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고 텅 빈 채로 거기 누워, 나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짰다.
그리고 어릴 적 이후 한 번도 사용한 적 없는 울음소리를 터뜨렸다.
그것은 나의 가족, 백아 가문의 왕족들에게 그들의 공주를 데리러 오라는 신성한 부름이었다.
제1화
서세라의 시점:
“서세라, 원로회로 가. 로그들에게 잡혀갔던 건 너라고 말해.”
그 목소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머릿속을 짓누르는 압력이었다. 차갑고, 날카로웠다.
나의 메이트, 나의 알파, 강태준의 목소리였다.
블러드문 팩의 모든 구성원을 하나로 묶는 보이지 않는 연결, 마인드 링크를 통해 전해져 왔다.
대부분에게 그 연결은 위안이자, 끊임없는 소속감의 원천이었다.
나에게는, 그것이 감옥이 되어버렸다.
손이 떨려왔다. 나는 내가 입고 있던 소박한 면 원피스를 움켜쥐었다.
“태준 씨, 안 돼요. 제발요. 유라의 아이가 태어나면 제 아이로 받아들이기로 이미 약속했잖아요. 저는… 저는 더럽혀졌다는… 그 치욕까지 감당할 수는 없어요.”
그 말들은 내 마음속에서 터져 나온 절박한 속삭임이었고, 그 심령의 유대를 통해 되돌려 보낸 애원이었다.
잠시, 등골이 오싹해지는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그의 목소리가 돌아왔다. 내 무릎을 꺾이게 만드는 권위가 서려 있었다.
그것은 팩의 리더에게만 허락된 힘, 알파의 명령이었다.
요청이 아니었다. 내 존재의 근간에 짜여 들어와 복종을 강요하는 명령이었다.
“너는 미래의 루나다. 팩의 안정을 위해 이 정도는 감당할 만큼 강해야 해. 유라는 연약해. 이 스캔들은 그 애를 망가뜨릴 거야. 지금 그 애 가족과의 동맹이 얼마나 중요한지 너도 알잖아. 어렵게 만들지 마.”
그의 칭찬은 뺨을 후려치는 것 같았다.
그는 내 희생을 사랑의 선물이 아니라, 내가 마땅히 수행해야 할 의무로 여겼다.
나의 강인함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를 위한 것이었다. 이유라를 위한 것.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역겨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리고… 아이는요?”
나는 물었다. 내 생각은 혈관 속에 얼음이 흐르는 듯한 깊은 두려움으로 떨리고 있었다.
“우리 아이는요?”
이번에는 더 긴 침묵이 흘렀다.
그의 짜증과 조바심이 거의 느껴질 정도였다.
“시기가 좋지 않아.”
마침내 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채 무미건조했다.
“유라는 이미 불안정해. 팩 하우스에 또 다른 아이가, 그것도 자기 아이와 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아이가 있다는 스트레스는… 그 애에게 너무 과해. 힐러에게 가봐. 그가 널 기다리고 있을 거야.”
명령은 말로 내뱉어지지 않았지만, 분명히 존재했다.
무언의, 잔인한 명령.
우리 아이를 지워버리라는.
숨이 턱 막혔다.
내 손은 본능적으로 아직 평평한 배 위로 날아갔다. 보호적인 제스처였다.
우리 아이. 반은 나이고, 반은 그인, 작고 형성되어 가는 생명.
그는 나에게 그것을 파괴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다른 여자를 위해서.
“알… 알겠어요.”
나는 간신히 생각을 보냈다. 그 생각은 내 영혼에서 찢겨 나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 마지막 결정타가 날아왔다.
나와의 링크가 열려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감각이 스며들어왔다.
그가 다른, 사적인 링크를 여는 메아리였다.
부드럽고, 상냥한 속삭임. 그의 정신적인 목소리는 벨벳으로 감싸여 있었다.
“괜찮아, 유라야. 내 사랑. 울지 마. 내가 처리했어. 모든 게 다 잘 될 거야.”
그 대조는 너무나 선명하고, 너무나 잔인해서, 내면 깊은 곳의 무언가를 산산조각 냈다.
그는 나에게 차가운 명령을 내렸고, 그녀에게는 달콤한 위로를 주었다.
나는 도구였다. 그녀는 보물이었다.
내 다리는 저절로 움직였다.
우리가 함께 쓰던 방에서 나와 팩의 의료동으로 향했다.
힐러, 엘리아스라는 이름의 근엄한 표정의 늙은 늑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내가 왜 왔는지 물을 필요도 없었다. 팩의 힐러에게 내려진 알파의 명령은 서명된 포고령과도 같았다.
은으로 만든 기구들이 이미 쟁반 위에 놓여 있었다.
“루나.”
그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동정심이 낮게 깔려 있어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었다.
“알파 강태준께서 상황을 알려주셨습니다.”
그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깊은 슬픔이 담겨 있었다.
“아셔야 할 겁니다… 지난 시즌에 그분을 위해 싸우다 입으신 부상으로… 몸이 약해지셨습니다. 이 시술은… 아마 다시는 순혈 아이를 임신할 수 없게 만들 겁니다.”
그의 말은 무겁고 숨 막히게 공중에 떠 있었다.
더 이상 아이는 없다고.
그는 나에게 이 아이뿐만 아니라, 우리의 모든 미래의 아이들까지 희생하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엘리아스는 구부러진 은색 메스를 집어 들었다.
금속이 불빛 아래서 번쩍였고, 내 안의 늑대가 움찔했다.
은은 우리 종족에게 독이었다. 피부를 태우고, 힘을 빼앗았다.
그것으로 만든 도구는 끝을 위해 설계된 것이었다.
그가 가까이 다가왔을 때, 내 안 깊은 곳에서 거의 감지할 수 없는 작은 떨림이 일어났다.
발길질이 아니었다. 그저… 깜빡임이었다.
자신의 존재를 주장하는 생명의 불꽃.
‘내 거야.’
오랫동안 억눌려 강태준을 위해 침묵했던 내 안의 늑대가 포효하며 깨어났다.
‘우리 새끼야! 내 거라고!’
“멈춰요!”
나는 숨을 헐떡이며 테이블에서 뒤로 물러섰다.
“못해요. 안 할 거예요.”
힐러는 놀란 표정으로 멈칫했지만, 논쟁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심장이 갈비뼈에 미친 듯이 부딪히는 것을 느끼며 의료동을 비틀거리며 빠져나왔다.
나는 이 아이를 지킬 것이다. 반드시. 그래야만 했다.
팩의 중앙 광장으로 들어섰을 때, 내 눈은 거대한 야외 스크린에 쏠렸다.
평소에는 팩의 소식이나 공지사항을 보여주는 곳이었다.
지금은, 청담동의 한 고급 부티크에서 온 라이브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거기에 그가 있었다. 나의 알파. 나의 강태준.
그는 미소 짓고 있었고, 이유라의 곁에 머리를 가까이 숙이고 있었다.
그녀의 손은 부푼 배 위에 있었고, 그는 그녀에게 보여주기 위해 작고 정교하게 조각된 나무 요람을 들고 있었다.
내가 닫는 것을 잊었던 마인드 링크가 팩의 비웃는 생각들로 폭발했다.
“저것 봐. 루나 행세하는 오메가 창녀.”
“아마 처음 본 로그 놈팽이한테 다리라도 벌렸나 보지.”
“알파 강태준께서 저년을 치워버리신다니 다행이야. 완전 수치 덩어리라고.”
그 목소리들은 내 머릿속에서 벌 떼처럼 윙윙거렸다.
그들은 내가 그가 동정심으로 주워온 가치 없는 오메가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내가 백아 가문의 공주라는 사실을, 그와 함께 있기 위해 나의 진정한, 강력한 향기를 숨기고 내 자신의 알파 혈통을 억눌렀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나는 다른 여자와 그녀의 아이에게 애정을 쏟고 있는 스크린 속의 그와, 우리 아이가 살기 위해 싸우고 있는 내 평평한 배를 번갈아 보았다.
내 심장의 마지막 조각이 돌로 변했다.
나는 그냥 떠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유대를 끊을 것이다.
나는 거부 의식을 행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가 자신이 내버린 것의 고통을 느끼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