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아, 네 남편 전화 아직도 안 받아?" 동료 하리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명당은 그 목소리에 담긴 연민을 쉽게 알아차렸다.
계속되는 연결음만 울리는 휴대폰를 내려다보며 명당의 마음은 점점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이틀 전, 부해의 전시회 준비를 위해 미술관을 시찰하던 그녀는 갑자기 무너진 천장 아래, 폐허 속에 갇혀 세 시간을 보냈었다.
그동안 부해의 전화는 연락이 되지 않았고, 구조대에 구출되었을 때 그녀의 온몸은 피로 물들어 있었으며 오른쪽 어깨에 박힌 강철 못 세 개는 아직도 **콕콕** 욱신거렸다.
멍하니 휴대폰를 바라보는 명당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그 끔찍한 기억이 스치자, 휴대폰를 쥔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컸던 건 실망감이었다.
그녀가 가장 부해를 필요로 할 때, 그는 항상 연락이 닿지 않았다.
명당의 반응을 지켜보던 하리는 더 이상 참지 못했다.
화난 얼굴로 명당의 팔을 툭툭 치며 말했다. "네 남편 대체 왜 그래? 아내가 이렇게 심하게 다쳐서 죽을 뻔했는데, 이틀 내내 전화 한 통 없다니? 퇴원할 때도 다른 사람 도움 받아야 한다면, **거의 사별이나 다름없는 거 아니야? **"
그 말을 들은 명당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눈가에 맺힌 비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바쁘겠지.'
결혼한 지 3년, 부해는 항상 똑같은 변명만 늘어놓았다.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를 받지 않거나, 그녀를 만나러 오지 않았다.
명목상 부씨 가문의 사모님이 된 그녀는 바보처럼 그 달콤한 거짓말에 속아넘어갔던 것이다.
"아무리 바빠도 전화 받을 새는 있겠지!" 하리가 분통을 터뜨리듯 말했다.
그녀의 말은 마치 망치처럼 명당이 스스로에게 한 늘어놓은 변명들을 산산조각 내는 듯했다.
명당은 가슴 깊숙이 올라오는 씁쓸함을 삼키며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때, 하리가 휴대폰를 들고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세상에, 우리 부씨 그룹 대표님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제쳐두고 지구 반대편까지 가서 전시회를 응원할 줄이야!"
순간, 명당의 등줄기에 차가운 한기가 **쭉** 스며들었다.
하리가 휴대폰를 명당 눈앞으로 들이밀며 투덜거렸다. "부씨 그룹 대표님하고 네 남편을 비교해 봐. 넌 죽을 뻔했는데, 네 남편은 전화도 안 받잖아. 내 말 들어, 명당아. 너도 이제 그만 포기해 봐."
명당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휴대폰 화면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하리는 그 ‘부씨 그룹 대표'가 바로 명당이 계속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던 그 남편, 부해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그제야 명당은 깨달았다. 부해가 출장을 간다는 핑계로 첫사랑 당여와 함께 전시회를 보러 갔다는 사실을.
예전에 부해와 당여는 열렬히 사랑했고, 주변 사람들은 두 사람이 결혼하면 행복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교통사고로 부해가 시력을 잃자, 그의 연인이었던 당여는 그를 버리고 해외로 떠났다.
부해가 시력을 잃은 동안, 명당은 그의 곁에서 정성껏 돌봐주었다.
그때 사람들은 명당이 어리석다고 비웃었지만, 그녀는 상관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짝사랑해온 부해와 결혼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했으니까.
부해가 시력을 회복하자, 그녀에게 결혼 계약서를 내밀었다...
명당은 휴대폰 화면에 나타난 부해의 잘생긴 얼굴을 응시했다.
"부씨 그룹 대표, 인기 화가 ‘여지' 직접 마중 나와… 열애설 인정?"
기사 제목을 읽는 순간, 명당의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져 버렸다.
‘여지'는 명당이 전시회를 준비하는 화가의 예명이었다. 즉, ‘여지'는 당여였다.
그녀는 줄곧 연적을 위해 전시회를 준비해왔고, 심지어 그 때문에 죽을 뻔했다.
폐허 아래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부해는 첫사랑과 재회하고 있었다는 생각에 명당의 가슴이 **콱** 조이는 듯 아팠다.
명당의 창백해진 얼굴을 보지 못한 하리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봐, 부씨 그룹 대표님 미소가 얼마나 부드러워? 두 사람 대학교 때 연인 사이였다면서? 비록 헤어졌지만 지금 상황 보면 다시 붙을 것 같아. 너무 잘 어울려!
"'정말 잘 어울리네.' 명당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더 이상 기사를 보지 않고 휴대폰를 하리에게 돌려준 뒤 집으로 향했다.
…
그날 밤, 부해가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새벽 1시가 넘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평소 같으면 아무리 늦게 돌아와도 명당이 그를 위해 불을 켜둔 채 기다렸지만, 오늘은 집 전체가 어둡고 그 따뜻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부해는 이유 모를 불편함에 마음이 답답해졌다.
2층으로 올라가 안방 문을 열었다.
달빛에 비춰 침대 위에 웅크린 채 누워 있는 사람의 형체가 어렴풋이 보였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명당은 잠에서 깨어났다.
공기를 타고 흘러 들어오는 낯선 향수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달콤한 그 향은 틀림없이 당여의 것이었다.
순간 눈시울이 뜨거워졌지만, 어두운 방 안에서는 아무도 그녀의 초라한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다행이었다.
침대가 살짝 가라앉는 것을 느끼자, 그녀는 몸을 돌려 그의 옷깃 안으로 손을 뻗었다.
뜨거운 복근을 따라 손을 아래로 내린 그녀는 그의 하복부를 어루만졌다.
부해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더니 그녀의 손목을 세게 붙잡았다. "명당아, 너 지금 미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