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문을 나서자마자 뜨거운 햇볕이 그녀를 맞이했다.
5년 동안 교도소에서 비인간 적인 대우를 받으며 지낸 소나영은 자신이 살아서 이 곳을 나올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정오의 뜨거운 햇볕이 그녀의 얼굴을 내리쬐자 그녀는 갑자기 눈앞이 아득해졌다.
현재 입고 있는 싸구려 티셔츠는 그녀가 5년 전 교도소에 들어갈 때 입었던 옷으로, 이제는 몸에 맞지 않아 넝마 마냥 헐렁하게 몸에 걸쳐져 있었다.
소나영은 손에 든 신분증을 꼭 움켜쥐었다. 그건 그녀가 교도소에서 나올 때 챙겨 나온 유일한 물건이었다.
일주일 전, 교도관은 소씨 가문에 그녀가 출소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그녀는 소씨 가문이 아무리 그녀를 증오하더라도, 혈연의 정을 생각해 최소한의 체면은 지켜줄 거라는 비굴한 환상에 젖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를 마중 나온 사람은 없었다.
소나영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 아무래도 소씨 가문은 마중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 그저 희생양일 뿐인데 누가 환영해 주겠어?'
그녀는 도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뒤에서 갑자기 요란한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나타난 빨간색 람보르기니가 귀를 찢을 듯한 마찰음을 내며 그녀의 앞에 멈춰 섰다.
이어 창문이 천천히 내려가더니 그녀의 꿈에 수없이 나타났던 얼굴이 드러났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얼어 붙고 말았다.
그녀의 약혼자.
우성호.
선글라스를 낀 그의 옆모습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차에 타."
순간, 소나영의 심장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우성호가 직접 마중 나왔다고?'
지난 5년 동안, 그는 단 한 번도 그녀를 찾아오지 않았고, 편지도 한통 없었다. 그녀는 그가 여전히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그가 이곳에 나타났다. '혹시, 내 설명을 들을 준비가 된 걸까?'
떨리는 손으로 차 문을 연 그녀가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선아는 어떻게 지내?"
5년 전, 소씨 가문의 양녀 소서연이 우성호가 가장 아끼는 조카 우선아를 차로 들이 받았고, 소씨 가문 사람들은 일을 무마하기 위해 막 가문에 돌아 온 진짜 딸인 그녀를 희생양으로 내세웠다.
부앙! 차가 순식간에 앞으로 튀어나간 탓에 소나영은 관성에 의해 앞 의자에 쿵 부딪혔다.
"네가 감히 선아를 입에 올려?" 우성호의 목소리는 마치 얼음 구덩이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차가웠고, 강한 증오심이 묻어났다. "소나영, 5년이 지났는데, 넌 아직도 네가 뭘 잘못했는지 몰라?"
계기판의 바늘이 미친 듯이 치솟았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소나영은 손잡이를 꼭 움켜쥐고 말했다. "성호야, 천천히 운전해... 그리고 내 말 좀 들어봐. 그날 사고는 내가 낸 게 아니야. 소서연이 날 속여서 그곳에 데려 갔어..."
"닥쳐!" 우성호가 홱 고개를 돌려 그녀를 노려봤다. "소서연은 선아를 구하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어! 그런데 너는 뭘 했지? 뺑소니를 쳐서 선아의 인생을 망쳤어! 선아는 아직도 의식을 찾지 못했어, 식물 인간이 되어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고. 그런데 네가 감히 서연에게 누명을 씌우려 들어?"
"난 거짓말하지 않았어! 그들이 CCTV가 없다는 걸 이용해, 날 함정에 빠뜨린 거야!" 소나영은 다급하게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려 했고, 눈시울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함정? 모든 사람들이 네가 사고를 내는 걸 똑똑히 봤어. 아직도 변명할 셈이야?" 우성호가 차갑게 코웃음을 치더니 핸들을 세게 돌렸다. 순간, 차가 미친 듯이 도로 위를 질주했다.
그 바람에 소나영은 유리창에 머리를 세게 부딪히고 말았고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그녀의 처참한 모습을 봤음에도 그의 눈에는 일말의 동정심도 없었다. "소나영, 내가 널 여전히 마음에 두고 있어서, 오늘 네 마중을 나온 줄 알아? 천만에, 난 단지 살인자인 너는 용서받을 자격이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왔을 뿐이야."
소나영은 이마의 통증도 잊은 채,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혔다. "날 어디로 데려가려는 건데?"
"오늘은 나와 서연이의 약혼식이 열리는 날이야."
우성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독이 묻은 칼날처럼 그녀의 심장을 꿰뚫었다.
"해성시 명문가 사람들 앞에서 서연이 앞에 무릎 꿇고, 네가 저지른 죄를 참회해. 내 말을 고분고분 잘 따른다면, 자비를 베풀어 네게 살 길을 열어줄 수도 있어."
소나영은 마치 벼락이라도 맞은 듯 온 몸의 피가 전부 굳어 버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5년 동안이나 억울하게 옥살이를 했다.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꾸역꾸역 오늘까지 버텨왔는데, 진짜 범인은 그녀의 신분을 빼앗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까지 빼앗으려 들었다.
"소서연과 약혼한다고?"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읊조렸다.
"아니면?" 우성호가 고개를 돌리더니 마치 길가의 쓰레기를 보듯 혐오스런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봤다. "내가 너를 용서하고 살인자와 결혼해야 할까? 넌 소서연에게 빚을 졌을 뿐만 아니라 우리 우씨 가문에도 빚을 졌어, 네가 5년 동안 교도소에서 지낸 건 당연한 일이라고. 그게 끝이 아니야, 앞으로도 난 네가 편하게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