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진정혁을 알게 된 것도 그의 잘생긴 얼굴 덕분이었다.
교내를 걸어 다니다 보면 어디서든 여학생들이 그에 대해 떠들었는데, 피할래야 피할 수 없었다. 심지어 일부 여동료들조차 그에 관한 가십거리에 열을 올렸다.
그가 바람둥이에 자유분방하며, 가게에는 여자들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말을 많이 듣다 보니 도혜윤은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행동이 가벼우니 그런 뜬소문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리라.
그녀의 눈에 맞은편 카센터는 불건전한 곳일 뿐이었다.
경고등이 계속 깜빡이자, 도혜윤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가까운 곳에서 수리하기로 결정했다.
타이어 공기압이 빨리 빠지긴 했지만, 진정혁의 가게까지 가기에는 충분했다.
도혜윤은 비상등을 켜고 느릿느릿 차를 몰아 맞은편으로 갔다.
낮에는 난봉꾼들이 오지 않았다. 그들은 밤에만 출몰하여 카센터를 마치 클럽처럼 만들어 놓았다.
수리 구역은 정문 바로 오른쪽에 있었는데, 안으로 두 걸음쯤 들어갔을 때, 짙은 회색 작업복을 입은 진정혁이 한 손으로 바닥을 짚고 차 밑에서 빠르게 빠져나왔다.
그의 어깨와 등은 매끄러운 선을 팽팽하게 드러냈고, 목덜미와 팔뚝에는 기름때가 묻어 있었는데, 피부 위로 핏대가 울긋불긋 솟아있어 야성미를 물씬 풍겼다.
진정혁은 키가 아주 컸다. 그가 몸을 일으켜 서자,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강렬한 분위기가 뿜어져 나왔다.
곁눈질로 사람을 발견한 그가 고개를 돌리자, 화장기 없이 차갑고 우아한 얼굴이 보였다.
그의 짙고 검은 눈동자는 미동도 없었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은 몹시도 차가웠는데, 마치 누군가 그에게 몇십억 빚진 것처럼 보였다.
도혜윤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수리 구역에는 놀랍게도 진정혁 혼자뿐이었다!
해가 중천에 떴는데, 이렇게 큰 가게에 카운터를 제외하고는 직원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산만하고 제멋대로이니, 차를 고치는 실력도 별로일 게 뻔했다.
도혜윤은 저도 모르게 거부감이 들었고, 차갑고 예쁜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그녀는 반걸음 뒤로 물러섰다. '수리를 안 맡기고 차라리 견인차를 부르는 게 낫겠어.'
그런데 진정혁이 뒤에서 그녀를 불러 세웠다. "뭘 도망가요, 차 고장 났어요?"
도혜윤은 걸음을 멈췄다. 상대가 물어보았으니, 그녀는 예의를 갖춰 높지도 낮지도 않은 목소리로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타이어 공기압 경고등이 켜졌어요. 못이 박힌 것 같아요."
진정혁이 턱을 치켜들었다. "가서 보죠."
어차피 보기만 하는 건데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것도 아니었다.
만약 진정혁이 고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었다.
게다가 그녀는 이따가 약속도 있었다... 잠시 생각하던 도혜윤은 입구 쪽을 가리켰다. "밖에 있어요."
입구에는 흰색 아우디 한 대가 주차 구역에 반듯하게 세워져 있었다.
진정혁은 차를 한 바퀴 돌더니, 마침내 오른쪽 앞바퀴 쪽에 쪼그려 앉았다.
도혜윤은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어떻게 이 차가 내 차인 걸 아는 거지?'
"타이어가 확실히 주저앉았네요." 진정혁이 작업복 주머니에서 손전등을 꺼냈다. "언제 발견했어요?"
"교문을 막 나섰을 때 공기압 경고등이 켜졌어요." 도혜윤이 말했다.
"꼭 학교에서 못이 박힌 건 아닐 수도 있어요." 진정혁은 점검을 하면서 그녀에게 설명했다. "작은 못이 박히면 바람이 비교적 천천히 빠져서 그쪽도 눈치채지 못하다가, 공기압 경고등이 켜져야 알게 되거든요."
"네." 도혜윤이 대답했다. '제법 전문적이네?'
그녀는 티 나지 않게 배를 움켜쥐었다. 아침에 밥을 먹을 시간이 없어서 빈속으로 두 시간이나 수업을 했던 것이다.
"찾았네요." 진정혁이 손전등을 비추며 도혜윤에게 와서 보라고 눈짓을 했다. "정면 트레드 쪽에 있어요. 위치는 괜찮은데 못이 커서 공기압이 빨리 빠진 거예요."
도혜윤은 허리를 굽혀 잠시 들여다보다가, 몸을 일으킬 때 순간적으로 현기증을 느꼈다.
괴로웠던 그녀는 답답한 가슴을 부여잡았다. 미간을 찌푸린 가녀린 모습은 청초하고 아름다웠다.
"얼마나 걸릴까요?" 도혜윤이 다급한 표정으로 재촉하듯 물었다.
진정혁이 말했다. "제가 직접 고쳐줄 테니 금방 끝날 겁니다."
도혜윤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시야가 흐려지고, 식은땀이 순식간에 그녀의 등을 적셨다.
그녀는 직감적으로 자신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느끼고 손을 뻗어 차 문손잡이를 잡으려 했지만, 눈앞이 사물이 겹쳐 보여 허공을 헛짚고 말았다.
몸이 통제력을 잃고 앞으로 쏠리자, 도혜윤은 억눌린 신음 소리를 흘렸고, 발목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다음 순간, 그녀는 털썩 바닥에 주저앉았고, 진정혁의 몸에 부딪혔다.
진정혁은 무의식적으로 팔을 뻗어 그녀를 보호했다.
"사탕..."
'저혈당이었나?' 진정혁은 몸을 돌려 공주님 안기로 그녀를 안아 올리며 안쪽을 향해 소리쳤다.
"방미, 설탕물 좀 타 와."
카운터에 있던 아가씨가 깜짝 놀랐다. "고객님 왜 그러세요?"
"저혈당이야." 진정혁이 도혜윤을 접객 구역의 소파에 안아다 눕혔다. "빨리."
"가요, 가요."
설탕물을 만드는 것은 아주 간단했다. 휴계실의 둥근 탁자 위에 커피용 각설탕이 있었고, 세 개를 따뜻한 물에 녹이기만 하면 되었다.
진정혁이 그녀를 안고 있는 동안, 방미는 두 사람의 관계를 추측하며 도혜윤에게 설탕물을 천천히 먹여주었다.
몇 분 후, 도혜윤이 미간을 찌푸리며 천천히 눈을 떴다.
자신이 진정혁의 품에 안겨 있는 것을 보자마자, 그녀는 당장 몸을 일으키려 했다.
진정혁이 그녀를 눌렀다. "무슨 잉어도 아니고 뭘 그렇게 펄떡거려요. 당신 저혈당이니까 좀 진정한 뒤에 일어나요."
"...고마워요." 도혜윤의 목소리는 건조하고 기운이 없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조금 민망했다. 상대를 탐탁지 않게 여겼는데, 정작 그 사람이 자신을 구해줬으니 말이다.
둥근 탁자 위에는 먹을 것이 잔뜩 있었는데, 진정혁이 비스킷과 바나나를 가져다 주었다. "좀 먹어요."
"감사합니다."
도혜윤은 소파를 짚고 그와 거리를 두려 했다. 지척에 있는 진정혁의 존재감이 너무 강렬했던 것이다.
하지만 오른발이 바닥에 닿자마자, 뼈를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이 발목에서 터져 나왔다.
"윽!" 그녀는 신음 소리와 함께 엉덩방아를 찧으며 주저앉았다. 고개를 숙여 보니 발목이 만두처럼 부어올라 있었다.
아까는 저혈당 때문에 발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지만, 이제 정신이 들자 통증이 유난히 선명하게 느껴졌다.
진정혁이 일어나서 직접 얼음주머니를 만들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다리 올려요."
도혜윤은 무의식적으로 치맛자락을 가렸다.
진정혁이 짧게 코웃음을 치고는 장난기가 섞인 눈빛으로 쿠션을 가져다주었다. "여기 기대고, 발 높이 들어요."
"..." 도혜윤은 민망해하며 쿠션을 받아 들었다.
'아무래도 내가 이 사람을 나쁘게 생각한 것 같아.'
진정혁이 준비한 것은 지퍼백이라 접촉 면적이 넓어서 발목에 바로 올려놓기만 하면 되었다.
도혜윤은 다시 한번 고맙다고 말한 뒤, 얼음찜질을 하는 동안 비스킷과 바나나를 한 입 한 입 먹으며 허기를 달랬다.
못이 박힌 타이어 수리는 금방 끝났다. 다 합쳐서 3, 40분 정도 걸리는 일이었다.
휠 밸런스를 맞추고 공기를 주입해 재점검을 마친 후, 진정혁이 가게 안으로 들어와 도혜윤에게 차 열쇠를 던져주었다. 마침 그녀의 발 찜질도 끝난 참이었다.
도혜윤이 돈을 지불하려 하자, 진정혁은 QR코드를 띄우며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이거 추가해서 결제해요. 어제 가게에 꼬마가 왔었는데, 결제용 QR코드를 찢어버렸거든요."
도혜윤은 QR코드를 스캔하고 물었다. "얼마인가요?"
"2만원이요." 진정혁이 말했다. "탈부착, 수리, 휠 밸런스 교정 비용이에요. 세차는 그냥 수리하는 김에 한번 해 줬어요. 서비스라고 생각해요."
도혜윤은 돈을 지불하고 나서야 굳이 친구 추가를 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AAA 정도 카센터'라는 닉네임을 보며 그녀가 무심코 물었다. "이거 그쪽 계정인가요?"
진정혁은 그녀를 쳐다보며 2초간 침묵하더니 말했다. "가게 계정입니다."
도혜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방금 카운터에서 가져온 다른 휴대폰은 아마 용업용 폰인 것 같았다.
결제를 마치자, 도혜윤의 휴대폰이 울렸다.
진정혁은 키가 컸던지라 무심결에 발신자 연락처를 보게 되었다. [9호 맞선 남]
도혜윤이 전화를 받자, 상대방이 어디쯤 왔는지 물었다.
"죄송해요, 제가 발을 다쳐서요. 우리 다음으로 미루죠." 도혜윤은 담담한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
상대방은 의사였는데, 기어코 와서 봐주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도혜윤이 말했다. "이미 얼음찜질은 했어요. 차가 고장 나서 지금 학교 맞은편 카센터에 있거든요. 조 의사님, 다음에 다시 약속 잡아요."
"저도 마침 학교 근처예요. 저도 세차나 할 겸 갈 테니, 거기서 기다려요."
도혜윤은 순간 멍해졌다. '무슨 뜻이지?'
'진정혁의 카센터에서 맞선이라도 보겠다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