사해."
몇 초간 멍하니 있던 배은정은 그제야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그녀의 몸을 덮고 있던 담요가 바닥으로 스르르 미끄러지면서 매혹적인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오늘 배은정은 가슴이 깊게 파인 슬립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모습은 더욱 요염하게 빛났지만 얼굴에는 비아냥 섞인 미소가 번져 있었다.
무려 한 달 동안 냉전을 이어오던 두 사람이 다시 마주한 곳이 하필 성 매매 단속 현장이었으니, 그것도 배은정이 단속 대상으로 지목될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육태우의 부하들은 재빠르게 눈치를 채고는 배은정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방에 쓰러져 있는 남녀들을 향해 정해진 절차대로 심문을 시작했다.
배은정은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기에 거의 정신이 맑아진 상태였다. 호텔 침대가 너무 텅 비어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아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나온 것뿐이었다.
여우처럼 가늘게 뜬 눈으로 남자를 빤히 쳐다본 그녀가 비웃음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육 대장님은 형사가 아니었나요? 오늘은 웬일로 성 매매 단속을 하고 있는 거죠?"
육태우가 한 걸음 한 걸음 배은정에게 다가오자 날카롭고 차가운 기운이 그녀의 얼굴에 스쳤다.
배은정의 앞에 멈춰 선 그가 불쾌한 목소리로 물었다. "술을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
그 순간 배은정은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한 달 동안 자신에게 연락 한 통 하지 않던 그가 이제 와서 무슨 자격으로 자신을 추궁하는 걸까?
배은정은 일부러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내 맘이야."
하지만 그녀가 진짜로 내뱉고 싶었던 말은 따로 있었다. '육 대장님은 밖에 있는 그 애인이나 챙기시지!'
지난 1년의 연애와 3년간의 결혼 생활 동안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이 달콤하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배은정은 육태우를 잘 알고 있었다.
성격이 차가운 그는 달콤한 말을 하지도, 로맨틱한 일을 하지도 않았다. 오직 침대 위에서만 이성을 잃는 그를 보며 배은정은 한때 육태우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서로를 떠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만약 두 사람이 이렇게 평생을 함께 보낼 수 있다면, 배은정은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그녀는 이미 이미 마음속으로 계획까지 세워둔 터였다.
2년 후, 연예계에서 실컷 놀고 은퇴한 다음 아이를 낳아 집에서 육아에 전념하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육태우는 그녀에게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그가 바람을 피웠기 때문이다.
한 달 전, 배은정은 우연히 육태우의 주머니에서 아기 용품을 구매한 영수증을 발견했다.
육태우가 아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그녀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배은정은 그저 자신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 주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가 직접 조사해 보니 육태우는 여러 육아용품 매장에서 아기 용품을 구매했을 뿐만 아니라, 임산부 출산 가방까지 구매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배은정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당장 그 여자에 대해 추궁하자 육태우는 태연하게 둘러댔을 뿐이다. "친구 부탁으로 사 줬을 뿐이야."
대체 어떤 친구가 출산 가방까지 구매해 달라고 부탁한다는 말인가? 또 어떤 친구가 육태우의 번호로 육아용품 매장 회원 카드를 만들었단 말인가?
배은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육태우는 그녀의 추궁을 피하기 위해 업무를 핑계로 부대에 머물렀다. 화를 참지 못한 배은정은 그날 밤 호텔로 향했고, 그렇게 무려 한 달 동안 호텔에서 지냈다.
그때의 일을 떠올리자 배은정은 코끝이 시큰해 났다.
"대장님, 여기 조사는 모두 끝났습니다. 형수님을 모시고 먼저 돌아가시는 게 어떻습니까?" 경찰 한 명이 육태우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했다.
배은정은 그 말에 비로소 정신을 차리고 현실로 돌아왔다.
수많은 시선이 쏠린 자리에서 더 이상 우스운 꼴을 보이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두 사람의 일을 폭로하지 않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됐습니다. 진혁도가 곧 데리러 올 거예요."
진혁도를 언급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 그 이름을 언급하는 순간, 육태우의 안색이 더욱 차갑게 식었다.
육태우는 손을 들어 자신의 군복 단추를 하나씩 풀더니 그것을 벗어 배은정의 머리 위에 덮어주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배은정이 군복을 벗으려 하자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곧이어 익숙한 향기가 그녀를 감쌌다.
"사진 찍히고 싶지 않으면 가만히 있어." 육태우의 차가운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왔다.
배은정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비록 그녀는 3류 연예인에 불과했지만, 온라인에는 수십만 명의 팬들이 있었다.
앞으로도 외모로 밥벌이를 해야 하는 그녀가 이런 모습으로 사진이 찍힌다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두 사람이 술집 입구까지 이르렀을 때, 진혁도가 마침 도착했다.
육태우를 발견한 진혁도는 그가 품에 안고 있는 사람이 배은정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차렸다.
배은정의 매니저인 진혁도는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거의 늘 배은정과 함께 지내온 터라 두 사람의 일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진혁도가 두 사람을 가로막으려 하자 육태우가 차갑게 쏘아봤다. "죽고 싶지 않으면 꺼져!"
진혁도는 겁에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배은정이 육태우에 의해 경찰차에 던져지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경찰차는 마치 화가 머리끝까지 난 주인처럼 무섭게 속도를 내며 앞으로 질주했다.
배은정이 머리에 덮은 군복을 벗자 육태우의 향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녀는 그 향기가 그리웠던 나머지 본능적으로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하지만 아무리 뜨거웠던 사랑이라도, 응답을 받지 못하면 언젠가는 식기 마련이다.
배은정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육태우, 우리 이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