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연, 우리 이혼해!"
박지연이 중환자실에서 막 밀려 나와 온몸이 아직도 찌릿찌릿 아픈데, 이혼 합의서가 사정없이 날아왔다.
그녀는 목 보호대로 고정된 목을 간신히 들어 올렸고, 그 바람에 왼쪽 뺨의 오래된 흉터가 더욱 흉측하고 선명하게 도드라졌다.
그녀는 눈앞에 있는 안색이 음침한 남편 오지안을 바라보았다.
"왜?"
그 한마디를 쥐어짜 내는데, 목구멍으로 깨진 유리를 삼킨 듯했다.
"너 때문에 가희가 양다리를 심하게 다쳐서, 앞으로 다시는 춤을 출 수 없게 됐어!" 오지안의 눈빛은 실망과 혐오로 가득 차 있었다. "도대체 왜 차로 가희를 친 거야?!"
박지연의 심장은 순식간에 산산조각 나 얼음 부스러기가 되었다.
또 오가희였다.
오씨 가문에 입양된 이 여자는 오지안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다.
"나 안 쳤어."
박지연은 두 눈을 감았고, 목소리는 거의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쉬어 있었다.
이혼은 할 수 있어도, 억울한 누명은 쓸 수 없었다.
그녀는 원래 해명을 해야 했다. 하지만 시체 더미에서 기어 돌아온 사람은 이미 누군가에게 자신을 증명하는 것조차 귀찮아진 지 오래였다.
"아직도 발뺌하는 거야!"
오지안이 몸을 숙여 손가락으로 거의 그녀의 코끝을 찌를 듯이 말했다. "할아버지가 널 감싸준다고 해서 모든 걸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 착각하지 마! 네가 빚진 그 두 다리, 조만간 갚게 만들 테니까!"
박지연이 눈을 떴다.
"나보고 갚으라고?"
지난 3년 동안 그녀는 오지안을 위해 손수 밥을 짓고 국을 끓여주었다. 그리고 시어머니에게 물을 떠다 발을 씻겨 드렸고, 동이 트기도 전에 일어나 깊은 밤이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그는 그녀를 한 번도 건드리지 않았고, 어떤 자리에도 그녀를 데리고 나간 적이 없었다.
그녀는 이미 갚을 만큼 갚았다.
박지연의 눈에 서린 극도로 차가운 평온함에 오지안은 알 수 없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의 이 아내는 이목구비가 정교하고 빼어났으며, 손바닥만 한 얼굴에 순진무구한 살구씨 같은 눈망울을 가졌고, 오뚝한 코와 붉은 입술은 타고나길 사람의 혼을 쏙 빼놓을 만큼 매혹적이었다.
안타깝게도 그녀의 얼굴에는 3년 전에 흉측한 흉터가 생겼는데, 의사는 상처가 너무 깊어 복구할 수 없다고 했다.
오지안은 예전에 얼른 아이를 낳아 할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릴까 생각도 했었지만, 매번 그녀의 얼굴을 볼 때마다 흥미가 떨어졌다.
박지연은 그의 앞에서 늘 재미없고 겁이 많았으며, 자기 주관이 없었다.
발랄하고 귀여우며 애교를 부릴 줄 아는 오가희와는 달랐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그에게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이때 병실 문이 열렸다.
"오빠, 지연 언니 탓하지 마. 지연 언니가 무사하면 된 거야. 단지, 단지 내가 앞으로 다시는 춤을 출 수 없을지도 모르긴 하지만..."
오가희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들어왔는데, 잔꽃무늬 하얀 원피스를 입고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과하지도 얼하지도 않고, 딱 적당하게 가련해 보였다.
"가희야, 허튼소리 하지 마."
오지안은 서둘러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부축했고, 미간에 서린 안타까움은 속일 수 없었다.
그는 정말 오가희를 끔찍이도 사랑했다.
박지연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조용히 지켜보았다.
지난 3년 동안 오가희는 그녀 앞에서 얌전하고 철든 척하면서, 뒤로는 그녀의 발밑에 함정을 팠다.
이번 교통사고가 바로 그 마지막 삽질이었다!
오가희는 깁스를 한 다리를 상심한 듯 바라보았다. "난 그저... 오빠가 날 싫어할까 봐 두려울 뿐이야."
오지안의 마음은 순식간에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했다!
그는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쌌다. "내가 널 왜 싫어해! 네가 걷지 못하게 되더라도, 내가 평생 널 먹여 살릴 거야."
박지연은 갈수록 우습게 느껴졌다.
오가희는 병실에 또 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이제야 떠올린 듯, 쑥스러운 표정으로 오지안을 밀어냈다.
"지연 언니,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 언니가 날 싫어하는 거 이해해. 하지만 난 언니를 원망하지 않아."
그녀의 눈 밑으로 득의양양한 빛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기다리고 있었다. 오지안을 독차지한 이 여자가 버림받은 후의 처참한 표정을!
하지만 박지연은 그저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 두 눈은 너무나도 맑았다. 살아있는 사람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맑았다.
박지연은 자신을 투명 인간 취급하며 희덕거리는 이 두 사람을 평온하게 바라보며, 지난 3년 동안 묵묵히 헌신했던 자신이 헛수고를 한 것 같아 허탈감을 금치 못했다.
유일하게 다행인 것은...
그녀의 목숨을 앗아갈 뻔했던 이 교통사고가, 기억을 잃었던 그녀를 모든 것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3년 전, 오 어르신은 오지안과 오가희의 사이를 반대하며 먼저 오가희를 해외로 보냈고, 과거를 알 수 없고 기억도 잃은 데다가, 얼굴까지 망가진 여자를 오지안에게 억지로 떠맡겼다.
지난 3년 동안 오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은 그녀를 주워 온 생물체 취급했다.
하지만 이제부터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