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그녀를 선택했다. 소중한 거래를 지키기 위해, 묶인 의자에 묶여 고문당하는 나를 버려두고 그녀를 구했다. 두 번째로 병원 침대에 누워 산산조각 나고 버림받은 나는, 마침내 5년 동안 하지 않았던 전화를 걸었다.
“혜원 이모…” 나는 목이 메어 겨우 말했다. “저… 이모 댁에 가도 될까요?”
뉴욕에서 가장 두려운 변호사로 통하는 이모의 대답은 즉각적이었다. “물론이지, 아가. 내 전용기 대기시켜 놨어. 그리고 아린아? 무슨 일이든, 우리가 해결할 거야.”
제1화
서아린 POV:
열일곱 번째였다. 강지혁의 변호사가 우리 집 주방 식탁 너머로 이혼 서류를 밀어 넣은 것이. 잘 닦인 오크 식탁의 감촉이 팔뚝 아래로 차갑게 느껴졌다. 끓어오르는 내 굴욕감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었다.
열일곱 번.
지난 6개월 동안 내가 강지혁의 인생에서 법적으로 나를 지워달라는 요구를 받은 횟수였다.
첫 번째에는 목이 쉴 때까지 소리 지르며 울부짖었다. 다섯 번째에는 분노로 손을 떨며 각 페이지를 색종이 조각처럼 잘게 찢어버렸다. 그 분노는 낯설고 무서웠다. 열 번째에는 깨진 접시 조각을 내 손목에 대고, 그의 변호사에게 싸늘하게 속삭였다. 내 서명을 받고 싶으면 차갑게 식은 내 손가락에서 펜을 뜯어내야 할 거라고.
박 변호사라는 이름의 그 남자는, 겨울 하늘처럼 잿빛이고 생기 없는 눈을 하고 있었다. 그날 그는 창백해져서 집에서 뒷걸음질 쳐 나갔다.
물론 그는 강지혁에게 전화했다. 강지혁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달려와 몇 시간 동안 나를 안아주었다. 내 머리카락에 대고 약속을 속삭였다. 이 모든 게 일시적인 것이고, 투자자들을 위한 형식일 뿐이며, 나는 언제나 그의 아내, 유일한 아내일 거라고.
나는 그를 믿었다. 언제나 그를 믿었다.
하지만 지금, 열일곱 번째 똑같은 서류를 노려보자, 뼈 속 깊이 사무치는 공허한 탈진감이 밀려왔다. 지쳤다. 싸우고, 소리 지르고, 믿는 것에 너무나 지쳤다.
“서아린 씨.” 박 변호사가 나를 달래려는 듯 낮고 능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미 다 말씀드렸잖습니까. 이건 전략적인 조치입니다. IPO 전에 이사회를 안심시키기 위한 일시적인 해소일 뿐입니다. 당신과 강지혁 대표님 사이에는 실제로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겁니다.”
나는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내 시선은 그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거실 벽에 걸린 텔레비전에 고정되어 있었다. 소리는 음소거 상태였지만, 화면은 수정처럼 맑았다. 강지혁, 내 남편 강지혁이 화면에 나오고 있었다. 그의 미소는 주위에서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만큼이나 밝고 눈부셨다. 그는 무대 위에 서서 다른 여자의 허리를 소유욕 넘치게 감싸고 있었다.
윤세라.
그의 회사 투자 라운드를 이끄는 회사의 명석하고 실용적인 벤처 캐피털리스트. 언론이 ‘판교의 새로운 파워 커플’의 다른 한쪽이라고 부르는 여자. 그녀의 미소는 우아했고, 자세는 완벽했다. 그녀는 그곳, 반짝이는 조명 아래, 세상이 자수성가한 천재라고 칭송하는 남자 옆에 속한 사람이었다.
“회사가 안정되자마자 대표님은 당신과 재혼할 겁니다.” 박 변호사가 내 귓가에 거슬리는 소음처럼 계속 지껄였다. “이건 그냥… 비즈니스입니다. 윤세라 씨 집안의 영향력은 막강합니다. 두 사람의 공개적인 관계는 IPO 성공을 보장하는 수표나 마찬가지죠.”
보증수표. 나는 위험 요소였다. 그의 가난했던 과거에서 온 비밀 아내, 그가 필사적으로 잊고 싶어 하는 삶의 유물.
이런 말들을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는 아무 의미도 없었다. 그저 소리일 뿐, 나를 관리하고, 내가 도운 삶의 그늘 속에서 조용하고 순종적으로 만들려는 텅 빈 공기일 뿐이었다.
나는 서류를 내려다보았다. 내 이름, 서아린, 이 빈칸 옆에 인쇄되어 있었다. 그의 이름, 강지혁, 은 이미 서명되어 있었다. 그의 익숙하고 야심 찬 필체는 그의 효율성을 증명했다.
“좋아요.” 내 목소리가 들렸다. 너무 조용하고 감정이 없어서, 순간 내가 소리 내어 말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박 변호사는 눈을 깜빡이며 그의 전문가다운 가면이 흔들렸다. “네?”
나는 그가 친절하게 제공한 펜을 집어 들었다. 돌로 조각한 것처럼 무거웠다. “좋다고요. 서명하겠다고요.”
그의 얼굴에 스쳐 지나간 충격은 금세 감출 수 없는 안도감으로 바뀌었다. 그는 또 다른 싸움, 또 다른 소동, 불편한 아내의 또 다른 절망적이고 한심한 모습을 예상했을 것이다. 아마 강지혁을 단축 다이얼에 저장해두고 최신 붕괴 상황을 보고할 준비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안에는 더 이상 무너질 것이 남아있지 않았다. 나는 그저 속이 텅 빈 껍데기일 뿐이었다.
내 손은 서명할 때조차 떨리지 않았다. 잉크는 부드럽게 흘러나왔다. 10년의 인연을 끊는 검은 강물처럼. 한 글자 한 글자가 작은 죽음이었다. 서-아-린. 낯선 사람의 이름처럼 보였다.
펜이 종이에서 떨어지는 순간, 박 변호사는 내가 마음을 바꿀까 두려운 듯 서류를 낚아챘다. 그는 가죽 서류 가방에 안전하게 집어넣었다. 잠금장치가 ‘찰칵’하는 소리가 조용한 집 안에서 총성처럼 울려 퍼졌다.
“올바른 결정을 하셨습니다, 서아린 씨. 현명한 결정입니다.” 그는 이미 문 쪽으로 물러서며 말했다. 그의 일이 마침내, 다행스럽게도, 끝났다는 듯이. “강 대표님께서 매우 기뻐하실 겁니다.”
그는 문을 닫고 나갔고, 나는 한 번도 진정으로 집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이 거대한 집에 홀로 남겨졌다.
한동안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뼈가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내 몸은 앞으로 무너져 내렸고, 이마는 차갑고 무정한 식탁 표면에 닿았다. 나는 마침내 밧줄이 끊어진 닻처럼, 조용한 절망의 끝없는 바다로 가라앉고 있었다.
텔레비전에서는 소리 없는 장관이 계속되었다. 한 기자가 이제 강지혁을 인터뷰하고 있었다. 그는 빛나고, 매력적이었다. 내가 사랑에 빠졌던 그 남자. 그는 마이크에 몸을 기울이며, 군중 속에서 윤세라의 눈을 찾았다.
화면 하단에 자막이 나타났다.
“저는 모든 것을 한 사람에게 빚졌습니다.” 강지혁의 웃는 얼굴이 세상에 말했다. “윤세라 씨입니다. 그녀는 제 수석 투자자일 뿐만 아니라, 제 영감이자 파트너이며, 제 일생의 사랑입니다. 아무도 저를 믿어주지 않을 때 저를 믿어준 것에 대해 감사하고 싶습니다.”
그 말들은 거기에 걸려 있었다. 내 존재 전체에 대한 디지털 묘비명처럼.
아무도 그를 믿어주지 않을 때 그를 믿어준 것.
쓰디쓴, 소리 없는 웃음이 내 입술에서 터져 나왔다. 나는 퀴퀴한 커피와 인스턴트 라면 냄새가 항상 나던 비좁은 원룸 아파트를 기억했다. 웨이트리스, 사무실 청소, 바텐더 등 세 가지 일을 하며 손은 거칠어지고 몸은 쑤셨다. 그가 MBA 학비를 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할머니의 유품인 로켓 펜던트, 그녀에게서 남은 유일한 것을 팔았다. 그의 기술 스타트업이 붕괴 직전에 있을 때 서버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우리가 구청에 갔던 날을 기억했다. 단둘이서. 그는 진짜 반지를 살 여유가 없어서 노점상에서 산 단순한 은반지를 주었다.
“언젠가, 아린아.” 그는 내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며 눈물을 글썽이며 속삭였다. “너에게 섬을 사줄게. 온 세상을 너에게 줄게. 이건 시작일 뿐이야. 우리를 위한.”
이제, 온 세상을 주겠다는 그의 약속은 다른 여자에게, 생방송 텔레비전에서, 모든 사람이 보도록 제안되고 있었다.
내 세상은 방금 끝났다.
감각 없고 서툰 내 손가락이 휴대폰을 더듬었다. 몇 년 동안 보지 않았던 연락처를 스크롤했다. 유령처럼 느껴지는 이름들을 지나쳤다. 내가 찾던 것을 찾았다. 장혜원. 연락이 끊긴 이모. 뉴욕 최고의 로펌에서 두려움과 존경을 받는 시니어 파트너.
내 엄지손가락이 통화 버튼 위를 맴돌았다. 우리는 5년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강지혁 때문에 심하게 다툰 이후로. 이모는 그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매력적인 소시오패스라고 불렀다.
나는 버튼을 눌렀다.
그녀는 두 번째 벨 소리에 받았다. 목소리는 내가 기억하는 그대로 날카롭고 정확했다. “아린이니?”
하루 종일 처음으로 낸 진짜 소리, 흐느낌이 내 가슴에서 터져 나왔다. “혜원 이모…” 나는 목이 메어 말했다. “저… 이모 댁에 가도 될까요?”
망설임도, ‘내가 그럴 줄 알았어’라는 말도 없었다. 그저 내 핏속의 얼음장 같은 안개를 뚫고 들어오는 갑작스러운 온기뿐이었다. “물론이지, 아가. 지금 회의 중인데 거의 끝나가. 내 전용기 대기시켜 놨어. 3시간 후에 데리러 가게 할게. 가방 하나만 싸. 간직하고 싶은 건 다 챙겨.”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위엄 있었으며, 잔해 속의 구명줄 같았다. “그리고 아린아? 무슨 일이든, 우리가 해결할 거야. 내가 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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