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외곽의 한 폐기된 공장.
서지윤은 밧줄에 묶인 채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멀지 않은 곳에는 그녀의 남편 강경훈과 양동생 서예은이 서 있었다.
그 광경을 본 그녀는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서지윤은 두 사람에게 동시에 배신당했다!
서지윤의 눈에 가득 찬 증오를 본 서예은은 오히려 더욱 환하게 웃었다.
칼을 손에 든 그녀가 서지윤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언니, 날 원망하지 마."
"이제 언니는 더 이상 연구 개발을 할 수 없으니, 부모님과 동생 곁으로 보내주는 수밖에 없어."
그 말을 들은 서지윤의 담담했던 두 눈이 갑자기 크게 뜨였다.
"그러니까, 엄마 아빠와 동생의 죽음도 네가 꾸민 일이란 말이야?"
서예은은 그런 서지윤을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맞아. 그걸 맞추기가 그렇게 어려웠어?"
"나의 회사가 이미 상장까지 했는데, 더 이상 서씨 가문이 필요하지 않아. 계속 곁에 둬봤자, 밥이나 축내겠지."
"게다가 너희들이 죽지 않으면, 서씨 가문이 수십 년 동안 쌓아 올린 재산이 어떻게 내 손에 들어올 수 있겠어?"
서예은의 말을 들은 서지윤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자신이 직접 늑대를 집으로 끌어들였고, 자신이 부모님과 남동생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셈이다.
'나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
서지윤은 눈을 부릅뜨고 두 사람을 노려보며 그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너희도 언젠가 벌을 받을 거야! 반드시 벌을 받을 거라고! 내가 죽어도 너희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너희들도 반드시 제 명에 못 죽어!"
서지윤은 온 힘을 다해 소리쳤다.
눈이 찢어질 듯이 부릅뜬 그녀의 모습은 마치 목숨을 빼앗으러 돌아온 악귀 같았다.
불안감에 휩싸여 있던 서예은은 겁에 질려 칼을 제대로 쥐지도 못할 뻔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린 그녀는, 이를 악물고 칼을 세게 휘둘렀다.
"아악!"
칼날이 살을 가르는 순간, 서지윤은 온몸을 찢는 듯한 고통에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만 같았다.
의식이 희미해져 가는 찰나, 그녀는 부모님의 자애로운 얼굴과 남동생의 귀엽고 장난기 넘치는 모습을 본 것 같았다.
만약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녀는 반드시 이 쓰레기 같은 두 사람에게 피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
"흐읍..."
하반신에서 느껴지는 날카로운 통증에 서지윤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의 몸 위에는 가면을 쓴 한 남자가 몸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남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완벽한 윤곽과 탄탄하고 힘 있는 몸매만으로도 남자가 얼마나 잘생겼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심장이 미친 듯이 뛰는 서지윤은 남자의 몸을 감상할 겨를도 없었다.
남자한테서 주의를 돌린 그녀는 고개를 돌려 침대 머리맡에 놓인 휴대폰을 확인했다.
화면에 떠 있는 날짜를 확인한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3년 전!
3년 전으로 돌아왔다!
그녀와 강경훈이 결혼하기 일주일 전으로 돌아온 것이다.
'하늘이 나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준 거야!' '아직 모든 것을 되돌릴 기회가 있어!'
이번 생에는 서씨 가문의 비극을 막는 것뿐만 아니라, 쓰레기 같은 두 사람에게 피의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온몸을 휘감는 증오심에 그녀의 몸이 떨렸지만, 몸 위에 있는 남자가 그녀의 엉덩이를 살짝 때리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내가 너무 약한가?"
"이런 상황에서도 딴생각을 하다니."
서지윤은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긴 다리로 남자의 허리를 감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홀릴 정도로 매혹적이었다.
"글쎄?"
전생에 그녀는 강경훈에게 모든 마음을 쏟아부었다.
술에 취해 방을 잘못 찾아 들어간 서지윤이 낯선 남자에게 몸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녀는 필사적으로 저항했고 그 바람에 남자는 서둘러 마무리했다.
그러나 지금, 강경훈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서지윤은 이 남자의 체온과 숨결을 온몸으로 느꼈다.
정말이지 흡족했다.
밤새도록 남자는 마치 만족할 줄 모르는 야수처럼 그녀를 끊임없이 탐했다.
다음 날, 서지윤은 휴대폰 벨 소리에 잠에서 깼다.
어젯밤의 남자는 이미 사라진 뒤였고, 이름이 적히지 않은 블랙 카드를 남겨두었다.
'이 남자, 꽤나 센스 있네.'
마치 자주 밖으로 나와 먹이 감을 찾아 다니는 남자 같았다.
하지만 서지윤도 손해 본 것은 없었다.
어젯밤의 광란을 떠올린 서지윤은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휴대폰을 확인했다.
화면에 떠오른 이름은 바로 강경훈이었다.
전생에도 이때쯤, 강경훈은 그녀에게 전화해 그녀 명의로 된 스킨케어 특허를 모두 자신에게 양도해 달라고 요구했다.
죄책감에 시달린 서지윤은 두말없이 동의했다.
심지어 나중에 개발된 신제품도 강경훈의 요구에 따라 서예은의 예은 뷰티에 모두 넘겨주었다.
과거의 어리석었던 자신을 떠올린 서지윤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받았다.
역시 강경훈의 말은 전생과 똑같았다.
"지윤아, 메일에 보낸 계약서에 사인 좀 해줘. 나랑 결혼한 후에도 네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아."
하지만 서지윤의 대답은 전생과 같을 수 없었다.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목소리에는 만족스러운 나른함이 묻어났다.
"그런데 말이야, 네가 날 아내로 맞이할 자격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