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8번, 강예지, 이제 가도 좋다."
등 뒤에서 철문이 쾅 하고 닫혔다.
강예지는 교도소 문 앞에 서서 3년 만에 햇빛을 보았는데, 햇빛이 눈을 찔러 눈시울이 시큰거렸다.
다시 살아난 기분은 정말 좋았다!
전생에 부모님은 갑자기 그녀와 동갑인 강주아를 데리고 와서는, 그 아이가 자신들의 친딸이라고 했다.
그녀는 하루아침에 가짜 딸로 전락하고 말았다!
3년 전, 강주아의 수술이 실패하자 강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은 전부 강주아의 편에 서서 그녀에게 죄를 뒤집어쓰도록 강요했고, 힘을 합쳐 그녀를 교도소로 보냈다.
교도소에서 그녀는 짐슴보다 못한 삶을 살았다. 밥에는 유리 조각이 섞여 있었고, 이불 속에는 면도칼이 숨겨져 있었다. 옷에 가려 보이지 않는 곳에 멍은 한 번도 나은 적이 없었다.
결국 산 채로 고문당하듯 괴롭힘을 당하다 죽고 말았다.
죽기 직전, 강주아는 바닥에 주저앉아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그녀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며, 아이가 바뀌었다는 것은 그저 사기극에 불과했다고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녀의 친부모는 점쟁이의 헛소리를 믿고 그녀가 온 가족을 죽게 할 불길한 운명을 타고났다고 단정 지었다. 그래서 강씨 가문에 복을 가져다줄 사주를 가진 강주아를 데려와, 진짜와 가짜 딸이라는 거짓말을 꾸며내 그녀를 가짜 딸로 몰아세우고 한 걸음씩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그리고 줄곧 그녀를 괴롭혔던 죄수들 역시 강주아가 돈으로 매수해 안배한 것이었다.
원한이 너무 깊었던 탓인지, 그녀는 교도소 수감된지 3년차가 되던 때로 다시 환생하게 되었다.
"강예지."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고, 강예지가 천천히 몸을 돌리자 등 뒤에 서 있는 남자가 보였다. ―강씨 그룹의 장남 강신욱, 그녀의 명의상 큰오빠였다.
"가자, 엄마 아빠가 다 집에서 널 기다리고 계셔."
강예지는 본 체 만 체하며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곧장 그의 곁을 지나쳐 갔다.
강신욱은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뻗어 강예지의 앞길을 막아섰고, 냉담한 말투에는 오만함이 배어 있었다. "너 또 무슨 고집을 부리는 거야? 주아가 어릴 때 네 친부모 때문에 그렇게 많은 고생을 했는데, 네가 걔 대신 3년 감옥살이 한 게 뭐 어때서?"
'친부모?'
강예지의 입가에 비웃음이 번졌다.
"강신욱." 강예지의 눈빛은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 "당신들이 나한테 강주아 대신 죄를 뒤집어쓰라고 강요한 순간부터, 난 당신들 강씨 가문에 빚진 거 하나도 없어."
"똑똑히 들어, 오늘부터 난 강씨 가문과 완전히 인연을 끊을 거야!"
강신욱의 얼굴빛이 돌변하더니 손을 들어 그녀를 끌어당기려 했다. "감옥살이 하고도 반성하지 못 해? 금방 나와서 무슨 미친 짓을―"
그의 말은 엔진 소리에 의해 끊겼다.
매끄러운 차체에 칠흑같이 검은 마이바흐 한 대가 소리 없이 시야에 미끄러져 들어와 강예지의 곁에 멈춰 섰다.
강신욱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경A88888.
'이건... 경성 최고 부자인 육씨 가문의 차잖아!
육씨 가문이 인적도 드문 이 교도소 문 앞에는 무슨 일로 온 거지?'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차창이 내려가고, 운전기사가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강예지 씨, 차에 타시죠."
강신욱은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고 동공을 수축하여 강예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강예지는 이미 그와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섞기 귀찮아 차 문을 열고 몸을 숙여 차 안으로 들어갔다.
마이바흐는 순식간에 멀어졌고, 강신욱만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그 자리에 남아있었다.
'강예지가 언제 육씨 가문과 연줄이 닿은 거지?!'
"강예지 씨, 이것은 강예지 씨와 육 도련님의 혼인신고서입니다."
운전기사가 공손하게 서류를 건넸다.
강예지는 그것을 받아 들고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육 도련님이라 불리는 육정민, 경성에서 가장 권력 있고 세력 있는 남자였다.
흑백 양도를 장악하고 있으며 신비롭고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이었으나, 몇 달 전 갑자기 괴병이 발병해 의식을 잃고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병세는 날이 갈수록 위급해졌지만, 육씨 가문은 명의를 백방으로 찾아다녔음에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심지어 육정민을 살리는 사람은 육씨 가문과 혼인한다는 소식까지 내놓았다.
전생에 그녀가 죽은 후, 강주아는 그녀가 남긴 해독 처방전을 훔쳐 육정민을 살려냈다.
강씨 가문은 그날 이후로 승승장구했고, 강주아는 육씨 가문에 시집가 온갖 부귀영화를 누렸다.
이번 생에 그녀는 교도소에서 미리 육 노회장에게 편지를 써서 자신이 육정민을 살릴 수 있다고 밝혔고, 이를 조건으로 자신의 조기 출소하는 조건과 맞바꿨다.
육 노회장은 과연 그 제안을 수락했고, 심지어 그녀와 육정민이 곧바로 혼인신고를 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