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은설, 출소하면 똑바로 살아. 다시는 죄 짓지 말고."
교도소의 무거운 철문이 뒤에서 닫히며 여교관의 거슬리는 당부를 가로막았다.
문밖에 선 소은설은 낡은 배낭을 꽉 움켜쥐고 차갑게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는 다시는 죄를 짓지 않을 것이다. 대신 죄를 지었으나 그녀에게 벌을 대신 받게 한 사람들에게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멀지 않은 곳에 같은 모델의 검은색 카이엔 세 대가 나란히 멈춰 섰다.
그녀가 차를 쳐다보자 가운데 차의 뒷 문이 천천히 열렸는데 아무도 내리지 않았다.
소은설은 성큼성큼 걸어가 차에서 1m 떨어진 곳에 멈춰 서더니 차에 타지 않았다.
열린 차 문 사이로 그녀는 소문으로만 듣던 육씨 그룹 대표 육도진의 모습을 처음으로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점잖게 금테 안경을 쓰고, 잘생긴 얼굴에 뚜렷한 이목구비, 넓은 어깨와 가는 허리, 거기에다 긴 다리까지 정말 만찢남이 따로 없었다. 열린 차 문 사이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이 그의 손목에 있는 전 세계 3개 뿐인 한정판 시계에 비치며 다이아몬드가 차갑고 날카로운 빛을 반사했다.
"소은설 씨?"
남자의 낮고 매력적인 목소리에는 장난기 어린 차가운 기운이 묻어 있었다.
"하룻밤 사이에 주식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여자가 이런 모습일 줄은 몰랐는데."
소은설은 바짝 마른 얼굴에 커다란 눈을 번뜩이며 차갑게 실소를 터뜨렸다.
그녀의 눈빛은 희로애락이 없는 고인 물처럼 고요하고 무서웠다. 쓸데없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100억, 차 한 대, 집 한 채, 그리고 기사 한 명. 3일 후에 새로운 계획을 알려줄게요."
남자는 길고 하얀 손가락으로 허벅지를 가볍게 두드리며 그녀의 눈을 쳐다보더니 얇은 입술을 천천히 끌어올렸다.
그는 그녀의 눈빛이 마음에 들었다.
마치 사막의 고독한 늑대처럼 침략과 살의가 묻어 있었다.
"첫 번째 차는 소은설 씨에게 주는 거에요. 기사 문구철도 같이... 문칠현, 금만 빌라 8동을 소 아가씨 명의로 이전하고, 시중을 들 사람들도 보내줘."
남자는 말을 마치고 검은색 카드를 뽑아 차 밖으로 내밀었다.
창백한 피부는 병적인 아름다움이 느껴질 정도로 연약해 보였다.
하지만 소은설은 그가 이 손으로 몰래 기밀을 누설한 사람의 팔을 부러뜨리는 영상을 직접 본 적이 있다. 심지어 입가에는 매혹적인 미소까지 걸려 있었다.
"한도는 600억이에요."
육도진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소은설은 그의 통 큰 행동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금만 빌라의 최저 시가는 20억이다.
한도 600억의 블랙 카드까지, 그녀가 돈을 가지고 도망칠까 봐 두렵지 않은 걸까?
조수석에 앉은 문칠현은 더욱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육 대표는 언제부터 이렇게 말 잘 듣는 사람이 된걸까?'
심지어 이제 막 출소한 여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녀가 원하는 건 뭐든지 들어주고 있었다.
전에 육도진에게 요구를 했던 여자들은 지금쯤 무덤에 풀이 반 미터나 자랐을 것이다.
소은설은 눈을 가늘게 뜨고 검은색 카드를 건네받았다.
창백한 입술이 햇살 아래 차갑게 미소 지었다.
"한 달 안에 2000억의 이익을 안겨드리겠습니다. 그러니 100억 원은 절대 아깝지 않을 겁니다. 그때 다시 후속 계획에 대해 논의하죠."
비굴하지도 오만하지도 않은 그녀의 얼굴에는 흥분으로 가득 찬 광기만 남아 있었다.
그 누구도 그녀의 오만한 약속을 믿지 않을 것이다.
문칠현은 그녀가 능력이 없으면서 돈만 챙기고 도망칠 생각이라고 의심했다.
하지만 차 안에 육도진은 흥미로운 듯 눈썹을 치켜 올리고 우아하게 의자에 기대앉아 대답했다. "좋아요."
그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마치 소은설이 죽을 줄도 모르고 폭탄을 터뜨리려 하고, 그는 그저 폭죽을 터뜨리는 것처럼 대했다.
'좋아요'라는 대답은 한 달에 2000억을 벌어들이겠다는 약속보다 더욱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그럼 소은설 씨의 좋은 소식을 기다리겠습니다."
말을 마친 육도진은 차 문을 닫고 카이엔은 소은설의 낡은 청바지 치마를 스치듯 지나가며 멀리 사라졌다.
그 자리에 가만히 선 소은설은 손에 쥔 블랙 카드가 손바닥을 찌르는 것을 느꼈다.
손등에 난 흉터는 원래 하얀 피부를 흉측하게 갈라놓았다.
그때, 남은 차에서 한 사람이 내려 공손하게 그녀의 뒷좌석 문을 열어주었다.
그녀가 막 차에 타려 할 때,
다른 길목에서 롤스로이스 한 대가 달려오더니 그녀의 뒤에서 급정거했다. 차 문이 열리고 옅은 회색의 맞춤 정장을 입은 소시헌이 긴 다리를 내밀었다.
"은설아, 오빠가 데리러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