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하지만 은은한 고급스러움이 풍기는 인테리어의 방 안에서 여자의 교성과 남자의 신음 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
침대에 엎드린 운람월은 실크 침대 시트를 꼭 움켜쥔 채, 몸 위에서 더욱 거칠어지는 남자의 움직임을 견디고 있었다.
남자는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 잘록한 곳을 움켜쥐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손등 위를 덮어 누르며, 한 달간의 출장으로 쌓인 욕정을 모두 쏟아내려는 듯했다.
그녀가 입술을 깨물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고 나서야 남자는 거칠게 파고든 끝에야 시원하게 안겨주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꼭 끌어안고 절정의 여운을 가라앉혔다.
"진혁, 할아버님이 우리 아이 언제 갖냐고 또 재촉하셔."
운람월은 그의 손가락을 마주 잡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나긋나긋해서 어둠 속에서 더욱 매혹적으로 들려왔다.
귓가에 닿는 남자의 뜨거운 숨결에 그녀는 온몸이 짜릿하게 떨려왔다.
"아이를 원해?"
남자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넘겼다.
그의 표정을 볼 수 없었던 운람월은 그가 거절하지 않자 마음속에 희망이 피어올랐다. "응, 나 아직 젊으니까 낳고 나서 회복하기도 좋을 거야. 나중에 더 갖고 싶으면 기회도 더 많을 테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손가락이 얼굴을 따라 내려오더니 그녀의 턱을 세게 움켜쥐었다. 연한 피부에 금세 붉은 자국이 남았다.
"아이로 날 묶어두시겠다? 네 주제에?"
차가운 목소리가 귓가에 내리꽂히자 남자는 미련 없이 몸을 뺐다. 온몸에 힘이 빠진 운람월은 침대 위로 힘없이 쓰러졌다.
그녀는 황급히 변명했다. "할아버님 뜻이었어, 난 그런 생각 한 적 없어..."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남자의 낮고 잠긴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내일 본가 식사, 넌 오지 마."
"왜?"
운람월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 단지 아이를 갖고 싶다고 말했기 때문일까?
내일은 두 사람의 결혼 3주년 기념일로, 온 가족이 본가에 모여 식사를 하기로 했다.
방 안은 어두워 그림자 속 남자의 윤곽만 어렴풋이 보였다.
"서아가 귀국했어."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방 안의 불이 환하게 켜졌다.
그녀는 얇은 이불을 가슴까지 끌어올렸다. 얼굴에 멍한 기색이 역력했다.
남자는 알몸으로 침대에서 내려와 욕실로 들어갔고, 곧이어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들려왔다.
운람월은 심장이 쿵 내려앉으며 저릿한 아픔이 퍼지는 것을 느꼈다.
이불을 움켜쥔 손의 힘을 푼 그녀는 쏴아하는 물소리를 들으며 회상에 잠겼다.
3년 전, 그녀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묵 어르신이 손을 내밀어 그녀를 구해줬다.
몸을 추스르자, 어르신은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바로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큰손자 묵진혁과 결혼하라는 것이었다.
어르신의 은혜에 보답하고 자신의 흔적을 숨기기 위해 그녀는 그와 3년 계약을 맺었다.
3년 후, 결혼 생활을 유지할지 말지는 부부 두 사람이 함께 결정하기로 했다.
운람월은 그렇게 묵씨 가문에 머물며 묵진혁의 아내가 되었고, 그를 정성껏 돌봤다.
그녀의 보살핌 아래, 묵진혁은 기적적으로 깨어났다.
그녀도 천천히 그에게 마음이 갔다.
결혼 3년 동안, 정식으로 함께 지낸 시간은 1년 반밖에 되지 않았다. 묵진혁은 그녀에게 숨기지 않았다. 그에게는 마음속에 품고 있는 첫사랑, 완서아가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녀는 어르신을 통해 완서아가 묵진혁이 식물인간이 되자마자 그를 버리고 해외로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겉으로는 해외에서 의상 디자인을 전공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남자친구를 계속해서 갈아치웠다고 했다.
공교롭게도 계약이 끝나는 시기와 완서아가 돌아오는 시기가 겹쳐버렸다.
3년간의 간호와 지극한 정성도 그의 마음속에 자리한 첫사랑의 그림자를 이길 수 없었고, 그의 마음을 데울 수도 없었다.
물소리가 멈추고 욕실 문이 열리더니 남자가 하반신에 수건을 두르고 나왔다.
그는 복근이 선명하고 근육이 탄탄했으며, 긴 다리와 탄력 있는 엉덩이까지 지닌, 그야말로 완벽한 몸매를 자랑했다. 맨살을 맞댄 그녀가 가장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여자가 아직도 침대에 누워 있는 것을 본 그는 미세하게 눈살을 찌푸렸다.
옷장에서 셔츠와 정장 바지를 꺼낸 그는 수건을 풀고 느릿느릿 옷을 입었다.
"할아버님한텐 몸이 안 좋아서 못 간다고 해."
남자의 뚜렷한 이목구비와 잘생긴 얼굴과 달리, 그의 말은 사람을 떨게 할 만큼 얼음처럼 차가웠다.
무언가 생각난 듯 허리를 숙인 그가 바닥에 있던 양복 주머니에서 약통을 꺼내 그녀에게 던졌다.
"약 먹는 거 잊지 말고."
운람월은 그 약통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어두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았어."
매번 관계가 끝나면, 그는 직접 그녀가 피임약을 먹는 것을 지켜봤다. 그녀가 자신의 아이를 가질 기회를 절대로 주지 않았다.
그래서 묵 어르신은 그녀에게 빨리 아이를 가지라고 재촉했다. 묵진혁을 묶어두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녀를 곁에 남겨두기 위해서였다.
묵진혁은 다른 사람들에게 항상 그렇게 대했지만, 묵 어르신과 완서아는 특별한 존재였다.
"계약 기간도 다 됐으니, 이 결혼도 끝낼 때가 됐어."
셔츠의 마지막 단추를 잠근 그가 침대 머리맡 서랍에서 서류 한 부를 꺼내 운람월의 앞에 놓았다.
"여기 서명해. 이제 서로 간섭하지 말자."
서류 위에 적힌 '이혼 합의서'라는 글자가 유난히 눈에 아팠다. 종이를 움켜쥔 운람월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