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운성 감옥 안.
임은비가 소매를 내리며 팔에 있는 선명한 흉터를 가리고 있을 때, 교도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임은비, 진씨 가문에서 널 데리러 왔어."
그 말에 임은비의 동작은 그대로 멈춰버렸다.
진씨 가문, 참 익숙하면서도 낯선 이름이었다.
그녀는 한때 진씨 가문의 큰 아가씨였다.
그러나 4년 전, 경찰이 진정국 회장 부부의 친딸을 찾아냈다는 소식을 들고 진씨 가문으로 찾아왔었다.
그날 이후, 임은비는 졸지에 가짜 아가씨가 돼버렸다.
임은비의 친부모는 이미 세상을 떠났기에 체면과 명예를 중시하는 진씨 가문은 바깥으로 여전히 그녀를 친딸처럼 대할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지난 17년 동안 진정국 부부는 사업에만 몰두하며 임은비에게 늘 무관심했고 가족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냉담했다.
그랬던 사람들이 친딸 진소월이 집으로 돌아온 뒤로는 완전히 돌변하며 살갑게 말을 건네는 건 물론이고 한시도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으며 그야말로 온갖 애정을 다 퍼부었다.
그리고 결국 그 애정은 날 선 칼이 되어 그녀를 향했다. 진소월이 루이반스의 대표 보석을 훔친 뒤, 그 죄를 고의로 임은비에게 뒤집어씌웠을 때, 진씨 가문의 사람들은 한결같이 진소월의 편에 섰다. 거짓말이 뻔히 들통날 수준으로 조잡했음에도 진소월을 보호하기 위해선 뭐든 했고, 심지어 직접 나서서 임은비가 범인이라고 지목하기까지 했다.
루이반스는 육씨 그룹 산하의 최고급 주얼리 브랜드였고, 육씨 그룹은 운성에서 명실상부한 최고 재벌가였기에 진씨 가문은 감히 그들과 맞설 자격조차 없었다.
진씨 가문은 고작 양녀 하나 때문에 육씨 그룹과 갈등을 빚고 싶지 않았기에 바로 진은비의 성을 임씨로 바꾸었고 손수 감옥으로 집어넣었다.
그 기억을 떠올리자, 임은비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움켜쥐었다.
그녀는 진소월을 대신해 4년 동안 감옥살이를 한 것이다.
그리고 오늘은 드디어 그녀가 출소하는 날이었다.
한편,
운성 감옥 정문 앞에는 이미 수많은 기자들이 몰려 있었고,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사람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때, 감옥 문이 천천히 열렸다.
임은비는 입감 당시 입고 들어갔던 평범한 회색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걸어 나왔다.
임은비를 보자마자, 진 부인 우미연은 눈을 반짝이며 빠르게 다가왔고, 그녀의 주변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카메라와 마이크가 몰려들고 있었다.
그 광경에 임은비는 속으로 냉소를 흘렸다.
"은비야... 엄마가 널 데리러 왔어." 우미연의 눈가엔 금세 눈물이 고였고 목소리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 장면에 주변의 기자들마저 가슴 찡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임은비는 우미연을 바라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진 사모님, 사람 잘못 보셨어요."
우미연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바로 상처받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은비야, 너 무슨 소릴 하는 거니? 넌 엄마가 17년 동안 키운 딸이잖아. 네가 어떻게 변했든, 엄마는 절대로 널 못 알아볼 리 없어."
임은비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비웃었다. "정말요? 근데 4년 전에 저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우고 감옥에 보내실 땐 그렇게 말씀 안 하셨잖아요. 전 진은비가 아니라 임은비라면서요. 그 순간부터 전 더 이상 진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었는데, 어떻게 당신 딸일 수 있겠어요?"
'억울해? 진은비가 아니라 임은비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