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년간, 내 인생은 내 것이 아니었다. 그건 모두 강도준의 것이었다. 열여섯, 나는 어머니의 암 치료비를 위해 그의 집안에 팔려 갔다. IT 재벌가의 후계자인 그의 말동무로, 비서로, 그리고 결국엔 그의 연인으로.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첫사랑 김지아가 돌아왔다. 그는 그녀와 결혼하겠다며 내게 이별금으로 수십억을 제안했다. 내 12년 인생의 값이었다.
지난 12년간, 내 인생은 내 것이 아니었다. 그건 모두 강도준의 것이었다. 열여섯, 나는 어머니의 암 치료비를 위해 그의 집안에 팔려 갔다. IT 재벌가의 후계자인 그의 말동무로, 비서로, 그리고 결국엔 그의 연인으로.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첫사랑 김지아가 돌아왔다. 그는 그녀와 결혼하겠다며 내게 이별금으로 수십억을 제안했다. 내 12년 인생의 값이었다.
지난 12년간, 내 인생은 내 것이 아니었다.
그건 모두 강도준의 것이었다.
열여섯, 나는 어머니의 암 치료비를 위해 그의 집안에 팔려 갔다.
IT 재벌가의 후계자인 그의 말동무로, 비서로, 그리고 결국엔 그의 연인으로.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첫사랑 김지아가 돌아왔다.
그는 그녀와 결혼하겠다며 내게 이별금으로 수십억을 제안했다.
내 12년 인생의 값이었다.
제1화
지난 12년간, 서은하의 인생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그건 모두 DS 그룹의 후계자, 강도준의 것이었다.
모든 것은 그녀가 열여섯 살 때 시작되었다.
아버지의 건설 회사는 부도 직전이었고, 어머니는 희귀 암 진단을 받았다.
천문학적인 치료비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짐이었다.
이기적이고 나약했던 아버지는 이 비극 속에서 기회를 보았다.
IT 제국을 건설한 재벌가, DS 그룹에서 막내아들 도준의 말동무를 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당시 열세 살이었던 도준은, 어머니를 잃은 충격으로 엇나가는 잘생겼지만 불안정한 소년이었다.
그의 가족은 그를 안정시켜 줄 누군가를 원했다.
나이보다 성숙하고, 똑똑하며, 인내심 강한 사람을.
아버지는 그녀를 팔았다.
가족을 위해, 어머니의 목숨을 위한 희생이라고 포장했다.
아픈 아내를 이용해 딸을 감정적으로 협박했고, 겁에 질린 열여섯의 은하는 결국 동의했다.
DS 그룹은 아버지의 빚을 갚아주고 어머니의 병원비를 모두 지불했다.
그 대가로, 은하는 도준의 그림자가 되었다.
그의 말동무, 과외 선생, 그리고 보호자.
나이가 들면서 그 경계는 흐려졌다.
그녀는 그의 개인 비서가 되어, 그의 혼란스러운 삶과 회사에서의 역할을 관리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술과 실연에 취한 그가 그녀를 침대로 끌어들였다.
그녀는 그의 연인이 되기도 했다.
그저 업무의 연장선일 뿐이었다.
그녀는 영리하고, 강인하며, 현실적이었다.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고, 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외부 세계에 그녀는 IT 제국 후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헌신적인 여자로 비쳤다.
모두의 착각이었다.
은하는 강도준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본모습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자신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미성숙하고 소유욕 강한 소년.
그는 그녀의 변함없는 존재가 계약이 아닌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라 믿으며, 그녀를 당연하게 여겼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집착하고 있었다.
김지아.
그의 어린 시절 첫사랑.
놓쳐버린 그녀.
몇 년 동안 그는 그녀에 대해, 그녀의 순수함과 상냥함에 대해, 그리고 그녀가 떠나기 전 나눴던 완벽하고 이상적인 사랑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제, 지아가 돌아오고 있었다.
은하는 도준의 메일함에서 항공권 예약 확인 메일을 발견했다.
김지아. 내일 도착.
그날 밤, 그의 펜트하우스 공기는 광적인 에너지로 가득했다.
옷가지가 바닥에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빈 술병들이 커피 테이블을 뒤덮고 있었다.
도준은 폭풍처럼 움직였다.
방 안을 서성이고, 옷장에서 무언가를 꺼냈다가 다시 던져버리기를 반복했다.
그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은하의 신경을 긁는 명랑하지만 음정 나가는 소리였다.
그가 멈춰 서서 그녀를 돌아보았다.
눈까지 웃고 있지는 않은, 넓고 소년 같은 미소였다.
그는 그녀를 붙잡아 거칠고 소유욕 가득한 키스를 퍼부었다.
그의 손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헝클고 등을 쓸어내리며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애정이 아닌 소유를 확인하는 키스였다.
그녀는 지난 12년간 모든 것을 견뎌냈듯, 그 키스를 견뎌냈다.
그가 물러섰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뺨에 닿았다.
“그녀가 돌아와, 은하야.”
그의 목소리는 지난 몇 년간 들어본 적 없는 흥분으로 떨렸다.
“지아가. 드디어 돌아온다고.”
은하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저 마음속에서 조용히, 마지막 ‘딸깍’ 소리가 났을 뿐.
이것이 끝이었다.
그녀의 형기가 끝나는 순간.
도준은 그녀의 평온한 얼굴을 보고 그것을 수용의 의미로 착각했다.
그는 안도감에 환하게 웃었다.
“네가 이해해 줄 줄 알았어.”
그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넌 항상 가장 이해심이 많았으니까.”
칭찬의 말이었지만, 은하에게 그것은 자신을 가둔 감옥의 창살이었다.
“나, 그녀와 결혼할 거야, 은하야. 어릴 때부터 사랑했어.”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지난 10여 년간 그들 사이에 암묵적인 진실이었던 그 말을.
은하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두운 불빛 속에서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
“알아.”
그녀의 차분한 대답이 그를 기쁘게 하는 듯했다.
그는 그것을 그녀의 헌신, 그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물러나겠다는 의지의 증거로 보았다.
“물론, 넌 내가 책임질게.”
그의 말투가 비즈니스처럼 변했다.
“집 한 채. 차 한 대. 그리고 수십억. 네가 평생 편안하게 살 수 있을 만큼 줄게.”
그것은 퇴직금이었다.
그녀의 12년 인생에 대한 황금 낙하산.
“알았어.”
그녀가 말했다.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눈에 읽을 수 없는 무언가가 스쳤다.
그는 다른 반응을 원했던 것 같다.
눈물, 어쩌면.
아니면 싸움.
그녀가 신경 쓴다는 것을 증명할 무언가를.
“그래도 내 비서는 계속해 줄 거지?”
그가 그녀의 팔을 꽉 잡으며 물었다.
“나 너 필요해. 너 없으면 나 아무것도 못 하는 거 알잖아.”
그녀는 그의 팔에 놓인 손을 내려다보고, 다시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니, 우리의 계약은 끝났고, 나는 마침내, 축복처럼 자유로워졌다고 말하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그의 전화가 울리며 그 순간을 깨뜨렸다.
화면에 이름이 떴다.
‘김지아’.
도준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녀에게 보였던 소유욕은 눈 녹듯 사라지고, 부드럽고 열망에 찬 미소로 대체되었다.
그는 마치 뜨거운 석탄이라도 만진 듯 은하를 놓아주었다.
“지아야.”
그가 부드러운 애무 같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공항이야? … 아니, 당연히 안 바쁘지. 지금 가는 중이야.”
그는 전화를 끊고 차 키를 집어 들었다.
은하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이것 좀 치워줄래?”
그가 문을 향해 달려가며 어깨너머로 소리쳤다.
“늦게 들어올 거야.”
문이 쾅 닫히고, 은하는 갑작스럽고 귀가 먹먹한 정적 속에 남겨졌다.
그녀는 한동안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그러고 나서, 그녀의 삶을 규정했던 체계적인 효율성으로 펜트하우스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가 벗어 던진 옷을 줍고, 빈 병들을 모으고, 끈적한 표면을 닦았다.
익숙하고 무심한 일상이었다.
집이 흠잡을 데 없이 깨끗해졌을 때, 그녀는 침실로 갔다.
그녀는 옷장 한쪽을 열고 작은 더플백을 꺼냈다.
이곳에서 진정으로 그녀의 것인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몇 벌의 옷, 낡은 책 한 권, 그리고 어머니의 빛바랜 사진 한 장.
어머니는 두 달 전에 돌아가셨다.
어머니의 죽음은 조용하고 슬픈 일이었지만, 은하에게는 해방이기도 했다.
그녀를 도준에게 묶어두었던 주된 족쇄가 부서진 것이다.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아버지였다.
“은하야! 도준 군에게 전화 왔다. 너한테 집이랑 50억을 준다면서! 세상에, 우리 이제 평생 먹고 살 걱정 없겠다! 네 동생 사업도 드디어 확장할 수 있겠어!”
그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고, 그녀의 속을 뒤집는 탐욕으로 가득했다.
은하의 목소리는 감정 없이 차가웠다.
“그 돈, 아버지랑 아무 상관없어요.”
“무슨 소리야?”
아버지가 버럭 소리쳤다.
“당연히 상관있지! 가족을 위한 거잖아! 네 희생에 대한 대가라고!”
“제 희생은 끝났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얼음장 같았다.
“계약은 엄마 병원비 때문이었어요. 엄마는 돌아가셨고. 계약은 종료된 거예요.”
“은하야, 바보 같은 짓 하지 마!”
그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변했다.
“그를 떠날 순 없어! 내가 허락 못 해! 네 엄마 병원비를 누가 냈는지 잊지 마!”
그것이 그의 마지막 발악이었다.
마지막, 비참한 죄책감의 공격.
하지만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엄마는 돌아가셨어요, 아빠. 아버지의 협박도 엄마와 함께 죽었어요.”
은하가 차분하게 말했다.
“전 자유예요.”
그녀는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 그의 번호를 차단했다.
그리고 동생의 번호도 차단했다.
그녀는 전화기에서 유심 카드를 뽑아 반으로 부러뜨리고, 조각들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끝이었다.
그녀는 12년 전 그날을 떠올렸다.
거짓 슬픔의 가면을 쓴 아버지의 얼굴, 이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하던 모습.
이미 쇠약해진 어머니가 침대에서 흐느끼던 모습.
그리고 열여섯의 은하가, 그들을 구하기 위해 종신형에 동의하던 모습.
DS 그룹은 신중했다.
자선 행사에서 도준과 ‘우연히’ 만나도록 주선했다.
그녀는 그의 취향, 싫어하는 것, 감정적 유발 요인에 대해 교육받았다.
그녀는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그는 상처받고 분노한 소년이었다.
그는 즉시 그녀에게 매달렸다.
그녀는 그의 폭풍 속 고요함이었다.
그는 모든 것에 그녀를 필요로 했다.
아침에 깨워주고, 옷을 골라주고, 약속을 상기시켜주고, 어머니에 대한 슬픔이나 지아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 커질 때 그를 달래주는 것까지.
“지아는 지금 나 쳐다보지도 않을 거야.”
지아의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 간 후, 초기에 그는 그녀에게 울부짖곤 했다.
“그녀는 완벽했어, 은하야. 모든 것이었어.”
은하는 돈을 받고 들어주는 상담사로서, 올바른 말들을 해주었다.
그녀는 그의 열병 같은 사랑이 소년의 환상, 기억에 대한 집착이라는 것을 꿰뚫어 보았다.
지아가 고등학교 남자친구와 헤어진 날 밤, 도준은 필름이 끊길 정도로 술을 마셨다.
그는 은하의 방으로 비틀거리며 들어왔다.
그의 눈은 그녀를 향한 것이 아닌 고통으로 이글거렸다.
그는 반쯤 흐느끼고, 반쯤 요구하며 그녀에게 달려들었고, 그들의 관계는 마지막,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그녀에게 한 짓이 아니라 자신의 나약함에 대한 공포의 표정으로 깨어났다.
“도와줘, 은하야.”
그가 애원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네가 필요해.”
그래서 그녀는 머물렀다.
12년 동안, 그녀는 그의 반석, 그의 비서, 그의 연인이었다.
모두가 그녀를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이 그저 돈 잘 버는 죄수일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나의 직업.
그리고 그것은 그녀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고되고 영혼을 갉아먹는 일이었다.
어머니의 죽음은 가슴 아팠지만, 예상치 못한 열쇠였다.
그것은 그녀에게 필요한 마지막, 조용한 허락이었다.
어머니가 그녀에게 단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것, 자유를 남겨준 것이었다.
장례식 다음 날, 은하는 DS 그룹 본사로 걸어 들어갔다.
인사팀으로 가서 정식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녀의 동료인 박선아는 충격을 받았다.
“그만둔다고요? 은하 씨, 안 돼요. 도준 이사님, 은하 씨 없으면 무너질 거예요.”
“다른 사람이 배우겠죠.”
은하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이사님 결재를 받아야 해요. 절대 허락 안 하실 텐데.”
은하는 그저 절차대로 처리해달라고 지시했다.
사직서는 다른 일상적인 서류 더미와 함께 전자 결재를 위해 도준의 태블릿으로 전송되었다.
그날 저녁, 그는 지아의 귀환을 축하하는 호화로운 파티에 있었다.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웃고 마시며, 그는 서류들을 조급하게 넘기며, 하나하나 쳐다보지도 않고 ‘승인’을 눌렀다.
그는 자신의 파멸을 승인하고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남편은 샤워 중이었다. 우리 부부의 아침을 깨우는 익숙한 물소리였다. 나는 그의 서재 책상 위에 커피잔을 올려놓았다. 완벽하다고 믿었던 5년간의 결혼 생활 속, 나만의 작은 의식이었다. 그때, 남편의 노트북 화면에 이메일 알림이 번쩍였다. ‘강이안 유아세례식에 초대합니다.’ 우리 부부의 성. 보낸 사람은 유채리, 팔로워가 수십만인 SNS 인플루언서였다.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었다. 그의 아들을 위한 초대장이었다. 내가 존재조차 몰랐던 아들. 나는 그림자 속에 숨어 성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를 보았다. 갓난아기를 품에 안고 있는 남편. 그의 검은 머리와 눈을 쏙 빼닮은 작은 사내아이였다. 아이의 엄마인 유채리는 그의 어깨에 기댄 채, 더없이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들은 가족처럼 보였다. 완벽하고 행복한 가족. 내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 일 때문에 바쁘다며 아이 갖기를 거부하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의 잦은 출장과 야근은 전부 그들을 위한 시간이었을까? 거짓말은 그에게 너무나 쉬운 일이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눈이 멀 수 있었을까? 나는 그를 위해 미뤄두었던 취리히 건축 펠로우십 재단에 전화를 걸었다. “펠로우십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내 목소리는 섬뜩할 정도로 차분했다. “바로 떠날 수 있습니다.”
내 남편과 아들은 병적으로 나에게 집착했다. 끊임없이 다른 여자, 윤세라에게 관심을 쏟아부으며 내 사랑을 시험했다. 나의 질투와 비참함이, 그들에게는 나에 대한 헌신의 증거였다. 그러다 교통사고가 났다. 수많은 상을 휩쓴 영화 음악을 작곡했던 내 손이, 그 사고로 처참하게 으스러졌다. 하지만 남편 강태준과 아들 강시우는 윤세라의 가벼운 머리 부상을 먼저 챙겼고, 내 인생은 그렇게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들은 내가 눈물을 흘리고, 분노하고, 질투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나는 조각상처럼, 평온한 가면을 쓴 얼굴로 침묵했다. 나의 침묵은 그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잔인한 게임을 멈추지 않았다. 성대하게 열린 윤세라의 생일 파티에서, 나는 외딴 구석에 앉아 그들을 지켜봤다. 심지어 강태준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품인 금 목걸이를 내 목에서 거칠게 뜯어내 윤세라에게 주었고, 그녀는 보란 듯이 그 목걸이를 구두굽으로 짓밟아 뭉갰다. 이건 사랑이 아니었다. 새장이었다. 나의 고통은 그들의 오락거리였고, 나의 희생은 그들의 트로피였다. 차가운 병원 침대에 누워 수술을 기다리며, 내가 수년간 키워온 사랑이 죽어가는 것을 느꼈다. 사랑은 시들어 재가 되었고, 그 자리에는 차갑고 단단한 무언가만 남았다. 이제 끝이었다. 나는 그들을 고치지 않을 것이다. 나는 탈출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파멸시킬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JS 그룹의 상속녀였다. 보육원에서 힘겹게 보낸 어린 시절을 뒤로하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왔다. 부모님은 나를 끔찍이 아꼈고, 남편은 나를 소중히 여겼다. 내 인생을 망치려 했던 여자, 윤채라는 정신병원에 갇혔다. 나는 안전했다. 나는 사랑받고 있었다. 내 생일날, 나는 남편 이환의 사무실에 깜짝 방문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는 그곳에 없었다. 그를 찾은 곳은 시내 건너편의 한 개인 갤러리였다. 그는 윤채라와 함께 있었다. 그녀는 병원에 있지 않았다. 내 남편과 그들의 다섯 살배기 아들 곁에 서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나는 유리창 너머로 이환이 그녀에게 입 맞추는 것을 지켜보았다. 바로 오늘 아침, 그가 내게 했던 것과 똑같은, 익숙하고 다정한 몸짓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놀이공원에 가고 싶다는 내 생일 소원은 거절당했다. 그가 이미 아들을 위해 공원 전체를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그 아이의 생일은, 내 생일과 같은 날이었다. "쟤는 가족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서 우리가 하는 말은 뭐든 믿잖아." 숨통을 조여오는 잔인함이 섞인 이환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보면 좀 불쌍하지." 나의 모든 현실. 이 비밀스러운 삶의 자금을 대준 사랑하는 부모님, 헌신적인 남편. 모든 것이 5년간의 거짓말이었다. 나는 그들이 무대 위에 세워둔 바보에 불과했다. 휴대폰이 울렸다. 이환이 그의 진짜 가족과 함께 서서 보낸 문자였다. "방금 회의 끝났어. 너무 피곤하다. 보고 싶어." 그 태연한 거짓말이 마지막 결정타였다. 그들은 내가 자기들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그저 감사할 줄만 아는 한심한 고아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얼마나 틀렸는지, 이제 곧 알게 될 것이다.
지난 5년간, 나는 서주원(Jameson Blair)의 약혼녀였다. 그리고 지난 5년간, 오빠들은 처음으로 나를 사랑하는 여동생처럼 대해줬다. 하지만 그를 버리고 식장에서 도망쳤던 내 쌍둥이 언니, 하은(Haleigh)이 가짜 암 환자 행세를 하며 돌아왔다. 그리고 그는 단 5분 만에 언니와 결혼했다. 모두가 언니의 거짓말을 믿었다. 언니가 독거미로 나를 죽이려 했을 때, 사람들은 내가 유난 떤다고 했다. 언니가 파티를 망쳤다고 내게 누명을 씌웠을 때, 오빠들은 내가 피를 흘릴 때까지 채찍질했다. 그들은 나를 쓸모없는 대용품, 언니의 얼굴을 한 껍데기라고 불렀다. 결정적으로 그들은 나를 밧줄에 묶어 절벽에 매달아 죽게 내버려 뒀다. 하지만 난 죽지 않았다. 스스로 절벽을 기어올라 내 죽음을 위장하고 사라졌다. 그들이 유령을 원했으니, 기꺼이 유령이 되어주기로 했다.
오늘은 나의 5번째 결혼기념일이다. 그리고 내 남편, 강태준이 38번째 이혼을 요구한 날이기도 하다. 그의 소꿉친구, 윤희진 때문이다. 우리의 결혼식 날, 차를 몰고 자살 소동을 벌이다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된 여자. 그날 이후, 태준은 죄책감이라는 빚을 갚기 시작했고, 그 대가는 온전히 내 몫이었다. 지난 5년간, 나는 이혼과 재혼의 굴레를 견뎌왔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희진이 나를 계단 아래로 밀어버렸다. 피 흘리는 나를 발견한 태준은 정의를 약속했다. 반드시 그녀가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맹세했다. 하지만 며칠 뒤, 경찰에게서 전화가 왔다. 사건 현장의 CCTV 영상이 의문스럽게 삭제되었다고. 증거도, 사건도 없었다. 그날 밤, 희진은 나를 납치했다. 봉고차 뒤 칸에서 남자들이 내 옷을 찢어발기는 동안, 나는 겨우 태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내 전화를 거절했다. 나는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렸다.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피를 흘리며, 나는 목숨을 걸고 달렸다. 그리고 다짐했다. 이번에는, 39번째 재혼은 없을 것이다. 이번에는, 내가 사라져 줄 차례였다.
내가 교도소에서 출소하던 날. 약혼자였던 강태준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야말로 우리 인생이 시작될 거라고 약속하면서. 7년 전, 그는 내 부모님과 함께 내게 애원했다. 입양된 동생, 최세희가 저지른 죄를 대신 뒤집어써 달라고. 세희는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고, 사람을 치고 달아났다. 그들은 세희가 너무 연약해서 교도소 생활을 견딜 수 없다고 했다. 내게 선고된 7년은 그저 작은 희생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청담동의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태준의 전화가 울렸다. 세희가 또 ‘발작’을 일으켰다는 소식이었다. 그는 웅장한 현관에 나를 혼자 내버려 둔 채, 그녀에게 달려갔다. 곧이어 집사가 다가와 내가 3층의 먼지 쌓인 창고 방에 머물러야 한다고 통보했다. 부모님의 명령이었다. 세희가 돌아왔을 때, 내 존재가 그녀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언제나 세희가 우선이었다. 그 애 때문에 내 대학 장학금도 빼앗겼고, 그 애 때문에 내 인생의 7년도 잃었다. 나는 그들의 친딸이었지만, 그저 쓰고 버리는 도구에 불과했다. 그날 밤, 비좁은 방에 홀로 누워 있을 때였다. 교도관 한 분이 몰래 쥐여준 싸구려 대포폰이 진동했다. 이메일 한 통이 도착해 있었다. 8년 전, 내가 지원했던 기밀 직책에 대한 채용 제안이었다. 새로운 신분과 즉각적인 해외 이주 패키지가 포함된 조건. 탈출구였다. 나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답장을 입력했다. “수락하겠습니다.”
강나연은 남편보다 먼저 세상을 떠나 젊은 과부가 되어 있었다. 그의 장례식에서 그녀는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강나연은 자신의 유산을 확보하기 위해 의붓아들을 유혹하여 그의 아이를 낳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그는 그녀의 속임수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나는 우리 아버지처럼 쉽게 속아 넘어가지 않아." 그녀가 아무리 노력해도 그 남자의 마음을 얻을 수 없었다. 어떤 방법도 먹히지 않자 강나연은 계획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그 의붓아들이 갑자기 그녀를 벽에 밀어붙였다. "내게 원하는 게 있어? 원한다면 간절히 부탁해봐. "
살날이 7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았을 때, 카이든은 마침내 진실을 고백했다. "알렉산드라, 내가 사랑했던 사람은 줄곧 레일라였어. 이제 와서라도, 더 이상 거짓으로 살고 싶지 않아. 이혼 서류에 사인해 주면 안 될까? 날… 놓아줘." 하지만 과거를 돌이킬 수는 없었다. 가족을 버린 것도, 사랑을 외면한 것도 모두 그였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눈물로 돌아와 사랑을 구걸한 사람 또한 그였다.
지난 5년간, 나는 서주원(Jameson Blair)의 약혼녀였다. 그리고 지난 5년간, 오빠들은 처음으로 나를 사랑하는 여동생처럼 대해줬다. 하지만 그를 버리고 식장에서 도망쳤던 내 쌍둥이 언니, 하은(Haleigh)이 가짜 암 환자 행세를 하며 돌아왔다. 그리고 그는 단 5분 만에 언니와 결혼했다. 모두가 언니의 거짓말을 믿었다. 언니가 독거미로 나를 죽이려 했을 때, 사람들은 내가 유난 떤다고 했다. 언니가 파티를 망쳤다고 내게 누명을 씌웠을 때, 오빠들은 내가 피를 흘릴 때까지 채찍질했다. 그들은 나를 쓸모없는 대용품, 언니의 얼굴을 한 껍데기라고 불렀다. 결정적으로 그들은 나를 밧줄에 묶어 절벽에 매달아 죽게 내버려 뒀다. 하지만 난 죽지 않았다. 스스로 절벽을 기어올라 내 죽음을 위장하고 사라졌다. 그들이 유령을 원했으니, 기꺼이 유령이 되어주기로 했다.
결혼한 지 2년이 지나서야 강은지는 그녀가 생각하기로 완벽한 결혼이, 사실은 사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한때 박민섭과 함께하기 위해 가족과 등을 지는 것도 서슴지 않았는데, 결국 얻은 것은 위조한 결혼증과 '대체자' 라는 세 글자 였다. 그녀는 마침내 어떤 사람들의 마음은 아무리 노력해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그녀는 오랫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집으로 돌아가 정략결혼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모두가 강은지를 파렴치한 인간이라고 놀렸고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노리개라고 했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그녀는 군림하는 여왕으로 변신했다.그녀는 F1 시합에서 가장 신비로운 천재 여성 드라이버이자 세계 최고의 조향사에, 카지노 배후의 실권자였다. 한때 그녀를 무시했던 사람들은 이제는 그녀를 높이 바라볼 수밖에 없다.박민섭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아내를 다시 쫓아다녔는데, 그녀의 뒤에는 상업계의 전설이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 남자는 조심스럽게 강은지의 허리를 감싸안고 냉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박 대표, 내 아내는 이미 배도 찼는데 당신은 아직도 마음을 접지 못했어?"
한세희에 대한 강지한의 집착은 그 누구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티가 났다. 남자는 여전히 차가운 척, 신경 쓰지 않는 척 굴었지만 한세희에 대한 소유욕과 접근하는 남자들에 대한 질투에 그는 미칠 것 같았다. 3년 동안 강지한의 비서로, 비밀 애인으로 곁에 있어왔던 한세희는 남자가 결혼한다는 소식과 함께 이 관계도 끝내고 싶었다. 하지만... 왜 계속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걸까? 이어지는 강지한의 부드러움과 애매 가득한 눈길에 한세희는 헷갈리기 시작하며 점점 자신의 선택과 마음을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그 때. 한세희가 임신을 했다. 심해지는 입덧에, 강지한의 집착에, 그리고 탐욕스러운 엄마의 압박에 한세희는 점점 절망속으로 빠져들게 되었고 결국 고통속에서 사라졌다. 5년 후, 다시 돌아온 한세희는 더 이상 예전 모습이 아니었다. 익숙하지만 낯선 그녀의 모습에 강지한은 천천히 다가가려 했다. 5년 동안 미친듯이 사무치는 그리움과 사랑을 한세희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두 사람의 사랑은 결국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함께 지켜보세요~
문자 메시지가 도착했다. 함께 도착한 다섯 장의 사진은 말 대신 잔혹한 진실을 들이밀고 있었다. 엉켜 있는 속옷, 꼭 맞잡은 두 손, 구겨진 침대 시트를 움켜쥔 주먹, 그리고 욕실 거울에 비친 흐릿한 실루엣까지 하나하나가 도발이자 조롱이었다. 로나에게 이런 식의 상처는 처음이 아니었다. 그녀는 단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진실을 알아챘다. 다른 여자의 손목을 꾹 움켜쥔 그 큼지막한 손의 주인공이 바로 어린 시절부터 사랑해 온 다렌이라는 것을. 로라의 시선이 사진의 날짜에 멎었다. 두 사람의 연애 3주년 기념일과 정확히 겹쳤다. 그날, 로나는 병원으로부터 다렌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긴급 전화를 받았다. 이성을 잃은 그녀는 연달아 빨간 신호등 세 개를 무시하고 병원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본 것은 온몸이 피로 물든 비서 클로이를 안은 채 응급실로 뛰어드는 다렌의 모습이었다. 그는 아무런 해명도 없이 사라졌고, 9일만에 다른 여자를 데리고 나타났다. 소문에 따르면, 그 여자는 다렌을 구하려다 중상을 입고 기억을 잃었으며, 그 일로 다렌에게 병적인 의존을 보인다고 했다. 죄책감에 사로잡힌 다렌은 클로이의 곁을 떠나지 못했다. 그에게 남은 모든 따뜻함과 시간을 전부 그녀에게 쏟아 부었다. 로나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대화창을 닫았다. 그리고 줄곧 그녀를 재촉해온 어머니에게 짧은 문자를 보냈다. “가족이 주선한 결혼, 받아들일게요.” 하지만 떠나기 전, 로나는 다렌을 위해 세 가지 선물을 준비해두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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