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은은 역사상 가장 자극적인 신혼 첫날밤을 보냈다.
어느 정도로 자극적이었을까?
변호사는 결혼 증명서와 이혼 합의서를 동시에 그녀의 눈앞에 내밀었다.
"남지은 씨, 서명하세요."
오후에 막 혼인 신고를 하고, 저녁에 이혼 합의서에 서명하도록 강요 받은 이유는 단 하나, 그녀가 못생겼다는 이유였다.
맞선 자리에서, 남지은의 남편이 될 남자는 멀리서 그녀를 흘끗 쳐다보고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떠나 버렸다. 그렇게 두 사람은 아직 정식으로 얼굴을 마주한 적도 없었다.
결혼은 두 가문의 할아버지들이 정한 약속이었기에, 남자는 어른들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 하지만 신혼 첫날밤, 그는 강압적으로 그녀에게 이혼 날짜를 정해줬다.
그러나 남자가 전혀 알지 못하는 사실이 있었다.
남지은은 천추 생물 연구소의 핵심 멤버로, 유전자 복원 약제를 연구하는 팀을 이끌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녀는 직접 약을 시험했고, 약의 부작용으로 인해 피부가 어두워지고 이목구비가 부어올라 미모가 완전히 망가진 상태였다.
다행히도 이런 증상들은 모두 일시적인 현상이었고, 약물이 체내에서 완전히 빠져나가는 30일 뒤면 본래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다.
마침 맞선 당일이 약이 대사되는 기간이었고, 남지은은 직접 그에게 설명하려 했지만, 그는 그녀에게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남지은도 할아버지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 결혼한 것이니까.
그렇게 생각한 남지은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이혼 합의서에 서명했다.
"남지은 씨, 이혼 합의서는 1년 후에 효력이 발생합니다. 육서준 씨는 아가씨께서 어른들께 먼저 이혼을 요구했다고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육서준 씨는 더 이상 어르신과 불쾌한 일을 겪고 싶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네, 알겠어요."
"그리고 육서준 씨는 이 저택과 카드가 아가씨께 드리는 위자료라고 하셨습니다."
변호사는 플래티넘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결혼 증명서와 이혼 합의서를 가방에 넣었다. 1년 후, 그는 이 서류들을 가지고 이혼 증명서를 발급받을 것이다.
남지은은 순간 어이가 없었다. 결혼을 했으면서 정작 결혼 증명서에 무슨 내용이 적혀 있는지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육서준 씨는 아가씨께 한 가지 더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결혼이 유효한 기간 동안, 이 저택 외의 장소에서 아가씨를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두 사람의 결혼 사실을 다른 사람이 알게 되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만약 약속을 어길 경우, 저택과 카드는 즉시 회수될 것이니 아가씨께서 꼭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말을 마친 변호사는 더 이상 머물지 않고 곧바로 저택을 떠났다.
변호사의 말에 남지은은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 쓰레기 같은 남자는 자신의 자유까지 제한하려 했다. 하지만 자신이 순순히 그의 손아귀에 갇혀 지낼 리 없었다.
하인들에게 방해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그녀는 침실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창문을 통해 정원으로 뛰어내린 뒤, 감시 카메라를 피해 담장을 넘어 저택 밖으로 빠져나갔다.
한 시간 후, 문나이트 클럽 입구.
택시에서 내린 남지은은 파란색 꽃무늬 원피스에 자연스럽게 웨이브진 머리를 길게 늘어뜨려 우아하면서도 화려한 매력을 뽐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그녀에게 감탄의 시선을 보냈다.
남지은은 그런 시선들에 익숙한 듯 아랑곳하지 않고 발걸음을 옮겨 클럽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룸에서 절친인 방려나와 만나기로 약속한 터였다.
룸으로 들어가기 위해 로비를 지나갈 때,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그녀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훤칠한 키에 또렷한 이목구비를 지녔고, 무심한 듯 보이는 눈빛은 주변에 압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의 뒤로는 비서와 여러 명의 경호원들이 따라붙어 범상치 않은 신분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남지은은 예의를 갖춰 몇 걸음 옆으로 비켜서며 그에게 길을 내주었다.
그때, 남자의 몸이 갑자기 굳어지더니 고통이 가득한 눈빛으로 변했고, 잘생긴 얼굴은 순식간에 핏기가 사라졌다.
남지은이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남자는 그대로 자신의 발치 앞에 쓰러지고 말았다.
"육 사장님!"
비서와 경호원들은 황급히 앞으로 나서 남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구급차를 불렀다.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의사인 남지은은 눈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녀의 관찰에 따르면, 남자의 상황은 매우 위급했다. 만약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에 숨이 멎을지도 모른다.
남지은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곧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남자의 셔츠 단추를 풀어 헤쳤다.
남지은의 행동에 깜짝 놀란 비서가 재빨리 그녀의 손을 잡고 막아섰다.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저는 의사입니다!"
남지은의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는 의심할 여지없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모두 뒤로 물러나세요. 공기가 잘 통하게 해야 합니다!"
비서는 잠시 그녀를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훑어보더니, 결국 망설이며 손을 거두었다.
다른 사람들도 무의식적으로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남지은은 먼저 남자의 맥박을 짚어 발병 원인을 확인한 후, 그의 셔츠 단추를 모두 풀었다. 그리고 두 손바닥으로 남자의 복부를 덮고 힘 있게 주무르기 시작했다.
남자의 복근은 단단하고 선명했으며, 8개로 나뉜 복근은 모두 힘이 넘쳐 보였다. 여리여리한 소녀의 손이 그 위를 오가며 마사지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때, 남지은은 갑자기 남자의 벨트를 풀고 바지를 아래로 내렸다.
그 순간 현장 곳곳에서 경악에 찬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저 여자가 지금 뭘 하려는 거야? 살아있는 염라대왕을 건드리다니, 목숨이 두 개라도 되는 건가?"
비서의 안색이 순식간에 먹구름처럼 어두워지며 큰소리로 외쳤다. "모두 나가세요! 당장 나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