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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무모한 사랑, 그리고 그녀의 산산조각 난 삶

그의 무모한 사랑, 그리고 그녀의 산산조각 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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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년간, 내 인생은 내 것이 아니었다. 그건 모두 강도준의 것이었다. 열여섯, 나는 어머니의 암 치료비를 위해 그의 집안에 팔려 갔다. IT 재벌가의 후계자인 그의 말동무로, 비서로, 그리고 결국엔 그의 연인으로.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첫사랑 김지아가 돌아왔다. 그는 그녀와 결혼하겠다며 내게 이별금으로 수십억을 제안했다. 내 12년 인생의 값이었다.

목차

제1화

지난 12년간, 내 인생은 내 것이 아니었다.

그건 모두 강도준의 것이었다.

열여섯, 나는 어머니의 암 치료비를 위해 그의 집안에 팔려 갔다.

IT 재벌가의 후계자인 그의 말동무로, 비서로, 그리고 결국엔 그의 연인으로.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첫사랑 김지아가 돌아왔다.

그는 그녀와 결혼하겠다며 내게 이별금으로 수십억을 제안했다.

내 12년 인생의 값이었다.

제1화

지난 12년간, 서은하의 인생은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그건 모두 DS 그룹의 후계자, 강도준의 것이었다.

모든 것은 그녀가 열여섯 살 때 시작되었다.

아버지의 건설 회사는 부도 직전이었고, 어머니는 희귀 암 진단을 받았다.

천문학적인 치료비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짐이었다.

이기적이고 나약했던 아버지는 이 비극 속에서 기회를 보았다.

IT 제국을 건설한 재벌가, DS 그룹에서 막내아들 도준의 말동무를 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당시 열세 살이었던 도준은, 어머니를 잃은 충격으로 엇나가는 잘생겼지만 불안정한 소년이었다.

그의 가족은 그를 안정시켜 줄 누군가를 원했다.

나이보다 성숙하고, 똑똑하며, 인내심 강한 사람을.

아버지는 그녀를 팔았다.

가족을 위해, 어머니의 목숨을 위한 희생이라고 포장했다.

아픈 아내를 이용해 딸을 감정적으로 협박했고, 겁에 질린 열여섯의 은하는 결국 동의했다.

DS 그룹은 아버지의 빚을 갚아주고 어머니의 병원비를 모두 지불했다.

그 대가로, 은하는 도준의 그림자가 되었다.

그의 말동무, 과외 선생, 그리고 보호자.

나이가 들면서 그 경계는 흐려졌다.

그녀는 그의 개인 비서가 되어, 그의 혼란스러운 삶과 회사에서의 역할을 관리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술과 실연에 취한 그가 그녀를 침대로 끌어들였다.

그녀는 그의 연인이 되기도 했다.

그저 업무의 연장선일 뿐이었다.

그녀는 영리하고, 강인하며, 현실적이었다.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고, 그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외부 세계에 그녀는 IT 제국 후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헌신적인 여자로 비쳤다.

모두의 착각이었다.

은하는 강도준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본모습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자신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미성숙하고 소유욕 강한 소년.

그는 그녀의 변함없는 존재가 계약이 아닌 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라 믿으며, 그녀를 당연하게 여겼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 집착하고 있었다.

김지아.

그의 어린 시절 첫사랑.

놓쳐버린 그녀.

몇 년 동안 그는 그녀에 대해, 그녀의 순수함과 상냥함에 대해, 그리고 그녀가 떠나기 전 나눴던 완벽하고 이상적인 사랑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제, 지아가 돌아오고 있었다.

은하는 도준의 메일함에서 항공권 예약 확인 메일을 발견했다.

김지아. 내일 도착.

그날 밤, 그의 펜트하우스 공기는 광적인 에너지로 가득했다.

옷가지가 바닥에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빈 술병들이 커피 테이블을 뒤덮고 있었다.

도준은 폭풍처럼 움직였다.

방 안을 서성이고, 옷장에서 무언가를 꺼냈다가 다시 던져버리기를 반복했다.

그는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은하의 신경을 긁는 명랑하지만 음정 나가는 소리였다.

그가 멈춰 서서 그녀를 돌아보았다.

눈까지 웃고 있지는 않은, 넓고 소년 같은 미소였다.

그는 그녀를 붙잡아 거칠고 소유욕 가득한 키스를 퍼부었다.

그의 손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헝클고 등을 쓸어내리며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애정이 아닌 소유를 확인하는 키스였다.

그녀는 지난 12년간 모든 것을 견뎌냈듯, 그 키스를 견뎌냈다.

그가 물러섰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뺨에 닿았다.

“그녀가 돌아와, 은하야.”

그의 목소리는 지난 몇 년간 들어본 적 없는 흥분으로 떨렸다.

“지아가. 드디어 돌아온다고.”

은하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저 마음속에서 조용히, 마지막 ‘딸깍’ 소리가 났을 뿐.

이것이 끝이었다.

그녀의 형기가 끝나는 순간.

도준은 그녀의 평온한 얼굴을 보고 그것을 수용의 의미로 착각했다.

그는 안도감에 환하게 웃었다.

“네가 이해해 줄 줄 알았어.”

그가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넌 항상 가장 이해심이 많았으니까.”

칭찬의 말이었지만, 은하에게 그것은 자신을 가둔 감옥의 창살이었다.

“나, 그녀와 결혼할 거야, 은하야. 어릴 때부터 사랑했어.”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지난 10여 년간 그들 사이에 암묵적인 진실이었던 그 말을.

은하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두운 불빛 속에서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

“알아.”

그녀의 차분한 대답이 그를 기쁘게 하는 듯했다.

그는 그것을 그녀의 헌신, 그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물러나겠다는 의지의 증거로 보았다.

“물론, 넌 내가 책임질게.”

그의 말투가 비즈니스처럼 변했다.

“집 한 채. 차 한 대. 그리고 수십억. 네가 평생 편안하게 살 수 있을 만큼 줄게.”

그것은 퇴직금이었다.

그녀의 12년 인생에 대한 황금 낙하산.

“알았어.”

그녀가 말했다.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눈에 읽을 수 없는 무언가가 스쳤다.

그는 다른 반응을 원했던 것 같다.

눈물, 어쩌면.

아니면 싸움.

그녀가 신경 쓴다는 것을 증명할 무언가를.

“그래도 내 비서는 계속해 줄 거지?”

그가 그녀의 팔을 꽉 잡으며 물었다.

“나 너 필요해. 너 없으면 나 아무것도 못 하는 거 알잖아.”

그녀는 그의 팔에 놓인 손을 내려다보고, 다시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아니, 우리의 계약은 끝났고, 나는 마침내, 축복처럼 자유로워졌다고 말하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그의 전화가 울리며 그 순간을 깨뜨렸다.

화면에 이름이 떴다.

‘김지아’.

도준의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다.

그녀에게 보였던 소유욕은 눈 녹듯 사라지고, 부드럽고 열망에 찬 미소로 대체되었다.

그는 마치 뜨거운 석탄이라도 만진 듯 은하를 놓아주었다.

“지아야.”

그가 부드러운 애무 같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공항이야? … 아니, 당연히 안 바쁘지. 지금 가는 중이야.”

그는 전화를 끊고 차 키를 집어 들었다.

은하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이것 좀 치워줄래?”

그가 문을 향해 달려가며 어깨너머로 소리쳤다.

“늦게 들어올 거야.”

문이 쾅 닫히고, 은하는 갑작스럽고 귀가 먹먹한 정적 속에 남겨졌다.

그녀는 한동안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그러고 나서, 그녀의 삶을 규정했던 체계적인 효율성으로 펜트하우스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가 벗어 던진 옷을 줍고, 빈 병들을 모으고, 끈적한 표면을 닦았다.

익숙하고 무심한 일상이었다.

집이 흠잡을 데 없이 깨끗해졌을 때, 그녀는 침실로 갔다.

그녀는 옷장 한쪽을 열고 작은 더플백을 꺼냈다.

이곳에서 진정으로 그녀의 것인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몇 벌의 옷, 낡은 책 한 권, 그리고 어머니의 빛바랜 사진 한 장.

어머니는 두 달 전에 돌아가셨다.

어머니의 죽음은 조용하고 슬픈 일이었지만, 은하에게는 해방이기도 했다.

그녀를 도준에게 묶어두었던 주된 족쇄가 부서진 것이다.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아버지였다.

“은하야! 도준 군에게 전화 왔다. 너한테 집이랑 50억을 준다면서! 세상에, 우리 이제 평생 먹고 살 걱정 없겠다! 네 동생 사업도 드디어 확장할 수 있겠어!”

그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고, 그녀의 속을 뒤집는 탐욕으로 가득했다.

은하의 목소리는 감정 없이 차가웠다.

“그 돈, 아버지랑 아무 상관없어요.”

“무슨 소리야?”

아버지가 버럭 소리쳤다.

“당연히 상관있지! 가족을 위한 거잖아! 네 희생에 대한 대가라고!”

“제 희생은 끝났어요.”

그녀의 목소리는 얼음장 같았다.

“계약은 엄마 병원비 때문이었어요. 엄마는 돌아가셨고. 계약은 종료된 거예요.”

“은하야, 바보 같은 짓 하지 마!”

그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변했다.

“그를 떠날 순 없어! 내가 허락 못 해! 네 엄마 병원비를 누가 냈는지 잊지 마!”

그것이 그의 마지막 발악이었다.

마지막, 비참한 죄책감의 공격.

하지만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엄마는 돌아가셨어요, 아빠. 아버지의 협박도 엄마와 함께 죽었어요.”

은하가 차분하게 말했다.

“전 자유예요.”

그녀는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 그의 번호를 차단했다.

그리고 동생의 번호도 차단했다.

그녀는 전화기에서 유심 카드를 뽑아 반으로 부러뜨리고, 조각들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끝이었다.

그녀는 12년 전 그날을 떠올렸다.

거짓 슬픔의 가면을 쓴 아버지의 얼굴, 이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하던 모습.

이미 쇠약해진 어머니가 침대에서 흐느끼던 모습.

그리고 열여섯의 은하가, 그들을 구하기 위해 종신형에 동의하던 모습.

DS 그룹은 신중했다.

자선 행사에서 도준과 ‘우연히’ 만나도록 주선했다.

그녀는 그의 취향, 싫어하는 것, 감정적 유발 요인에 대해 교육받았다.

그녀는 자신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그는 상처받고 분노한 소년이었다.

그는 즉시 그녀에게 매달렸다.

그녀는 그의 폭풍 속 고요함이었다.

그는 모든 것에 그녀를 필요로 했다.

아침에 깨워주고, 옷을 골라주고, 약속을 상기시켜주고, 어머니에 대한 슬픔이나 지아에 대한 그리움이 너무 커질 때 그를 달래주는 것까지.

“지아는 지금 나 쳐다보지도 않을 거야.”

지아의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 간 후, 초기에 그는 그녀에게 울부짖곤 했다.

“그녀는 완벽했어, 은하야. 모든 것이었어.”

은하는 돈을 받고 들어주는 상담사로서, 올바른 말들을 해주었다.

그녀는 그의 열병 같은 사랑이 소년의 환상, 기억에 대한 집착이라는 것을 꿰뚫어 보았다.

지아가 고등학교 남자친구와 헤어진 날 밤, 도준은 필름이 끊길 정도로 술을 마셨다.

그는 은하의 방으로 비틀거리며 들어왔다.

그의 눈은 그녀를 향한 것이 아닌 고통으로 이글거렸다.

그는 반쯤 흐느끼고, 반쯤 요구하며 그녀에게 달려들었고, 그들의 관계는 마지막, 돌이킬 수 없는 선을 넘었다.

다음 날 아침, 그는 그녀에게 한 짓이 아니라 자신의 나약함에 대한 공포의 표정으로 깨어났다.

“도와줘, 은하야.”

그가 애원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네가 필요해.”

그래서 그녀는 머물렀다.

12년 동안, 그녀는 그의 반석, 그의 비서, 그의 연인이었다.

모두가 그녀를 세상에서 가장 운 좋은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이 그저 돈 잘 버는 죄수일 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나의 직업.

그리고 그것은 그녀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고되고 영혼을 갉아먹는 일이었다.

어머니의 죽음은 가슴 아팠지만, 예상치 못한 열쇠였다.

그것은 그녀에게 필요한 마지막, 조용한 허락이었다.

어머니가 그녀에게 단 한 번도 가져보지 못했던 것, 자유를 남겨준 것이었다.

장례식 다음 날, 은하는 DS 그룹 본사로 걸어 들어갔다.

인사팀으로 가서 정식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녀의 동료인 박선아는 충격을 받았다.

“그만둔다고요? 은하 씨, 안 돼요. 도준 이사님, 은하 씨 없으면 무너질 거예요.”

“다른 사람이 배우겠죠.”

은하가 차분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이사님 결재를 받아야 해요. 절대 허락 안 하실 텐데.”

은하는 그저 절차대로 처리해달라고 지시했다.

사직서는 다른 일상적인 서류 더미와 함께 전자 결재를 위해 도준의 태블릿으로 전송되었다.

그날 저녁, 그는 지아의 귀환을 축하하는 호화로운 파티에 있었다.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웃고 마시며, 그는 서류들을 조급하게 넘기며, 하나하나 쳐다보지도 않고 ‘승인’을 눌렀다.

그는 자신의 파멸을 승인하고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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