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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이 사랑했던 사람은 나였어

전 남편이 사랑했던 사람은 나였어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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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장례식 날, 남편은 첫사랑을 위하여 화려하게 생일 파티를 축하해주고 있었다. 하예진은 모든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 사람이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녀도 더 이상 붙잡지 않을 것이다. 이혼 합의서를 남기고, 아이를 지우고 나서 혼자서 홀가분하게 떠났다. 5년 후, 경매장에서 하얀 너울을 쓰고 드레스 차림의 수석 경매사가 모든 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육지훈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저 사람이 예린이라고?" 비서가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들은 바에 의하면 몇몇 사람들이 그녀의 진짜 모습을 보기 위해 수십억을 제시했는데 모두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육지훈은 드디어 5년 동안 찾아 헤맨 여인을 발견했다. 그날 밤, 그는 그녀를 길목에서 막았다. "하 경매사님, 아직도 피하려구요?" "육대표, 우리 이혼했잖아요." "난 동의한 적 없어. 내 아이는 어디에 있어?" "육대표는 잊으신 것 같네요. 5년 전에 이미 지웠어요." "그렇다면 이건 뭐야?" 앞에는 다섯 살짜리 어린 아이 셋이 줄지어 서 있었다.

목차

전 남편이 사랑했던 사람은 나였어 제1화낙태

"예진아, 이제 곧, 장례를 진행해야 하는데 지훈이는 왜 아직도 오지 않는 거야?"

하얀 상복을 입은 하예진은 어머니 영정 사진 앞에 무릎을 꿇었다. 빈소의 하얀 불빛이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비췄다.

그녀는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 육지훈에게 수도 없이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는 끝내 연결되지 않았다.

그녀는 어머니를 잃었다. 임신 7개월 차임에도 불고하고 그녀는 힘든 몸으로 7일간 빈소를 지켰다. 하지만 결혼 한지 3년 된 남편은 여태 나타나지 않았다.

육지훈은 매일 일로 바빴고 하예진은 그런 그를 이해했다.

지금도 그랬다. 그녀는 그가 일로 바빠 오지 못하는 거라고 자신을 위로했다.

"일로 바쁜 모양이에요."

하예진은 눈물을 훔치며 안간힘을 써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홀 몸이 아니라 거동이 너무 불편했다. 이내, 그녀는 갈라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장례식을 시작하시죠."

곁에 있던 큰 어머니 강채원이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예진아, 육대표는 대체 얼마나 바쁘길래 7일 동안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거야? 네 어머니를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니?"

사촌 동생 하지연이 콧방귀를 뀌며 입을 열었다. "엄마, 그게 아니잖아요. 육대표는 작은 어머니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언니를 무시하는 거라고요. 아, 언니 뱃속에 있는 아이도 마찬가지고요."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 하지만 하예진은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씁쓸함을 눌러 담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육지훈을 좋은 남편이라 생각했고 그가 일부러 오지 않는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분명 일에 묶여 오지 못하는 게 분명해.' 그녀는 그 말로 자신을 다독였다. 하지만 현실은 커다란 손바닥이 되어 그녀의 뺨을 내리쳤다.

"언니, 이거 형부 아니야?" 하지연이 휴대폰을 보며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형부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어!"

하지연은 즉시 하예진 눈앞으로 휴대폰을 들이밀었다.

하예진이 시선을 내려 휴대폰을 들여다 보았다. 휴대폰에서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건 오늘 이지만 영상 자체는 어제 찍힌 거였다.

<육씨 그룹, 육대표 사랑하는 허은정을 위해 호텔 전체를 빌려 성대한 생일 파티를 열어서 화제!>

영상 속, 아름 다운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고 있었고 화면에 나타난 남자는 기세 넘치지만 우아함을 잃지 않은 모습으로 의자에 앉아 옆에 있는 여자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으며 눈빛은 더할 나위 없이 그윽했다. 옆에 앉은 여자는 하늘을 오색찬란하게 물들이는 불꽃을 가리키며 웃고 있었고 그녀의 환하게 웃는 모습은 아름다운 불꽃보다도 눈이 부셨다.

화면 속에서 불꽃이 현란하게 피어 오르고 있었지만 그녀의 시선은 남자의 뒷모습에 고정되어 있었다.

너무나도 눈에 익은 뒷모습, 그녀는 한 눈에 그게 자신의 남편 육지훈임을 알아 보았다.

어젯밤... 그는 다른 여자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 이렇게 성대한 파티를 준비했다...

머리가 하얘진 그녀는 몸이 굳어 꼼짝도 하지 못했다.

불꽃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하지연의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언니, 형부가 바쁘다고 하지 않았어? 바쁘긴 하네, 다른 여자의 생일을 축하 해 주기 위해 호텔을 통째로 빌릴 정도로 말이야."

하예진은 주먹을 꽉 말아 쥐었고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 들었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육지훈이 다른 여자를 위해 성대한 생일 파티를 열어 주는 모습이 끊임 없이 맴돌았다.

그녀는 그가 바쁜 걸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어머니 장례라는 이렇게 큰 일이 닥쳤음에도 그를 귀찮게 하지 않으려 혼자서 감당했다.

7일 동안, 그는 그녀의 전화를 받지 않았고 그녀의 어머니의 빈소에 찾아 와 조문하지도 않았다. 그런 그가 다른 여자의 생일을 축하해 주고 있다니...

이 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영상 속 여자는 육지훈의 첫사랑이자, 그가 지금도 여전히 사랑하는 허은정이다.

반면에 하예진과 육지훈은 육씨 가문 어르신의 명령으로 결혼한 사이다. 육씨 가문의 어르신은 하예진의 아버지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 하여 그는 은혜도 갚을 겸, 하예진에게 든든한 버팀목을 찾아 주기 위해 육지훈더러 하예진과 결혼하라고 명령했다.

결혼 한 3년 간, 하예진은 육지훈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일로 그를 귀찮게 하지 않았고 그에게 아무런 기대도 품지 않았다.

육지훈은 차갑고 감정이 메마른 남자였다. 명절, 기념일은 안중에도 없었고 일이 그의 삶의 전부였다.

그러나... 오늘이 되어서야 하예진은 깨달았다. 그는 감정에 메마른 남자가 아니었다. 그저 그녀에게 아무 감정이 없었을 뿐이다.

현재, 그가 준비한 성대한 파티와 하늘을 수놓은 불꽃은 하예진을 세상에서 가장 큰 웃음거리로 만들어 버렸다.

가슴이 찢어 지는 것 같았으나 그녀는 이를 악물고 아픔을 참으며 휴대폰 화면에서 시선을 거두었다. 비참한 모습을 보이긴 싫었던 것이다.

그리고 아직 어머니의 장례는 끝나지 않았기에 그녀는 어떻게든 버텨야 했다.

하예진은 허리를 숙여 어머니의 영정사진을 품에 안더니 사람들의 조롱 어린 눈빛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갔다.

어머니는 눈을 감기 직전까지 육지훈을 보고 싶어 했다.

그래서 여러번 전화를 걸었지만 육지훈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허은정과 함께 있느라 바빴겠지...'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가 육지훈과 행복하게 지내길 바랐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녀는 혼자서 어머니의 장례식을 치렀다. 장례가 마무리 되자 일가 친척들과 지인들이 모두 떠났다. 그녀는 홀로 우두커니 식당의자에 앉아있었다.

그때, 육지훈이 뒤늦게 도착했다. 그는 검은색 셔츠를 입고 있었고 잘생긴 얼굴은 평소와 다름없이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주위를 둘러 보던 그의 시선이 하예진의 얼굴에 멈췄고 표정 없던 얼굴에 평소 답지 않게 미안한 표정이 떠올랐다.

하예진은 손으로 배를 감싼 채 그를 쳐다 보았고 눈빛에는 속상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감정을 억누르고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담담하게 물었다. "바쁜 일은 다 처리했어요?"

육지훈은 그녀 목소리에 섞인 서러움을 알아채지 못했다.

"낮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어."

"그럼 어젯밤에는요? 생일 파티는 즐거우셨어요?"

육지훈이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빨간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방에 들어섰고 그녀의 어깨엔 육지훈의 외투가 걸려 있었다.

하예진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

"예진 씨, 미안해." 허은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어젯밤에 지훈 씨는 나와 함께 있었어. 며칠 전부터 우리 엄마가 편찮으셔서, 지훈 씨는 내가 혹시 힘들지 않을까, 와서 도와 줬어. 그탓에 예진 씨 연락을 받지 못한 것 같아. 모두 내 잘못이야. 지훈 씨를 귀찮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허은정의 말을 듣는 하예진은 마음 속에서 쓰거운 무언가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어머니는 많이 아프세요?"

"아니, 심하지는 않아. 그냥 감기였어. 열이 좀 나긴 했지만 지금은 거의 다 나았어."

하예진은 심장을 세게 얻어 맞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애써 감정을 추스르긴 했지만 점점 빨개지는 눈시울과 가늘게 떨리는 입술이 그녀를 배신했다.

육지훈의 미간이 더욱 찌푸려졌다. 하예진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는 회의 중이었다. 회의가 끝나고 장례식장에 가려는 순간, 허은정에게서 연락이 왔고, 여러 일이 한데 겹쳤던 터라 그는 하예진의 일을 잊고 말았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그는 미안한 건 사실이었다.

육지훈은 하예진의 어머니 영정사진 앞에 다가가더니 고개를 숙여 조문하려 했다. 그때, 하예진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필요 없어요. 은정씨 어머니가 더 중요하잖아요. 얼른 가서 챙겨드리세요."

육지훈은 자리에서 멈춰 섰다.

더 이상 이곳에 머물고 싶지 않았던 하예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려 했다.

그녀는 울지 않았다. 눈물을 흘릴 가치도 없는 인간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임신 7개월 차라 그녀는 걷기도 어려워 보였다. 그 모습을 본 육지훈은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

허은정은 어머니가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눈물을 흘리며 속상해 했다. 그런데... 하예진은 어머니를 잃었고 모든 걸 혼자 감내했다.

"어디 가는 거야?" 육지훈이 하예진을 불러 세웠다.

"임신한 몸으로 함부로 돌아다니지 마."

하예진은 쓴 웃음을 지었다.

그녀가 임신했다는 걸 잊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임신한 아내를 버려두고 다른 여자의 어머니의 병수발을 들러 간 육지훈이다. 그녀와 그녀 아이는 아예 안중에도 없었다.

사랑을 받지 못할 아이... 태어난다고 해도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하예진은 가슴이 찢어 질 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의 배를 어루만지며 뭔가 결정을 내렸다. 그 즉시, 그녀는 걸음을 재촉해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육지훈은 숨이 턱 막혔다. 급히 따라 가려고 했지만 허은정이 그의 팔을 잡았다. "지훈아. 예진씨는 어머니를 잃어서 슬퍼서 그래. 혼자 있고 싶을 거야."

육지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허은정을 흘끗 바라보더니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예진이 상태가 안 좋아. 저러다 무슨 일이 생길 지도 몰라. 너 일단 혼자 돌아가."

육지훈이 밖으로 뛰어나갔을 때, 하예진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허탈한 눈빛으로 차들이 오가는 거리를 바라보던 육지훈은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하예진 휴대폰을 추적해서 어디 있는지 알아내."

육지훈의 잘생긴 얼굴에 불안이 깃들었다.

한 시간 후.

비서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대표님, 사모님께서 지금 병원에 계십니다."

"병원? 왜?"

"낙태 수술을 예약했습니다. 그리고... 사모님께서 변호사를 통해 이혼 서류를 작성하셨고, 이미 서명까지 마치신 상태입니다."

육지훈은 눈앞이 아득해졌고 그윽하던 눈빛이 믿을 수 없다는 충격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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