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나 고든은 그 남자가 자신의 허리를 더욱 세게 움켜잡는 것을 느꼈다.
그의 따뜻한 손바닥이 그녀의 몸에 닿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다.
"카슨 러셀! "우리의 계약은 이미 끝났어, 더 이상 이러면 안돼." 그녀는 단호한 어조로 그의 접근을 거절했다.
그러자 남자는 거칠게 그녀의 턱을 움켜잡더니 그녀의 귓가에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요한나, 계약은 자정이 되어야 끝나! 그때까지 넌 여전히 내 것이야."
카슨의 뜨거운 숨결이 느껴지자 요한나는 저도 몰래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다시 한번 이 남자와 함께 있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었다.
오늘은 분명 그들이 맺은 스폰 계약의 마감일이었다. 불과 30분 전만 해도 그녀는 자신의 물건을 챙기려고 이곳에 오게 되었다.
그러나 카슨은 도착하자마자 아무 말 없이 옷을 벗기 시작하더니 다짜고짜 그녀를 덮치려는 것이다. 그는 요한나에게 말할 틈도 주지 않은 채 그녀를 자기 품에 감싸 안았다.
그들은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셀 수 없이 많은 밤을 보냈다.
그녀의 몸은 온전히 그에 의해 길들여졌고, 저항 한번 못한 채 뜨거운 욕망 속으로 빠져들었다. 주변은 금세 숨막히는 열기로 꽉 찼고 카슨의 움직임은 점차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그녀 뒤에서 와인 캐비닛이 시끄럽게 덜커덕거렸다.
"카슨, 나 내일 약속이 있어. "제발, 몸에 키스마크만은 남기지 말아줘." 요한나는 일종의 간청을 담아 속삭였다.
열심히 허리를 들썩이던 카슨은 입술에 비웃음을 머금더니 더욱 거칠게 몰아붙였다. 마치 그녀의 작은 '저항' 을 뭉개버리려는 것만 같았다.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샤워실에서 몸을 씻은 후, 요한나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녀 몸 곳곳에는 온통 카슨이 남긴 흔적들 뿐이었다.
그러나 이 '걸작'을 남긴 장본인은 지금 발코니에서 여유작작하게 담배를 피고 있었다.
그는 난간에 기대어 서서 그녀의 아름다운 뒤태를 감상하며 웃음을 흘렸다. "정말 계약을 연장하지 않을 거야?" 카슨의 매력적인 중저음이 그녀의 귀를 파고들었다.
요한나는 그의 질문에 잠시 멈칫했다.
3년 전, 그녀가 2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가세가 기울어지면서 그녀의 삶은 혼란에 빠졌다. 그 후 그녀의 아버지는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했고 그 충격에 어머니의 병이 악화되자 그녀는 채권자들을 피해 숨어 지내면서 엄청난 의료비를 감당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했다. 그녀는 가장 힘들었을 때 거리에서 밤을 지새웠고 심지어 어머니와 함께 이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살까지 생각했었다.
절망 속에서 카슨과의 만남은 행운처럼 느껴졌다. 그들의 관계는 전적으로 거래였고, 각자 상대방의 필요를 충족시켰다.
카슨은 특이한 성적취향도 없었고 매번 그녀와 밤을 보낼 때마다 보수도 후하게 쥐여주었다. 그는 또한 그녀 어머니의 의료비도 아낌없이 부담해 주었고 때때로 추가적인 재정적 지원도 해주었다.
그러나 계약동안 그녀가 카슨을 향한 감정이 점차 깊어졌다는 것은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그는 그녀의 몸을 차지했듯이, 그녀의 마음도 차지했다.
그러니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냐는 질문은
참으로 그녀한테 괴로운 선택이었다.
잠그지 않은 샤워기에서 계속 물이 흘러내렸고, 다행이도 그 물소리가 그녀를 도와 목소리에 묻힌 떨림을 감춰주었다. "아니요. 어머니 건강이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 언젠가는 제가 손주를 낳아주기를 바라실 거예요."
그녀의 말에 카슨은 그녀 곁에 다가와 자리를 잡았다.
그가 피우는 담배는 이상하게 향이 좋았다. 마치 시원한 우디향 같은 냄새였다.
그는 몸을 더 가까이 기울이며 넌지시 물었다. "이미 다른 누군가를 찾았어?"
"네, 그래요." 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하기만 했다.
"그 남자에 대해 잘 알아?" 그는 더욱 압박해왔다.
"남자들이라고 별개 있나요? 다 똑같죠 뭐." "다들 천천히 알아가는 거죠." 요한나는 체념이 뒤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카슨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사이즈는 어때? 나보다 커? 지구력은?"
요한나는 금세 얼굴을 붉히며 짜증을 냈다. "나 이제 25살 밖에 안됐어요." "지금 그게 무슨 문제라도 된다고 그래요."
잠깐 뜸을 들이던 요한나는 정색해서 말했다, "카슨,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에요.".
비록 짧은 한마디였지만 말속에는 진지함이 깃들어 있었다.
그녀의 말에는 모종의 결의가 담겨있었지만 그 속에는 카슨을 떠보려는 의도도 곁들어 있었다.
하지만 응당 긴장해야 할 분위기가 눈치 없는 카슨의 웃음에 산산이 깨졌고, 돌아오는 그의 질문에는 농담이 섞여 있었다. "왜 나와 결혼을 생각은 해보지 않은 거야?"
카슨의 능글맞은 모습에 요한나는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그를 마주보려고 고개를 돌렸을 때, 두 사람의 입술은 맞닿을 정도로 가까워졌고, 둘 사이에 야릇한 분위기가 맴돌았다.
카슨의 눈빛 속에 키스에 대한 갈망이 반짝였다.
하지만 요한나는 바로 그와 거리를 두었고, 벽시계를 가리키는 그녀의 손짓은 카슨에게 계약 기간이 지났음을 알렸다.
그녀의 어조는 달콤했지만, 그녀의 말에는 부인할 수 없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자정이 지났어요, 카슨. 우리의 계약은 이로써 종료되었어요."
그 선을 다시 넘는 건 어찌 보면 부당한 행위였다.
카슨은 전혀 당황한 기색 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더니 그녀가 눈치 챌 틈도 없이 귓불에 키스를 하고는,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난 너의 냉철함이 참 맘에 들어."
그의 다음 말은 겉보기에 관대한 제안이었지만 그들 사이의 사회적 지위를 명백히 보여주었다. "만약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게 된다면, 언제든지 날 찾아와. 기다릴게, 요한나."
카슨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부드럽고 온화한 얼굴로 담담하게 상대방의 가슴을 찌르는 말들을 서슴지 않고 내뱉곤 했다.
그들 사이에 거리감이 생기자, 분위기는 금세 차가워졌고, 이제 그녀가 떠날 시간임을 암시하는 듯했다.
짐을 챙기고 방을 나선 요한나는 문이 그녀 뒤에서 닫힐 때까지 숨죽이고 평정을 유지했다. 이윽고 딸깍하는 소리가 들려오자 요한나는 그제서야 입을 틀어막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혼잣말로 속삭였다. "안녕, 카슨." "다시는 만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